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뇨, 안 들어가요. 그 사람이 여기서 기다린 만큼 저도 여기서 기다릴 거예요."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웨이터는 가녀린 그녀의 체구를 보자 그녀가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즉시 다른 직원을 불러 옥외 파라솔을 설치하게 했다.그런 다음, 두꺼운 담요를 가져와 그녀의 어깨에 둘러주었다."진 아가씨, 이미 주방에 오더를 내렸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가시죠! 여기서 계속 기다리시는 것보다, 박 대표님께 사과를 하러 가시는 편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잠시 후, 온갖 진수성찬이 테이블에 올라왔다.테이블 위에 펼쳐진 수준급의 음식들을 보자, 그녀는 비로소 박시준이 그토록 화가 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오늘 밤의 데이트가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데이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잘못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를 초빙해 연주를 준비했고, 이렇게 아름다운 이벤트도 준비했다. 게다가 대통령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호화로운 저녁 식사까지, 이걸 어떻게 그저 평범한 데이트라 할 수 있을까."진 아가씨, 이 요리는 아가씨께서 직접 열어주시죠." 웨이터가 다섯 번째 요리를 가리키며 진아연에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아연은 다섯 번째 요리의 뚜껑을 열었다.다섯 번째 요리는 연꽃 모양의 디저트였다. 연꽃 모양을 한 디저트 옆에는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 넘치는 금붕어 한 마리가 있었고, 그 금붕어는 입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물고 있었다.진아연의 눈길이 다이아몬드 반지에 쏠렸다."이건..." 그녀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진 아가씨, 사실 박 대표님께서 오늘 밤에 프러포즈를 준비하셨습니다." 웨이터가 말했다. "오늘 밤의 데이트를 위해, 박 대표님께선 그저께부터 직접 가게로 오셔서 이벤트를 준비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보고 계신 이 모든 것은 다 박 대표님의 아가씨를 향한 사랑의 표현입니다."그녀는 주체할 수없이 뚝뚝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아름다운 불빛들이 서로를 비추는 가운데 펼쳐진 다양한 꽃들이
홍 아줌마는 한참을 망설인 후에야 뒤돌아 열쇠를 가지러 갔다.박시준과 진아연이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홍 아줌마는 진아연에게 열쇠를 가져다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박시준은 홍 아줌마를 존중하는 편이었고, 홍 아줌마를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 아줌마 역시 자신의 직권을 넘어서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그런 홍 아줌마라 해도, 홍 아줌마가 실수를 하거나 박시준이 참고 넘길 수 있는 한계점을 건드린다면, 박시준은 홍 아줌마를 가차 없이 해고할 것이다.홍 아줌마는 그런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아연에게 침실의 스페어 키를 가져다준 것이다. 하지만 진아연이 훗날 이 집의 안주인이 될 것이 틀림없기도 했다.홍 아줌마는 진아연에게 열쇠를 건네주고선 그녀를 훑어보며 말했다. "아연 씨, 우선 샤워부터 하는 게 어때요? 감기 걸리겠어요. 옷은 제가 가져다 줄게요."진아연은 열쇠를 꼭 쥔 채, 계단을 바라보았다.박시준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그녀가 강제로 문을 열고 그의 방에 들어간다 해도, 그에게 쫓겨나버릴지 모르는 일이었다.그 시각, 다른 한편.마음에 드는 집을 최경규에게 빼앗긴 후, 박한과 박우진은 줄곧 전셋집에서 살았다.지난 며칠 동안 박우진은 몇 군데 집을 더 보러 다녔지만, 특별히 만족스러운 곳이 없었다.박한은 집을 보러 다닐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저 최경규의 그 잘난 아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이 일은 마치 가시처럼 그의 마음에 깊이 박혀, 분명히 알아내지 않고서는 그는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그는 부자 순위 명단에서 최경규보다 어린 부자들의 사진을 출력해 계속 훑어보았다.박우진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물을 마시다, 또다시 부자들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버지를 보자 순간 화가 치밀었다."아버지, 제정신이세요?" 박우진이 그를 원망하며 말했다. "이 사진들을 본다고 우리가 부자라도 될 수 있대요?"박한은 고개를 들어 아들을 바라보았다. "최경규의 아들을 찾고 있었
"아... 그렇네요. 삼촌이 최경규 씨의 아들일 리가 없잖아요? 삼촌은..." 박우진은 최경규의 사진을 자세히 보며 입을 열었다.최경규의 사진은 박한과 식사를 하던 날, 식당의 CCTV로 찍은 스크린샷이어서애매모호하게 보이지만얼굴의 윤곽은 그래도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아빠, 삼촌이 최경규 씨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박우진은 최경규의 사진을 아버지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전에는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볼수록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박한은 최경규의 사진을 힐끗 보더니 낯빛이 점점 굳어졌다.박한은 박시준과 최경규의 생김새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박우진의 말을 듣더니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최경규 씨의 말대로, A국에서 그 정도의 위세를 가진 아들이 있다면 삼촌인 것 같지 않아요?" 박우진은 자기 의심을 계속 얘기했다. "다른 사람은 최경규 씨가 말한 특징과 다르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삼촌이 비슷하게 생긴 부분도 있고요."박한은 충격을 받았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박한은 박시준이 박 씨 집안사람이 아니라는 소문을 들어 본 적이 없었고 어머니께서는 살아생전 박시준을 엄청 아끼고 사랑했었다. 만약 박시준이 박 씨 집안의 아이가 아니라면 어머님은 왜 작은 아들을 끔찍이 아낀 거지?물론 박시준의 성격과 외모가 다른 박 씨 집안사람과 다르다는 의문은 계속 품고 있었다."아빠, 삼촌이 우리 집안사람이 아니고 최경규의 아들이라고 해도 달라질 게 뭐가 있을까요? 지금의 박 씨 집안은 몰락해 삼촌 혼자 버티고 있는데, 어찌할 방법이 없잖아요." 박우진은 소파에 앉아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가족이 아니라면 적어도 우리한테 돈으로 보상하라고 할 수 있어!" 박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를 악물었다. "ST그룹을 창설할 때, 네 할머니가 사업 운영 자금을 보태줬었어! 그러니 현재 ST그룹의 3분의 1은 박 씨 집안의 것이야!"박우진의 그의 말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아빠, 그럼 삼촌이 우리 가족이 아니라면, 우리 이제
진아연은 박시준이 아직 잠들지 않았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잘 리가 있을까?방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진아연은 천천히 다가가 그의 옆에 누우려 했다.종일 고생하더니 그녀도 무지 지친 상태였다.그녀가 침대에 앉아 누우려 할 때 박시준의 나지막하고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싫어요." 진아연은 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이불을 젖히고 그의 옆에 누웠다.진아연은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그의 몸을 꼭 껴안았고박시준은 긴장했는지 몸이 굳어버리더니 숨소리마저 점점 거칠어졌고 마치 곧 폭발할 듯했다."시준 씨,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진짜 잘못했어요." 진아연은 그를 꽉 안고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저를 위해 준비한 조명쇼도 봤고, 다이아몬드 반지도 봤어요..."방금 진정된 마음은 그녀의 말에 다시 불타올랐다.박시준은 그녀를 밀어내고 쉰 소리로 외쳤다. "날 건들지 마!"진아연은 그의 외침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시 그를 꽉 안았다."시준 씨, 저에 대한 당신의 마음을 절대 의심하지 않아요." 진아연은 그한테 자기 속마음을 전부 알리고 싶었다. "물론 시준 씨에 대한 제 마음도 의심한 적 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당신이었어요. 오늘 밤 저한테 프러포즈할 줄 알았다면 바로 와서 당신을 만났을 거예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가슴이 벅찼고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머리는 깨질 듯 아파졌고 체온도 왠지 이상하게 높았다.그를 꽉 껴안은 진아연 때문에 숨이 더욱 가빠졌지만밀어내지 않았다. 왜냐면 다시 밀어내도 계속 다가올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시준 씨,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배터리가 나가서 전화를 안 받은 거예요. 전 배터리가 나간 줄도 몰랐어요." 진아연은 계속 그한테 설명했다. "저희 약속을 깜빡한 건 아니에요. 최운석 씨의 병황이 나아지면 찾아가려 했지만, 계속 구토를 해서 떠날 수가 없었어요."진아연이 최운석을 언급하자 박시준은 다시 불타올랐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박시준은 진아연이 그의 품속을 떠나는 순간 얼어 죽을 것 같아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다."시준 씨, 이런 식으로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마요. 알았죠? 시준 씨가 잘못했든, 제가 잘못했든 이렇게 자기를 아프게 하지 마요." 진아연은 계속해서 자신을 학대하는 박시준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그의 숨결은 더욱 거칠어졌고몸은 마치 불덩이처럼 끊임없이 열을 내뿜고 있었다.진아연은 그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봐 점점 불안했다."시준 씨, 놔요. 제가 약을 가져다드릴게요." 진아연은 그의 팔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박시준은 재빨리 그녀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박시준 씨! 이대로 아파 죽을 생각이에요?!" 박시준이 꽉 잡고 있는 탓에 손이 너무 아팠다.물론 진아연은 그한테 소리치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정신을 차라지 않는다면 그녀가 아무리 애써봤자 벗어날 수 없었다.그녀가 목소리를 높이자 박시준은 그제야 힘을 풀었지만여전히 놓아주지 않았다.그의 앞에 앉아 떠날 수도 없고 누워있을 수도 없는 진아연은 어둠 속에서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짜 이대로 죽고 싶어." 박시준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신이 멀쩡한 듯 나간 듯한 그의 말에진아연은 듣자마자 성을 냈다. "이대로 죽게 놔둘 수 없어요! 이대로 죽으면 저와 아이들은 어떡해요?!""너한테 재산을 남겨줄게. 그럼 훨씬 나은 생활을 살게 될 거야." 다시 전해지는 그의 목소리에는 숨 막힐 듯한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왜 죽고 싶은 거예요?! 혹시 제가 오늘 늦게 와서..." 진아연은 울먹거리며 그한테 물었다."힘들어." 박시준은 그녀한테 솔직히 답해줬다.그녀의 지각은 단지 시발점에 불과했다.박시준은 자기 인생 자체가 잘못이라 여겼고태어날 때부터 모든 게 틀렸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눈물을 머금은 채로 그의 팔을 밀어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불을 켜고 침대 옆에 서서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박시준 씨, 지금 아파서 헛소리한 거라
순간, 그녀가 말한 '남편' 이 누군지 깨닫지 못한 경호원은언성을 높여 물었다. "누구예요? 남편이 누구세요?"곁에 있는 박시준도 휴대폰에서 전해지는 경호원의 거친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걸의식한 진아연은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박시준 씨 외에 다른 사람이 있겠어요? 저 곧 시준 씨와 결혼하잖아요.""아! 아직 결혼하지 않았잖아요? 근데 벌써 남편으로 불러요?" 경호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알겠어요. 그럼 돌보고 계세요. 제가 알아서 최운석 씨를 무시하면 돼요."박시준이 곁에 없었다면 분명 경호원에게 부탁해 최운석의 기분을 달래주라고 할 진아연이었지만박시준이 곁에 있으니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진아연이 전화를 끊고 박시준을 바라보자박시준은 그녀를 등져 몸을 돌렸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에게 기대어 조용히 물었다."시준 씨, 이제 어때요?" 그녀는 말하면서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박시준은 전날 밤의 일에 불만이 있는지 바로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미안해요. 어제는 제가 잘못했어요. 배고프지 않아요? 제가 가서 아침밥을 가지고 올게요!" 진아연은 그를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병원에 가서 그 바보를 챙기지 그래?" 박시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신이 그 사람보다 더 중요하니까요. 시준 씨, 여기 봐봐요. 제가 반지를 꼈는데 딱 맞아요." 진아연은 그와 마주 볼 수 있게 몸을 돌려 반지를 보여줬다.박시준은 그녀가 끼고 있는 반지를 보더니 마음속 분노가 천천히 가라앉았다.전날 열이 났을 때, 그녀가 품속에서 했던 말들을 되새겨보면박시준은 그녀가 일부러 늦은 게 아니라는 걸 믿고 있었다.하지만 그와 최운석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사이고 진아연이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최운석과 얽매이는 게 싫었다.동정과 연민 때문이라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시준 씨가 최운석 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시은 씨의 친오빠잖아요. 시준 씨, 저도 알고 있어요." 진아연은 그의
"근데 결국 시은이를 발견했잖아?"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른 계획을 제안했다. "최운석 씨를 죽이지 않고 최경규 일가족을 죽여도 되지."진아연: "..."진아연은 아무래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박시준이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으면 했다."시준 씨, 감기가 낫지 않았는데 일단 쉬어요. 최운석 씨의 일은 일단 신경 쓰지 마시고 제가 경호원한테 병원에서 지켜보라고 할게요. 그러면 최경규 씨가 다가가지 못할 거예요." 진아연은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나중에 몸이 회복되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보죠.""진아연, 도망 쳐봤자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 난 그와 같은 공간에서 지낼 수 없는 사이야." 박시준은 목소리는 얼음과도 같이 차가웠다."같은 공간에서 지낼 수 없다니요? 최운석 씨는 당신의 그 어떤 것도 뺏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그는 시은 씨와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보통 사람이라고 볼 수 없잖아요. 만약 시은 씨가 살아있다면 설마 시은 씨도 죽일 생각이에요?"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생트집 잡지 마. 시은이는 죽었고 네 말은 그냥 억지일 뿐이야." 박시준은 바로 그녀에게 반박했다."생트집이라뇨? 최운석 씨가 뭘 잘못했는데요? 왜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사실 진아연은 박시준과 언젠가는 이런 문제에 직면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의 태도가 이리 단호할 줄 몰랐다."틀린 건 그가 아니라 나야. 난 그의 인생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평생 돌려줄 생각도 없어!" 박시준은 어두운 낯빛을 하며 말을 이었다."시준 씨, 당신이 틀렸다고 말한 적 없어요." 진아연은 고통스러운지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없었던 당신도 피해자일 뿐이에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듣자 이불을 옆으로 던지고 침대에서 내려왔고진아연은 화장실로 들어간 박시준을 보며 그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진아연은 이제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느끼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이제 없다고 생각했다.물론 그의 말
병원.진아연과 만나지 못한 최운석은 우울해 보였다.경호원은 그의 옆에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고 최운석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열리면서 진아연이 들어오자최운석은 그녀를 멍하니 보더니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왜냐면 경호원은 그에게 진아연이 오지 않을 거라 알렸기 때문이었다."최운석 씨, 오늘은 어떠신가요?" 진아연은 병실 침대로 다가가 물었다.경호원은 그녀의 목소리에 놀라 바로 게임을 종료하고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대표님, 오늘 남편분을 돌보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왜 갑자기 여기 찾아오신 거죠? 남편분은 괜찮으신가요? 아니면 남편분과 다투셨나요?""입 좀 다물지 않을래요?" 진아연은 경호원의 말을 듣자 마이크와 경호원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점점 언행이 주제넘는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마도 그녀의 성격이 고분고분해 선을 넘는 게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최운석은 진아연의 손을 잡고 환한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 저를 데려가도 돼요!""퇴원해도 될 거라 확신하는 거예요?" 진아연은 끝을 보이는 링거를 보며 물었다."저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요. 아빠가 저를 찾아서 때릴까 봐 두려워요." 그는 진아연을 보며 애원했다.진아연은 불안한 그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담당 의사한테 퇴원할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 가능하면 데려가죠."박시준의 저택.진아연이 떠나자 홍 아줌마는 이침 식사를 치라고 2층 침실로 올라갔다."대표님, 그래도 밥은 드셔야죠! 그렇지 않으면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홍 아줌마는 노파심에 계속 설득하려 했다. "제가 무심결에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어요. 최운석 씨라는 분이 시은 아가씨의 친오빠예요?"박시준은 홍 아줌마가 건넨 죽을 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대표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대표님은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홍 아줌마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 누구도 지금까지 대표님이 이룬 것들에 영향을 줄 수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