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시준이가 지분을 양도한 게 다 진아연 씨 때문이라는 겁니까?!""그건 제가 멋대로 추측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아는 것을 말씀드릴 뿐입니다." 장 변호사가 신중하게 말했다. "지분이 최운석 씨에게 양도될 것을 알고는, 박시준 씨가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1/3만 양도하는 것에서, 전부를 양도하는 것으로요."성빈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빌어먹을! 진아연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고!"장 변호사가 만류했다. "성빈 씨, 진정하세요.""진정은 무슨! 내가 어떻게 진정합니까! 시준이가 회사를 나가기라도 하면, 그땐, 이 회사는 더 이상 ST그룹일 수가 없어요!" 성빈이 노발대발했다. "이 회사는 시준이가 오로지 자기 힘으로 세운 회사예요. 이 회사는 시준이의 열정과 피땀, 그 자체란 말입니다. 도대체 진아연은 무슨 근거로 모든 지분을 최운석에게 양도한답니까? 진아연이 제정신이 아니니, 시준이까지 같이 봉변당하고 있잖아요! 젠장!"장 변호사가 계속해서 만류했다. "박시준 씨는 이미 마음을 굳혔어요. 화를 내셔도 지금, 이 상황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시준이는 지금 어디 있죠? 만나야겠습니다." 성빈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저도 박시준 씨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저희도 전화 통화로만 연락해서요." 장 변호사가 말했다.성빈이 즉시 전화기를 꺼내어 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음성 메시지만 돌아올 뿐이었다."시준이에게 전화 좀 해주시죠! 받으면 제게 바꿔주세요!" 성빈이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정말 시준이 본인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야만, 이번 일에 협조할 겁니다."장 변호사는 어쩔 수 없이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고, 장 변호사가 입을 열려던 순간, 성빈이 휴대폰을 낚아챘다."박시준! 너 인마 도대체 어디 숨어있는 거야?! 회사를 넘겨버리려고 숨어있는 거야? 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진아연이 뭐라고 진아
아연이 작업용 장갑을 벗고 전화를 받았다.여소정에게서 온 전화였다.그녀가 전화를 받자, 소정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연아, 성빈 씨, 정말 너무한 거 아니니? 방금 네 험담을 그렇게 했대! 단톡방에서 공개적으로 네 험담을 했다는 거야. 그러고서 그 말들을 지웠다고는 하는데, 우리 남편이 그걸 다 봤대. 우리 남편 생각에 너무 지나친 것 같아서 나한테 알려줬다더라고."아연이 깜짝 놀라 물었다. "성빈 씨가 내 험담을 했다니?""그러니까! 그것도 험담을 엄청 심하게 했대!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을 했는지 나도 보지는 못했지만, 준기 씨 말로는 말이 엄청 심했다고 하더라고. 아무리 네가 시준 씨와 싸웠다지만, 그건 너희 두 사람의 일이지, 성빈 씨가 무슨 상관이야? 그 사람이 무슨 근거로 너를 험담하고 다니냐고!" 소정은 마치 자신이 욕을 먹기라도 한 듯, 날뛰었다. "우리 남편과 조지운 씨가 한마디 했더니, 그제야 그 욕들을 다 지워버렸대.""하지만 그렇다고 험담 하지 않은 게 되는 건 아니지." 소정이 말을 이었다. "아연아, 너 앞으로 절대로 그 사람 상대하지 마. 곧 갱년기라 그런지 성질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아연의 기분은 비교적 차분했다. "아마 시준 씨와 연락이 된 게 아닐까!""그 사람이 시준 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해도, 그렇게 너를 험담하고 다닐 자격은 없어! 시준 씨도 그래. 너무 비겁한 거 아니야? 불만이 있으면 본인이 나와 직접 말을 하던가! 성빈 씨 시켜 단톡방에서 네 험담이나 하게 하고, 저급하기 짝이 없어!" 소정은 그들을 함께 비난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시준 씨가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제보니 결국 남잔 다 똑같네."진아연: "준기 씨는 좋은 사람이잖아."소정의 화가 순간적으로 누그러졌다. "준기 씨는 괜찮은 편이지! 하지만 지금 우리 시준 씨 얘기 중이잖아! 방금 시준 씨한테 전화를 해봤는데 여전히 받지 않더라? 집에도 안 돌아왔니?""오늘 정오에 꽃을 사러 라엘이를 데리고 나갔었는데, 그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고, 그냥 너랑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마이크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럼, 밖에서 얘기해!" 아연이 그를 끌고 마당으로 나갔다. "말해봐! 무슨 일인데 그래?""무슨 일이라기보다는... 너 혹시 네 마음이 아직 확실하지 않은 거야?" 마이크가 두 손으로 양쪽 허리를 짚고 물었다. "네가 최운석 씨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최운석 씨를 시준 씨보다 우선시해선 안 되지!""최운석 씨를 시준 씨보다 우선으로 한 적 없어." 아연이 대답했다."하지만 지금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걸." 마이크가 크게 한숨을 푹 쉬었다. "아연아, 시준 씨 본인이 최운석 씨에게 돈을 주길 원하는 게 아니라면, 너도 그걸 강요할 순 없어.""난 아직 시준 씨에게 그 일에 관해 얘기하지도 않았어." 아연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내가 얘기 하면, 그 사람은 분명 도와주길 거절할 게 뻔한데, 내가 강요를 할 수 있기나해?""아직 시준 씨한테 얘기를 안 했다고?" 마이크는 조금 놀랐다."안 했어. 누군가 그에게 정보를 흘린 것 같아." 아연이 마이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이크...""지금 중요한 건, 너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는 거야." 마이크가 재빨리 주제를 바꾸었다. "난 너를 설득하러 왔어. 빨리 시준 씨한테 정확히 설명하라고. 너는 최운석 씨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이야."진아연: "내가 시준 씨한테 이런 얘기를 하면, 시준 씨가 화를 풀고 집에 돌아올까?""그럼! 지금 시준 씨가 집을 나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건, 그냥 너한테 화가 나서 그런 거 아니야?" 마이크는 마치 자기가 모든 남자의 마음을 다 알기라도 하는 듯 말했다. "네가 시준 씨에게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면, 분명 금방 돌아올 거야."아연은 그의 방법이 타당성이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잠시 망설이던 아연이 입을 열었다. "최운석 씨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은 할 수 없어. 하지만 최운석 씨 일로 그의 돈을 요구하지 않을
그녀의 말을 듣자, 마이크는 맥이 탁 풀렸다.그녀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시준의 성격에, 시은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성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최운석을 잡아다 수술대에 묶어, 시은에게 신장을 이식한다 해도 말이다.게다가 수술이 실패해, 그가 두 눈으로 시은의 죽음을 목격하기라도 한다면,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인단 말인가?"지금 네가 말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야." 마이크가 마음을 가라앉힌 후 말했다. "시은 씨의 성공이 수술한 후에, 네가 시은 씨를 그의 눈앞에 데려다 놓는 거지."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난 항상 시은 씨를 살려서 데려오고 싶었어. 시준 씨가 시은 씨를 보면 분명 엄청나게 기뻐할 거야.""하지만 지금 시준 씨는 너를 오해하고 있잖아!" 마이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시준 씨뿐만 아니라, 시준 씨 주변의 사람들까지 다 너를 아니꼽게 보고 있어! 성빈 씨와 지운 씨마저도 말이야...""소정이 말해줬어." 아연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들의 생각에 신경 쓰지 않았다. "위정 오빠는 내가 너무 힘들까 봐, 시은 씨 일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 하지만 내가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어. 시은 씨는 지성이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신경 쓰지 않으면 난 평생 양심에 가책을 느낄 거야.""몰랐다면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알게 된 이상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지." 마이크는 그녀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 둬야 해. 만약 시은 씨가 결국 사망한다면, 그땐 너랑 시준 씨 관계는 완전히 끝장날 거야. 지금까지 두 사람이 많은 이별과 재결합을 해왔다고 해서, 매번 행복하게 끝낼 수 있을 거란 생각 마."그녀가 의기소침하게 말했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다시 돌아갈 방법도 없어.""걱정하지 마. 네가 어떤 결정을 하던, 난 영원히 널 응원할 거야. 네가 시은 씨 때문에 회사를 다 말아먹는다고 해도, 아무 말 하지 않을게.""시준 씨가
"그런 말은 왜 한 거야?" 마이크가 불만스러워했다. "나를 두고 멀리 떠나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너, 설마 또 무슨 계획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없어. 그냥 너 볼 면목이 없는 것 같아서." 그녀가 말했다. "넌 원래 사업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했잖아. 나한테 끌려와 얼떨결에 대단한 사업가가 되긴 했지만.""네 말대로면, 내가 너한테 감사해야 하는 게 맞지. 괜히 감성적으로 굴지 마. 설사 정말로 회사를 팔게 되더라도, 우린 맨주먹만으로도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 좋게 좋게 생각하자. 우선 시은 씨가 잘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도하자고!""이번 일, 지운 씨한테도 얘기했어?" 그녀가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아니." 마이크가 대답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겠어. 시은 씨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시은 씨를 데리고 돌아오면, 그때 깜짝 놀라게 해 줄 거야.""너 점심 뭐 먹고 싶어? 내가 살게.""방금 막 아침 먹었는데, 벌써 무슨 점심 타령이야. 네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밥을 사려하니, 점심 메뉴를 열심히 고민해봐야겠다! 생각해보고 알려줄게." 말을 마친 마이크가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대략 한 시간이 지난 뒤, 마이크가 메뉴 리스트를 한가득 보내왔다.아연은 메뉴들을 살펴본 후, 회사 근처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예약을 마친 후 아연은 마이크에게 식당 이름을 보내주었다.정오가 되어 막 퇴근하려던 찰나, 마이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연아, 먼저 식당에 가 있어. 아직 할 일이 남아서 퇴근이 좀 늦어질 것 같아.""알았어, 식당에서 기다릴게. 일 끝나면 와.""응. 배고프면 먼저 먹고 있어.""배 안 고파. 이따 보자!" 아연이 전화를 끊고, 핸드백을 챙겨 퇴근하려던 순간, 박우진에게서 온 새 메시지를 보았다.그녀가 메시지를 누르자,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박우진이 최운석의 사진을 보냈다.사진 속 운석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위치 보내줄 테니, 네가 직접 와!" 박우진이 말했다. "나머지는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고."박우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아연은 온몸이 얼어붙고,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시준은 최근 며칠 동안 잠적하면서,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단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내 마음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시준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누가 그의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단 말인가?순식간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시준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그를 싫어한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이미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시준은 주식 지분을 내어주고도, 어째서 화를 내지도, 욕을 퍼붓지도 않는 걸까?그녀는 자신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들은 분명 그녀가 시준에게 이렇게 하도록 강요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직 그녀가 시준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꼭 그에게 이번 일에 관해 이야기했어야 했다.과정을 생략해도, 결과는 같았다.그가 미리 알게 되었거나, 그녀가 그를 찾아와 이야기하길 며칠 동안이나 기다렸다고 해도, 어쨌든 그는 분명 화가 났을 것이다.그녀가 그의 수익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적지 않은 수익을 말이다.더군다나 그녀가 다른 남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그를 밀어붙였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핸드폰 화면이 밝아지면서, 박우진이 보낸 위치가 나타났다.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의 눈물을 닦고, 빠르게 표정을 가다듬고는, 가방을 손에 들고 성큼성큼 사무실을 나섰다.30분 후, 그녀는 차를 몰아 박우진과 최운석이 있는 식당에 도착했다.최운석은 그녀를 보자마자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그의 눈은 여느 때처럼 너무나도 맑고 깨끗했다. 순결무구 그 자체였다.그녀는 그의 팔을 잡고서, 그를 데리고 곧바로 자리를 뜨려 했다."진아연, 뭘 그렇게 서둘러? 우리 고모는 언제 수술할 수 있대? 수술 시간은 얼마나 걸려?" 박우진이 최운석의 다른 팔을 꽉 붙잡았다. "이런 문제는, 내가
그녀가 최운석을 데리고 식당에서 나올 때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진아연은 최운석을 차에 태운 후, 휴대폰을 꺼냈다.마이크의 연락임을 확인했다.마이크는 진아연이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지만, 그녀를 찾지 못해 연락했던 거다."마이크, 나 지금 최운석 씨와 식당에서 나왔어. 미리 주문했으니까 다른 사람과 식사해." 진아연은 슬픈 마음을 억누르고 태연한 척 말을 이었다."지금 최운석 씨와 함께 있어?"진아연은 그의 말에 멘탈이 순간 무너졌다. "시준 씨가 지분을 전부 최운석 씨에게 줬어. 전부 넘겨줬다고! 마이크, 내가 얼마나 미웠으면 이런 식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거야!"마이크는 그녀의 말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박시준의 이런 결정 때문에 성빈과 조지운이 진아연을 미워했던 거구나!이는 박시준한테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박시준이 이런 결정을 내릴 줄 알았다면, 마이크는 진아연과 박한 부자의 얘기를 절대 그한테 알려주지 않았을 거다.마이크는 자신한테 화가 나고 모든 것이 후회스럽지만, 진아연에게 사실을 알리기 두려웠다."아연아, 미안해. 사실 며칠 전에 박시준 씨와 만난 적 있어." 마이크는 지금의 상황 때문에 머리가 몹시 아팠다."나도 대충 알고 있었어." 진아연은 그의 말에 놀라지 않았다. 사실 이런 지경까지 이르기에는 타인과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네가 그를 찾지 않아도 언젠가 부닫칠 문제였어. 그와의 감정이 견고한 듯하지만, 사실 매번의 다툼으로 인해 유리 같은 관계와 다를 바 없거든.""그러면 이제 어떡하지? 지분을 넘기면 ST그룹과 선을 긋는 것과 다름없잖아.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마이크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모르겠어! 마이크, 나 지금 너무 힘들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번 주에 찾아올 줄 알았는데, 이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아." 진아연은 말할수록 겁이 났다."울지 마! 일단 최운석 씨를 데리고 시은 씨의 수술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시은이의 수술이다."최운석 씨, 일단 B국으로 가서 동생과 만납시다!" 진아연은 운전석에 올라타 최운석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고도중 이모님에게 연락했다."이모님, 저 급한 일이 있어서 지금 B국으로 가고 있어요. 언제 돌아올지 아직 몰라요."이모님: "네. 그런데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니요? 라엘한테 여름 방학 때 함께 B국으로 가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요?""괜찮아요. 때가 되면 마이크한테 부탁해 B국으로 데려오면 돼요.""네. 혹시 급한 일이 있나요? 라엘이 돌아오면 분명 물어볼 거예요.""환자의 수술 때문이에요." 진아연은 잠시 생각하고 간략하게 답했다."알겠어요. 그럼 조심히 갔다 오세요! 집안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이모님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어두운 낯빛을 하고 소파에 앉아있는 박시준을 바라봤다."대표님, 아연 씨가...""그녀에 관한 일은 저한테 알리지 않으셔도 돼요." 박시준은 단호하게 이모님의 말을 끊었다. "그녀가 어디 가든 그녀의 자유입니다."이모님은 그의 말에 그저 속상할 뿐이다. "대표님이 집에 있다는 걸 알면 분명 찾아오실 겁니다.""저와 만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박시준은 말을 다 하자 소파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이모님은 그의 외로운 뒷모습을 지켜보며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그럼 아연 씨는 언제 출국하시는 거예요?" 이때 홍 아줌마가 다가와 물었다. "대표님이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아연 씨가 떠나네요. 두 사람 설마 약속이라도 한 건 아니죠?"이모님은 말을 이었다. "아닐 거예요. 아연 씨가 해외에 예약 잡힌 수술이 있다고 했어요.""아, 그러면 언제 돌아오는 거죠?""언제 돌아올지 확정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모님은 말하면서 자기 생각도 알렸다. "두 사람 만나지 않기로 약속한 건 아니겠죠? 어떤 수술이든 정한 시간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왜 확정할 수 없다는 거죠?""아이들만 마음고생할 뿐이죠.""그래도 한이 도련님은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