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가 차에 시동을 걸려고 할 때, 은서가 쫓아왔다. 그는 힘껏 차 문을 두드렸다."수현아, 빨리 내려, 작은아버지, 제발요, 수현이를 내려줘요!"은수는 그 말을 무시하며 못 들은 척 가속페달을 밟고 훌쩍 떠났다.백미러를 통해 수현은 은서가 갑작스런 출발에 충격으로 땅에 넘어지는 것을 보았고 가슴은 이내 떨렸다.그녀는 은서에게 더 이상 쫓아오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들 사이는 이미 가능이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그저 은서가 은수의 차를 따라 달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왜, 그가 이러는 거 보니까 마음 아파? 넌 이제 너 자신의 처지나 잘 생각해 ."은수는 운전대를 꽉 잡고 비아냥거렸다.수현은 지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이 남자는 믿지 않을 것이다. 머리의 상처에서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고 수현은 현기증을 느꼈다.그러나 수현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하지만 수현의 침묵은 은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사랑하는 남자가 돌아왔으니 그에게 할 말이 없어진 건가?은수는 가슴이 분노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차는 쏜살같이 달리다가 교외의 한 나름하고 적막한 별장 입구에 멈추었다."내려." 은수는 차갑게 명령했다.수현은 완전히 낯선 이 곳을 한 번 둘러 보았다. 비록 주차된 위치는 별장이었지만 주위에는 넓은 삼림과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밖에 없었다. 심지어 지나가는 차 한 대도 없어 그야말로 세상과 단절된 외딴섬과 같았다.수현은 순간 공포를 느꼈다. 은수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그녀를 이런 곳으로 데려온 것일까? 만약 그녀가 이곳에서 죽어도 아무도 그녀를 찾지 못할 것 같았다.수현이 얼굴에 온통 피투성이인 채 겁에 질려 차에서 내리려 하지 않자 은수는 인내심을 잃고 난폭하게 그녀를 차에서 끌어냈다."차수현, 이건 당신이 자초한 거야. 감히 나를 놀려? 그럼 대가도 치러야 하지 않겠어?"수현은 부상에 멀미까지 나며 어질어질했다. 다만, 그의 말은 너무 귀에 거슬
은수는 손에 힘을 너무 줘서 수현은 자신의 뼈가 부서질 것 같았지만 남자의 무리한 요구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은수의 눈빛에는 핏빛이 감돌았다. 그는 수현의 입술을 갉으며 다른 한 손은 거칠게 아래로 내려가며 그녀의 옷을 찢어버렸다.수현은 깜짝 놀라 발버둥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몸에 있는 옷은 은수의 흉악한 공세에 이리저리 찢어졌고, 심지어 그녀의 몸을 가릴 수조차도 없었다.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비록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는 드넓은 도로였다. 은수가 왜 이렇게 자신을 막 대하는지, 그는 도대체 그녀를 뭘로 생각하고 이런 짐승 같은 짓을 하는지?길가에서 함부로 모욕해도 되는 창녀쯤으로 생각을 할까?한심하다고 느낀 수현도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마구 움직이는 은수의 혀를 세게 깨물었다.수현은 엄청 세게 물었다. 은수는 혀끝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오는 것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동작을 멈추었다.수현은 즉시 뒤로 물러나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벌렸다.벌겋게 살짝 부은 두 눈은 경계심이 가득한 채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은수는 그녀가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고 가볍게 입가의 피를 닦았고 눈빛에는 욕망 대신 짙은 조롱만 가득 들어있었다."왜? 옛 애인과 만나니 이제 자신이 갑자기 뭔 순결한 처녀라도 된 거야? 내가 만져도 안 된다니, 너 지금 그를 위해 자신의 몸을 한사코 지키고 있는 거야?"수현은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은수는 또 차갑게 웃으며 얇은 입술을 가볍게 열었다. 그의 말은 마치 사람을 갈기갈기 찢을 것처럼 날카로웠다."근데 내가 궁금해서 말이야. 당신 뱃속의 아이가 정말 그의 아이인지를. 당신 같은 여자는 무슨 일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지. 설마 은서도 당신한테 속아서 다른 남자의 잡종을 자신의 아이라고 여기는 건 아니겠지? 응?"수현은 지금 안 아픈 데가 없었고, 입에서 나는 피비린내는 역겹기만 했다. 은수의 비웃음을 들으니 그녀는 너무 가소롭다고 느껴졌다.그녀
다만 그녀의 몸부림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은수의 욕망을 더욱 불러일으켰다."왜, 당신 같은 여자도 장소를 골라서 남자랑 자는 거야? 이렇게 순결한 여자가 어떻게 그런 잡종을 데리고 결혼할 생각을 했지? 아니면, 당신은 그저 내 앞에서만 능청을 부리는 거야!"그녀를 모욕하는 말에 수현은 얼굴이 새빨개졌다."저리 가요, 놓으라고요!"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남자는 오직 은수 한 사람뿐이었지만, 그는 결코 그녀를 믿으려 하지 않았고, 매번 그녀의 자존심을 짓밟았다.수현은 목이 쉴 정도로 소리쳤고 얼굴도 어느새 눈물투성이로 변하며 유난히 불쌍해 보였다.은수는 그런 그녀를 보고 심란했다. 그녀는 왜 이토록 자신을 싫어하는 것일까?하지만 은서의 앞에서 그녀는 이런 모습이 아닐 것이다.여자의 가련한 모습을 보며 가슴이 더욱 답답해진 은수는 혼수상태에 빠진 수현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는 조심스럽게 수현을 침대에 올려놓은 뒤, 문밖에서 지키고 있는 하인에게 분부했다."들어와서 정리한 다음 의사 불러서 검사해주고."말을 마치자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그는 줄곧 도도하고 오만했기에 옛날부터 여자를 강요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차수현 때문에 그는 자신의 통제력을 완전히 잃었다.하인은 수현의 몸에 찢어진 헝겊 같은 옷을 벗자 그녀의 하얀 피부에 새파랗게 멍이 든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무척 놀랐다.평소에 도련님이 이렇게 무서운 사람인 줄 몰랐는데, 어떻게 차수현 아가씨에게 이토록 손을 댔을까?다만, 이것은 주인의 일이었으니 그녀도 뭐라 말할 염두가 없었고 그저 조심스럽게 수현의 몸을 닦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의 의식은 완전히 흐릿해졌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고 만지지 못하게 했다.조금 전의 모든 것이 너무 아팠다…...그녀는 심지어 그녀가 이대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인은 얼른 그녀를 위로했다."도련님께서 이미 떠나셨습니다, 아가씨, 제가 아가씨
은서는 은수의 차가 떠난 뒤 그곳에서 한참 지켜보다가 그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절뚝거리며 돌아갔다.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이렇게 무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은서는 방금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다.그는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서 수현을 작은아버지의 손에서 구해내야 했다.은서는 자신의 생각에 잠기며 그의 뒤에서 미친 듯이 울리는 경적 소리까지 무시했다.그 차에 탄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유은비였다.은서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은비는 이내 달려왔다. 한 편으로는 집을 떠난 지 여러 해가 된 은서가 보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기회를 빌어 어르신에게 친손자를 봐서라도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하고 싶었다.운전하다 앞에 허름한 옷차림에 한 사람이 절뚝거리며 걷고 있는 것을 보고 기사는 빵빵 경적을 울렸고, 그 사람이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고 기사는 어쩔 수 없이 차를 세웠다.은비는 짜증을 내며 차에서 내렸다."당신 지금 귀먹은 거야? 사람 말을 못 들은…..."말을 채 하지도 못할 때, 은비는 그제야 얼굴에 상처가 있고 옷도 온통 먼지가 가득 묻은 이 남자는 거지가 아니라 그녀가 밤낮으로 그리워하는 자신의 아들이란 것을 발견했다.은비는 순간 멘붕이 왔다."은서야, 너 어쩌다 이 모양이 된 거야?"은서는 지금 은비가 무슨 말 하는지 전혀 듣지 않았고 수현의 이름만 중얼거렸다.은비는 한참을 듣고서야 은서가 수현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충격에 휩싸였다.은서는 귀국한 지 겨우 하루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차수현을 아는 거지?은비는 문득 좋지 않은 예감이 떠올랐다. 그 당시 은서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회사에 다니려고 하지 않았고 가업을 계승하려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의사가 되고 싶다고 고집을 쓰는 바람에 진수는 화가 나서 그를 집에서 내쫓았고 생활비도 주지 않은 채 그가 생각을 바꾸길 기다렸다.은비도 비록 은서가 고
은서의 말에 은비는 안색이 변했다.그녀는 은서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작은아버지와 조카가 한 여자를 두고 싸우다니, 이건 어느 가문에서도 큰 망신인데, 그는 뜻밖에도 그 영향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온은서! 내가 말하는데, 내가 살아있는 한 넌 그 여자를 집안으로 들일 생각하지도 마. 그 여자한테서 좀 멀리 떨어져. 그녀는 지금 온은수의 여자니까 넌 지금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거라고!"은서는 불륜이라는 두 글자를 듣고 은비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불륜이라고 해도 내가 먼저 수현과 사귀었어요. 셋째 작은아버지는 그녀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왜 수현을 포기할 수 없는 건데요?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어요. 난 수현이만 있다면 외국에 나가서 살면 돼요!"은서의 말이 떨어지자 은비는 그의 뺨을 세게 때렸다."너 완전히 돌았구나? 그 여자 때문에 명성 따윈 필요 없는 거야? 온 씨 집안 재산도, 네 부모님조차도 필요 없다 이거냐고?"말하면서 은비는 옆에 있는 기사와 경비원을 쳐다보았다."거기서 계속 보고 있을 거야? 얼른 은서 데리고 돌아가!"은서는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고 경비원은 그를 더 이상 붙잡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그를 기절시켰다.은비도 아들이 아픈지 안 아픈지 돌볼 겨를도 없이 재빨리 사람더러 은서를 차에 태우라고 한 뒤 그를 데리고 재빨리 그 곳을 떠났다.......은수는 별장을 떠난 후 차를 몰고 가장 가까운 활주로에 이르렀고 가장 빠른 속도로 이곳에서 한 바퀴 또 한 바퀴 계속해서 돌았다.하지만 마음속의 답답함과 초조함은 조금도 가시지가 않았다.수현과 은서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는 가슴이 답답했다.그들의 과거는 도대체 어땠을까.은수는 오랫동안 차에 앉아 있다가 손에 든 담배가 다 타서야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윤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차수현과 온은서가 대학에 있을 때 어떤 사이였는지 알아봐."윤찬은 전화를 받고 멈칫했다. 은서 도
수현은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가 비로소 깨어났다. 이 전혀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그녀는 그제야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일어난 일들이 생각났다.수현은 움직이자 온몸이 마치 큰 트럭에 치인 것처럼 아무런 힘도 없었고 시큰시큰하며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의 뱃속의 아이는 지금 괜찮을까?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서둘러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나른해지더니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밖에 있던 하인이 방 안의 인기척을 듣고 들어왔다. 수현이 깨어난 것을 보고 하인은 무척 기뻐했다. "아가씨, 깨어나셨어요?""내 아이…...""아가씨의 건강은 이상이 없습니다." 하인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수현은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은수가 이 방에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그이는 여기에 없나요?"하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현은 바로 일어났다.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아픔을 참으며 수현은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나갈 준비를 했다. 다만 별장의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키가 엄청 큰 두 남자가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아가씨, 도련님의 명령 없이는 나가실 수 없습니다."수현이 가려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예의 바르게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막았다.수현은 안색이 변했다. 온은수는 지금 뭐 하자는 것일까? 그녀를 감금이라도 하려고 하는 것일까?"나는 한 사람으로서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어요. 당신들은 지금 불법으로 날 감금하고 있는 거에요. 알아 들으셨으면 비켜요, 난 이 곳에서 나갈 거예요."수현은 말하면서 나가려고 했지만 그 두 사람은 문 앞을 가로 막아버렸다."죄송합니다."그들은 수현의 몇 마디 말 때문에 그녀를 나갈 수 있게 할 순 없었다.수현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 별장 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스스로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니 수현은 전화로 구조를 요청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참이나 찾았지만 그녀는 핸드폰을 찾을 수가 없었다."내 핸드폰은요?""
"아가씨께서 오늘 나가시려고 했는지 저에게 거절을 당해서 기분이 좋지 않은 거 같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은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여자는 지금 성질까지 부리고 있었다. 이런 일을 저질로 놓고 아직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니. 설마 온은서를 잊지 못해서 당장이라도 그를 만나러 가려는 것은 아니겠지?"의사더러 거기서 기다리라고 해, 내가 곧 갈 테니까."은수는 눈빛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핸들을 잡고 바로 방향을 돌려 수현이 있는 그 별장으로 향했다.수현은 혼자 방에 있었다. 그녀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냥 멍하니 앞에 있는 텔레비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텔레비전은 마침 캠퍼스 멜로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요즘 핫 한 드라마였지만 수현은 볼 마음이 전혀 없었다.이런 신데렐라가 가난의 틀에서 벗어나 명문가의 후계자와 함께 하는 이야기는 그녀가 예전의 단순한 소녀였을 때 봤더라면 아마 무척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저 웃기기만 했다. 현실에서 이런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막장과 소란이 있을 뿐.수현이 온갖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은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젯밤 밤새 잠을 잘 자지 못했기 때문일까, 남자의 줄곧 깊고 검은 눈동자에는 핏발이 가득 차 있었다.수현은 은수의 이런 모습을 보고 겁이 났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며 남자의 눈을 보려 하지 않았다.그녀는 은수가 이곳에 와서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지만, 남자의 기분은 보기에 무척 좋지 않아서 그녀는 연루되고 싶지 않았다.수현이 무의식적으로 그를 피하는 것을 보자 은수의 별로 였던 기분은 더욱 나빠졌다.은수는 수현의 시선을 따라 텔레비전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교복을 입은 두 젊은 남녀가 알콩달콩 하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는 화가 나서 바로 텔레비전의 전원을 꺼버렸다.탁 소리와 함께 은수는 리모컨을 테이블에 던졌고 침대에 앉아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수현을 바라보았다."왜, 하루 안 봤다고 벌써 날 협박하는 거야? 어?
말하면서 수현은 차가운 시선이 그녀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고, 결국 그녀의 아랫배에 멈추었다.그곳은 차수현과 온은서의 아이가 있었다. 은수의 눈빛은 유난히 예리해지더니 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당신이 상처를 처리하고 싶지 않은 이상, 자신의 몸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럼 당신 뱃속의 이 잡종도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으니까 내가 호의를 베풀어서 당신 대신 이 아이를 지워주지......"말하면서 은수는 핸드폰을 꺼내 의사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수현은 바로 당황해지며 침대에서 일어났다."싫어요! 당신은 이미 나와 약속했잖아요, 아이를 지우지 않기로!"은수는 핸드폰을 쥐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신은 나와 따질 자격이 있긴 한 거야?"수현은 등골이 오싹했다. 남자의 말투는 너무나도 담담해서 그녀의 뱃속에 살아있는 아이를 강제로 지우려 하는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말하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내가 잘못했어요." 수현은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은수는 전화를 끊으며 밖에서 지키고 있던 여 의사에게 들어오라고 했다.수현은 침대에 앉으며 온몸은 차가웠다.그때 은수가 수술실에서 유산 수술을 중지할 때, 그녀는 이 남자가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냉혹하고 매정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적어도 그는 그녀의 아이를 강제로 죽이지 않았고 그녀의 몸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수현은 그저 그때 자신의 생각이 아주 유치하다고 느꼈다. 은수의 눈에 그녀는 줄곧 불쌍했던 작은 개미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은 전적으로 그의 마음에 의해 결정되었기에.그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제거할 수 있었고 그녀는 아이의 어머니로서 조금도 반항할 수가 없었다."앞으로 다신 이런 일 생기게 하지 마, 알겠어?"은수는 우아하게 한쪽에 앉아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수현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졌고 입술은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