"지금 어디예요? 뭐 하고 있어요? 영상통화 가능해요?" 그녀는 물었다."나 샤워하고 있어." 그의 낮은 목소리가 전해왔다.그녀는 잠시 당황했다: "영상통화 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영상통화를 걸었다.그는 영상통화를 받았다.옷을 입지 않은 채 욕실에 서 있는 그를 보고 그녀는 잠시 얼어붙었다.그녀는 얼굴이 확 빨개지면서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 갑자기 하려던 말을 잊었다.지금 그의 모습을 아이들이 보면 좋지 않기에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재빨리 침실로 향해 걸어갔다.그녀가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을 때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더 빨개진 것을 발견했다.분명히 그와 매우 익숙한 사이지만, 지금 이 순간 화면을 통해 본 그의 익숙한 얼굴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방금 지성이 데리고 산책갔어요." 그녀는 마음을 다스리고 입을 열었다. "왜 제가 아닌 이모님한테 영상통화 했어요?"큰 일은 아니였지만 그녀는 이유없이 화가 났다."아이들 보고싶어서, 전에도 이모님한테 영상통화 했었어."그의 말은 그녀를 더 화나게 했다. "그럼 저는 안 보고싶어요?"이 질문을 듣고 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혹시 저한테 불만 있으신 거에요? 제가 최운석한테 당신 지분 양도해서...""아니야." 그는 그녀가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돌려 말했다. "당신한테 불만없어. 당신 오늘 출근한 거 아니야?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을까봐 그랬지.""야근할게 뭐 있어요, 이제 당신이 우리 회사 대표인데 제가 왜 그렇게 목숨 걸고 일해야 해요?" 그녀는 그를 조롱했다. "당신 거기 벌써 11시죠? 왜 이렇게 늦게 씻었어요?""오늘 둘째 형이 밥 사서 술 좀 마셨어.""당신 술 마실 수 있어요?" 그녀는 놀랐다."조금만 마셨어, 괜찮아.""당신 김영아랑 같이 갔어요?"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그가 앞으로 돌아올 거라는걸 알지만 지금 매일 김영아와 함께 지낸다고 생각하면 찝찝함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응.""시험관 아기는요? 성공
그녀는 그와 의논하는 것이 아니였다,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이 말을 한 후 그녀는 영상통화를 끊었다.박시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샤워기 아래로 걸어가 물을 틀었다, 따뜻한 물방울이 그의 짧은 머리카락을 스쳐 몸을 흘러갔다.마음이 매우 초조했다.그녀가 그를 구하러 오겠다고 말했다.정서훈의 여자친구가 복수하러 온 것처럼.죽는다고 해도 망설임없었다.정서훈이 아직 살아있었더라면, 결코 여자친구가 목숨을 바쳐 자기 대신 복수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정서훈의 여자친구가 김형문에게 암살을 시도한 후 경호원에게 짓밟혔을 때의 눈빛을 그는 여전히 생생히 기억한다.그녀의 눈빛은 매우 밝았다. 그녀의 눈빛속에 분노는 뚜렷하지 않았고, 오히려 해방감 뿐이였다.그녀의 억척스러운 눈빛은 박시준으로 하여금 진아연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당시 그녀를 구해주려 했다.그는 만약에 자신이 Y국에서 죽었다면 진아연도 그녀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와 김형문을 찾아 복수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진아연이 자신을 구하러 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구조가 필요하든 아니든, 그는 그녀가 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는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침대 옆에 서있는 김영아를 한 눈에 보았다."시준 씨, 저희 아버지 내일 퇴원해요, 내일 우리 같이 병원에 데리러 가요!" 김영아는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제가 아버지께 용서를 구할게요. 당신은 내일 아무 말도 하지 마요, 아버지가 꼭 당신 용서하도록 할게요."박시준은 그녀 곁으로 다가가 해장국을 한입 떴다.해장국은 약간 신맛이 났는데 마시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가 국을 다 마시고 그녀는 바로 빈 그릇을 가져갔다."늦었어, 그만 가서 쉬어! 내일 일은 내일 얘기하자." 그는 김영아의 불안한 얼굴을 바라보며 시선은 차차 아래로 내려와 그녀의 복부를 향했다.그녀는 그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기 아직 작아서 티 안 나요!""응, 알아." 그의 말투는 매우 냉담했다.진아연이 지성이
그녀는 어젯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순간을 회상했다.당시 그녀는 오늘 김형문을 데리러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그가 대답이 없었을 뿐 거절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승낙하지 않은 건 거절의 뜻이였다.더군다나 그는 그녀의 몸을 선뜻 쳐다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어젯밤 그는 그녀의 배를 바라보았다.그는 어젯밤에 이상하게 행동했지만 그녀는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아마도 그는 밤에 떠났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침대는 그렇게 반듯하게 정리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영혼을 뺏긴 듯 온 몸에 힘이 풀렸고 방향을 잃었다.박시준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떠나더라도 작별 인사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그녀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계단을 내려왔는지도 몰랐다.아주머니는 넋을 잃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즉시 부축였다."아가씨, 왜 우세요? 방에 없어요?" 아주머니는 그녀를 쏘파로 부축였다. "제가 올라가 볼게요.""그 사람 떠났어요." 김영아는 아주머니의 팔을 잡았다. "그 사람 어젯밤에 집에서 안 잤어요, 어제밤에 언제 나갔는지 아세요?"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모르겠어요!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요." 아주머니는 멈칫하다 말했다. "보안 요원에게 CCTV를 확인해 보라고 할게요."아주머니는 말을 마친 후 즉시 밖으로 나갔다.김영아는 휴대폰을 들고 연락처를 뒤졌다.봉민의 번호를 보았을 때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박시준은 이유없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근데 지금 사라졌다!설마... 아버지가 너무 화나셔서 누구에게 시켜 데려간 걸까?이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봉민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 했다.그 때, 전화 한 통이 걸어왔다.그녀는 망설임없이 전화를 받았다."영아야, 나다." 전화기에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둘째 어르신."김영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 물었다: "둘째 어르신, 시준 씨가 사라졌어요! 시준 씨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
"영아야, 걱정하지 마, 네 아버지가 죽어도 킹문 그룹은 여전히 네 소유일 거야. 우리는 널 해치거나 괴롭히지 않을 거야. 우리가 시준이를 납치한 것도 다 너희를 위해서야. 네 아버지 지금 시준이를 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시준이한테 아무런 운영권도 주지도 않을 거고, 언젠가 시준이를 죽일 수도 있어. 시준이랑 잘 살고 싶으면 네 아버지는 반드시 죽어야 해.""안 돼요... 전 못 해요... 전 아빠를 해칠 수 없어요... 아빠 저한테 너무 잘해줬는데..." 김영아는 소리 내어 울었다."아빠가 잘해줬다고? 장난해? 네 아버지는 네게 상속권을 줄 생각을 한 번도 한적이 없었어." 둘째 어르신은 경멸하며 말했다. "내가 네게 아버지를 죽이라고 했다고 너무 놀랄 필요 없다. 네 아버지에게 친형이 있었다, 아마 들은 적도 없겠지만 네 아버지가 친형을 죽인 후 네 할아버지 손에서 김가의 재산을 빼앗아 킹문 그룹을 세운 거야."김영아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들은 내용을 믿을 수 없었다."만약에 네 아버지를 죽이지 않으면 아버지가 일부 재산을 봉민에게 줄 수도 있다. 봉민이 널 많이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도 다 너와 너희 집 재산 얻기 위해서야! 네 아버지가 죽으면 너희 김가의 재산은 봉가의 재산이 될 거야!"김영아는 눈앞의 세상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한 것 같았다.온실에서 태어나 늘 보살핌과 아첨을 받으며 살았는데 갑자기 누군가를 죽이라니, 그것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라니,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영아야, 내가 할 말은 다 했다. 좀 이따 사람을 보내 독약을 가져다주마. 독약을 아버지에게 먹이지 않으면 시준이에게 먹일 거야. 네 아버지가 죽지 않으면 시준이가 전에 우리한테 했던 약속들을 지킬 수 없으니 우린 반드시 시준이를 죽여야겠다."...아주머니는 CCTV를 확인한 후 거실로 돌아왔다.김영아는 소파에 앉아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휴대폰을 꽉 쥐고 있었다."아가씨, CCTV 확인 했어요. 박 대표님 새벽 2시에 나갔네요. 당시 전화를 받
병원.김형문은 병실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다.오전에 링거를 맞고 오후에 검사를 마친 후, 별문제가 없으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 치료받아도 가능했다.봉민은 김영아에게 연락 후, 흡연실로 향했고기분이 차차 진정되자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김형문은 그를 힐끗 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영아는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거지?""영아 씨가 가정부가 끓인 국을 기다리고 있다고 연락 왔어요." 봉민은 침대 옆에 앉아 말을 이었다. "아마 박시준 씨와 함께 올 겁니다.""흠, 전날 밤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어." 김형문은 불만 가득한 모습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물어본 거야.""그렇군요. 가정부가 끓이고 있는 국보다 박시준 씨를 설득하려고 애쓰는 거겠죠." 봉민은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이에 김형문은 차갑게 답했다. "그 녀석이 오든 말든, 만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너보다 훨씬 잘해줬고 믿어줬는데, 솔직히 그한테 모든 걸 다 맡길 뻔했어. 그런데 감히 나를 배신해? 하하!"멍하니 넋 놓고 있던 봉민은 그의 말보다김영아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거야?" 김형문은 그를 노려보며 화냈다. "이제 쓸모 있는 사람이라곤 너뿐인데, 정신 차려야지!""양아버지, 원하시는 건 군말 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박시준 씨와의 관계가 계속 나빠지면 영아 씨만 속상할 거예요." 봉민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임신한 몸이라 속상해 할수록 아이한테만 나쁜 영향을 끼칠 겁니다.""넌 영아만 신경 쓰는구나! 내가 박시준과의 관계가 왜 나빠졌을까? 영아가 무능해서 이렇게 된 거라 생각하지 않아?" 화가 머리끝까지 난 김형문은 소리 질렀다. "진아연처럼 박시준의 혼을 쏙 빼갔다면 내가 암살당하려 할 때 그냥 묵묵히 보고만 있었을까?"봉민: "양아버지, 영아 씨와 박시준 씨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그 정도의 감정이 생기기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요? 영아 씨에게 좀 더
"저한테 연락 주실 때 출발했어요." 김영아는 마음을 추스른 후, 보온병을 들고 병실로 들어갔다. "아빠, 저 왔어요."김형문은 그녀를 보자 다소 불편한 표정을 보이며 콧방귀를 뀌었다.그는 아무래도 김영아가 자기가 했던 말들을 들었을까 봐 걱정스러웠다."어제 박시준과 함께 온다고 하지 않았어? 왜 너만 왔어?" 김형문은 혼자 들어온 그녀를 보자 더욱 불쾌했다.박시준 이 녀석, 진짜 해보자는 거야?"어제 시준 씨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열이 났어요. 원래 함께 오려고 했는데, 아빠한테 병을 옮아 몸이 더 아프실까 봐 그냥 집에서 쉬라고 했어요." 김영아는 말하면서 보온병을 열었다. "오늘은 아빠가 좋아하는 갈비탕을 준비했어요. 제가 그릇에 덜어 드릴게요."마음이 불쾌한 김형문은 그녀의 말을 듣자 건성건성 답했다. "아침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더는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 같아."김영아는 그의 말을 듣더니 실망에 젖은 표정을 보이며 보온병을 닫았다.봉민은 실망하는 그녀의 모습에 바로 나서서 말했다. "그럼 제가 좀 먹을게요!"김영아는 그의 말에 심장이 벌렁거리며 얼굴이 빨개졌고 보온병을 들고 있는 손도 갑자기 떨기 시작했다.곁에서 지켜보던 가정부는 그녀의 모습에 바로 다가가 보온병을 받아 봉민에게 국을 담아주려 했다."안 돼요!" 김영아는 가정부의 손을 밀쳐내고 말했다. "이건 아빠한테 드리려고 가져온 건데 봉민 씨가 마시면 안 되죠. 봉민 씨가 마시면 아빠는 어떻게 마셔요? 그릇과 숟가락이 하나밖에 없단 말이에요."봉민은 김영아의 반응에 매우 당황했고가정부도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가씨, 사실 봉민 씨가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따 제가 다시...""안 돼요! 그럴 수 없어요! 이건 제가 아빠한테 드리려고 가져온 거예요." 김영아는 자기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이건 제가 아빠한테 드리려고 가져온 거예요. 아빠만 드실 수 있어요."봉민은 그녀가 성을 내자 바로 다가가 말렸다. "전 안 마실게요. 영아 씨, 화내지
김형문은 국을 마신 후 곧바로 눈을 감았고김영아는 곁에 있는 봉민한테 다가가 말했다. "먼저 나가보세요! 저 잠깐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이에 봉민과 가정부는 김영아를 위해 자리를 비워줬고병실 문이 닫히자마자 더는 참을 수 없는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방금 자기 손으로 아버지를 독살했다.사실 김영아는 병원으로 오는 도중 어찌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었고보온병에 담은 국을 굳이 아버지한테 드릴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온전히그녀를 쓸모없는 자녀라고 여겼던 아버지의 말 때문이었다.물론 이 세상에서 자신을 쓸모없는 자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이 때문에 김영아는 자기를 무시하는 아버지한테 굳이 마음 약하게 굴 필요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다.둘째 형은 김영아의 연락을 받고 김형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껄껄거렸다."영아 씨,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잠깐 기다려봐요. 곧 시준이한테 데리러 가라고 할게요." 둘째 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시준아, 들었지? 영아 씨가 김형문을 처리했대." 둘째 형은 소파에 앉아 있는 박시준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영아가 아직 어려도 김형문의 딸이 맞긴 맞네요. 뼛속 깊이 숨어있는 게 바로 그 독기죠."전날 밤, 박시준은 둘째 형의 부름으로이곳에서 어쩔 수 없이 밤새 지내게 되었다.물론 둘째 형도 김형문이 오늘 퇴원한다는 소식에 이런 계략을 세웠던 거다.천성 의심 많은 김형문한테 손을 쓰는 건 거의 불가능했고유일하게 이를 이뤄낼 수 있는 거라곤 김영아뿐이었으며 또한 결과적으로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었다."저도 함께 병원으로 가죠!" 둘째 형은 차가운 표정을 한 박시준에게 다가가 말을 이었다.병원.김영아는 전화를 마치고 병실 문을 열었다."봉민 씨, 잠시 들어오세요. 할 얘기가 있어요." 김영아는 빨간 눈을 하고 속상한 모습을 보였다.이에 봉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양아버지께서 쉬고 있지 않나요? 그냥 밖에서 얘기하죠!""일단
"그럼 저를 먼저 죽이세요!" 김영아는 그의 앞을 가로막고 말을 이었다. "봉민 씨, 제가 벌인 일입니다! 제가 독을 탄 국을 아버지한테 먹인 걸 똑똑히 보셨잖아요...""진짜 구제불능이네요! 어찌 그런 어리석은 짓을 벌인 거죠!" 기가 찬 봉민은 소리 높여 화를 냈다.김영아는 목 놓아 울면서 사과했다. "봉민 오빠... 진짜 죄송해요... 먼저 오빠와 얘기했어야 했는데...""오빠라고 부르지 마세요! 진짜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예요! 양아버지께서 어떻게 키우셨길래 이런 배은망덕한 짓을 한 거죠!" 봉민은 지금의 상황이 어이없는지 그녀를 혼냈고이처럼 그녀한테 소리 높여 꾸짖은 건 처음이었다.이에 김영아는 순간 몸이 나른해져 바닥에 주저앉았다."이 모두 제가 한 짓이에요... 탓하고 싶으면 저를 탓하세요... 절대 시준 씨를 탓하지 마세요...""왜 끝까지 그를 위해 사정하는 거예요! 도대체 그 사람이 당신한테 뭘 약속했길래 이러는 거예요? 영아 씨,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박시준 씨는 곧 A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진짜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예요? 양아버지께서 말리지 않으셨다면 이미 떠났을 거란 말이에요! 설마 양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영아 씨와 함께 행복한 삶을 이어갈 거라 생각해요?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꿈 깨세요!"김영아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떠날 리가 없어요. 전 그의 아이를 임신했으니까요..."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 형은 박시준과 함께 병원에 도착해 병실로 향했고김영아는 어두운 낯빛을 하고 있는 봉민 앞에서 무릎 꿇고 울먹이고 있었다. 수상한 분위기를 느낀 둘째 형은 박시준을 병실로 보내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김영아는 박시준을 보자 흐느끼며 말했다. "시준 씨, 아버지가 죽었어요. 저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어요."박시준은 다가가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를 일으켰고봉민은 김영아가 일어서자 박시준에게 다가가 그를 걷어차려 했다!"영아 씨를 이용해 제 양아버지를 죽이다니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