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그런 말은 이해할 수 없어. 다 알아야 해." 그는 그녀의 손을 세게 붙잡고 말했다."방금 말했잖아요. 고의로 숨길 생각은 없었어요. 오늘 같은 일은 제가 나갈 때 당신은 자고 있었잖아요." 그녀는 입술을 쭈뼛 내밀며 말했다. "당신을 깨울 수도 없었다고요.""그래."박한은 차에서 진명그룹이 지난해 공개한 재무 보고서를 확인하고 있었다.재무 보고서를 읽은 뒤, 박한은 비웃었다. "그래. 진아연의 진명그룹 돈은 벌고 있지만 ST그룹에 비하면 훨씬 멀었어.""ST그룹을 저희가 다 가질 수는 없어요! 진명그룹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죠. 드론 분야에서 업계 1위라고 하니깐. 잘 생각해 보죠." 박우진은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조건에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박한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런 기술 회사를 네가 관리할 수 있겠어? 핵심 기술로만 먹고사는 기업인데. 만약 뒤처지기라도 한다면 도태되는 건 순식간이라고. 박우진, 아들아. 진명그룹이 지금은 이렇게 발전하고 있어도 우리 손에 떨어진다면... 빛의 속도로 쇠퇴할 거야."박우진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를 이렇게까지 무시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아버지, 저는 박시준 삼촌과 비교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근데 진아연한테도 안 된다니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진명그룹의 핵심 기술이 진아연이 개발한 겁니까? 진아연 역시 집에서 아이들이나 돌보는 평범한 여자라고요.""진아연이 만에 하나 네게 회사를 준다고 치자. 그럼 주변 사람들이 진명그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니? 핵심 인원들과 또 다른 진명그룹을 시작할 수도 있어! 알겠니?!" 박한은 생각할수록 불안해졌다."그러면 진명그룹을 인수한 뒤, 바로 파는 건 어떨까요?! 지금 진명그룹 가치로는 엄청난 돈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박우진은 진명그룹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박시준이라면 절대 주식을 우리한테 넘기지 않을 텐데... 차라리 진아연 회사를 인수하는 게 좋을 거 같은 데요.""대체 그 머리는 왜 달고 다니는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이사로 인한 불안이 해결되는 듯했다."알겠어요. 저 같아도 시준 씨가 여사친들이랑 친하게 지내면 싫을 거 같아요." 그리고 말했다. "남편한테 잘 하는 게 맞겠죠."박시준: "내가 언제 너 말고 다른 여자랑 있는 거 본 적 있어? 여소정... 아니면 우리 딸?""어휴, 알겠어요! 빨리 같이 짐이나 싸요!" 그녀는 그를 침실로 끌고 들어갔다."잠깐만. 지성이 데리고 올게. 혼자 거실에 있으면 외로울 테니까. 아직 뭣도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럴 때 더욱더 관심을 가져줘야지.""그럼 앞으로 지성이를 데리고 출근하시지 그래요!?" 진아연은 놀리듯이 말했다. "아니면 그냥 회사 때려치우고 아이를 좀 봐주는 건 어때요? 돈은 제가 벌게요."박시준은 지성이를 안으며 말했다. "내가 아이들을 과보호할까 봐 걱정도 안 돼? 그래. 뭐 집에서 아이 돌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건 좀 그렇네."진아연: "..."그는 그녀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만약 그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게 된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파파보이가 될 것이다!성빈의 집.아침 8시 30분. 최은서는 출근하기 위해 몰래 방에서 나왔다.그녀는 어젯밤 성빈이 말한 이야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마련하는 술자리에는 나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만약 대표님께서 강요한다면 바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말이다.조용히 거실로 나가는 중에 그녀는 거실 소파에 누군가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리고 그녀는 걸음을 갑자기 멈췄다.소파에 앉아 있던 여성은 최은서가 있는 쪽을 흘끗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응?" 성빈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최은서에게 향했다. "넌 누구니? 내 아들 집에...?"최은서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사모님, 안녕하세요.""그래, 안녕... 근데 누구니? 성빈이가 널 데려온 거니?" 성빈의 어머니는 얼어붙은 그녀를 보며 편안한 미소로 웃으며 말했다. "긴장하지 말렴. 아들의 프라이버시까지 관여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성빈의 어머니는 아들의 양손을 붙잡고 말했다. "빈아...! 이건 정말 좋은 기회인 거 알지?! 시준이의 여동생과 잘 되면 얼마나 좋니?!"성빈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어머니! 미쳤어요?! 저는... 저는 저 여자애가 마음에 안 들어요!""아니, 남들은 어린애라면은 눈에 불을 켜고 좋아하는데! 이제 갓 스무 살이 됐다는데 얼마나 좋니?!""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도 안 간 애를 제가 왜요?!" 성빈은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였다. 그런 그가 그녀를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어려웠다!최은서는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 탈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대학에 안 간 게 그게 뭐가 어때서? 시준이 여동생이라며? 진짜 친동생? 아니면 사촌 여동생?" 성빈의 어머니도 최은서가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말에 조금 실망을 하긴 했다."이복... 자매요!" 성빈이 대답했다."어머나! 그러면 정말 친동생이잖아?!" 성빈의 어머니는 큰 소리로 말했다. "시준이 여동생이 대학교 졸업을 하지 않은 게 뭐가 그렇게 큰 문제니?! 글을 못 읽는 것도 아니고. 네 뒤를 봐줄 아내로 얼마나 좋니!""어머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시준이는 여동생으로 인정하지 않는 아이에요.""지금은 그렇겠지. 하지만 혈육이란 게 그렇게 무시할 수 있는 건지 아니?" 성준의 어머니는 이어서 말했다. "얼마나 예쁘니. 몸매도 좋고. 가장 좋은 건 어리잖니. 만약 둘이 이어진다면 너희 사이의 아이들도 분명 예쁠 거야."성빈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불가능해요. 꿈도 꾸지 마세요! 집을 구하면 바로 내보낼 겁니다!" 성빈은 차갑게 말하며 문을 열고 나갔다.거실에는 최은서가 이미 없었다.최은서는 문밖에서 몰래 이야기를 엿들었다.그녀는 성빈이 그녀에 대해 안 좋게 말한 것을 다 들었다.화가 나기도 했지만 성빈의 말이 다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솔직히 그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그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을 때, 이미 창밖의 석양은 저물고 있었고 하늘의 절반이 붉게 물들었다.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오후 5시 반이었다.박시준은 방에 없었다.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박우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최운석 씨를 데려가 검사했어?"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방문이 열렸다.라엘이의 작은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엄마, 일어났어요? 잠을 왜 그렇게 오래 자요~?" 라엘이는 엄마가 깨어난 것을 보고 방 안으로 쪼르르 달려왔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일어나 앉았다."라엘아, 아빠 집에 왔는데 어때? 좋아? 짐을 다 가져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불편하면 언제든지 말해. 알겠지?"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었다."조금 불편은 해요~! 아빠 집이 너무 커서 길을 잃어버릴 거 같아요!" 라엘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도 집이 궁궐 같아요! 오빠도 이 집을 좋아하면 좋겠어요!""오빠가 싫어할까 봐 걱정되는구나." 진아연은 화장실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오빠가 오면 다시 돌아갈 거야.""오." 라엘이도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엄마, 내일 학부모 행사가 있어요. 엄마랑 아빠랑 누가 올 거예요?"진아연은 물었다. "엄마가 갔으면 좋겠어? 아니면 아빠가 갔으면 좋겠어?""당연히 엄마가 오면 좋죠! 엄마는 예쁘니까!" 라엘이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빠도 오고 싶어 하는 거 같던데...""엄마가 아빠보다 예뻐서 엄마 보고 오라는 거야? 라엘아,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거 아니라고 했지!" 진아연은 세수를 하다 놀라며 라엘이를 쳐다보았다. "아빠가 그 말을 들으면 엄청 슬퍼할 거야."예전에는 몰랐었다. 박시준이 생각보다 얼마나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인지.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예민하고 연약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설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아빠가 못생겼다는 게 아니에요. 그저 아빠는 엄청난 사람이니까... 선생님들이 놀랄까 봐 그래요." 라엘이가 말했다.
진아연은 말했다. "라엘이 선생님에게 내일 당신이 참가한다고 말했어요. 입학 서류를 낼 때, 아버지 유무에 공백으로 썼거든요. 혹시나 선생님께서 라엘이 아빠가 누군지 모를까 봐요."박시준은 심장이 바늘로 콕콕 찌르는 거 같았다."며칠 전, 결혼 소식으로 엄청난 화제가 됐는데 설마 선생님이 모를까?""결혼은 하긴 했지만. 선생님께서 라엘이 진짜 아빠가 누군지 어떻게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알겠어. 선생님한테 잘 이야기해줘." 박시준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라엘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교장 선생님과 잘 아는 사이였기에 학교 관계자라면 그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진아연의 숨기는 행동에 그는 약간 상처를 받았다.설마 다른 남자가 있는 건 아닐까?저녁 식사 후, 그는 쇼핑을 나가자고 제안했다."에?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그녀는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거 아니었어요?""너랑 가는 쇼핑은 좋아해." 그가 말했다.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바로 사는 게 나랑 비슷하잖아.""그냥 쇼핑을 나가면 빨리 끝나니까 좋다고 말씀하시죠? 쇼핑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까다롭게 선택하는데요.""그냥 옷을 좀 사고 싶어서." 그가 수줍게 말했다. "내일... 학부모 행사에 잘 보여야 하지 않을까."진아연: "???""엄마! 나도 갈래요!" 라엘이가 흥분해 하며 말했다.진아연은 딸에게 대답한 뒤, 박시준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옷장에 그렇게 많은 옷들은 다 뭐 하고요? 꼭 새로운 옷을 사야겠어요?""응. 그 슈트들은 너무 오래됐어." 그가 말했다."아, 알겠어요. 젊어 보이고 싶다는 거죠?""아연아, 내 체면도 좀 생각해 줘.""밖에서 체면을 차리는 건 이해하지만. 제 앞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지성이 데리고 가실래요?""응. 유모차 가지고 갈 거야? 유모차 가지고 가면 불편할 거 같은데."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지성이를 안고 다니지 뭐."
그녀는 믿기 힘든 듯 메시지를 여러 번 읽어갔고, 다시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은 씨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그녀는 바로 박우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최운석 씨 신장을 시은 씨한테 이식할 수 있게 됐어. 회사 관련 문제로 이야기해야 하니까 내일 다시 만나자."박우진이 빠르게 대답했다. "아연아, 아버지랑 상의했는데 원래 조건으로 해야 할 것 같아."진아연은 메시지를 보고 아연실색했다.원래 조건으로 하겠다니?그 말은 박시준의 손에 있는 주식을 끝까지 고집하겠다는 건가?!그녀의 몸의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그들은 그녀의 회사 인수를 거부했고, 끝까지 박시준의 주식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제길!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외출하려는 모습을 보고 이모님이 달려와 말했다. "아연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딜 가려고?""밖에 나가서 전화 좀 할게요."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말했다. "마이크랑 통화할 일이 있어서요.""아아! 그래. 이사한 것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구나. 잘 말하렴." 이모님이 말했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정원에 수많은 가로등이 켜져 있었지만 그녀는 어둡다고 느껴졌다.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듯했다!너무 그들이 밉다! 박한... 박우진. 두 사람이 너무나도 미웠다!정원 모퉁이로 걸어가 박우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박우진은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전화를 받았다. "진아연, 아버지와 내 조건은 문자 그대로야.""내 회사로 부족해?" 그녀는 차갑게 물었다. "이유를 말해봐!""네 회사를 무시하는 건 아니야. 작년 재무 보고서를 보고 조건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 아버지 의견이야... 평판은 좋긴 하지만. 흑자로 돌아선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대부분의 수익은 연구 개발에 투자되기 때문이야!" 진아연은 분노로 통제를 할 수 없었다. "기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 개발이야! 투자 금액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올해 수
"알겠다고!" 박우진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진아연은 끊겨버린 휴대폰을 들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제발 그 두 사람이 정신을 차리길 바라면서 말이다.만약 박시준이 이 사실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녀의 손을 떠나 어떻게 끝이 날 지 모를 일이었다.통제 불가된 상황에 마주쳐서 평화로운 삶이 깨질까 두려웠다.결혼식 날 고통에서 겨우 빠져나왔는데... 정말로 신이 있다면 그들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있을까?얼마 후, 박시준이 그녀를 찾으로 밖으로 나왔다.마당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그녀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아연아, 거기서 뭐해? 이모님이 마이크랑 통화한다고 나갔다고 했는데 아직도 거기서 뭐해?" 그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마이크랑 싸웠어?"그녀는 그를 껴안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시준 씨, 기분이 안 좋아요.""이사 때문에 그래?" 그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살포시 쥐고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이크가 뭐라고 했어?""그도 이사 갔고... 우리도 이사 갔고."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이가 곁에 없다고 생각하니깐 허전하고...""해외에서 잘 지낸다고 하지 않았어?" 그는 그녀의 허리를 안고 위로했다. "아이들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경험할 필요가 있어. 그러니 부모도 노력해야지.""마이크 일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는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그가 덧붙여 말했다."네, 라엘이 숙제는 다 끝났어요?" 그녀가 감정을 추스르고 물었다."응, 끝났어. 그리고 이모님이 목욕을 시키러 갔고.""네. 우리도 이제 그만 씻죠! 내일 또 학부모 행사에 참가해야 하니까요.""먼저 씻어." 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붙잡고 말했다. "몸이 차다.""알았어요."그는 그녀를 침실에 들여보내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자 바로 방에서 나왔다.그리고 마이크에게 한 소리라도 하려고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음이 길게 흘렀다."이사를 가
그는 그녀의 통화 기록을 열었고 마지막 통화한 수신자 이름은 박우진이었다.아무 생각 없이 그는 박우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박우진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진아연, 내가 내일 대답해 주겠다고 했잖아?"대답?박시준은 마음이 불안했다. "무슨 대답?"전화 반대편에 있던 박우진은 얼어붙었다.박시준 목소리?! 진아연이 걸어온 것이 아닌가?! 갑자기 왜 박시준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박우진은 다시 화면을 흘끗 보았고 진아연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대체 왜 진아연 휴대폰으로 전화한 거죠?" 박우진은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저한테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 제가 알기로는 딱히 할 말이 없을 거 같은데!"박시준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진아연에게 내일 무슨 대답을 하겠다는 거지? 당장 말해!""진아연한테 물어봐요! 저는...""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말해.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고!" 박시준은 박우진 한 명을 짓밟는 일은 개미를 죽이는 것보다 쉬웠다.과거에는 삼촌과 조카의 관계로 봐주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전혀 봐줄 필요가 없었다.박우진은 공포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 진정해요! 알려드릴 테니...!"박시준은 꾹 참으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그게 말이죠..." 박우진은 사실대로 그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게 최운석 씨가 몸이 요즘 좋지 않아서, 진아연이 전에 주치의였기 때문에 찾아가긴 했어요. 그리고 진아연은 상황을 듣고는 최운석을 그녀에게 데리고 오면 치료를 해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버지께서 그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해서...""네 아버지는 내가 걱정되겠지!" 박시준은 비꼬며 말했다."아버지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몰라요..." 박우진은 말했다. "그나저나 진아연이 이렇게 휴대폰을 훔쳐본 걸 알면 화를 내지 않겠어요?""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닌 거 같은데!" 박시준은 그 말을 끝으로 바로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은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와 박시준의 얼음장같이 차갑게 굳어진 표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