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아마 아침 6시니까 한 시간 후에 연락해 보죠." 이모님은 불안한 라엘의 모습에 바로 위로했다. "어머님도 일 때문에 바쁜 거니까 일을 마치면 금방 돌아올 거예요.""혹시 엄마도 돌아오지 않으면 저와 동생은 어떡하죠?" 라엘은 갑작스러운 생각에 기가 죽었고곁에 있던 지성이도 알아들었는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이모님은 지성이가 울자 바로 다가가 아이를 안고 상황을 살폈다.이때, 마당에 차 한 대가 멈췄고라엘은 보자마자 밖으로 달려갔다.차에서 내려온 마이크를 본라엘은 갑자기 목 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마이크 삼촌!"이에 마이크는 깜짝 놀라 재빨리 달려가 라엘을 안고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라엘 갑자기 왜 그래?""저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라엘은 눈가의 눈물을 마구 닦으며 훌쩍거렸다."집에 아빠 없어?" 마이크는 전날 밤에 박시준과 만났었고그에게 할 수 없는 말들뿐이라 두 사람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나갔어요. 그리고 연락도 안 받아요." 라엘은 서러운 마음에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이모님이 엄마가 잘못했다고 알려줬는데 전 아무것도 모르고 아침에 아빠와 말도 섞지 않았어요. 혹시 저한테 화난 거 아닐까요? ""그럴 리가. 아빠는 엄마와 다퉜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엄마 잘못은 아니야. 며칠 지나면 화해할 거야." 마이크는 라엘을 안고 위로해 주며 별장으로 향했다."진짜요?" 라엘은 마이크의 말에 눈물을 뚝 그쳤다."당연하지. 삼촌이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라엘은 그의 말을 듣더니 방긋 미소를 보였지만, 금세 눈살을 찌푸렸다. "동생이 똥 쌌어요. 저 나갈래요!"이에 마이크는 아이를 안고 마당으로 나왔고한 시간 후, 마이크는 진아연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지만, 진아연은 바로 그의 연락을 거절했다.마이크는 진아연이 전화를 받지 않자 순간 멍해졌다. 왜 전화를 끊은 거지?마이크는 걱정되는 마음에 계속 전화하려 했지만, 이내 그녀한테서 전화 왔다.마이크는 냉큼 전화를 받고 물었다. "아연아, 왜 영상 통화 거절한 거야
"그럼 그냥 모든 걸 말해 주면 되잖아!" 마이크는 그녀의 말에 속이 답답했다. "시은 씨가 살아있다고 알려줘! 너를 미워하는 것보다 사실을 알고 마음 아픈 게 훨씬 낫잖아.""내 전화를 받지 않아. 어제부터 계속 연락했는데 안 받아. 이제 이 전화번호를 쓰지 않는 거 같아. 마이크, 나 지금 마음이 너무 아파." 진아연은 지금의 무력함과 슬픔을 숨길 수 없었다."아프긴 뭐가 아파! 그가 없어도 너한테는 아이가 셋이 있잖아!" 마이크는 목소리를 높여 진아연을 꾸짖었다. "시은 씨의 수술은? 시간 정했어?""이상 없으면 내일 진행할 거야." 진아연은 숨을 크게 내쉬며 말을 이었다. "어제 시은 씨와 얘기했어. 여전히 착하고 순진해. 그리고 박시준 씨가 보고 싶다고 수술 마치면 그와 만나자고 했어. 그런데 인제 박시준 씨와 연락도 안 돼서...""혹시 다른 사람의 연락을 받을지도 모르잖아. 너도 일단 컨디션 조절하고 있어. 시은 씨 수술이 성공하면 알아서 찾아오지 않을까?" 마이크는 계속해 그녀를 위로했다. "곧 아이와 함께 B국에 갈게.""그래. 그럼 나 먼저 병원에 가볼게.""아연아, 사랑은 삶에 다채로움을 줄 뿐이지, 필수품이 아니야. 절대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마.""알았어."마이크는 통화를 마친 후, 별장으로 돌아갔고라엘이 잠들고 나서야 밖으로 나왔다.박씨 별장을 떠나 향한 곳은 바로 조지운의 집이었다.박시준이 ST그룹을 떠난 후, 조지운은 마치 영혼이라도 잃은 듯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앞으로 박시준이 ST그룹에 발을 들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뿐만 아니라 최운석이 곧 대표 자리에 앉을 거라는 생각만 해도 그한테 굉장한 충격이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최운석이 어떻게 ST그룹의 대표님이 될 수 있다는 거지?그리고 최운석의 배후는 박한 부자인데, 이리 하면 회사가 박한 부자에게 넘겨진 것과 다를 바 없다.조지운 이런 생각에 그저 속상할 따름이다.박시준의 곁에서 수년 동안 일해온 그는 박시준이 이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고박시
"네. 그래도 사실을 알게 되면 아연이 혼자 힘들어하는 것보다 낫죠.""왜 일찍 말하지 않았어요!" 조지운은 들고 있는 물잔을 바닥에 던지고 버럭했다. "전부터 알고 있었죠? 그런데 왜 저한테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요? 완전 나쁜 놈이네!"마이크는 그의 책망에 얼굴이 붉어졌다. "아연이도 자기의 생각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럼, 아연이의 말도...""나가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조지운은 주먹을 꽉 쥐고 외쳤다.이제 와서 사실을 말하다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왜 갑자기 화를 내요? 박시준 씨와 연락이 안 돼요? 전화로 연락 안 되면 메일이라도 보내요... 그렇다고 모든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정지하지 않았겠죠?" 마이크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 조지운이 진정하게끔 설명했다."대표님에게 시은 씨에 관한 일들을 알려줘봤자 뭐가 변하죠?! 이미 지분을 넘겨줬다고요! 마이크 씨와 진아연 씨는 정말 바보 멍청이예요!" 조지운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마이크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깜짝이야! 욕하는 것도 모자라 주먹까지 쓰다니! 당신 지분을 준 것도 아니잖아요!" 마이크는 얼굴을 부여잡고 조지운을 소파에 밀쳤다. "그리고 최운석 씨가 아연이손에 있는데, 나중에 다시 지분을 당신 대표님에게 돌려주면 되잖아요!""말이 참 쉽네요!""아주 간단한 일이잖아요! 왜 굳이 일을 어렵게 생각하는 거죠!"두 사람은 서로 한참 노려보며 아무 말 없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조지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알겠어요. 제가 대표님에게 연락해 볼게요! 연락 안 되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진아연 씨가 한 짓이니 누구를 탓하겠어요!""아연이를 그만 꾸짖으면 안 될까요?" 마이크는 아픈 얼굴을 부여잡고 말을 이었다. "박시준 씨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도 박시준 씨가 난폭하고 나약해서 그런 거잖아요! 모든 일을 처리하고 알려주려 한 건데 무슨 잘못이에요!""대표님이 난폭하고 나약하면 진아연 씨는 독선적이고 쓸데없이 착한 일만 늘리는 사람이잖아요!""분명 당신 대표님의
아침, 위정은 병원에 도착한 진아연과 만나 그녀의 부은 눈을 보더니 어찌 된 일인지 물었었다.곁에 있던 최운석도 이때 이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었다.진아연은 그의 말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와 박시준 씨는 시은 씨의 일 때문에 헤어진 거예요. 제가 왜 최운석 씨를 데리고 여기에 온 건지 몰라서 화낸 거예요.""그러면 어떻게 해야 화를 풀까요?" 최운석은 눈을 끔벅이며 순진하게 물었다.아주 간단하고 직접적인 질문이지만, 진아연은 이에 마음이 움찔했다.솔직히 어떻게 해야 박시준이 화를 풀지 그녀도 몰랐기 때문이다."최운석 씨, 시준 씨가 준 지분을 절대 박한 씨와 박우진에게 주면 안 돼요. " 진아연은 침대 옆에 앉아 부드럽게 설명해 줬다. "이 지분은 엄청 많은 돈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만약 이들에게 주면 앞으로 절대 최운석 씨에게 악의를 품을 거고 아마 나쁜 일들을 꾸밀 수도 있어요."최운석은 그녀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연 씨한테 줘도 되지 않을까요?"진아연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일단 수술 마치고 얘기하죠. 저는 지금 수술이 잘 되고 최운석 씨와 시은 씨가 건강하길 바랄 뿐이에요."Y국공항에서 나온 박시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형문과 그의 경호원들을 바로 알라챘고김형문도 바로 다가와 박시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그깟 여자 때문에 나와 절교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어. 지금은 아마 내 투자에 대해 이해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이것저것 설명해 줄게.""오늘 재밌는 곳에 갈 생각인데, 같이 가자. 너에게 내 투자 프로젝트의 최신 결과물을 보여줄게! 보고 나면 아마 깜짝 놀랄걸!"이들은 차에 타 공항을 떠났고약 한 시간 후, 차는 외딴 공원에서 멈췄다.박시준은 경계 가득한 시선으로 주위를 살피며 공원 입구의 간판을 유심히 바라봤다.간판에는 2개로 나뉘었고 야생동물원과 생물 실험실로 적혀있었다.이에 박시준은 이해할 수 없는지 김형문에게 물었다. "생물 실험실을
"수술을 마치자 자기가 좋아하던 수컷 원숭이와 새끼 원숭이들을 전부 잊었고 암컷 원숭이에 대한 질투심도 함께 사라졌지 뭐야... 수술 후, 새로운 친구들도 생겼고 다른 원숭이들과 잘 어울려 건강도 많이 회복했지."김형문의 눈동자는 말할수록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이런 수술을 사회로 널리 알릴 생각이야. 물론 수술 비용도 부자들만 소비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정할 거야. 아무래도 팀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서 이룬 기술이니 말이야.""그런데 저한테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죠?" 박시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설마 저를 원숭이라 생각하시는 거예요?"김형문은 그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왜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거지? 난 그냥 이런 성과를 너한테 알려주고 싶은 것뿐이야.""이런 기술로 돈을 벌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네요." 박시준은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 "부자들은 자기 목숨을 가장 아끼는 사람들뿐이죠. 이런 사람들이 누가 감히 자기 기억으로 도박하겠습니까? 만약 수술 실패로 바보가 된다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뿐이잖아요.""그게 바로 우리가 이룬 성과의 특징이라고 보면 돼." 김형문은 그와 함께 생물 실험실로 향하며 말을 이었다. "수술 실패로 바보 되는 일은 없으니까 말이야.""확실해요?""그래. 수많은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김형문은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시준아, 너한테 이런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이번 기회로 수술받아볼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은 것도 있어."박시준: "...""진아연 씨를 네 머릿속에서 지우면 사랑에 속상할 필요도 없고, 앞으로 그녀를 위해 어리석은 짓을 할 일도 없지." 김형문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성공을 이룬 네가 진아연 씨 때문에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본 내가 진아연 씨를 얼마나 싫어하고 있는지 모를 거야. 걱정하지 마. 진아연 씨에게 복수할 생각은 없어. 다만 네가 그녀를 완전히 잊어줬으면 하는 생각이야."박시준
진아연은 아들의 차갑고 진지한 모습에 눈물샘이 고장 난 듯 눈물을 계속 흘렸고위정은 급히 다가가 한이를 끌고 옆으로 향했다."한이야,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위정은 낮은 목소리로 타일렀다. "혹시 시은 씨가 살아있는 것에 불만이 있는 거야?""아니요. 시은 누나가 살아계시길 바라지만, 이건 엄연히 다른 문제예요! 저는 박시준 씨를 싫어하지만, 이런 몰골이 되는 걸 바라지도 않아요!" 한이는 붉어진 눈시울로 말을 이었다. "제 목표는 그를 뛰어넘는 거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없는 그라면, 제 목표도 이룰 수 없잖아요!"위정은 한이의 생각에 한이가 안타까운지, 바로 그를 품에 안았다."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며칠 동안 지내면서, 네 엄마보다 속상한 사람은 없을 거야." 위정은 쉰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네 아빠한테 모든 걸 포기하라고 요구한 적 없었고 강요한 적도 없어. 모든 일이 우리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잖아. 아직 어리니까 아마 이해하지 못할 거야."진아연은 수술실 밖에서 고개를 들고 눈물을 멈추려고 애썼다.한이의 말은 그녀를 탓하는 게 분명하지만그녀는 한이의 반응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의 말대로 이 모든 건 그녀의 잘못이니까 말이다.박시준은 이제 모든 것을 잃었고 진아연은 그의 행방도 알 수 없게 되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오후, 마이크는 라엘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아직 여름방학은 아니지만, 마이크는 미리 선생님에게 말해 3일의 결석을 부탁했고 이로써 아이와 함께 B국에 올 수 있었다."수술은 어떻게 됐어?" 진아연과 만난 마이크는 보자마자 바로 물었다."수술 끝나고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해." 진아연은 시간을 보더니 말을 계속 이었다. "우리 일단 밥부터 먹자!""그래." 마이크는 아이들을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 "한이는 언제 왔어?""오전에 도착했어.""한이야, 오늘 수업 없어?"
"나도 모르겠어. 이따 지운 씨한테 물어보고 변호사 연락처를 받으면 너한테 알려줄게.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갑자기 화내지 마." 마이크는 흥분한 진아연의 모습에 급히 타일렀다."그럼 처음부터 이렇게 말하면 되잖아." 진아연은 코를 훌쩍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더는 전처럼 항상 침착하게 다른 사람들을 위할 수 없단 말이야."박시준이 떠나므로 그녀의 영혼도 이와 함께 떠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고그를 잃은 후에야 뼈저린 아픔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었다."후회돼?" 마이크는 진아연의 모습이 걱정됐다. "혹시 일찍 알려줬더라면...""미리 알려줬으면 또 다른 결과로 바뀌었겠지."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다만 더 나쁜 상황이면 어떡하지? 지금은 후회하는 것보다 빨리 만나고 싶어.""그래. 며칠 동안 잠을 설쳤지? 얼굴이 수척해졌잖아. 이대로라면 박시준 씨와 만나도 알아보지 못할걸." 마이크는 그녀를 위로해주기 위해 장난삼아 말을 이었다."그럴 리가. 아무리 내 모습을 기억하지 못해도 목소리마저 까먹었을까?" 진아연은 그의 장난에 꿋꿋이 반박했다. "비록 시준 씨가 불에 타 재가 되어도 그를 알아볼 수 있어."마이크는 그녀의 말에 등골이 서늘했다. "내가 그를 저주했다고 나무라 할 때는 언제고, 너도 마찬가지잖아?""난 그가 어떤 모습이 되어도 잊지 않을 거라고 말한 것뿐이야. 그도 분명 나처럼 잊지 않았을 거야.""애정이 깊다는 건 알겠지만, 이대로 슬픔에 젖어 있으면 몸만 아플 뿐이야. 아무리 찾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지 않을까?""그래."이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시은 씨는 병원에서 의사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집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내일이면 한이도 학교에 가는데, 오늘 한이와 함께 있어. 내일 내가 한이를 학교로 보내줄게." 마이크는 피곤한 진아연을 보며 입을 열었다."그래."진아연은 집에 도착하자 아이들의 방을 정리했고거실에 있는 라엘은 한이를 끌고 학교에 관해 물었다.
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고겁에 질린 진아연은 바로 그녀한테 물었다. "은서야, 방금 나한테 장난친 거지?""누가 이런 일로 장난쳐요." 전화 저편의 최은서는 왠지 우울한 듯했다. "아무래도 유산해야 하지 않을까요?""임신 테스트기로 검사하고 병원에 가서 검사까지 받았어?""아니요." 최은서는 한숨을 내쉬고 고뇌에 빠졌다. "오늘 약국에 가서 감기약 살 때, 임신 테스트기도 샀어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진짜 임신했을 줄이야!""그럼 아기 아빠는 누구야?" 진아연은 그녀의 얼렁뚱땅한 태도와자기 자신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났다."말하고 싶지 않아요." 최은서는 의외로 단호한 태도로 답했다."은서야, 박시준 씨에 관한 뉴스를 봤지?" 진아연은 진지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이제 A국에도 없고 아마 앞으로 너를 보살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전에 약속한 생활비도 아마 힘들 거야. 이제 네 인생은 스스로 나아가야 해.""저도 알아요. 앞으로 귀찮게 하지 말라는 거죠!" 최은서는 서운한 듯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아니야. 시준 씨의 동생인데, 너를 도울 수 있는 일은 당연히 도울 텐데 대신 나와 약속해. 전에 다니던 모델 회사에 다니지 마. 한 번의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계속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야." 진아연은 최은서가 걱정인지 그녀한테 당부했다."앞으로 다니지 않을게요." 최은서는 지금의 상황이 몹시 골치 아팠다. "근데 배 속의 아이는 어떡하죠? 진짜 낙태해야 할까요?""은서야, 몸은 네 거고, 아이도 네 아이야. 유산하든, 낳든, 남에게 묻는 것보다 네 의사에 따라 결정해.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도 알려주지 않는데 내가 무슨 수로 널 도울까?"진아연은 말하면서 과거의 임신 시절을 떠올랐다.당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박시준의 반응이 궁금해 물었었지만, 그가 단칼에 원하지 않는다고 할 줄이야.그때의 진아연도 사실 아이 때문에 많은 밤을 설쳤었다."그래요. 일단 잘 생각해보고 결정할게요." 최은서는 말을 마치고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