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수현은 정신을 차렸고, 자신이 뜻밖에도 은수의 몸에 엎드려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넋을 잃었다는 것을 깨닫자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졌다.그녀는 언제 이렇게 얼빠가 됐지? 그러나 은수의 얼굴은 정말 아무런 흠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마음속으로 중얼거리다 수현은 일어서서 휴대전화를 꺼내 윤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필경 그녀는 은수와 그렇게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기에 그를 이곳에 남겨두고 밤을 보내게 하는 것은 좀 이상했다.전화는 곧 연결됐고, 수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윤 비서님, 온은수 씨가 술에 취해서 나한테 왔는데, 지금 와서 그를 집으로 데려다 줄 순 없나요?"윤찬은 그녀의 말을 듣고 미안하다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아가씨. 제가 지금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 때문에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있어서요. 오늘 저녁에 서둘러 완성해야 하기에 도무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물론 윤찬은 방금 은수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무진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을 수현에게 알리지 않았다. 은수가 지금 수현의 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바로 무진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녀가 어떻게 말하든 그는 눈치 없이 그들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그럼, 다른 사람을 부를 순 없나요?""아가씨, 아니면 본가에 연락하는 건 어떤가요? 제가 지금 전화가 와서 이만 끊을게요…..."윤찬은 급한 일 있는 것처럼 얼른 전화를 끊었다.수현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왜 다들 바쁘다는 핑계로 은수를 자신에게 버리는 것일까?그러나 온가네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건 말이 안 됐다.유담의 일은 그렇다치고, 그녀는 지금 온가네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하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술에 취한 은수가 그녀에게 있다는 것을 알면, 아마도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은수에게 접근하고 그를 꼬셨다는 죄명을 씌울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수현은 한숨을 쉬며 소파에 누워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됐어, 그냥 여기서 하룻밤 자게 하자.’수현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아
수현은 손을 내밀어 은수의 셔츠의 단추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은수는 부드러운 작은 손이 그의 가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그 느낌은 그의 입안을 바싹 마르게 만들었다.은수는 눈을 번쩍 뜨더니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수현을 본 순간, 은수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앞에 있는 여자는 입술을 굳게 오므리고 그의 단추를 열심히 풀고 있었다.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지금 그의 그림자로 가득 찼다.이 느낌은 너무 기묘해서 은수는 고개를 저었고, 심지어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수현이 어떻게 이렇게 부드럽게 그를 바라볼 수 있을까?수현은 은수가 깨어난 것을 알아차리고 눈을 들어 보았고, 남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당황하여 일어나려 했다. 지금 분위기는 확실히 좀 애매했으니 은수는 그녀가 고의로 그를 꼬시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어색함을 숨기기 위해 수현은 은수가 반응하지 않는 틈을 타서 속사포처럼 입을 열었다."아, 깼어요? 그럼 당신 혼자 옷 갈아입어요. 젖은 옷 입고 자면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까요. 난 먼저 나가 있을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수는 갑자기 일어나 수현의 옷깃을 잡았다. 그녀는 원래 약간 몸을 숙이고 있어서 남자가 이렇게 잡아당기자 수현은 균형을 잃고 은수의 몸에 넘어졌다.공교롭게도 그녀의 입술은 은수의 정교하고 얇은 입술에 닿았다.부드러운 촉감에 수현은 순식간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은수를 밀어내려고 발버둥쳤지만 그에게 어깨를 힘껏 눌리는 바람에 도망갈 수 없었다.은수는 오히려 수현이 마구 발버둥 치는 틈을 타서 그녀의 입안으로 자신의 혀를 내밀며 짙게 키스를 했다.남자의 입안에서 전해오는 은은한 술 향기에 수현의 원래 열이 나는 머리를 더욱 둔하게 만들었다. 방 안의 온도도 천천히 높아지며 마치 불을 붙이면 수시로 탈 것 같았다.수현이 질식할 것 같을 때, 은수는 비로소 천천히 그녀를 풀어주었다.수현은
"아무것도 아니야." 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수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녀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를 느끼며 잠시나마 마음의 평온을 만끽하고 있었다.다만 그가 말을 하려 하지 않을수록 수현은 더욱 궁금해졌다. 그녀는 유담에게 또 무슨 의외라도 생긴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금치 못했다."온은수 씨,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유담에게 무슨 상황이라도 생긴 거예요?"유담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현은 더는 여기서 그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즉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은수는 어쩔 수 없단 듯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의 수현은 조그마한 일에도 크게 놀랐다."아니야. 유담과는 관계 없어. 유담은 탈없이 잘 지내고 있어. 다만 우리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는 계획에 작은 문제가 생겼을 뿐이니 당신은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거야.”유담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듣고 수현은 몸부림을 멈췄지만 미자 쪽에 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비록 미자에 대해 정말 아무런 호감도 없었지만 수현은 하루라도 그녀의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유담도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무슨…... 일인데요?"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수현이 원한 대신 오히려 미자를 관심하는 것을 보고 결국 모든 일을 말했다.수현은 그의 말을 듣고 더욱 심하게 눈살을 찌푸렸다.유담의 어머니로서 그녀는 당연히 은수가 가능한 한 빨리 결정을 내려 그녀의 아이를 돌려보내기를 바랐지만, 은수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가 망설이는 것도 정상이었다."기억해요? 나도 최면 치료 한 적 있잖아요."수현은 생각하며 자신의 지난 일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은수는 눈을 드리웠다. 그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수현은 유은비에게 당해서 모든 사람들의 눈엣가시로 되었고, 대중 앞에서 굴욕을 당하여 엄중한 심리문제를 초래했으며 그녀도 최면을 거쳐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당시 나는 확실히 매우 고
수현은 당시 최면 속 그녀를 어둠 속에서 데리고 나온 사람이 은서가 아니라 은수였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녀 자신조차도 왜 그런지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잠재의식은 확실히 몇 달 동안 함께 지낸 은수를 더욱 믿고 있었다.그러나 수현은 이 사실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어떤 일은 말해도 의미가 없었다.은수는 수현이 깊은 생각에 잠기며 표정에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을 보고 문득 심란해졌다.아마도 그는 주동적으로 은서와 관련된 일을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그동안 그 남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들 사이의 감정이 얼마나 좋았는지 잊어버린 것 같았다.수현의 앞에서 그와 은서를 비교하는 것은 그야말로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는 것이다.은수는 마음속으로 코웃음 쳤다."먼저 나가봐. 나 혼자 좀 있고 싶어."수현은 입술이 움직였지만 남자의 차가운 표정을 보면서 그녀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령 이 방이 그녀의 것이고, 이치대로라면 그녀가 나가는 건 말이 안 된다 하더라도…...이 남자는 기분이 안 좋고 또 술에 취했으니 그녀도 그냥 양보한 셈으로 여겼다.수현이 방에서 나간 후, 은수는 베개를 세게 내리쳤다.......F 국.은비는 음식을 들고 방에 들어갔고, 내려놓자마자 은서는 망설임 없이 음식을 던졌다.음식과 식기가 바닥에 떨어져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은비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그녀가 은서를 이곳에 강제로 남겨둔 그날부터 그는 줄곧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고 밥을 먹으려 하지 않았으며 단식투쟁을 벌여 그들더러 타협하라고 위협했다.은비는 당연히 마음이 아팠지만 은서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어렵게 손에 넣을 온가네 주식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마음을 모질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은서가 며칠 굶어서 혼수상태에 빠지자 은비는 사람을 불러 그의 두발에 족쇄를 채워 그가 이곳에서 전혀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은서가 밥을 먹지 않자 그녀는 매일 그가 허약해져 혼수상태에 빠진 틈을 타서 영양제와 생리 식염물을 주
다른 한 편.무진은 차를 몰고 가연이 말한 그 주소에 도착했다.차가 약간 낡아 보이는 한 아파트 단지에 세워지자 가연은 안전벨트를 풀며 입을 열었다."데려다 줘서 고마워요."무진은 고개를 저었다. "천만에요."필경 그가 스스로 결정해서 가연을 집에서 끌고 나왔으니 그녀를 잘 대해주지 않으면 그는 정말 사람이 아니었다.가연이 무언가를 말하려던 참에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연아, 너야? 돌아온 거야?"가연은 표정이 변하더니 고개를 돌리자 온몸에 술기운을 띠고 손에 담배를 쥐고 있는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즉시 무진을 바라보았다."이제 그만 돌아가서 일봐요."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가연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정말 안 도와줘도 돼요?"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애원하는 표정을 지었다."정말 그럴 필요 없어요."무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끼어들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가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방금 말하던 남자는 무진의 고급차가 떠난 것을 보고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다급하게 다가왔다."그 사람은 누군데? 네 남자친구야? 너 언제 이런 사람을 꼬셨어?"이 사람은 다름 아닌 가연의 친아버지인 한두식이었다.가연은 그가 비꼬는 말을 아랑곳하지 않았다.비록 한두식은 그녀의 친아버지이지만, 그에 대해 그녀는 이미 조금의 감정도 없었다.처음에 한두식은 그나마 정상적인 남자였다. 비록 그는 약간 남성 우월주의였지만, 그래도 가족들에겐 괜찮아서 가연은 편안하고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그러나 그녀의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 한두식은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처럼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점차 타락하여 맨날 놀고먹기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도박하고 성매매하는 악습에 빠져 요 몇 년 동안 집안의 돈을 모조리 도박으로 잃어버렸다.가연은 전에 그가 진 빚을 갚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생각에 한두식은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하게 도박에 빠졌
요 몇 년 동안 가연은 더 이상 그의 빚을 갚으려 하지 않아 두식은 상황이 많이 곤란해졌고, 다시는 그렇게 헤프게 도박을 하지 못했다.그러나 그녀가 지금 부자와 관계 있는 이상, 그는 또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그때가 되면 누군가가 대신해서 돈을 갚아줄 텐데. 여기까지 생각하자 한두식은 또 손이 근질근질해지더니 더 이상 가연에게 매달리지 않고 즉시 핸드폰으로 평소에 같이 어울리는 몇 명의 친구에게 연락해서 함께 지하 도박장에 가기로 약속했다.가연도 그를 상대할 기분이 아니었다. 한두식이 그녀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하는 매 한마디의 말이 그녀는 역겨웠다.만약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시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다시 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다음날수현은 소파에서 깨어나 천장을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어젯밤 그녀는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그녀는 꿈을 꾸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자신이 아직 은수와 이혼하지 않았을 때의 일을 꿈꾸었다.그 일들은 분명 아주 오래됐지만 꿈속에서는 여전히 무척 뚜렷했고, 수현 자신조차도 5년 전의 일을 이렇게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지 않았다.그 일들을 생각하자 수현은 다소 심란했다. 그녀는 은수의 존재가 자꾸 자신의 평온한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이것은 지금의 그녀에게 있어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닌 것 같았다.수현은 이따 은수가 깨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예 아침밥을 만든 뒤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외출했다.수현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은수도 깨어났다. 그는 눈을 뜨자 자신이 낯선 방에 있는 것을 보고 다소 멍해졌다.숙취 때문에 그는 머리가 약간 어질어질하고 아팠다.잠시 후에야 그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났다. ‘여기가 수현의 방인가?’어젯밤 어머니 일로 취해서 무진이 자신을 여기로 보냈는데…...그는 취한 틈을 타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 같았다. 어젯밤 자신은 수현의 감정을 아랑곳하
은수는 그와 이런 쓸데없는 일로 말다툼하는 게 귀찮아서 바로 전화를 끊었다.아침을 먹은 후, 그는 접시와 젓가락을 치우고 깨끗이 씻은 후에야 떠났다.수현은 시종 돌아오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를 상대하는 것이 좀 어색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은수는 아직 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했기에 이 일을 너무 신경 쓰지 않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에 앉자 남자는 직접 닥터 켈로스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제 일을 자세히 생각해봤는데요, 난 닥터 켈로스의 치료 방안에 동의하고 최선을 다해 협조할 거예요."켈로스는 은수가 한동안 고민하다가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그가 이렇게 시원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최면의 부작용에 대해 알고 있겠죠.""잘 알고 있지만...... 어떤 일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죠. 내가 승낙한 이상, 당연히 그 결과를 감당할 거예요."은수도 어젯밤에 이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수현의 말은 그의 마음을 감동시켰다.환상 속에 사는 것은 행복일지도 모르지만, 이 행복은 결국 거짓이다. 만약 어머니가 평생 이런 거짓된 세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 이는 또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은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켈로스도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그를 탄복했다.한 남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과감함과 책임감이었다. 그는 의사인 자신에게 아무런 쓸데없는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모든 결과를 책임진다는 말만 남겼다. 켈로스는 그의 이런 기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이런 남자는 온가네 후계자가 아니더라도 미래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딸이 만약 이런 사람에게 시집갈 수 있다면, 그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므로 이번 치료는 은수가 말하지 않더라도 그는 전력을 다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은수와 전 온가네 사람들은 그들에게 아주 큰 신세를 지게 될 것이고, 그때 가서 그들이 무엇을 하려해도 많이 수월해질 것이다.......그 후 며칠 동안 은수는 스케줄을 정리했다.최면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
은수는 유담이 뜻밖에도 주동적으로 미자와 말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다소 놀라며 녀석을 바라보았고, 유담은 그의 시선을 알아차린 후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나는 단지 할머니가 하루빨리 좋아지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래야 내가 엄마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이런 말을 남긴 뒤 유담은 날듯이 뛰어나갔다.은수는 빙긋 웃었다. 이 녀석도 결국 겉만 보기엔 까칠하지만 마음이 여린 아이였다......이런 성격은 오히려 수현과 매우 닮았다.수현을 생각하자 은수의 눈동자는 어두워졌다. 그날 떠난 후 그는 주동적으로 수현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그녀도 그를 찾지 않았다.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누구도 주동적으로 이 침묵을 깨뜨리지 않았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닥터 켈로스도 이미 그의 최면 치료를 시작했다. 그의 안내에 미자의 의식은 곧 여러 해 전,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잃은 날로 돌아갔다.그때의 화면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미자의 몸은 끊임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치 유령처럼 자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아이는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자신에게 아이를 이미 되찾을 수 없다고 말해주며 그녀더러 받아들이라고 했다.미자는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안고 발버둥 쳤다.은수는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서 켈로스가 당부한 대로 그녀의 감정을 달래기 시작했다.최면 치료는 최면의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한된 최면 시간 동안 환자가 마음의 매듭을 풀고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했다.그들의 계획에 따르면, 이 단계는 그녀의 친아들인 은수로 하여금 진행하게 했는데 의외로 은수가 한 말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그는 열심히 했지만 미자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자신의 슬픔과 고통에 잠겨 깨어나려 하지 않았다.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상황은 그의 예상밖이었다. 설마 어머니가 마음속으로 가장 신임하는 사람은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