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냥 모든 걸 말해 주면 되잖아!" 마이크는 그녀의 말에 속이 답답했다. "시은 씨가 살아있다고 알려줘! 너를 미워하는 것보다 사실을 알고 마음 아픈 게 훨씬 낫잖아.""내 전화를 받지 않아. 어제부터 계속 연락했는데 안 받아. 이제 이 전화번호를 쓰지 않는 거 같아. 마이크, 나 지금 마음이 너무 아파." 진아연은 지금의 무력함과 슬픔을 숨길 수 없었다."아프긴 뭐가 아파! 그가 없어도 너한테는 아이가 셋이 있잖아!" 마이크는 목소리를 높여 진아연을 꾸짖었다. "시은 씨의 수술은? 시간 정했어?""이상 없으면 내일 진행할 거야." 진아연은 숨을 크게 내쉬며 말을 이었다. "어제 시은 씨와 얘기했어. 여전히 착하고 순진해. 그리고 박시준 씨가 보고 싶다고 수술 마치면 그와 만나자고 했어. 그런데 인제 박시준 씨와 연락도 안 돼서...""혹시 다른 사람의 연락을 받을지도 모르잖아. 너도 일단 컨디션 조절하고 있어. 시은 씨 수술이 성공하면 알아서 찾아오지 않을까?" 마이크는 계속해 그녀를 위로했다. "곧 아이와 함께 B국에 갈게.""그래. 그럼 나 먼저 병원에 가볼게.""아연아, 사랑은 삶에 다채로움을 줄 뿐이지, 필수품이 아니야. 절대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마.""알았어."마이크는 통화를 마친 후, 별장으로 돌아갔고라엘이 잠들고 나서야 밖으로 나왔다.박씨 별장을 떠나 향한 곳은 바로 조지운의 집이었다.박시준이 ST그룹을 떠난 후, 조지운은 마치 영혼이라도 잃은 듯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앞으로 박시준이 ST그룹에 발을 들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뿐만 아니라 최운석이 곧 대표 자리에 앉을 거라는 생각만 해도 그한테 굉장한 충격이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최운석이 어떻게 ST그룹의 대표님이 될 수 있다는 거지?그리고 최운석의 배후는 박한 부자인데, 이리 하면 회사가 박한 부자에게 넘겨진 것과 다를 바 없다.조지운 이런 생각에 그저 속상할 따름이다.박시준의 곁에서 수년 동안 일해온 그는 박시준이 이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고박시
"네. 그래도 사실을 알게 되면 아연이 혼자 힘들어하는 것보다 낫죠.""왜 일찍 말하지 않았어요!" 조지운은 들고 있는 물잔을 바닥에 던지고 버럭했다. "전부터 알고 있었죠? 그런데 왜 저한테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요? 완전 나쁜 놈이네!"마이크는 그의 책망에 얼굴이 붉어졌다. "아연이도 자기의 생각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럼, 아연이의 말도...""나가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조지운은 주먹을 꽉 쥐고 외쳤다.이제 와서 사실을 말하다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왜 갑자기 화를 내요? 박시준 씨와 연락이 안 돼요? 전화로 연락 안 되면 메일이라도 보내요... 그렇다고 모든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정지하지 않았겠죠?" 마이크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 조지운이 진정하게끔 설명했다."대표님에게 시은 씨에 관한 일들을 알려줘봤자 뭐가 변하죠?! 이미 지분을 넘겨줬다고요! 마이크 씨와 진아연 씨는 정말 바보 멍청이예요!" 조지운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마이크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깜짝이야! 욕하는 것도 모자라 주먹까지 쓰다니! 당신 지분을 준 것도 아니잖아요!" 마이크는 얼굴을 부여잡고 조지운을 소파에 밀쳤다. "그리고 최운석 씨가 아연이손에 있는데, 나중에 다시 지분을 당신 대표님에게 돌려주면 되잖아요!""말이 참 쉽네요!""아주 간단한 일이잖아요! 왜 굳이 일을 어렵게 생각하는 거죠!"두 사람은 서로 한참 노려보며 아무 말 없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조지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알겠어요. 제가 대표님에게 연락해 볼게요! 연락 안 되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진아연 씨가 한 짓이니 누구를 탓하겠어요!""아연이를 그만 꾸짖으면 안 될까요?" 마이크는 아픈 얼굴을 부여잡고 말을 이었다. "박시준 씨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도 박시준 씨가 난폭하고 나약해서 그런 거잖아요! 모든 일을 처리하고 알려주려 한 건데 무슨 잘못이에요!""대표님이 난폭하고 나약하면 진아연 씨는 독선적이고 쓸데없이 착한 일만 늘리는 사람이잖아요!""분명 당신 대표님의
아침, 위정은 병원에 도착한 진아연과 만나 그녀의 부은 눈을 보더니 어찌 된 일인지 물었었다.곁에 있던 최운석도 이때 이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었다.진아연은 그의 말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와 박시준 씨는 시은 씨의 일 때문에 헤어진 거예요. 제가 왜 최운석 씨를 데리고 여기에 온 건지 몰라서 화낸 거예요.""그러면 어떻게 해야 화를 풀까요?" 최운석은 눈을 끔벅이며 순진하게 물었다.아주 간단하고 직접적인 질문이지만, 진아연은 이에 마음이 움찔했다.솔직히 어떻게 해야 박시준이 화를 풀지 그녀도 몰랐기 때문이다."최운석 씨, 시준 씨가 준 지분을 절대 박한 씨와 박우진에게 주면 안 돼요. " 진아연은 침대 옆에 앉아 부드럽게 설명해 줬다. "이 지분은 엄청 많은 돈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만약 이들에게 주면 앞으로 절대 최운석 씨에게 악의를 품을 거고 아마 나쁜 일들을 꾸밀 수도 있어요."최운석은 그녀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연 씨한테 줘도 되지 않을까요?"진아연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일단 수술 마치고 얘기하죠. 저는 지금 수술이 잘 되고 최운석 씨와 시은 씨가 건강하길 바랄 뿐이에요."Y국공항에서 나온 박시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형문과 그의 경호원들을 바로 알라챘고김형문도 바로 다가와 박시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그깟 여자 때문에 나와 절교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어. 지금은 아마 내 투자에 대해 이해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이것저것 설명해 줄게.""오늘 재밌는 곳에 갈 생각인데, 같이 가자. 너에게 내 투자 프로젝트의 최신 결과물을 보여줄게! 보고 나면 아마 깜짝 놀랄걸!"이들은 차에 타 공항을 떠났고약 한 시간 후, 차는 외딴 공원에서 멈췄다.박시준은 경계 가득한 시선으로 주위를 살피며 공원 입구의 간판을 유심히 바라봤다.간판에는 2개로 나뉘었고 야생동물원과 생물 실험실로 적혀있었다.이에 박시준은 이해할 수 없는지 김형문에게 물었다. "생물 실험실을
"수술을 마치자 자기가 좋아하던 수컷 원숭이와 새끼 원숭이들을 전부 잊었고 암컷 원숭이에 대한 질투심도 함께 사라졌지 뭐야... 수술 후, 새로운 친구들도 생겼고 다른 원숭이들과 잘 어울려 건강도 많이 회복했지."김형문의 눈동자는 말할수록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이런 수술을 사회로 널리 알릴 생각이야. 물론 수술 비용도 부자들만 소비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정할 거야. 아무래도 팀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서 이룬 기술이니 말이야.""그런데 저한테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죠?" 박시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설마 저를 원숭이라 생각하시는 거예요?"김형문은 그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왜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거지? 난 그냥 이런 성과를 너한테 알려주고 싶은 것뿐이야.""이런 기술로 돈을 벌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네요." 박시준은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 "부자들은 자기 목숨을 가장 아끼는 사람들뿐이죠. 이런 사람들이 누가 감히 자기 기억으로 도박하겠습니까? 만약 수술 실패로 바보가 된다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뿐이잖아요.""그게 바로 우리가 이룬 성과의 특징이라고 보면 돼." 김형문은 그와 함께 생물 실험실로 향하며 말을 이었다. "수술 실패로 바보 되는 일은 없으니까 말이야.""확실해요?""그래. 수많은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김형문은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시준아, 너한테 이런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이번 기회로 수술받아볼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은 것도 있어."박시준: "...""진아연 씨를 네 머릿속에서 지우면 사랑에 속상할 필요도 없고, 앞으로 그녀를 위해 어리석은 짓을 할 일도 없지." 김형문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성공을 이룬 네가 진아연 씨 때문에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본 내가 진아연 씨를 얼마나 싫어하고 있는지 모를 거야. 걱정하지 마. 진아연 씨에게 복수할 생각은 없어. 다만 네가 그녀를 완전히 잊어줬으면 하는 생각이야."박시준
진아연은 아들의 차갑고 진지한 모습에 눈물샘이 고장 난 듯 눈물을 계속 흘렸고위정은 급히 다가가 한이를 끌고 옆으로 향했다."한이야,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위정은 낮은 목소리로 타일렀다. "혹시 시은 씨가 살아있는 것에 불만이 있는 거야?""아니요. 시은 누나가 살아계시길 바라지만, 이건 엄연히 다른 문제예요! 저는 박시준 씨를 싫어하지만, 이런 몰골이 되는 걸 바라지도 않아요!" 한이는 붉어진 눈시울로 말을 이었다. "제 목표는 그를 뛰어넘는 거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없는 그라면, 제 목표도 이룰 수 없잖아요!"위정은 한이의 생각에 한이가 안타까운지, 바로 그를 품에 안았다."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며칠 동안 지내면서, 네 엄마보다 속상한 사람은 없을 거야." 위정은 쉰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네 아빠한테 모든 걸 포기하라고 요구한 적 없었고 강요한 적도 없어. 모든 일이 우리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잖아. 아직 어리니까 아마 이해하지 못할 거야."진아연은 수술실 밖에서 고개를 들고 눈물을 멈추려고 애썼다.한이의 말은 그녀를 탓하는 게 분명하지만그녀는 한이의 반응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의 말대로 이 모든 건 그녀의 잘못이니까 말이다.박시준은 이제 모든 것을 잃었고 진아연은 그의 행방도 알 수 없게 되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오후, 마이크는 라엘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아직 여름방학은 아니지만, 마이크는 미리 선생님에게 말해 3일의 결석을 부탁했고 이로써 아이와 함께 B국에 올 수 있었다."수술은 어떻게 됐어?" 진아연과 만난 마이크는 보자마자 바로 물었다."수술 끝나고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해." 진아연은 시간을 보더니 말을 계속 이었다. "우리 일단 밥부터 먹자!""그래." 마이크는 아이들을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 "한이는 언제 왔어?""오전에 도착했어.""한이야, 오늘 수업 없어?"
"나도 모르겠어. 이따 지운 씨한테 물어보고 변호사 연락처를 받으면 너한테 알려줄게.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갑자기 화내지 마." 마이크는 흥분한 진아연의 모습에 급히 타일렀다."그럼 처음부터 이렇게 말하면 되잖아." 진아연은 코를 훌쩍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더는 전처럼 항상 침착하게 다른 사람들을 위할 수 없단 말이야."박시준이 떠나므로 그녀의 영혼도 이와 함께 떠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고그를 잃은 후에야 뼈저린 아픔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었다."후회돼?" 마이크는 진아연의 모습이 걱정됐다. "혹시 일찍 알려줬더라면...""미리 알려줬으면 또 다른 결과로 바뀌었겠지."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다만 더 나쁜 상황이면 어떡하지? 지금은 후회하는 것보다 빨리 만나고 싶어.""그래. 며칠 동안 잠을 설쳤지? 얼굴이 수척해졌잖아. 이대로라면 박시준 씨와 만나도 알아보지 못할걸." 마이크는 그녀를 위로해주기 위해 장난삼아 말을 이었다."그럴 리가. 아무리 내 모습을 기억하지 못해도 목소리마저 까먹었을까?" 진아연은 그의 장난에 꿋꿋이 반박했다. "비록 시준 씨가 불에 타 재가 되어도 그를 알아볼 수 있어."마이크는 그녀의 말에 등골이 서늘했다. "내가 그를 저주했다고 나무라 할 때는 언제고, 너도 마찬가지잖아?""난 그가 어떤 모습이 되어도 잊지 않을 거라고 말한 것뿐이야. 그도 분명 나처럼 잊지 않았을 거야.""애정이 깊다는 건 알겠지만, 이대로 슬픔에 젖어 있으면 몸만 아플 뿐이야. 아무리 찾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지 않을까?""그래."이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시은 씨는 병원에서 의사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집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내일이면 한이도 학교에 가는데, 오늘 한이와 함께 있어. 내일 내가 한이를 학교로 보내줄게." 마이크는 피곤한 진아연을 보며 입을 열었다."그래."진아연은 집에 도착하자 아이들의 방을 정리했고거실에 있는 라엘은 한이를 끌고 학교에 관해 물었다.
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고겁에 질린 진아연은 바로 그녀한테 물었다. "은서야, 방금 나한테 장난친 거지?""누가 이런 일로 장난쳐요." 전화 저편의 최은서는 왠지 우울한 듯했다. "아무래도 유산해야 하지 않을까요?""임신 테스트기로 검사하고 병원에 가서 검사까지 받았어?""아니요." 최은서는 한숨을 내쉬고 고뇌에 빠졌다. "오늘 약국에 가서 감기약 살 때, 임신 테스트기도 샀어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진짜 임신했을 줄이야!""그럼 아기 아빠는 누구야?" 진아연은 그녀의 얼렁뚱땅한 태도와자기 자신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났다."말하고 싶지 않아요." 최은서는 의외로 단호한 태도로 답했다."은서야, 박시준 씨에 관한 뉴스를 봤지?" 진아연은 진지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이제 A국에도 없고 아마 앞으로 너를 보살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전에 약속한 생활비도 아마 힘들 거야. 이제 네 인생은 스스로 나아가야 해.""저도 알아요. 앞으로 귀찮게 하지 말라는 거죠!" 최은서는 서운한 듯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아니야. 시준 씨의 동생인데, 너를 도울 수 있는 일은 당연히 도울 텐데 대신 나와 약속해. 전에 다니던 모델 회사에 다니지 마. 한 번의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계속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야." 진아연은 최은서가 걱정인지 그녀한테 당부했다."앞으로 다니지 않을게요." 최은서는 지금의 상황이 몹시 골치 아팠다. "근데 배 속의 아이는 어떡하죠? 진짜 낙태해야 할까요?""은서야, 몸은 네 거고, 아이도 네 아이야. 유산하든, 낳든, 남에게 묻는 것보다 네 의사에 따라 결정해.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도 알려주지 않는데 내가 무슨 수로 널 도울까?"진아연은 말하면서 과거의 임신 시절을 떠올랐다.당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박시준의 반응이 궁금해 물었었지만, 그가 단칼에 원하지 않는다고 할 줄이야.그때의 진아연도 사실 아이 때문에 많은 밤을 설쳤었다."그래요. 일단 잘 생각해보고 결정할게요." 최은서는 말을 마치고 전화
진아연은 그녀의 말에 순간 경계심을 세웠다!최은서가 갑자기 성빈의 사적인 일을 묻다니, 설마 배 속의 아이가 성빈의 아이인가?"아직 결혼하지 않았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어. 물론 그분은 죽었지만, 아마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로 선택할 것 같아." 진아연은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아... 그럼, 아이는 있어요?" 최은서는 진아연의 말에 계속 물었다.진아연은 그녀의 말에 최은서의 아이가 성빈의 아이임을 확신했다.최은서는 아직 감정을 숨길 수 있는 그런 성숙한 나이가 아니다.만약 성빈의 아이가 아니라면 굳이 계속 성빈의 상황을 물을 필요가 없었다."아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 없어. 아마 없지 않을까? 그러지 않고서야, 그의 부모님께서 이런 문제 때문에 노심초사하지 않겠지." 진아연은 말하면서 갑자기 그녀한테 되물었다. "혹시 성빈 씨의 아기야?""아니에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다시 생각하고 알려드릴게요." 최은서는 당황한 듯 말을 마치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은 잠시 망설이다 바로 성빈에게 연락했다.성빈은 원래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궁금증에 이기지 못해 그녀의 연락을 받았다.전화가 연결되자 진아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성빈 씨, 은서한테 일이 생겼어요. 저는 지금 해외에 있어서 성빈 씨가 찾아가서 어떤 상황인지 보면 안 될까요?"성빈은 그녀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임신 때문에 아마 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할 것 같아요. 국내에 친한 사람들도 없는데, 성빈 씨라도 곁에 있어 주면 어떨까 싶어 연락한 거예요.""하! 며칠 지났다고 임신했어요?!" 성빈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누구의 아이에요? 어떤 양아치에요? 아니면 어느 늙은이 아이예요? 진짜 수치심도 없네요! 제 말을 듣지 않을 때부터 이럴 줄 알았어요!""누구의 아이인지 알려주지 않았어요. 저도 더는 알아볼 수 없어 이렇게 연락한 겁니다. 그리고 혼자 병원에서 수술받을 수 있지만, 아무리 리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