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반박하지 않았다.두사람의 연애는 확실히 지루한 편이다.예를 들어, 지난주에 두 사람은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그는 서재에서 일을 처리하거나 거실에서 책을 읽었다.그녀는 논문을 쓰거나 거실에서 그와 함께 책을 읽었고 그는 영어도 일본어도 아닌 외국어 서적을 읽고 있어 그녀는 책 제목조차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역시 노경민 교수가 저술한 영어로 된 신경내과 관련 책을 읽고 있어 박시준도 책 속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열등감이 생기지 않았다."아연아, 내 목걸이 어때?" 여소정이 갑자기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 펜던트를 꺼내 진아연에게 보여주었다."예쁘다. 남자친구가 선물한 거야?""응! 새해 선물. 내 이름도 새겨져 있어!""소정아, 인터넷 쇼핑몰에서 액세서리 몇십 개 구매하면 이름까지 다 무료로 새겨줘." 진아연은 의미심장하게 충고하였다. "연애도 정신 차리고 해!"여소정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중요한 건 새겨진 이름이 아니라 남친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내가 너무 기쁘다는 거야! 만약 남친이 나에게 더 이상 이런 느낌을 가져다줄 수 없다면 헤어질 때가 된 거지."진아연은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너 반응이 무심한 거 보니 박시준의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구나, 그치?"라고 여소정은 추측했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이 쪼잔할 리 없잖아?"진아연: "나도 그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 적이 없어.""둘이 아직 신혼인데! 벌써 오래된 부부사이처럼 된 거야?" 여소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연아, 그는 나이가 많아서 로맨틱한 걸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넌 아직 어리잖아! 어린 게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해? 그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네가 적극적으로 해봐!"진아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끓는 육수에 채소를 넣었다.저녁 7시에 신년 축제가 시작되었다.무대 뒤 탈의실에 있는 진아연과 여소정."아연아! 니 남편...""말 조심해!" 진아연은
그녀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었고, 느슨한 흰색 롱 스커트와 함께 파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그녀는 기타를 들고 무대 중앙에 앉아마이크 높이를 조정했다.곧바로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스포트라이트가 그녀를 비추었다.그녀의 맑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기타소리와 함께 유유히 흘러나왔다.진아연은 무대 아래에 앉은 박시준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자신을 향한 그의 뜨거운 시선을 느낄수 있었다.그녀는 더 몰입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잠시 후, 무대의 조명이 켜졌다!오색찬란한 꽃잎이 공중에 휘날리기 시작했고 관객들은 이에 열광하며 외쳤다!눈을 뜬 순간, 진아연은 눈앞의 모습에 놀랐다.휘날리는 꽃잎에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무도 그녀에게 공연할 때 꽃잎을 날린다고 말해주지 않았다!설마 학교에서 임시로 준비한 건가?그녀는 긴장했는지 볼이 뜨거워졌지만 어쩔 수 없이 노래를 계속 이어 불렀다.그 순간!드론 한 대가 공중에서 무대로 날아왔다!그 드론에는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현장은 다시 불타올랐다!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진아연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워 졌다.무대 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여소정은 너무 부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런! 이 아저씨 완전 선수네!"박시준이 지루하고 감성이 메마른 남자라 평가한 자신이 바보 같았다.이 꽃 들이며, 드론이며... 완전 낭만적인 남자잖아!마치 뺨을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진아연의 노래가 끝나자 드론이 그녀 앞으로 날아와 멈췄다.그녀는 환한 표정으로 붉은 입술을 오므리며 드론에서 꽃다발을 떼어 손에 쥐었다.무대 아래에서 보고 있던 관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를 보냈다."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타를 등에 메고 한 손에는 꽃을 든 그녀는 이 말을 마치고 관중석 첫째 줄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잠시 눈을 멈췄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드론은 그새 날아갔고꽃잎 비도 멈췄다.첫째 줄에 앉아 있던 박시준도 자리를 떴다.모든 것은 마
진아연은 옆에 있는 남자가 순간 긴장했음을 바로 느꼈다.그의 옷차림 때문에 훨씬 더 젊게 보이지만그래도 삼촌으로 보였으니 당연히 기분 나빴을 것이다."난 진아연의..." 박시준이 입을 열었다."나 이 친구와 모르는 사이에요." 진아연이 먼저 박시준의 손을 잡고 해명했다. "밖에 추운데 우리 일단 차에 타요!"그와 동시에 여소정은 남학생을 끌고 떠났다.진아연은 여소정에게 감사 의사를 표한 후 박시준을 부축해 검은색 롤스로이스 쪽으로 걸어갔다."박시준 씨, 아직 다리가 낫지 않았는데 걷는 건 무리에요." 진아연이 걱정스러 말했다."이제 아프지 않아." 그는 진아연이 품에 안고 있는 꽃을 보고 어색한듯 머뭇거렸다. "선물은 꽃 속에 있어.""네?" 그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저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고요? 하지만 전 박시준씨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는데."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지난 일주일 동안 두 사람 모두 쇼핑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는데 선물을 준비할 시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박시준은 차문을 열어 그녀가 먼저 타도록 했다. "선물을 받기 위해 주는 거 아니야."진아연은 그의 낮고 섹시한 목소리에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꽃을 안고 차에 올라타 꽃을 만지작거렸다.과연 그의 말대로 꽃다발 속에는 핑크빛 케이스가 있었다.케이스를 꺼내서 열어보니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특별한 디자인은 아니였지만 다이아몬드가... 매우 컸다.그녀는 곁에 앉은 박시준을 보며 놀리기 시작했다. "전에는 벼락부자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참 취향이...""싫어?" 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어떤 걸 좋아해?"모든 여자들이 다이아몬드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다이아몬드가 크면 클수록 더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그녀는 목걸이를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그에게 보여주었다. "다이아몬드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이아몬드가 너무 크면 거추장스럽게 보일 수 있어요."그는 그녀의 작고 하얀 손을 보며 전혀 거추장스럽다고
성빈: 네 마누라 노래 정말 잘한다! 가수 해도 되겠어!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메시지를 클릭했다.사실 그의 휴대폰 화면이 켜질 거라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화면 잠금이 설정되어 있다면 휴대폰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의 클릭에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화면 잠금도 설정하지 않은 것이다.성빈은 그에게 메시지와 함께 동영상 하나를 보냈다.바로 그녀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영상이었다.여소정도 방금 이 동영상을 그녀에게 보내주면서학교 게시판에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고 알려줬다.그녀는 리턴 버튼을 눌러 그의 휴대폰을 원래 자리에 놓았다.그러다 실수로 그의 휴대폰 갤러리가 열게 되었고그 안의 사진을 보게 되였다....박시준이 씻고 나오자 진아연은 그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였다.그는 다가와 침대 옆에 앉았다."저 갑자기 요리에 관심이 생겼는데 요리해 드릴까요?"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심이야?""당연하죠! 하지만 맛은 보장할 수 없어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녀의 눈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럼 내일 한번 해봐.""알겠어요!" 그녀는 회색 잠옷을 입은 그를 보며 조언했다. "아무래도 옅은 색의 옷이 잘 어울리네요. 앞으로 옅은 색 옷을 많이 입으세요.""근데 네 친구는 나를 계속 삼촌이라고 하잖아.""고의로 그렇게 말한 게 아닐까요?" 진아연은 양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 안고 그를 달래였다. "오늘 밤 진짜 멋있었어요."그는 큼지막한 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물었다. "왜 갑자기 이렇게 열정적인 거지?"그의 시선에 낯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진 그녀는 그의 품에 머리를 묻고 속삭였다. "이유 같은 거 없어요, 그냥 갑자기 안기고 싶어서요."그는 그녀의 말 한마디로 그의 마음속에는 따뜻함이 맴돌았다. 그는 두 팔을 벌려 그녀를 꽉 껴안았다.설날이 지나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그는 매일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그녀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
저녁 무렵 그들은 집으로 들어가 쉬었다.왜냐하면 오늘은 밤을 새워 새해를 맞이할 생각이기 때문이다.박시준이 잠들자 진아연은 바로 눈을 떴다.그녀는 박시준의 얼굴을 보고 또 보았다.시간이 이대로 멈출 수 없다는 게 너무나 큰 유감이었다. 이 순간 모든 게 멈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오후 4시, 깨어 나보니 진아연이 옆에 없었다.박시준은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진아연을 찾았다."일어났어요!" 진아연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양식을 준비했는데 어때요?"주방으로 들어간 박시준은 분주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안정되었다."저녁은 내가 할게!" 박시준이 말했다."요리도 해요?" 진아연은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할 수 있으면 해 봐요! 아직 시준 씨가 해 준 밥을 먹어본 적이 없네요!"그녀는 앞치마를 벗었다."해 본 적 없어. 하지만 레시피 보면서 하면 돼." 그는 앞치마를 건네 받으며 말을 이었다. "거실에 가서 좀 쉬어.""여기서 시준 씨가 요리하는 모습 지켜봐도 될까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물론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그녀가 편히 앉아서 볼 수 있게 의자까지 가져왔다.그녀는 의자에 앉아 차근차근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 행복함을 누리고 있었다.그는 무엇을 하든 항상 능통함을 보여줬다.저녁 무렵, 진아연은 그가 요리한 스테이크를 먹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레스토랑 주방장이 요리한 것보다 훨씬 낫네요."박시준: "아마 네가 갔던 레스토랑이 별로라서 그렇겠지."진아연: "칭찬하면 그냥 좀 편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나요?"박시준: "그래, 나도 내 요리 실력이 꽤 좋다고 생각해."진아연: "하하하... 브로콜리 드세요, 전 브로콜리가 싫거든요."그녀는 접시에 담긴 브로콜리를 건네주면서 그의 접시에 담긴 작은 토마토를 입에 집어 넣었다."진아연, 편식하면 안 돼." 박시준은 브로콜리를 먹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진아연은 그의 말에 단호하게 부인했다. "전
"아연아, 새해 복 많이 받아." 그는 손을 들어 그녀 얼굴에 남은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뒤로 물러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시준 씨, 저 이제 떠나야 해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뺏다."이거, 돌려줄게요."그녀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서 그의 코트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전 박시준 씨를 좋아해요. 하지만 더 이상 이대로 지내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고개를 들고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 "박시준 씨의 컴퓨터와 핸드폰 속에는 전부 그 여자의 사진이더군요. 마음속에도 분명 그녀가 있겠죠. 저한테 잘해준 건 인정하지만 그 여자를 더 사랑하고 있잖아요. 더는 설명을 강요하지 않을게요. 포기하라고도 강요하지 않을게요. 모든 게 소용없다는 걸 저도 알고 있으니깐요.""우리 헤어져요." 이건 의논이 아니라 그에게 통보를 하는 것이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헤어지자고 통보하기 전,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기 때문이다.진아연은 그동안 매일같이 식사를 챙겨줬고 밤마다 자기를 안고 잤는데... 그는 검은 머리가 파 뿌리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할 거라 생각했다.그녀는 언제부터 헤어질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지?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바가 없었다.설날 이후인가?아니면 더 오래전부터였나?"저 곧 떠날 거예요. 이혼 문제는 변호사에게 맡길 테니 설날이 지나면 변호사가 연락드릴 거예요." 진아연은 눈물을 닦으며 계속해서 뒤로 물러섰다. "박시준 씨, 앞으로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마요. 연락도 이제는 하지 말고 그냥 저를 본 적 없다고 생각해 주세요!"그녀는 눈물을 참으며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의 컴퓨터에서 처음 그 여자의 사진을 봤을 때 궁금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의 휴대폰에서도 그 여자의 사진을 보자 큰 충격을 받았다.그의 휴대폰에는 그 여자의 사진뿐이었다.이 잔혹한 현실을
일주일 후. A 시의 스타팰리스 빌라의 영업부.진아연은 건축물 모형을 유심히 바라보고있었다판매원이 그녀의 젊은 얼굴을 살펴보더니 물었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저희가 판매하고 있는 빌라 종류는 단독 주택 빌라랑 연립 주택 빌라 이렇게 남아 있는데요. 어떤 걸 원하시나요?"진아연: "혹시 남은 단독 주택 빌라가 있나요?"판매원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 순간 변했다. "네! 한 채 남은 게 있는데 면적이 좀 넓어서 말이죠. 300여평의 면적에다... 단독 주택의 가격은 연립 주택 가격보다 비싸기 때문에..."진아연: "지금 결제하면 바로 입주 가능한가요?"판매원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빌라는 인테리어가 다 되어있고 가구도 전부 증정해 드리거든요. 바로 입주 가능합니다."진아연: "알겠습니다. 총 얼마죠?."판매원 : "총 57억 9천만원입니다.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남은 단독주택 빌라가 딱 한 채뿐이라. 가격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신다면..."진아연은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녀의 딸인 라엘은 장희원의 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지금 그들한테는 머물 곳이 필요했다.진아연은 다시 판매원을 보며 말했다. "일단 집을 볼 수 있을까요?"판매원은 바로 그녀를 빌라로 안내했고장희원과 두 아이만 사무실에 남겨졌다.여자애는 장희원의 품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남자애는 장희원의 옆에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 속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남자 아이는 캡 모자를 쓰고 흰색의 느슨한 반팔과 회색 데님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준수하고 잘생긴 얼굴은 마치 만화책에서만 걸어나온 듯한 어린 왕자 같았다.이때 판매원이 다가와 초콜릿 두 개를 아이에게 건넸다."꼬마야, 너 몇살이니?"진지한: "...""이름이 뭐니?"진지한: "...""할머니 품에 안긴 여자애는 네 누나야, 동생이야?"진지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장희원은 판매원이 민망해하는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죄송합니다. 애가 워낙 말
"아연아, 나 생필품이랑 채소 사러 갔다 올 테니까 졸리면 좀 쉬어." 장희원이 진아연에게 말했다.진아연은 여행 가방을 열어 물건을 하나씩 꺼냈다."엄마, 외출할 때 안전 조심해. 잠도 안 오고 한 데 짐 풀고 있을게.""그럼 엄마 갔다 올게."장희원이 나간 후 주위가 조용해졌다.진아연은 재빨리 짐을 풀고 아이들 방으로 가서 살펴봤다.라엘은 자고 있었고 지한이는 동생 옆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방에서 나와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이 묻어났다.지한이는 건강한 아이지만 보통 사람들과 좀 다르다.말하기를 싫어하고 낯선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한다.네 살인 나이지만 학교에 가 본 적도 없다.진아연은 아이가 걱정돼 신체검사도 여러 번 해 봤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고 심지어 대뇌피질은 보통 사람보다 발달했다고 했다.그래서 문제는 심리적 문제라고 생각했다.진아연은 아이를 데리고 정신과 의사도 찾아가 봤지만 여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다행히 딸 라엘한테는 이러한 문제는 없었다.물론 라엘도 낯선 사람과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의사 표현은 가능했다.이때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진아연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아연아, 지낼 곳은 구했어?" 전화 저편은 노경민 교수의 조교인 위정이었다."네, 지한이, 라엘은 자고 있고 엄마는 방금 마트에 갔어요." 진아연이 말했다. "언제 귀국해요? 들어오면 한 번 만나요.""귀국하면 찾으러 갈게. 너한테 알려줘야 할 일도 있고 말이야." 위정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5년 전쯤인가. 박시준이 노 교수님께 부탁한 일이 있어. 워낙 기밀 사건이라 교수님께서 언급한 적 없었는데. 근데 3일 전쯤 박시준이 교수님의 학생 명단을 수집하기 시작했어.""학생 명단은 왜죠?" 진아연은 궁금해졌다.위정: "경찰이 교수님의 사망 원인을 조사할 때 사망 직전에 박시준에게 걸었던 전화를 조사한 적이 있어. 통화 중, 교수님은 더 이상 그를 도울 수 없다며 자기 학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