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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작가: 꽃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02 19:00:00
솔직히 내 핸드폰이 언제 꺼졌는지는 기억도 안 났다. 다만 진정우가 욕실에서 나를 안아 침대로 옮겼을 때 내 몸은 완전히 녹아버린 것처럼 힘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 피곤해서 눈꺼풀조차 들기 힘들었던 나는 이불 속에 파묻혀 그대로 잠들었다.

“조금 눈 붙이고 있어. 내가 죽 끓여줄게.”

진정우의 낮고 약간 쉰 목소리가 귀에 스며들었다. 나는 희미하게 대답만 하고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잠결에도 핸드폰 소리가 자꾸 들렸다. 뭔가 귀찮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눈도 뜰 수 없었다. 결국 손을 더듬어 옆자리를 찾았지만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정우 씨... 정우...”

나는 그를 부르기 시작했고 진정우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상체를 숙이며 물었다.

“왜 그래?”

“핸드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나는 눈을 뜨지도 않은 채 중얼거렸다.

“뭐라고?”

그는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은 것 같았다.

“핸드폰, 시끄러워.”

다시 한번 반복하자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지원아, 꿈꾼 거야. 네 핸드폰은 꺼놨어.”

정말 그랬을까? 그런데도 계속 들렸던 그 소리는 뭐였을까? 나는 다시 묻지 않고 그대로 다시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진정우는 방 한쪽의 책상에 앉아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집중하고 있어서 내가 깬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그의 손길이 멈추었다. 그는 도면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허진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됐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렇게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그의 모습이 방해될까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왔지만 내 움직임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나를 보자마자 펜을 내려놓고 다가왔다.

“왜 나를 안 불렀어?”

“너무 바빠 보여서.”

내가 대답하자 내 목소리가 쉰 소리로 나왔다. 그제야 지난밤의 열정적인 순간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진정우도 알아차렸는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따가 목캔디 사다 줄게.”

“괜찮아.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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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로운 비명이 들리며 나는 조나연이 옥상 끝으로 조금 더 다가서는 걸 똑똑히 보았다. 나는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심장이 목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다.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그런 장면 자체가 보는 사람의 숨을 멎게 하고 온몸을 긴장하게 했다.조나연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강유형이 옥상에 올라갔기 때문일 것 같았다.옥상이 너무 높아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들리지 않았고 나는 그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그때 누군가 내게 말했다.“아가씨, 핸드폰이 울리고 있어요.”그제야 정신이 돌아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를 건 사람은 강유형이었다.그가 지금 위에서 조나연과 대치 중인데 내게 전화를 걸 이유는 하나였다.조나연이 전화하게 시킨 것이다. 전화를 받자 예상대로였다. “지원아, 너 아버님을 모시고 여기로 올라와 줘.”나는 당황했다. 내가 올라가는 건 괜찮지만 왜 삼촌까지 불러야 한다는 건가?삼촌은 몸이 좋지 않으셨다. 조나연이 어떤 일을 벌이든 그것을 감당하는 건 무리가 될 수도 있었다.목이 뻣뻣하게 말라오는 느낌에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옥상 끝에 선 조나연을 바라보며 전화를 끊고 인파 속을 헤치고 엘리베이터로 들어섰다.나는 삼촌을 부르지 않고 혼자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조나연이 나와 삼촌을 부르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 생각했다.옥상 문을 열자 강한 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소름이 돋았다. 강유형은 나를 바라봤고 나는 조나연을 바라봤다. 그녀 역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소방관이 조나연에게 물었다.“저 사람이 맞나요?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조나연은 답했다.“아직 한 명 더 있어요.”나는 단호하게 말했다.“혼자예요. 삼촌은 몸이 안 좋아서 못 오셔요.”조나연의 얼굴이 굳었고 그녀는 날카롭게 말했다.“윤지원, 이쪽으로 와!”강유형이 그녀를 제지하려고 나섰다.“조나연, 지원이를 힘들게 하지 마. 내가 갈게.”조나연은 비웃으며 말했다.“강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26화

    놀이공원 개장과 관련된 화제와 내가 얽힌 핫이슈는 무려 3일간이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매일 새로운 화젯거리가 떠돌아다니는 소셜미디어에서 아무리 흥미로운 이야기라도 금세 다른 이야기에 밀리기 마련이다.이 3일은 조나연이 반격하기에 가장 적합한 타이밍이었지만 그녀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강유형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그 영상을 공개할 용기가 없었다.만약 공개한다면 그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고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그녀가 이대로 포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자살 시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쓸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나는 병실에서 삼촌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간호사가 달려와 누군가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한다고 전했다. 그 말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게다가 임산부라네요. 산후우울증이라도 걸린 건지 모르겠어요.”간호사는 벌써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강유형이었다. 갑자기 눈꺼풀이 두 번이나 떨리며 불안감이 밀려왔다.“여보세요?”“지원아, 조나연이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대.”강유형의 목소리는 낮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나는 순간 몸이 굳었다. 조나연이 별의별 일을 다 벌여 왔지만 이번은 차원이 달랐다. 이번엔 자기 목숨을 걸고 심지어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생명까지 걸고 협박을 하고 있었다.삼촌이 옆에 있어 나는 전화를 들고 나가 통화하려고 하자 삼촌은 내 움직임을 눈치챈 듯 손짓으로 앉으라고 했다.“지금 어디야?”나는 강유형에게 물었다.“곧 병원에 도착해.”그의 대답에 나는 침을 삼키며 목이 타들어 가는 기분을 느꼈다.“나 지금 아버님이랑 같이 있어.”강유형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아버지께 숨길 수는 없어. 조나연이 병원 옥상에서 난리를 치는 건 아버지한테 알리려고 하는 거잖아.”“그럼 넌 어떻게 할 생각인데?”나는 그에게 물었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미 답이 그려졌다.조나연이 이런 수를 쓰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25화

    강유형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조나연은 그냥 마지막 결정타에 불과했어.”나는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고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과거의 상처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정말로 마음을 내려놓은 거다.’“지원아, 나는 이해가 안 돼. 조나연 일은 내가 잘못한 건 맞아. 하지만 그전에는 내가 너한테 정말 잘했잖아.”강유형은 우리가 멀어진 이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네가 나한테 잘해줬다는 건 인정해. 근데 내가 너한테 한 거는? 느꼈어? 아니면 보긴 했어?”내가 조용히 묻자 강유형은 한참 나를 보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내가 널 소중히 여기지 못했어. 그래서 널 잃은 거야.”“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야? 차라리 조나연 얘기를 하자.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혹시 걔랑 같이 있고 싶어도 삼촌과 아줌마가 허락하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야?”나는 대화를 원래 주제로 돌렸다.“내가 걔랑 같이 있고 싶다고? 넌 날 뭐로 보는 거야? 병신? 아니면 미친놈으로 보는 거야?”강유형의 목소리가 갑자기 격앙됐다.“그 영상으로 날 협박하겠다며? 공개하겠다고? 그럼 공개하게 두지 뭐.”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강유형은 협박에 굴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업에서도, 개인적인 일에서도.하지만 나는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정말로 그 영상을 공개하면 회사도 타격을 받을 거고 아버님도 충격을 견디지 못하실 거야.”나는 조용히 경고했다.“그래서 네가 필요해.”그는 마침내 이 대화를 시작한 목적을 밝혔다. 아침 햇살 아래, 그의 얼굴은 여전히 뚜렷하고 잘생겼지만 그늘진 표정이 그를 낯설고 멀게 느껴지게 했다.“도대체 뭘 도와달라는 건데?”“우리 아버지를 좀 설득해 줘.”그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솔직히 나랑 형 둘이 합쳐도 너 하나만 못하잖아. 네가 우리 아버지의 딸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그의 농담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무슨 소리야, 진짜.”나는 그를 발로 가볍게 찼다. 그러자 강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24화

    강유형은 내 말을 듣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나는 그의 의도를 이미 짐작할 수 있었다.“원하는 조건이 ‘강씨 집안의 안주인’이 되는 거지?”내가 던진 말에 강유형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마치 내가 어떻게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잠시 후,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조나연을 꽤 잘 아네.”그 말은 직접적으로 날 비난하는 건 아니었지만 비꼬는 느낌은 충분했다. 내 남자를 빼앗아 간 여자가 원하는 걸 내가 알아챘다는 게 그에겐 의외였던 모양이다.“조나연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하는 행동을 보면 다 보이잖아. 부귀영화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너무 명확하니까.”내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어둑했던 하늘이 갑자기 밝아졌다. 나는 항상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건 서서히 이루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건 한순간에 찾아오는 변화였다.그래서 시인들이 새벽을 ‘동틀 무렵’이라 표현하는 거겠지.‘트다’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했다.검은 밤이 깨지고 밝은 빛이 스며드는 그 순간, 그건 확실히 파괴적일 만큼 강렬했다.“강유형, 놀이공원은 물론 큰 자산이긴 하지. 하지만 강씨 집안 안주인이 돼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내 말에 강유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나를 바라봤다. 그가 내게 놀이공원을 선물한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그의 재산은 놀이공원 열 곳, 백 곳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의 아내가 되는 건 곧 그의 재산 절반을 가지는 것과 같았다.조나연은 이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임석진의 죽음을 이용해 이런 길을 계획했을 리 없었다.“그녀가 원하는 건 내가 아니라, 내 돈이야.”강유형은 자조 섞인 말투로 말했다.나는 피식 웃었다.“그걸 이제야 깨달았어?”강유형은 정말 조나연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걸까? 이런 결혼이나 연애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게 얼마나 될까.대부분은 가문 사이의 동맹이나 이익 때문 아닌가.문득, 함소은이 떠올랐다. 젊고 앳된 그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23화

    강유형이 술에 너무 취해서 내가 데리러 온 것조차 기억하지 못한 게 화가 났었다.강유형은 그날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여 가볍게 내 입술에 닿았다.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바보.”그날의 하늘은 지금과 비슷했다. 날이 밝아 오기 직전이었다. 술에 취한 그는 들뜬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산꼭대기로 가서 별 볼래?”나는 그의 습관을 잘 알았다. 그는 술에 취하면 흥분해서 잠들기를 싫어했다. 술을 마신 후 바로 잠들면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서 어지럽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술을 마실 때마다 내가 운전해 그를 데리고 여기저기 드라이브를 다니곤 했다.그날도 나는 차를 몰아 그를 산꼭대기로 데려갔다. 우리는 큰 바위 위에 나란히 앉아 서로 기대며 새벽의 별들을 보았다.밤하늘의 어둠이 서서히 사라지고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며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순간을 함께했다.그날 그는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 뜨거운 햇살이 그의 얼굴에 닿을 때까지 깊이 잠들었던 그는, 눈을 뜨고서야 산에서 내려갔다.나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로 펼쳐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예전에는 자주 이랬었는데.”“그래? 난 까먹었어.”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까먹었다고? 그래.’그가 나와의 약속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잊지 않았다면, 어찌 조나연의 유혹에 넘어갔겠는가.“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나는 본론으로 들어갔다.“조나연 일은 다 알고 있었지. 왜 진작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그의 물음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나는 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말한다고 뭐가 달라졌을까? 오늘처럼 조나연이랑 크게 싸웠겠지. 그렇다고 상황이 변했을 것 같아?”임석진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다시 살아날 수 없다. 그리고 나와 강유형은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다.내 대답에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걸 알게 된 이후, 내가 바보 같고 한심하게 느껴졌겠지?”“아니야.”나는 솔직히 대답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22화

    강유형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의 눈동자가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히 흔들렸다.그 시선은 곧바로 내가 진정우와 꼭 잡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러했다. 먼저 입을 연 건 진정우였다.“유형 씨, 좋은 아침이네요.”‘아침이라니, 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진정우의 인사에 강유형은 정신을 차린 듯 보였다. 그는 턱을 약간 당기며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지원아, 할 말이 있어.”나는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어차피 언젠가 해야 할 말이라면 지금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말을 나누고 모든 걸 털어버리면 다시는 이 문제로 얽힐 일이 없을 테니까.“정우야, 먼저 올라가 있어. 나 우유가 마시고 싶어.”나는 마치 평범한 아내처럼 그에게 말했다. 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옷깃을 단단히 여며주었다.“아침엔 쌀쌀해.”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강유형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엘리베이터가 멈췄을 때야 나를 다시 바라보며 물었다.“넌 이 집을 언제 산 거야?”처음 조나연이 이곳에 산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강유형이 일부러 그녀에게 우리 집 위층을 사주어 나를 불쾌하게 하려 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방금 그의 반응을 보니, 내가 그를 오해했던 것 같았다.“아마 네가 사기 전이었을 거야.”내 대답에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더 짙은 음침함이 서렸다.나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혹시 이 집, 조나연이 사달라고 한 거야?”강유형이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침묵은 곧 답이었다.그녀는 정말로 치밀하고 악랄했다. 조나연은 의도적으로 우리 집 바로 위층의 집을 산 것이다.강유형과의 관계를 부각하면서 나를 괴롭히려는 목적이거나, 아니면 강유형이 나와 진정우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나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나에게 이미 간파당했다.“할 말이 있다며? 여기서?”나는 강유형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21화

    사실 신지태에게 조사를 부탁한 건, 진정우의 결론만 믿고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결국 당시 사고 차량을 운전했던 건 그의 아버지였으니까.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내가 너무 많이 생각한 것 같았다.“그때 브레이크 고장이었다는 걸 의심하고 있는 거지?”진정우가 내게 물었다. 이제 우리 관계는 공식적으로 확립되었으니, 그에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맞아. 난 진실을 알고 싶어.”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부드럽게 물었다.“지원아, 만약... 만약에... 그 사고의 브레이크 고장이 우리 아버지와 관련이 있다면, 너는... 날 떠나겠어?”그 말은 심장을 찌르는 듯 아팠다. 목이 바짝 타들어 가며 마치 누군가 내 목을 움켜쥔 것 같았다.그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상황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대답하기 두려웠다.“모르겠어.”내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설령 그 사고가 그의 아버지와 관련 있다고 해도 그는 그이고 그의 아버지는 그의 아버지일 뿐, 그 잘못을 진정우에게 돌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렸다.하지만 그런 생각이 논리적으로 맞다 해도,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나는 자세를 조금 바꿔 그의 품에서 더 편안한 위치를 찾았다.“정우야, 만약 정말 그렇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 너는... 너희 아버지의 잘못 때문에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날 떠날 거야?”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그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 역시 답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난 단 하나만 알아. 널 잃을 순 없다는 거야.”‘날 떠나겠냐’는 질문과 ‘널 잃을 순 없다’는 그의 대답은 내 마음을 숨 막히게 했다.“진정우,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하늘이 우리에게 그렇게 잔인하진 않을 거라고 믿어.”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내 피부에 닿으며 점점 더 깊이 나를 삼켜갔다.그 순간, 다른 생각은 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20화

    내가 그에게 무엇을 조사해달라고 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이건 분명 나에게 축하할 일이 세 가지나 겹친 날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불안한 예감에 눈꺼풀이 두 번 연속 떨렸다.“결과가 어떻게 나왔어?”나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봤던 자료는 완전하지 않았어. 뒤에 최종 결론이 있었는데 네가 왜 못 본 건지 모르겠어.”신지태의 말에 나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그래서 그걸 찾아냈어?”“아니. 당시 사고를 담당했던 경찰이 이미 사망했거든.”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목이 바짝 타들어 갔다.“언제 죽었는데?”“네 아빠 교통사고가 처리된 지 한 달 후.”숨이 막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신지태는 조심스레 내 이름을 부르며 다시 말을 걸었다.“지원아...”나는 그를 끊고 말했다.“그 경찰의 죽음이 우리 아빠 사고 결론과 관련이 있어?”“나도 그런 의심은 했어. 하지만 당시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로 판명됐고 병원의 사망 진단서도 있어.”그의 말에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 경찰의 가족을 찾아봤어. 하지만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어.”신지태가 말을 덧붙이자 나는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럼 더 이상 알아낼 방법은 없는 거네, 그렇지?”“지금으로선 그래. 그때 사건을 맡았던 경찰이 뭔가를 남겼다면 모를까, 그의 가족조차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게다가 그는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었으니까.”신지태의 말은 결국 내가 아빠의 사고를 더 이상 파헤칠 수 없다는 뜻이었다.“그 경찰의 동료나 친한 친구는? 그들에겐 물어봤어?”실망스러웠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찾아봤고 물어보기도 했어.”그 말을 들은 나는 눈을 감았다.“결국 죽은 사람이 살아나지 않는 한, 이건 여기서 끝난 거네.”“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내가 그 경찰의 가족이나 친했던 동료들과 다시 얘기해 볼게. 뭔가 실마리가 나올 수도 있잖아.”신지태의 말은 분명 나를 위로하기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9화

    나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다가 멈칫했다.우리 뒤를 따르던 자전거들 위로 어느새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고 그 위에는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아직 그 문구를 제대로 보기도 전에, 자전거들이 갑자기 속도를 높였고 진정우는 우리가 탄 자전거의 속도를 천천히 줄였다.내가 상황을 파악했을 땐 이미 자전거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플래카드 위의 글씨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지원아, 나랑 결혼해 줘.]그 문구를 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즉시 진정우를 바라보았다.그는 전혀 당황하거나 놀란 기색 없이 평온한 얼굴이었다. 이건 분명 그의 계획이었다.“진정우, 이거... 나한테 청혼하려는 거야?” 나는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었다.“응. 널 집으로 데려가야 아무도 널 탐내지 못할 테니까.”그는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강진혁이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내가 그의 말을 곱씹는 동안, 누군가 뒤에서 외쳤다.“오빠, 빨리 프러포즈를 해야지.”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진소영이 자전거에 앉아 웃으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진정우는 자전거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갔다. 마치 마술을 부리듯 손에서 반지를 꺼낸 그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나랑 결혼해 줄래? 남은 삶 동안 내가 네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고 싶어.”나는 자전거에 앉은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정성껏 준비된 자전거들과 그의 진심 어린 눈빛을 보니, 마음속에서 묘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결혼해!”“결혼해!”“언니! 빨리 대답해 주세요!”사람들과 진소영이 외쳐댔다.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그 앞에 섰다. 그리고 진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만약 거절한다면... 실망할 거야?”조금 전까지 흥겨웠던 분위기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진소영도 놀란 얼굴로 나를 불렀다.“아니. 지금 당장 네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네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뜻이고 내가 너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한 탓이겠지.”그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일어서려 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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