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휴대폰은 왜 꺼져 있는 걸까?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니면 그저 휴대폰 배터리가 없는 걸까?그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간다고 해놓고, 두 시간이 지나도록 여태 못 골랐을 리는 없지 않은가?그녀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그는 그녀의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경호원이 전화를 받았다.경호원이 말했다. "대표님의 휴대폰 벨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대표님께선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 대표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고, 다른 분이 입원하셨는데 대표님께서 함께 와주셨습니다.""누가 입원했나?" 박시준의 목소리에 불안함이 역력했다.경호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제가 말씀드리긴 좀 곤란합니다... 남성분이십니다.""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낼 수 있어." 박시준의 눈빛이 불현듯 차가워졌다. 그는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말해!" 경호원은 마른침을 삼키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그게... 그 환자 이름이 최운석이라 합니다."최운석의 이름을 듣자, 박시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진아연은 최운석과 함께 있느라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게다가, 그녀는 전화로 그의 선물을 사러 간다며 그에게 거짓말을 하고선 최운석과 함께 있었다.박시준은 전화를 끊은 후 의자에 앉았다.갑자기 하늘에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그가 오늘 아침 날씨를 봤을 때, 흐리긴 해도 비 소식은 없어 그는 테라스를 장식했다.한 웨이터가 우산을 들고 와 말했다. "박 대표님, 비가 옵니다. 실내로 들어가시죠."박시준은 자리를 옮기고 싶지 않았다.그는 단지 진아연이 오늘 밤에 올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박 대표님, 진 아가씨께선 언제 오시나요?" 웨이터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먼저 식사를 하시는 게 어떠시겠습니다? 진 아가씨께서 오실 때까지 기다리셨다가는...""꺼져."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신경 끄라고!"병원.경호원은 박시준과의 전화를 마친 후, 병실로 돌아왔다.최운석이
그녀가 말을 마치자, 최운석이 그녀의 팔을 놓았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며 뚝뚝 눈물을 흘렸다.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진아연은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가방을 꺼내들었다. 휴대폰을 찾아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 생각이었다.전원 버튼을 눌렀지만, 휴대폰 액정은 여전히 어두웠다.휴대폰이 언제 배터리가 다 되어 꺼져버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는 경호원에게 말했다. "전화 한 통 하게 휴대폰 좀 빌려줘."경호원은 즉시 휴대폰의 잠금을 풀어 그녀에게 건넸다.그녀는 박시준의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머릿속으로 그녀가 왜 약속 장소로 갈 수 없는지 그에게 설명할 방법을 빠르게 생각했다.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전화가 걸렸고, 신호도 갔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시스템이 자동으로 전화를 끊자, 그녀는 휴대폰을 경호원에게 돌려주었다."간호사실에서 충전기 좀 빌려다 줄래? 내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어." 진아연이 경호원에게 말했다."제가 가서 물어볼게요." 경호원이 성큼성큼 병실을 나섰다.경호원이 나간 후, 진아연이 최운석에게 말했다. "가지 않을게요. 심하게 메스껍지 않으면 눈 감고 좀 쉬세요. 빨리 회복해야 제가 데리고 갈 수 있잖아요."그녀의 말에 최운석은 눈을 감았다.잠시 후, 경호원이 빌린 충전기를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진아연은 휴대폰에 충전기를 연결한 후 전원을 켰다.박시준의 부재중 전화를 보자 그녀는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그것이 최운석의 휴식을 방해할까 염려되었다.그녀는 최운석이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그녀는 박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이따가 만나러 갈게요.최운석이 잠이 들자, 그녀는 곧바로 그를 찾아갔다.창밖에는 거센 빗줄기가 창을 때리며, 탁탁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진아연은 비가 오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빗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빗소리는 그녀를 평온하게 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창밖의
"선물은?" 그가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지만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했다.고작 세 글자의 단어일 뿐이었지만, 그녀가 깜짝 놀라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그의 눈동자는 그녀의 놀란 얼굴을 차갑게 바라보았다.그녀가 먼저 솔직하게 말해줬더라면, 자신을 내버려 두고 최운석을 간병하러 병원에 간 그녀를 참지 못할 것도 없었다."미안해요, 시준 씨." 진아연은 깊게 심호흡을 하며 다시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붙잡았다. "비 맞고 있지 말아요. 감기 걸려요."그는 또다시 그녀의 팔을 뿌리쳤다."그 남잔 어딨어?"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냉담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그의 얼굴은 더욱 싸늘해 보였다. "병원에서 계속 간병이나 하지 그랬어?""그 사람은 잠들었어요." 그녀는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힘겹게 설명했다. "그 사람, 고혈압 약 한 통을 다 먹어버려서 거의 죽을 뻔했어요. 아마 제때 구조하지 않았으면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요.""차라리 죽어버리라고 해!" 박시준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 퍼졌다. "그 인간, 어차피 지금 죽지 않았어도 언젠가 내가 죽여버릴 거야!""시준 씨!" 진아연은 누가 목을 조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신 지금 화난 것 충분히 이해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진작 시준 씨한테 전화했어야 했어요. 당신을 이렇게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됐어요. 우선 들어가요. 들어가서 얘기해요. 제발 부탁이에요!"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그를 의자에서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완강히 버티며 몸을 일으키려 하지 않았다.순간, 무력감과 두려움이 그녀의 온몸에 가득 퍼졌다.그녀는 그가 계속해서 비를 맞고 있다가 몸이라도 상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나, 그녀의 말이 들릴 리 없었다.밀려오는 깊은 절망감에 그녀는 결국 속절없이 울어젖혔다.그녀의 애끊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자신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오늘 밤,
"아뇨, 안 들어가요. 그 사람이 여기서 기다린 만큼 저도 여기서 기다릴 거예요."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웨이터는 가녀린 그녀의 체구를 보자 그녀가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즉시 다른 직원을 불러 옥외 파라솔을 설치하게 했다.그런 다음, 두꺼운 담요를 가져와 그녀의 어깨에 둘러주었다."진 아가씨, 이미 주방에 오더를 내렸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가시죠! 여기서 계속 기다리시는 것보다, 박 대표님께 사과를 하러 가시는 편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잠시 후, 온갖 진수성찬이 테이블에 올라왔다.테이블 위에 펼쳐진 수준급의 음식들을 보자, 그녀는 비로소 박시준이 그토록 화가 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오늘 밤의 데이트가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데이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잘못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를 초빙해 연주를 준비했고, 이렇게 아름다운 이벤트도 준비했다. 게다가 대통령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호화로운 저녁 식사까지, 이걸 어떻게 그저 평범한 데이트라 할 수 있을까."진 아가씨, 이 요리는 아가씨께서 직접 열어주시죠." 웨이터가 다섯 번째 요리를 가리키며 진아연에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진아연은 다섯 번째 요리의 뚜껑을 열었다.다섯 번째 요리는 연꽃 모양의 디저트였다. 연꽃 모양을 한 디저트 옆에는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 넘치는 금붕어 한 마리가 있었고, 그 금붕어는 입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물고 있었다.진아연의 눈길이 다이아몬드 반지에 쏠렸다."이건..." 그녀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진 아가씨, 사실 박 대표님께서 오늘 밤에 프러포즈를 준비하셨습니다." 웨이터가 말했다. "오늘 밤의 데이트를 위해, 박 대표님께선 그저께부터 직접 가게로 오셔서 이벤트를 준비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보고 계신 이 모든 것은 다 박 대표님의 아가씨를 향한 사랑의 표현입니다."그녀는 주체할 수없이 뚝뚝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아름다운 불빛들이 서로를 비추는 가운데 펼쳐진 다양한 꽃들이
홍 아줌마는 한참을 망설인 후에야 뒤돌아 열쇠를 가지러 갔다.박시준과 진아연이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홍 아줌마는 진아연에게 열쇠를 가져다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박시준은 홍 아줌마를 존중하는 편이었고, 홍 아줌마를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 아줌마 역시 자신의 직권을 넘어서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그런 홍 아줌마라 해도, 홍 아줌마가 실수를 하거나 박시준이 참고 넘길 수 있는 한계점을 건드린다면, 박시준은 홍 아줌마를 가차 없이 해고할 것이다.홍 아줌마는 그런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아연에게 침실의 스페어 키를 가져다준 것이다. 하지만 진아연이 훗날 이 집의 안주인이 될 것이 틀림없기도 했다.홍 아줌마는 진아연에게 열쇠를 건네주고선 그녀를 훑어보며 말했다. "아연 씨, 우선 샤워부터 하는 게 어때요? 감기 걸리겠어요. 옷은 제가 가져다 줄게요."진아연은 열쇠를 꼭 쥔 채, 계단을 바라보았다.박시준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그녀가 강제로 문을 열고 그의 방에 들어간다 해도, 그에게 쫓겨나버릴지 모르는 일이었다.그 시각, 다른 한편.마음에 드는 집을 최경규에게 빼앗긴 후, 박한과 박우진은 줄곧 전셋집에서 살았다.지난 며칠 동안 박우진은 몇 군데 집을 더 보러 다녔지만, 특별히 만족스러운 곳이 없었다.박한은 집을 보러 다닐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저 최경규의 그 잘난 아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이 일은 마치 가시처럼 그의 마음에 깊이 박혀, 분명히 알아내지 않고서는 그는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그는 부자 순위 명단에서 최경규보다 어린 부자들의 사진을 출력해 계속 훑어보았다.박우진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물을 마시다, 또다시 부자들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버지를 보자 순간 화가 치밀었다."아버지, 제정신이세요?" 박우진이 그를 원망하며 말했다. "이 사진들을 본다고 우리가 부자라도 될 수 있대요?"박한은 고개를 들어 아들을 바라보았다. "최경규의 아들을 찾고 있었
"아... 그렇네요. 삼촌이 최경규 씨의 아들일 리가 없잖아요? 삼촌은..." 박우진은 최경규의 사진을 자세히 보며 입을 열었다.최경규의 사진은 박한과 식사를 하던 날, 식당의 CCTV로 찍은 스크린샷이어서애매모호하게 보이지만얼굴의 윤곽은 그래도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아빠, 삼촌이 최경규 씨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박우진은 최경규의 사진을 아버지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전에는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볼수록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박한은 최경규의 사진을 힐끗 보더니 낯빛이 점점 굳어졌다.박한은 박시준과 최경규의 생김새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박우진의 말을 듣더니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최경규 씨의 말대로, A국에서 그 정도의 위세를 가진 아들이 있다면 삼촌인 것 같지 않아요?" 박우진은 자기 의심을 계속 얘기했다. "다른 사람은 최경규 씨가 말한 특징과 다르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삼촌이 비슷하게 생긴 부분도 있고요."박한은 충격을 받았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박한은 박시준이 박 씨 집안사람이 아니라는 소문을 들어 본 적이 없었고 어머니께서는 살아생전 박시준을 엄청 아끼고 사랑했었다. 만약 박시준이 박 씨 집안의 아이가 아니라면 어머님은 왜 작은 아들을 끔찍이 아낀 거지?물론 박시준의 성격과 외모가 다른 박 씨 집안사람과 다르다는 의문은 계속 품고 있었다."아빠, 삼촌이 우리 집안사람이 아니고 최경규의 아들이라고 해도 달라질 게 뭐가 있을까요? 지금의 박 씨 집안은 몰락해 삼촌 혼자 버티고 있는데, 어찌할 방법이 없잖아요." 박우진은 소파에 앉아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가족이 아니라면 적어도 우리한테 돈으로 보상하라고 할 수 있어!" 박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를 악물었다. "ST그룹을 창설할 때, 네 할머니가 사업 운영 자금을 보태줬었어! 그러니 현재 ST그룹의 3분의 1은 박 씨 집안의 것이야!"박우진의 그의 말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아빠, 그럼 삼촌이 우리 가족이 아니라면, 우리 이제
진아연은 박시준이 아직 잠들지 않았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잘 리가 있을까?방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진아연은 천천히 다가가 그의 옆에 누우려 했다.종일 고생하더니 그녀도 무지 지친 상태였다.그녀가 침대에 앉아 누우려 할 때 박시준의 나지막하고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싫어요." 진아연은 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이불을 젖히고 그의 옆에 누웠다.진아연은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그의 몸을 꼭 껴안았고박시준은 긴장했는지 몸이 굳어버리더니 숨소리마저 점점 거칠어졌고 마치 곧 폭발할 듯했다."시준 씨,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진짜 잘못했어요." 진아연은 그를 꽉 안고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저를 위해 준비한 조명쇼도 봤고, 다이아몬드 반지도 봤어요..."방금 진정된 마음은 그녀의 말에 다시 불타올랐다.박시준은 그녀를 밀어내고 쉰 소리로 외쳤다. "날 건들지 마!"진아연은 그의 외침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시 그를 꽉 안았다."시준 씨, 저에 대한 당신의 마음을 절대 의심하지 않아요." 진아연은 그한테 자기 속마음을 전부 알리고 싶었다. "물론 시준 씨에 대한 제 마음도 의심한 적 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당신이었어요. 오늘 밤 저한테 프러포즈할 줄 알았다면 바로 와서 당신을 만났을 거예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가슴이 벅찼고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머리는 깨질 듯 아파졌고 체온도 왠지 이상하게 높았다.그를 꽉 껴안은 진아연 때문에 숨이 더욱 가빠졌지만밀어내지 않았다. 왜냐면 다시 밀어내도 계속 다가올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시준 씨,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배터리가 나가서 전화를 안 받은 거예요. 전 배터리가 나간 줄도 몰랐어요." 진아연은 계속 그한테 설명했다. "저희 약속을 깜빡한 건 아니에요. 최운석 씨의 병황이 나아지면 찾아가려 했지만, 계속 구토를 해서 떠날 수가 없었어요."진아연이 최운석을 언급하자 박시준은 다시 불타올랐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박시준은 진아연이 그의 품속을 떠나는 순간 얼어 죽을 것 같아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다."시준 씨, 이런 식으로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마요. 알았죠? 시준 씨가 잘못했든, 제가 잘못했든 이렇게 자기를 아프게 하지 마요." 진아연은 계속해서 자신을 학대하는 박시준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그의 숨결은 더욱 거칠어졌고몸은 마치 불덩이처럼 끊임없이 열을 내뿜고 있었다.진아연은 그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봐 점점 불안했다."시준 씨, 놔요. 제가 약을 가져다드릴게요." 진아연은 그의 팔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박시준은 재빨리 그녀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박시준 씨! 이대로 아파 죽을 생각이에요?!" 박시준이 꽉 잡고 있는 탓에 손이 너무 아팠다.물론 진아연은 그한테 소리치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정신을 차라지 않는다면 그녀가 아무리 애써봤자 벗어날 수 없었다.그녀가 목소리를 높이자 박시준은 그제야 힘을 풀었지만여전히 놓아주지 않았다.그의 앞에 앉아 떠날 수도 없고 누워있을 수도 없는 진아연은 어둠 속에서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짜 이대로 죽고 싶어." 박시준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신이 멀쩡한 듯 나간 듯한 그의 말에진아연은 듣자마자 성을 냈다. "이대로 죽게 놔둘 수 없어요! 이대로 죽으면 저와 아이들은 어떡해요?!""너한테 재산을 남겨줄게. 그럼 훨씬 나은 생활을 살게 될 거야." 다시 전해지는 그의 목소리에는 숨 막힐 듯한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왜 죽고 싶은 거예요?! 혹시 제가 오늘 늦게 와서..." 진아연은 울먹거리며 그한테 물었다."힘들어." 박시준은 그녀한테 솔직히 답해줬다.그녀의 지각은 단지 시발점에 불과했다.박시준은 자기 인생 자체가 잘못이라 여겼고태어날 때부터 모든 게 틀렸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눈물을 머금은 채로 그의 팔을 밀어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불을 켜고 침대 옆에 서서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박시준 씨, 지금 아파서 헛소리한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