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은수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와 연설 사이에는 이미 할 말이 없었다.연설은 그의 냉혹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몇 번이나 자신에게 이런 차가운 뒷모습과 잔인한 말을 남겼는지 모른다.“설마 내 몸에도 그 흉터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조금의 감동도 없었단 말인가요? 그것도 내가 도련님을 구하기 위해 입었던 상처잖아요!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거예요?”“나는 그때 확실히 너에게 고마움을 느꼈지.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해 너를 치료했던 것이고. 그리고 선을 넘지 않는 한, 네가 원하는 그 어떤 것도 줄 수 있었어. 하지만 넌 너무 욕심을 부렸어,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을 지나치게 원했을 뿐만 아니라 또 이를 위해 수현에게 손을 댔지.”온은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대답하고는 문을 밀고 떠났다. 문은 세게 닫힌 다음 방안은 조용해졌다.연설은 바닥에 앉아 있었고, 바닥은 분명히 차가웠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보다 차갑지 못했다.원래 그녀는 스스로 온은수의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모두 환상이었다. 그녀가 전에 차수현 앞에서 부린 여러 가지 잔꾀도 광대처럼 가소롭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차수현의 자리를 대신할 기회가 있다고 느꼈다…….연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으며 고통스럽게 고함을 질렀다.왜, 전의 차수현을 이길 수 없으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자신은 분명히 인생을 바꿨는데도 여전히 그녀와 비교할 수 없다니.연설은 비할 데 없는 후회를 느꼈다. 그녀는 그렇게 질질 끌지 말았어야 했고 진작에 차수현 일가에게 손을 댔어야 했다…….자신이 감옥에 들어갈 수 있지만, 차수현 일가족은 여전히 밖에서 그들의 평온하고 단란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은 일그러졌다.그녀는 달갑지 않았다, 정말 내키지 않았다…….연설은 비틀거리며 땅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으나 건장한 두 남자에게 직접 가로막혔다.“그만 하죠. 당신은 지금 이 방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남자들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고,
“응? 이렇게 갑자기? 새 거처를 찾은 거야?”온혜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이은설의 상처는 이미 나았지만 그들은 모두 그녀를 쫓아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맞아요, 회사 쪽에 출근하기 더 편한 집을 구했는데, 그녀의 물건은 내가 이따가 정리해서 보내주면 돼요. 그래야 그녀도 출퇴근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거든요.” 차수현은 이미 이유를 생각했고, 온혜정은 그 말을 듣고 나서도 그렇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그럼 언제 시간 있으면 다시 그녀를 집으로 초대해, 밥도 같이 먹고.”“네.” 차수현은 비록 승낙하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마 앞으로 이런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이은설이 한 그 징그러운 일들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이은설을 여전히 그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나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됐다.생각하던 중, 마침 차수현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온은수가 문자를 보내왔다.[어때, 집안 청소는 잘 했어? 가족들 의심하진 않았지?][아니요, 다 잘 되고 있어요. 도청기도 내가 다 치웠는데, 당신에게 맡겨서 다시 조사해야 하나요?]차수현은 도청기를 찾아낸 후 급하게 버리지 않았다. 온은수가 쓸모 있다고 할 수도 있었으니 그녀는 상자를 찾아 보존했다.게다가 그 탐측기도 온은수에게 함께 돌려주어야 했다. 필경 그것도 보기에 좀 귀중했고, 그녀가 남겨두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럼 우리 어디서 만날까?]온은수는 당연히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직접 만나자고 했다.차수현은 생각하다 결국 승낙했고, 두 사람은 또 전의 그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차수현은 온혜정에게 나가서 물건을 좀 사겠다고 말하고 집을 떠났다.카페에 도착하자 온은수는 이미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차수현은 걸어가서 가방 하나를 온은수에게 건네주었다.“물건은 모두 안에 넣었으니 가져가서 무슨 쓸모가 있는지 봐요.”온은수는 받은 다음 힐끗 쳐다보았다.“안심해.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아참, 그녀는……
차수현은 입을 막았지만, 다시 커피냄새를 맡자 또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온은수는 차수현이 걱정돼서 즉시 그녀를 따라갔지만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차수현은 화장실에서 한참 동안 헛구역질을 했는데, 더 이상 다른 냄새가 없어서인지 그녀는 방금처럼 그렇게 계속 구역질을 하지 않았다.찬물로 얼굴을 씻은 다음, 차수현은 숨을 깊이 쉬며 좀 진정이 되자 마음을 가다듬고 밖으로 나갔다.온은수는 바로 문앞에서 기다리고 서있다가 차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긴장하며 물어보았다.“수현아, 좀 어때? 계속 불편하면 병원에 데려다 줄게. 검사부터 해보자.”“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온은수가 다급해하는 모습을 보고 차수현은 또 좀 뻘쭘했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별일 아니라고 표시했다.“아마…… 요 며칠 잘 쉬지 못한데다 평소에 느끼한 음식을 좀 많이 먹어서 그런 거니까 큰 문제는 없어요.”온은수는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차수현에게 병원에 가서 검사하자고 설득하려던 참에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윤찬이었다.연설이 잡혔다는 것을 알게 된 윤찬은 바로 달려왔다.그는 자신이 직접 연설을 잡아 전의 잘못을 메우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온은수가 스스로 나서서 그녀를 잡았다니, 이는 그로 하여금 자신이 정말 쓸모없다고 느끼게 했다.온은수는 오히려 그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연설이 성형까지 해서 다시 그들에게 접근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설을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 온은수는 윤찬과 상의한 후 다시 결정할 계획이었다.차수현은 온은수에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듣고 그더러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얼른 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재촉했다.온은수는 여전히 걱정했지만 차수현은 단호하게 거절했고, 그는 또 그녀를 묶어서 강제로 병원에 끌고 갈 순 없었기에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어디 무슨 불편한 데 있으면 당신 스스로
그러나 차수현은 이 일을 믿고 싶지 않았다. 전에 유담과 유민을 가졌을 때, 의사는 그녀가 제대로 휴양하지 않아 아이를 낳은 뒤 손상을 입어 앞으로 임신할 확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요 몇 년 동안 그녀는 그 어떤 남자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고, 유일한 한 번도 자신이 의외의 사고로 미약을 먹어서 온은수와 잔 것인데, 세상에 정말 이런 우연이 있을까…….차수현은 생각에 잠겨 있었고, 이때 앞에 있던 판매원이 입을 열었다.“어때요? 좀 살래요?”차수현은 정신을 차리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지금은 필요 없을 거 같아서요.”말하면서 차수현도 더는 마트에서 한가롭게 쇼핑할 기분이 없어 재빨리 계산을 한 후, 멀지 않은 한 약국에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몇 개 샀다.믿든 안 믿든 테스트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물론 임신한 게 아니라면 정말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차수현은 돌아가서 온혜정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테스트기를 자신의 주머니에 숨겼다.이렇게 차수현은 물건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한 후, 온혜정은 차수현이 산 과일과 간식을 받으며 그녀의 넋이 나간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너 왜 이래? 왜 이렇게 오래 나갔어? 돌아왔는데도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니.”“네? 별거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요.” 차수현은 얼른 핑계를 찾아 얼버무리고 재빨리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온혜정은 어머니로서 또 어떻게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차수현은 지금 분명히 근심이 있지만 또 그녀를 속이고 있었다.온혜정은 생각에 잠긴 듯 굳게 닫힌 차수현의 방문을 바라보며 별일 아니기를 바랐고 또 자신의 딸이 무사하길 바랐다.……차수현은 방으로 돌아온 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옷을 갈아입은 후 그 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설명서를 따라 차수현은 단번에 모두 꺼내서 썼는데, 아주 작은 착오도 나타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몇 분을 기다린 후, 차수현은 몇 개의 테스트기 위에 생긴
차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온은수를 한바탕 욕했다. 그 남자는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었을까? 콘돔을 쓰지 않다니, 그는 그녀가 임신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조차 안 해봤단 말인가?차수현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서 그 남자를 죽어라 패고 싶었다.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차수현은 이 일이 온은수에게 알려지면 더 많은 번거로움만 가져올 뿐이고, 선택권도 자신의 손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억지로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에휴…….”차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잠시 이 일을 잊고, 내일 다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자세히 생각해보면 된다.……이와 동시.온은수는 차를 몰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는 눈을 붙이지 못했고, 이제 마침내 일을 다 처리했으니 그도 슬슬 피곤함을 느꼈다.다만, 운전하는 길에 온은수는 줄곧 재채기를 했다.남자는 코를 만지며 생각했다. 요즘 날씨도 춥지 않은데다 그는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재채기를 하는 걸까?‘누가 날 욕하고 있나?’생각하다, 아마 지금쯤 연설이 속으로 자신을 저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은수는 이 일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고 간단히 씻은 다음 침대에 누워 휴식했다.……다른 한편.윤찬은 밤새 비행기를 탔지만 쉬려 하지 않고 곧바로 연설이 갇힌 호텔로 달려갔다.온은수는 이미 이 일을 윤찬에게 맡긴다고 말했기 때문에, 남자는 경호원 몇 명을 거침없이 통과한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의기소침해진 채 바닥에 앉은 연설은 온은수가 돌아온 줄 알고 즉시 얼굴을 들어 쳐다보았는데, 눈에는 여전히 현실에 맞지 않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그러나 온 사람이 윤찬이라는 것을 보았을 때, 그 희망은 깨졌고 그녀는 황급히 윤찬의 시선을 피했다.비록 연설은 줄곧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녀는 단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윤찬에 대해 그
연설은 차수현의 이름을 들자 마침내 감정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차수현, 차수현, 그 여자의 일이 그렇게 중요해? 게다가 그 여자는 죽지도 않았는데, 너희들은 왜 계속 날 이렇게 핍박하는 거야?”윤찬은 연설의 미친 모습을 보고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실망을 드러냈다. 결국 그녀는 미치광이가 되었으니, 어쩌면 그도 더 이상 그녀에게 뉘우칠 마음이 있다는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만약 연설이 정말 양심이 있었다면, 그를 향해 총을 쏘고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운이 좋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네가 여전히 이렇게 집요함을 고집하는 이상, 나도 도련님의 제의에 동의할 수밖에 없겠군. 넌 감옥에 가서 잘 생각해봐. 집행 기간 지나면 그래도 너는 나올 수 있어.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제 그 결과를 감당해야지.”연설은 이 말을 듣고, 눈빛 속에 슬픔이 스쳤다.“역시, 너마저 날 미워하고 있었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그러나 너희들도 이제 내가 다시 나타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나도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할 테니까.”윤찬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살하려고? 도련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네 판결 결과에 대해 아무런 손을 대지 않을 거냐. 네가 저지른 고의상해죄는 아마 널 10년 동안 감옥살이 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자살할 정도는 아니야.”“나야 당연히 살고 싶지, 하지만 난 정말 살 수 있을까?” 연설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었고, 윤찬은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비록 연설과의 감정은 좋았지만 그래도 남녀가 유별했으니 그는 당연히 한 여자의 알몸을 보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연설은 집요하게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속옷 하나만 입은 채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몸을 드러냈다.“왜? 못 보겠어? 나보고 대가를 치르라며? 사실, 난 도망친 순간부터 이미 지옥에 빠졌어. 그리고 내 몸에 심지어 독이 있어. 매번 독이 발작할 때마다 난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죽고 싶었지만, 마음속은 달갑지 않았어. 만약 내가 이를
윤찬은 몸을 돌려 더 이상 연설을 보지 않았다.“난 단지 회사를 노리는 사람을 처리하려는 것 뿐이야.”말을 마치자 남자는 몸을 돌려 떠났다.연설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없이 눈을 드리웠다.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윤찬이 데이먼을 처리해서 해독제를 찾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미래는 어쨌든 희망이 있는 셈이다.……윤찬은 떠난 뒤, 데이먼이 연설 배후의 주모자라는 소식을 온은수에게 보고했다.온은수는 데이먼이라는 사람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벌레일 뿐이었다. 당당하게 그와 맞설 용기조차 없다니.“네가 알아서 처리하면 돼.” 온은수는 직접 윤찬에게 이 일을 맡겼고, 마침 그동안 윤찬도 별다른 일이 없었으니, 이렇게 되면 윤찬은 다시 천천히 회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윤찬은 즉시 응답한 뒤, 즉시 사람을 불러 데이먼의 배경과 내력을 조사하게 하고 그들을 제대로 상대할 작정이었다.……그 다음 며칠, 생활은 무척 잠잠했다. 차수현도 적당한 거짓말로 연설의 일을 얼버무렸다. 두 녀석은 비록 좀 아쉬워했지만, 이은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았다는 말에 모두 그녀를 축복했다.차수현은 그들이 이 사실을 나름 잘 받아들이고, 또 집안의 도청기도 전부 깨끗이 치운데다 연설까지 잡힌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홀가분해졌다.그러나 이런 경쾌함은 뱃속의 아이 때문에 바람처럼 사라졌다.차수현은 이번 임신 증상이 무척 엄중하여 평소에는 괜찮지만, 만약 어떤 싫어하는 냄새를 맡으면 그녀는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며 토하고 싶은 충동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그래서 차수현은 매일 가족과 밥을 먹을 때 자신이 임신한 것을 들킬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다행히 집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차수현이 평소에 좋아하는 것이라서 그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다만 이렇게 숨기는 것도 결국 방법이 아니었다.차수현은 도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한가연에게 이 걱정을 털어놓으려 했다.비록 두 사람은 다른 나라에
“괜찮아요?”육무진은 재빨리 다가와서 한가연의 상처를 살펴보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한가연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비록 한가연의 마음속에 육무진은 나름 좋은 남자라서 뒤에서 남의 프라이버시를 함부로 말하지 않겠지만, 차수현이 임신한 일은 엄청 중요한 일이었기에 그녀는 이 비밀을 누설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가연은 먼저 방으로 돌아간다고 말하고는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육무진은 한가연이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여자, 무슨 일인데 날 속이고 있는 거지? 내가 방금 그녀의 전화 내용을 들을까 봐 매우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설마, 그녀는 이미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았단 말인가?육무진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언짢았다. 두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함께 지낸데다 한가연은 또 줄곧 그의 말을 들었으니, 비록 그들은 거짓 결혼일 뿐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가족과 사이가 무척 좋았고 평소에도 그에게 아무런 문제를 더해주지 않았다.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관계에 습관이 된 것 같다.그러나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을 때, 육무진은 눈살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전에 그들은 계약 결혼하기 전에도 두 사람 중 누구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조용하게 이혼하여 상대방에게 아무런 번거로움도 가져다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적 있었다.육무진이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아마도 한가연은 그녀가 다른 남자를 찾아도 자신이 막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에게 이 일을 숨기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육무진은 바닥의 깨진 도자기 조각을 깨끗이 정리한 후, 한가연이 꼭 닫은 방문을 바라보았다.아마도 그녀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먼저 이 말을 꺼내야 할지도.……“가연아, 너 거기 무슨 일 생겼어? 바쁜데 내가 너한테 전화한 거 아니야?”차수현도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관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 내가 방금 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