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죠! 제 친 자식처럼 대할 거예요." 김영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나중에 아이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어 진아연 곁으로 돌아오길 원하다면 아이의 뜻을 존중해 줄 수 있나요?" 정서훈은 계속해서 물었다.김영아는 잠시 망설였다."김영아 씨, 아이의 자유를 제한할수록 아이는 당신에게서 멀어질 뿐입니다. 사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우리 자신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서훈은 그녀가 침묵을 유지하자 도리를 얘기해 주었다."당신 말대로라면 시준 씨도 저에게서 멀어질 것 같나요?" 김영아는 그가 말하는 방식이 싫었다.정서훈: "저희는 지금 아이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당신과 박시준 씨의 일에 대해 전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상관할 바도 아니고요."김영아는 그가 없던 일로 할까 봐 바로 그의 말에 따랐다: "약속할게요. 만약에 나중에 아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어 진아연 곁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면 그건 제가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뜻이겠죠. 그렇다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존중하겠습니다."김영아의 대답을 듣고 정서훈은 그나마 조금의 위로를 받았다.왜냐하면 아이를 이식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유산시키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는 아이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아이를 이식하여 생명을 지켜주면 나중에 아이가 진아연에게 돌아갈 기회도 있었다.또한 지금 그들이 Y국을 떠날 수 있도록 김영아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했다.그는 여자친구와 3년째 연애 중이었고 올해 연 말에 부모님을 만나 뵙고 내년에 결혼하기로 했다. 지금 이곳에 갇혀있으니 최대한 빨리 떠나야 했다....박시준은 병원에서 나와 집에 가 쉬지 않았다.어젯밤 김형문의 병실에서 간호할 때 쉴 수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진아연의 병세는 그를 걱정하게 만들었다.그는 그녀가 병으로 떠나는 것이 왜 그렇게 두려운지 생각하고 있었다.그는 이렇게까지 기억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컸던 적이 없었다. 어젯밤, 그는 과거의 추억을 조금이나
"벗어나? 말이 쉽지."산이 형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가 죽지 않는 한 그에게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마라.""참, 이 일에 대해 의논하려고 불렀습니다." 박시준은 그들을 바라봤다. "김형문이 뺏어간 승원이랑 막내 산업 다 돌려드리겠습니다. 김형문이 혼자 설립한 킹문 그룹 빼고 나머지 원하는 거 다 가져가세요."세 사람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확실해?""확실합니다. 킹문 그룹은 김형문의 것이니 영아에게 남겨 줄 겁니다." 박시준은 찻잔을 들고 한꺼번에 마셨다. "문제가 해결되면 이곳은 당신들의 천하입니다, 전 A국으로 돌아갈 겁니다.""시준아, 정말 결정한 거니?" 배태준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A국에서 잘나가는 건 알지만 김형문이 Y국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네가 A국에서 가진 것보다 적지 않아. 네가 영아랑 잘 지내기만 한다면 앞으로 김형문의 것은 모두 네 것이 될 거야. 네 둘째 형이랑 넷째 형은 승원이랑 막내 산업만 되찾고 싶어 하지 다른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어.""셋째야, 시준이가 A국에 돌아가고 싶다는데 우리가 굳이 말릴 필요 있겠니? 시준이의 뜻이 여기 없다는 게 분명하잖니!" 둘째 형이 말했다."저도 시준이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준이가 A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저희가 도와줘야죠." 넷째가 입을 열었다.배태준은 두 사람을 노려 보았다: "너희 둘 시준이가 떠난 후 김형문의 재산을 나누려는 거지?""얘기 참 듣기 거북하게 하시네요. 시준이가 말했잖아요, 킹문 그룹은 김영아에게 남겨준다고요. 그럼 당연히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김형문 이 뻔뻔한 영감탱이는 맘에 안 들지만 영아는 귀엽잖아요. 어떻게 영아에게 아무것도 안 남겨주겠어요?" 둘째 형은 웃으며 해석했다."맞아요, 킹문 그룹은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근데 시준이가 떠나면 영아가 어떻게 혼자 회사를 관리할 수 있나요? 잘못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찍힐 수 있어요!" 넷째가 걱정하며 말했다. "영아가 우리에게 회사를 맡기면 매년
경호원은 머리를 긁적였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검사만 받으셨는데...""정서훈은 어디 있어?""모르겠습니다! 아마 결과 기다리고 계실 것 같아요!" 경호원은 정서훈이 시키는대로 하는 로봇에 불과했다."밥은 먹었어?" 박시준이 물었다.경호원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대표님을 지키고 있었습니다!""그럼 밥 먹고 와!" 박시준이 말했다. "내가 여기서 지키고 있을게.""네! 식사 하셨습니까? 포장해 올까요?""먹었어. 아연이꺼 포장해 와.""알겠습니다." 경호원은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병실을 나갔다.박시준은 병원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잠들어있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니 그녀가 세상을 떠난 것처럼 느껴졌다.그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큰 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감쌌다.그녀의 손은 약간 차가웠지만 그가 그녀의 손을 잡자 그녀의 손가락은 약간 움직였다.그녀는 아직 살아 있다.이를 확인한 후 그는 마음이 좀 놓였다.그는 손을 거두고 침대 옆 탁자를 흘끗 보았다.탁자 위에 그녀의 가방과 과일이 놓여있었다.어째서인지 그녀의 가방을 본 순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갑자기 마음이 조여왔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가방을 가져다 열어보았다.안에는 티슈, 알콜 소독제, 면봉이 들어있었다...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달랐다, 가방 안에는 어떤 화장품도 없었다.그녀의 가방을 닫으려 할 때 갑자기 가방의 중간막에서 무언가 잡혔다.그는 칸막이를 열고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종이를 펼치자 그의 손글씨가 적혀있었다.그의 각종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적혀 있다.그는 이 쪽지를 보며 목이 메어왔다.그가 그녀에게 써 준 것이다.만약에 그녀를 사랑하고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녀에게 모든 사적인 비밀을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문득 그녀가 얼마 전 자신의 각종 계정 비밀번호를 메모장에 적어놓은 게 떠올랐고, 알고 보니 자신도 전에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던 것이였다.그가 멍하니 있을 때 베개 옆에 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
라엘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엄마, 숙제 얘기 그만 해요! 진작에 다 썼어요, 맞게 썼는지는 모르겠어요.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숙제 검사해 주는 사람도 없어요.""엄마가 과외선생님 찾아줬잖아? 엄마가 좀이따 전화해서 숙제 검사하라고 할게.""네..." 라엘이는 두 달동안 놀아서 많이 산만해졌다, 숙제 얘기는 하고싶지 않았다.진아연은 딸의 소침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라엘아, 아빠 보고싶어?"그녀는 곁눈으로 박시준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꼈다.그는 틀림없이 라엘이를 보고싶을 것이다.라엘이는 '아빠'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놀란 고양이마냥 펄쩍 뛰었다: "전 아빠 보고싶지 않아요! 아빠는 나쁜 사람이에요! 제일 나빠요! 아빠가 아니었으면 엄마도 안 떠났을 거고 저도 이렇게 기분 나쁘지 않을 거에요!"진아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엄마, 갑자기 왜 아빠 보고싶냐고 하는 거에요? 혹시 아빠 옆에 있어요?" 라엘이는 박시준을 한참 꾸짖다 물었다."그래! 네 아빠 지금 바로 옆에 있어!" 진아연은 말하면서 카메라를 박시준을 향해 돌렸다.박시준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고 몸도 얼어붙었다.영상 건너편에 있는 라엘이도 스톱 버튼을 누른 것마냥 얼어붙었다."둘이 왜 얘기 안 해?" 진아연은 박시준 옆으로 걸어가 함께 딸을 바라봤다. "라엘아, 아빠도 라엘이 많이 그리워해, 동생도 많이 보고싶어 하고. 곧 집에 돌아갈 거야."박시준은 우선 정신을 붙잡고 쉰 목소리로 사과했다: "라엘아, 아빠가 미안해. 아빠 용서 안 해줘도 되니까 그만 화 풀어, 아빠가 마음이 아파.""흥!" 라엘이는 큰 소리로 콧방귀를 뀌며 휴대폰을 들고 이모님을 찾으러 달려갔다. "이모님, 저희 엄마 아빠랑 같이 있어요, 동생은 일어났어요?"지성이는 잠을 자고 있었는데 라엘이의 고함소리를 듣고 번쩍 눈을 떴다.이모님은 라엘이에게서 휴대폰을 받아 박시준을 보고 격동하며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 아연 씨가 선생님을 찾으실 줄 알았습니다. 여기는 다 잘 지내고 있어
진아연은 체크리스트를 들고 결과를 확인하고 눈살을 찌푸렸다."전에 계획 변경해야 할 거 같네.""맞아. 이 말 하려고 왔어." 정서훈이 말했다. "네 상태 지금 너무 빨리 악화되고 있어. 가능한 빨리 수술해야 해."진아연은 베란다를 흘끗 본 다음 체크리스트를 치웠다: "밤에 얘기 해.""그래. 밥은 먹었어?""아직. 경호원이 사러 갔어."정서훈은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해서 내 아침도 좀 부탁해야 겠어."진아연은 박시준과 아이의 대화를 듣고 싶어 베란다로 걸어갔다.그녀가 막 베란다에 이르렀을 때 베란다의 문이 열렸다.박시준은 영상통화를 마친 후 그녀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딸이랑 무슨 얘기 했어요?" 그녀는 휴대폰을 건네받고 물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약간 붉어졌다: "딸한테 물어봐! 나 이제 그만 올라가 볼게.""이따 밤에 또 올거에요?" 그녀는 머뭇거리며 물었다.그의 얼굴은 다시 빨개졌다: "상황 보고. 이따 문자 할게.""알았어요." 그녀는 그를 병실 밖으로 바래다줬다.그가 떠난 후 그녀는 병실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정서훈은 진아연을 놀렸다: "둘이 지금 병원에서 데이트하니? 너처럼 이렇게 여유만만한 환자는 처음이야.""내가 너의 실력을 충분히 믿고있다는 거지. 네가 꼭 잘 치료해 줄거라 믿어, 그래서 데이트 할 여유도 있는 거고.""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진 거 보니까 마음이 놓인다." 정서훈은 옆에 의자에 앉았다. "네가 그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는데 그래도 여기 남겠다고 하면 너한테 너무 불공평해.""공평하고 말고 그런 거 없어. 다 내가 원해서 한 거야. 그를 다시 되돌릴 수 없어도 원망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정서훈, 나한테 전신마취는 왜 한거야? 그냥 검사 받는 건데... 그리고 나 수술할 때 전신마취 또 해야되잖아."마취를 많이 해도 몸에 좋지 않다.정서훈도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 전신마취를 해야 그녀 몰래 몸속에서 태아를 빼낼 수 있었다."사실 전신마취까진 아니
"집에서 치료하시게요?""응, 의사가 심각하지 않다고 했어.""알겠어요, 그럼 내일 모시러 오겠습니다." 박시준은 말을 마친 후 봉민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오늘 밤 수고해줘요."봉민이는 침묵을 지켰다.박시준이 떠난 후 김형문은 봉민을 바라보았다."그가 영아를 빼앗아 가서 속상한 거 안다, 네 능력이 그보다 못하니 어쩔 수 없잖니?" 김형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인정할 수 없다면 겸손히 배워라, 언젠가 네가 그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를 대신할 수 있어.""양아버지, 알겠습니다.""영아 어디 아프니?" 김형문이 물었다."저한테 자세히 말해주진 않았습니다. 요며칠 찾아뵈러 못 올거라고만 했습니다. 일이 끝나면 제일 먼저 아버님께 말씀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봉민이 말했다. "뭔가 계획이 있는 거 같아요.""영아 어려보여도 절대 생각없진 않아." 김형문은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눈빛은 맑고 강했다. "영아가 김가의 이익을 우선순위에만 둔다면 아무 걱정 없겠는데. 그저...""영아는 이미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녀는 이미 박시준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문자로 알려줬어요."김형문은 이마를 찌푸리며 봉민에게 말했다: "네가 가끔씩 일깨워줘라!""양아버지, 알겠습니다!"별장 안.김영아는 가정부가 만든 수프를 마시며 기분이 매우 좋았다.지금 그녀의 뱃속에 작은 생명이 있다.이 작은 생명이 순조롭게 태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희망은 있다."이 아이가 진아연의 아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해요." 김영아는 수프를 마시며 가정부와 수다를 떨었다. "지금 제 뱃속에 있으니 제 아이예요."가정부는 그녀에게 아이디어를 말했다: "아가씨, 사람을 찾아서 정서훈을 죽이는 게 어때요? 정서훈만 사라지면 진실은 절대 밝혀지지 않을 겁니다."김영아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정서훈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정서훈이 큰 장애물인 건 맞았다.그가 진실을 말하면 그녀의 뱃속의 아이는 진아연에게 빼앗길 것이다.
진아연은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를 쓰고 박시준을 따라서 조용히 병원을 떠났다. 병원에서 나온 그녀는 즉시 그의 팔을 잡았다."근처 가까운 호텔로 가요! 정서훈이랑 경호원이 오늘 밤 당신이랑 호텔 간 거 알면 엄청 놀릴 거예요.""그래." 그는 대답한 뒤 입을 열었다. "호텔에 가는 건 샤워하기가 더 편해서야.""네, 호텔에서 샤워하기가 더 편하긴 하죠.""넌 지금 환자고 나도 그렇게 늑대는 아니야." 그는 자신을 위해 변호했다.그녀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뭐 저한테 변명까지 하고 그래요! 당신이 늑대인지 아닌지는 제 마음속에 답 있어요.""무슨 답?" 그는 그녀의 빨개진 얼굴을 바라보았다."때로는 늑대고 때로는 군자에요." 그녀는 대답하는 동시에 질문했다. "시준 씨, 당신이 저에 대한 인상은 어때요?""네가 나에 대한 평가랑 같아." 그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네가 먼저 날 유혹했어.""하! 김영아도 분명 당신을 유혹했을 거예요." 그녀는 그의 큰 손을 꽉 잡았다. "넘어갔어요?""나 이미 당신한테 빠져 넘어갔잖아?""양다리 걸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진짜?" 그는 애꿎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그의 경박한 반문에 화가 났다.그녀는 그의 허리를 꼬집었다.그는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앞을 보며 눈빛을 보냈다: "그냥 앞에 있는 호텔로 가자!""네."두 사람은 손깍지를 끼고 앞에 있는 호텔을 향해 걸어갔다.그들 뒤에선 봉민이 어두운 눈빛으로 그들이 호텔에 들어가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봉민은 김영아의 전화를 받고 김형문의 병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박시준과 진아연이 다른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들 눈에는 서로만 보였고 봉민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김영아는 박시준과 진아연이 옛 정이 되살아나 알콩달콩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지만 봉민은 견딜 수 없었다.박시준의 행동은 김가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게다가 김영아가 아무리 말로는 괜찮다고 해도 어떻게
"제 경호원이나, 정서훈 씨한테 전화 좀 해 줘요. 제가 의식을 회복하고 나면 와 달라고요." 그녀가 말했다. "수술은 별문제 없을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당신이 이곳에서 무사히 떠나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해야만 안심이 될 것 같아.""전 당연히 무사히 이곳을 떠날 거예요. 당신도 마찬가지고요." 그녀는 옷을 갈아입은 뒤 휴대폰을 집어 들며 말했다. "전 이만 가볼게요.""그래. 조심히 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알았어요."그녀는 호텔에서 나와 병원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녀는 10분도 되지 않아 병실에 도착했다.다행히 정서훈과 경호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그녀는 세수하러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병실 침대로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했다.정서훈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오늘 새벽 4시에 온 메시지였다.네 수술을 해줄 수 없게 되었어. 여자친구가 얼른 귀국하라고 난리야. 먼저 가야 할 것 같아. 정말 미안해!이 메시지를 본 진아연은 매우 놀랐다.그녀는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 함께 식사할 때, 그가 얘기한 적 있었다.그때, 경호원이 아침 식사를 손에 들고는 병실 문을 열면서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곧바로 휴대폰을 내려놓았지만, 그녀의 표정까지 곧바로 숨길 수는 없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 경호원이 아침 식사를 탁자에 올려두었다. "아침에 정서훈 씨를 부르러 갔었는데, 문 앞에 방해하지 말라는 팻말을 걸어두셨더라고요. 정말 이상해요.""그가 떠났어요." 진아연이 말했다. "새벽 4시에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제 수술을 해줄 수 없게 되었다고요.""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두 분 혹시 싸우셨어요?" 경호원이 깜짝 놀라 물었다.오늘이 바로 수술 당일인데, 주치의가 떠나버렸다니! 그럼 도대체 어떻게 수술한단 말인가?"여자친구가 얼른 돌아오라고 화냈나 봐요. 그래서 먼저 떠났대요." 진아연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다른 의사를 찾으면 되죠. 수술이 그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