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네 휴대폰에 새 메시지가 떴어" 라고 말하고는 잠시 멈춘 뒤 "근데 스팸 메시지일 수도 있어" 라고 덧붙였다.그녀의 몸은 갑자기 긴장해났고 그를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봤어요?"그는 고개를 저었다. "안 봤어. 넌 내가 네 핸드폰 보는 거 싫어하잖아?"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듣네요. 내 핸드폰을 보지 못하게 하는 거 아니예요. 당신이 보고싶으면 물론 봐도 되죠. 제가 화를 낼 것도 아니고."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는 작은 손으로는 가방의 지퍼를 채웠다. 그에게 핸드폰을 보여줄 의도는 분명히 없었다."넌 안 봐?" 그가 물었다."스팸 메시지라고 하지 않았어요? 저도 스팸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론 그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 "집을 사고나서 정보가 유출되는 바람에 집을 팔겠냐고 묻는 전화도 자주 오고 은행에서 대출을 원하는지 묻는 전화도 자주 있어요.""나한테도 가끔 스팸 전화가 와.""당신의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놓이는 느낌이 드네요."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받은 스팸 전화는 보통 은행 매니저가 보내는 명절 축하 같은 것들이지."진아연: "..."좀 즐겁게 대화를 할 수 없을까?호텔에서 나온 그들은 카메라를 고르러 디지털 매장으로 직행했다.박시준은 물건을 고를 때 오직 하나만 따진다. 바로 비싼 것이 곧 최고라는 것이다.매장에 들어서자 그는 사장에게 가장 비싼 카메라를 꺼내달라고 부탁했다.진아연은 그가 카메라를 보는 틈을 타 조용히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열고 위정의 답장을 보았다!그녀는 그에게 시은이 아직 살아 있는지 물었다.그의 대답은 이랬다. "너희들이 여기에 온게 나를 찾으러 온거야?"그는 생각밖으로 동문서답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흥분을 억누르며 답장했다. "우리는 신혼여행을 위해 여기 왔어요. 시준 씨는 당신을 찾고 싶어 했지만 오빠를 찾게 되면 오빠한테서 시은 씨의 죽음을 확신하는 소식을 알게될까봐 걱정했던 거에요
위정은 마침내 그녀의 질문에 기꺼이 대답했다.그의 대답: "응, 살아있어. 근데 병 때문에 아파하고 있어. 너희들을 걱정시키느니 그 애가 죽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더 나았어. 그러면 너희들도 더 빨리 평화로운 마음을 되찾을 수 있으니까. 박시준에겐 이 일에 관해서 말하지 마. 말하면 그 사람 마음만 쓰이게 하고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어."이 메시지를 본 진아연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한편으로 그녀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의심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박시준이 시은이 죽지 않았다고 말했던 장면을 떠올렸다."아연아, 누가 메시지를 보낸거야?" 계산을 한 후 박시준은 그녀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물었다.그녀는 위정의 모든 메시지를 삭제하고 핑계를 대며 말했다. "전에 인터넷으로 식기세트를 샀는데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 별점을 하나밖에 안 줬거든요. 제품사에서 리뷰를 바꿔달라고 자꾸 연락이 오네요.""샵주 정보를 알려 주거나 매장 이름을 알려 주면 내가 사람 시켜서 처리하게 할게." 박시준은 그녀의 표정이 매우 어두운 것을 보고 그녀를 도와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샵주와 잘 이야기 했어요. 저희 사진 찍으러 가요! 이런 사소한 일로 휴가에 영향을 주면 안되죠."그들은 가게에서 나와 바다를 구경하러 가려했다.이곳의 바다는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풍경이다.이곳의 바다는 순수한 청록색이기 때문에 특히 아름다웠다.바닷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그동안의 걱정 또한 싹 사라지는 거 같았다."여기 너무 예쁘네요! 여기 한번 오기 쉽지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네요.""응. 내가 가서 사진 각도 좀 봐볼게." 박시준이 카메라를 들고 자리를 떴다.진아연은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바다 속으로 새처럼 자유롭게 걸어갔다."시준 씨, 저 시준 씨랑 같이 찍고 싶어요! 저 단독샷 하나 찍어주고 같이 사진 찍어요!" 그녀가 그에게 소리쳤다.박시준은 여전히 얼
"알았어. 내일은 외식하는 게 어때?""네. 전 먼저 샤워 할게요. 오후에 땀을 많이 흘려서." 그녀는 캐리어 앞으로 걸어가 잠옷을 찾았다. "저희 밤에 나가요?""저녁 식사 하고 밖에 나가서 야경 보자! 피곤하면 조금만 걷다 돌아오고.""그래요."진아연이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간 후 핸드폰이 울렸다.라엘에게서 걸려온 영상 통화였다.박시준은 전화를 받아 딸의 귀엽고 예쁜 얼굴을 보더니 눈에 부드러움이 피어났다."아빠, 엄마는요?""엄마 샤워하러 갔어.""아...거기는 재미있어요?" 라엘이 물었다. "재밌게 놀았어요?""여기 나라가 크지 않아. 근데 여기 바다 경치가 아주 아름다워. 아빠가 여태 본 바다 중 여기가 제일 예뻤어." 박시준은 베란다로 걸어가 그녀에게 바깥 풍경을 보여주었다. "밖에 바다 보여?"라엘: "잘 안 보여요, 아빠! 바닷가에 가서 보여주세요!""알았어, 지금 바로 바닷가로 갈게." 박시준은 핸드폰을 손에 들고 걸어 나갔다.외출하기 전에 그는 집사에게 설명했다.늦게 돌아오면 진아연이 샤워를 하고 나서 없어진 그를 보고 조급해할까봐서였다.문을 나선 그는 곧바로 바닷가로 갔다.이쯤 되면 해가 지고 덥지 않아 거리에 사람이 더 많았다.박시준은 한동안 망설이다가 딸과 좋은 대화를 나누기로 결심했다. "라엘아, 아빠는 네가 세연 삼촌이랑 그만 친해졌으면 하는데. 너한테 잘해주는 거 알아. 너도 그 삼촌을 좋아하고. 근데 만약 그 사람이 라엘이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거면 넌 매우 위험해질거야."라엘은 그의 말을 듣고 약간 복잡하고 심오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세연 삼촌, 우리 아빠가 한 말 다 들었죠? 삼촌이 아빠랑 직접 말해봐요!"그렇게 라엘은 김세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박시준은 곧 김세연의 잘 생겼지만 화난 얼굴을 보았다.뻘쭘하고! 어이없고! 머리카락까지 곤두섰다!숨막히는 둘 사이의 긴장을 끝내기 위해 박시준은 통화를 끊었다.웃기네. 김세연은 집이 없어? 아연이 집에 얹혀 살고 있는 건 뭐
그녀는 마치 모든 힘이 빠져나간 것 같았고 제대로 서있지 못할뻔 했다.오후에 그녀는 박시준이 그를 찾고 있다고 위정에게 특별히 당부를 했다. 박시준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서 왜 잘 숨어있지 않은 건지?그녀는 박시준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새로운 상처가 있는지 확인했다."넌 그게 무슨 표정이야?" 박시준은 그녀를 부축하여 침대 옆에 앉았다. "내가 점심에 너에게 보낸 엽서를 우체국에 가져가 CCTV를 찾아보라 했거든. 방금 연락이 왔는데 엽서를 보낸 사람을 찾았다고 해서 갔더니 CCTV에서 위정을 봤어." 라고 말했다.그의 설명은 그녀의 숨통을 확 트이게 했다."그래서 CCTV에서 위정을 본거예요?""응, 그렇지 않으면 넌 내가 그를 만난 줄 안거야? 직접 마주쳤으면 나 혼자 이렇게 돌아올 수 있겠어?" 그는 그녀의 머리를 톡 치며 말했다"왜 그렇게 멍해 있는 거야?"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제가 위정 오빠를 너무 많이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당신이 그렇게 말했을 때 제 첫 반응이 당신이 그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나봐요.""실제로 만나면 꼭 여기로 데려와서 같이 만날거야." 라고 말하며 이유를 설명했다. " 단 둘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주먹부터 날아갈 것 같아서.""시준 씨, 위정 오빠 탓하지 않으면 안돼요? 위정 오빠가 없었다면 지성이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을 거예요. 위정 오빠가 지성이를 도와줄 때 시은이한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예상을 하겠어요. 그 사람은 의도적으로 시은 씨의 목숨으로 지성이의 목숨을 바꾸려는게 아니었을거예요.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녀는 애원하는 어조로 두 손으로 그의 큰 손바닥을 잡았다.그는 그녀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며 목젖을 굴렸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을 데리고 널 만나려는 거잖아. 내 이성이 말해주고 있거든. 모든 잘못을 그 사람 잘못이라고 여기면 안 된다고.""네, 점심에 우체국에 간건 위정 오빠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간거예요?""맞아. 엽서에는 싸인이 없으니까. 그
"네! 그럼 먼저 세연 삼촌에게 전화해요!"영상 통화를 끊고 진아연은 김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고 진아연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세연 씨, 라엘이 그러는데 박시준 씨가 세연 씨 험담을 했다고...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은 가네요. 그냥 흘려버려요. 시준 씨가 라엘이를 너무 사랑해서 제멋대로 이상한 생각을 해서 그래요. 그는 자신 말고 세상의 다른 남자들이 다 라엘이한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김세연: "제가 원래 그 사람이랑 사이가 좋지 않잖아요.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아연 씨랑 라엘이와의 관계에는 상관없어요.""그래요. 오늘 다이빙 하러 간건 즐거웠어요?""아주 재밌었어요. 사진은 나중에 보내드릴게요.""그래요."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박시준이 나왔다.그녀는 그가 오늘 이렇게 빨리 샤워를 마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아연아, 배고프다고 하지 않았어? 밥 먹으러 가자!" 박시준은 그녀가 누구와 통화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듯 일부러 그녀에게 다가가 전화를 끊으라고 말했다.김세연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박시준이 고의로 자신을 자극한다는 느낌을 받아 진아연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시준 씨, 전 늘 당신이 EQ가 높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세연 씨 앞에서 그 사람 욕을 할 수 있어요?" 라고 진아연이 물었다."그 사람이 있는지 몰랐어." 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그녀를 식당으로 데려갔다. "내가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해도 난 상대가 난처하겐 굴지 않아.""그럼 다음부터 주의해줘요.""응."식당에는 해산물이 테이블 위에 가득 놓여 있었고 요리 외에도 테이블 위에는 빨간 장미 꽃다발과 두 개의 빨간 양초가 있었다.집사는 그들이 식당에 들어간 후 식당의 불을 껐다.갑자기 식당 전체 분위기가 엄청 무드하게 변했다.그녀는 그들이 허니문 스위트룸을 예약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뻔했다.이게 캔들라이트 디너인가?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어때요?"그는 "조금
그녀는 진동 모드를 껐다.박시준은 등을 돌리고 있어 그녀가 전화를 들고 나온 것을 보지 못했다.위정이 그녀에게 내일 R국을 떠난다는 메세지를 보냈다.그녀는 바로 대답했다. "가기 전에 한번 봐요! 내일 시간과 장소를 정하면 제가 갈게요.""아연아, 물에는 안 들어갈 거야? 아니면 내일 갈까? 여기까지 왔는데 안 놀고 가면 좀 그렇잖아." 박시준은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시준 씨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그래.""내일 뭐 할지 생각이나 한번 해볼까요!" 위정은 그녀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내일 박시준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위정을 만날 방법을 강구해내야 했다.박시준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므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그가 낮잠을 자지 않는 이상."뭐야, 여기서 산 약을 준다고?" 박시준은 그녀가 오늘 이곳에서 산 약을 가지고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왜 약을 안 가져왔어? 저번에 나한테 준 약 효과가 좋던데. 하나도 안 아프던데.""이곳 약 효과를 테스트하고 싶었어요." 진아연은 약 상자를 열었고, 약 냄새가 살짝 나기 시작했다."내가 실험용 쥐가 된 거 같네." 박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음, 근데 약 냄새가 매우 고약한데?""향료가 아니라 약인데도 그렇네요. 점원이 말하기로는 효과가 매우 좋다고 했어요. 당신도 같이 있었잖아요?" 진아연은 정말 효과가 좋은지 확인하고 싶어졌다.박시준은 고약한 냄새를 참으며 말했다. "우리 와이프는 왜 이렇게 순진할까? 아연아 자기가 파는 물건이 안 좋다고 하는 판매원도 있어?""칫, 순진하긴 해도 당신처럼 다치지는 않거든요!" 진아연은 이어서 말했다. "약이 조금 독할 수도 있지만 참아요."말을 마치자 마자 그의 상처에 약을 발랐다.몇 초 후,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윽! 이 약 대체 뭐야?!""왜요? 시원해요?""아니! 불 타는 거 같아!""좀 참아봐요. 몸에 좋은 약은 쓰고 아프니깐요." 진아연은 약을 그의
"평범한 인간이니깐." 그는 비유를 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네 마음 속에는 내가 있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네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으면 질투가 나거든.""뭐에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렇게 받아치다니. 정말 능력자네요." 그녀는 그를 보며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이곳 야경은 정말 예쁘네요! 조금만 더 있다가 가요.""피곤하다고 하지 않았어?"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내일 아침에 일출보러 와요! 분명 아름다울 거예요!"박시준: "일출을 보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일출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깐 내일 같이 가요!"그는 일출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대답했다.두 사람은 한참을 걷다가 호텔 방으로 돌아갔다.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박시준은 그녀에게 일찍 자자고 말했다.진아연 역시 너무 피곤해 빨리 자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위정과 내일 점심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박시준을 내일 오전 내내 잠에 들게 해야만 했다.그래서 그를 잠들지 않게 해야만 했고, 내일 아침 일찍 일출을 보고 와야지 그가 내일 점심에 피곤해서 잠을 잘 것이라고 생각했다.불을 끈 뒤, 그녀는 침대에서 뒤척였다."잠이 안 와요." 그녀는 졸음을 참으며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이야기 좀 해봐요."박시준: "..." 그의 머릿속이 새하애졌다.어떤 이야기를 해야할 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왜 잠이 안 와?"분명 오늘 오후 내내 해변가에서 걸었기 때문에, 그는 꽤 피곤했다.만약 그녀가 그를 부르지 않았다면 그는 잠이 들었을 것이다."아까 낮잠을 자서 그런지 잠이 안 와요.""그럼 휴대폰을 좀 보는 건 어때?" 그리고 그는 말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 지 모르겠어.""여기까지 와서 휴대폰이나 하라는 거예요?" 그녀는 그에게 요구했다. "노래 불러 줘요! 노래 잘 부르잖아요."박시준은 어색했다.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지냈지만, 그녀가 이렇게 밤에 잠도
새벽 5시 30분. 두 사람은 호텔에서 나와 곧바로 해변가로 향했다.역시나 해변가에는 아무도 없었다.진아연은 그를 끌고와 해변에 앉힌 뒤, 그가 가져온 담요를 덮었다.그리고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바다를 보았다."너무 아름답고 낭만적인 거 같아요.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요."박시준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눈이 빨갛게 충혈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에게 말을 걸 때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꿈 속에 있는 것 같았다."정말 안 피곤해? 아연아, 솔직히 말해봐.""물론... 피곤하죠. 하지만 당신과 일출을 함께 꼭 보고 싶었어요. 일출 본 다음에 다시 자면 되잖아요." 그녀는 그의 어깨에 손을 갖다대며 말했다.그리고 그녀의 손이 닿자 그가 어깨에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 생각났다.그는 고통스러워 숨을 헐떡였다."시준 씨, 미안해요! 고의가 아니었어요!" 그녀 역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괜찮아. 엄청 아프진 않아. 그냥 좀 쓰라릴 뿐이야." 그는 그녀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웃으며 안심시키려고 했다. "그 약 꽤 괜찮은 거 같아.""정말요? 그럼 다시 만져봐도 괜찮아요?"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상처 부위를 매만졌다."쓰라리지. 아프진 않아.""알았어요. 그럼 밤에 다시 발라줄게요." 그녀는 다시 그의 어깨에 머리를 살포시 기댔다. "잠깐 눈 감고 있을 테니. 해가 보이면 말해줘요."박시준은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고, 잠이 든 것 같았다.이렇게 피곤한데 굳이 이렇게 일출을 보겠다고 하다니?고작 일출이 뭐라고?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침 6시, 저 멀리 수평선에서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그는 진아연의 얼굴을 살짝 만졌다. "아연아, 일어나."진아연은 정말 잠이 든 듯, 손으로 눈을 비비고 일출을 바라보았다."박시준 씨, 지금 이 순간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죠?" 그녀는 잠을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기분이 조금 좋아보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