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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Author: 꽃길
last update Last Updated: 2025-01-03 19:00:00
익숙한 그의 향기, 그리고 숨 막히는 듯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나는 잠시 멍하니 굳어 있었다. 그의 낮고도 묵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이제는 진정우를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그러자 나는 손끝이 움찔하며 주먹을 쥐었다.

한때 나도 그를 그렇게 신경 썼다.

안리영과 밥 한번 먹으러 가도 꼭 그에게 알렸고 하지만 그는 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이제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자 오히려 그가 화를 내며 나를 다그치고 있다.

“그래. 내 남잔데 내가 신경 안 쓰면 누가 신경 써?”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상처를 주는 말도 기술이었다.

지금의 강유형과 나는 이미 서로 멀어졌지만 그가 내게 남긴 상처는 아직도 생생했다.

무심코 떠오르는 순간마다 그 기억은 여전히 내 마음을 후벼 팠다.

그래서 그에게 한 방 먹일 기회가 있다면 그동안의 내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가 아직 나를 신경 쓰고 있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강유형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변했다.

이건 그가 화가 날 때 보이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그의 모습을 보니 아직도 나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참 우습네.’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과 엮였다고 알려진 그가 이제 와서 이런 반응이라니.

그렇다면 앞으로도 필요할 때마다 이렇게 그의 마음을 찔러서 내 상처를 조금씩 보상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핸드폰을 찾아서 진정우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진정우는 아직 회복 중인 여동생을 두고 멀리까지 나를 위해 따라와 줬는데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

더구나 그 대상이 과거의 연인이라면 아무리 그가 나를 사랑하고 이해해 준다고 해도 상처받지 않을 리 없었다.

나는 강유형의 품에서 빠져나와 뒤돌아섰다.

그런데 그는 내 허리를 다시 한 손으로 붙잡아 그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강유형, 지금 뭐 하는 거야!”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밀쳤지만 그는 오히려 나를 더 꽉 끌어안았다.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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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혁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리더니 더 이상 표정을 유지하지 못한 채 나를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았다.“이제 너도 나를 무시하고 싫어하게 된 거야?” 그의 목소리는 낮고 가라앉아 있었다.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예전에 강유형과 오빠 사이에서 내가 강유형을 선택했던 건, 단지 그가 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에요. 오빠를 무시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지금 오빠의 행동은... 정말 실망스러워요.”그의 눈빛은 더욱 그윽해졌다.“근데 넌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알고나 있어?” 그는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빠, 4년 전 떠날 땐 그렇게 똑똑했으면서 왜 이제 와서 이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거예요?”4년 전, 내가 강유형과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강진혁과 나는 오직 남매 같은 관계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내가 강유형과 헤어지더라도 강진혁과의 가능성은 절대 없었다.“지원아, 너는 10년 동안 유형이를 사랑했지. 근데 나도 똑같았어.” 그의 말에 가슴이 잠시 먹먹해졌지만 그건 감동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과거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고통스럽고 짝사랑은 더더욱 그렇다.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유형이를 10년 동안 사랑했던 건, 그와 함께할 미래가 보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오빠는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알면서도 걸어가고 있잖아요. 그건 오빠가 스스로 고통을 자초한 거라고요.”내는 조금 냉정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지금 강진혁은 강유형의 모든 걸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까지도 숨기고 오직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 했다.그런 강진혁의 모습에 정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어리석다...” 강진혁은 비웃듯 내 말을 되뇌었다. “그래, 어리석어.”그는 스스로를 비웃었지만 그 안엔 나를 향한 조롱도 섞여 있었다. 내가 강유형을 10년 동안 사랑했던 것도 똑같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7화

    “당신은 남편이 아내와 절친한 친구와의 배신을 견디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운전할 것을 알았겠죠. 그래서 동생에게 특정 시간에 차로 접근해 놀라게 하라고 말했죠. 그로 인해 남편의 차량이 통제력을 잃도록 꾸민 거잖아요.”내 말이 끝나자 조나연의 얼굴은 급격히 창백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외쳤다.“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놀이공원을 갖지 못하게 하려고 날 모함하는 거잖아요!”그녀 옆에 서 있던 강유형은 그녀를 죽일 듯 노려보며 손목을 세차게 잡아 흔들었다.“정말 그런 거야? 조나연, 똑바로 말해!”“아니야! 절대 아니야!” 조나연은 울며 소리쳤다.“강유형, 처음부터 네가 먼저 시작한 거잖아. 내가 원한 적 없다고! 네가 먼저 다가온 거라고!”그녀의 울부짖음에 사람들의 시선이 강유형으로 향했다. 군중들 사이에서는 욕설이 터져 나왔고 한 여자가 화를 내더니 강유형을 밀치며 소리를 질렀다.“쓰레기! 살인자! 양심도 없는 놈!”그때 한 남자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렸다.“그만하세요!”목소리의 주인공은 진정우였다. 그는 군중을 헤치고 나와 조나연과 강유형 앞에 섰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화면을 터치하더니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그때 맞춰 차로 갑자기 튀어 나가기만 하면 돼... 사고가 나도 너한테 책임은 없어. 네가 그 사람을 친 것도 아니고 건드린 것도 아니니까.”“이건 다 우리 누나가 짠 계획이야. 일이 잘되면 나는 강유형의 매제가 되는 거야. 그럼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어.”녹음된 음성은 조나연의 동생인 조태혁의 목소리였다.순간 조나연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해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야! 이건 사실이 아니야!”진정우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당신 동생 조태현은 이미 경찰서에 있어요. 이 모든 건 경찰이 판단할 일이죠.”그의 말이 끝나자 군중들은 조나연에게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하지만 진정우는 다시 경고했다.“누군가 그녀를 폭행하면 그것 또한 범죄입니다.”그 말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6화

    조나연은 임신한 배를 내밀며 군중 속에 서 있었다. 얼굴엔 약간의 자신감과 도전적인 미소가 얹혀 있었다.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다. 강유형의 아버지가 내 손을 잡은 채 손에 힘을 주는 게 느껴졌다. 강유형은 한층 더 분노한 얼굴로 재빠르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조나연은 자신에게 시간을 벌 줄 아는 사람이었고 그 짧은 틈에 다시 입을 열었다.“강 회장님, 이 아이는 제가 낳겠다고 약속드린 아이잖아요. 강 회장님께서도 이 아이가 평생 부족함 없이 살게 해주시겠다고 하셨죠.”“그만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해.”강유형의 어머니가 손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네가 가진 아이가 우리 강씨 집안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네 아비를 찾아가든지 남편을 찾아가든지 해!”“그만해!”강유형의 아버지가 강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강유형은 이미 몇 걸음 만에 조나연 옆에 도착했다.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고 눈빛은 차갑게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조나연은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여전히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유형아, 너랑 결혼 못 한다는 거, 나 이미 받아들였어. 너희 집에서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했어. 그런데 왜 내가 받을 걸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거야?”그러고는 내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혹시 지원 씨, 또 저랑 경쟁하려고 그러는 거예요?”그녀의 뻔뻔한 태도에 순간적으로 이런 말이 떠올랐다.‘사람이 뻔뻔하면 세상을 정복할 수 있다더니.’조나연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제는 모든 자존심을 버린 상태였다.“조나연, 입 다물어.”강유형이 엄중히 경고했지만 그녀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오늘처럼 대중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려 했다.그녀의 행동을 보니 분명 이 상황을 이용해 누군가가 영상을 찍어 온라인에 퍼트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강씨 집안이 의심받게 될 테니 말이다.조나연은 이런 방식으로 강씨 집안에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5화

    그는 늘 믿음직스럽고 정직한 얼굴이었다. 거짓말을 해도 의심할 수 없을 만큼 진솔해 보였고 지금도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그런 그를 보고 나는 더 이상 그가 농담하는지조차 추궁할 수 없었다. 그래도 농담처럼 말을 던졌다.“그건 애들 장난이지. 그런데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진정우, 정말 왜 이래?”그는 채소를 자르던 손을 잠시 멈추더니 짧게 말했다.“너니까.”정말이지, 이 남자. 달콤한 말을 할 때는 과하다 싶을 정도다.“언니, 나도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요.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거든요.”진소영이 당당하게 말했다. 사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함께 데려가고 싶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강유형에게 그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강유형은 내가 진정우를 데려가고 싶다고 오해했을 뿐이었다.진정우는 내가 데려갈 필요도 없이 놀이공원에 갈 것이었다. 놀이공원 후반 작업, 특히 조명 설계는 그의 손을 거친 결과물이니까.개장 광고는 엄청난 효과를 냈다. 예상대로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마케팅팀은 사전 예측을 통해 시간대를 나눠 티켓을 판매하고 입장을 조절했다. 덕분에 혼란 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진정우와 나는 진소영을 데리고 전용 통로를 통해 입장했다. 진정우는 내가 특별 손님인 걸 알고 있었기에 진소영을 데리고 놀러 가고 나는 개막식 참석자용 대기실로 향했다.“지원아! 어서 와! 너희 삼촌이랑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한껏 멋을 낸 강유형의 어머니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짓했다.나는 강유형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삼촌, 몸은 좀 어떠세요?”“아주 좋아.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시고 잠도 푹 자.”그는 농담처럼 말했다.강유형과 강진혁도 정장을 입고 나왔다. 두 사람 모두 훤칠해 눈길을 끌었다. 강유형의 어머니는 그런 두 아들을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근데 너 혼자야?” 강유형이 물었다.“정우가 동생 데리고 놀러 갔어.”“점심에 연회가 열릴 거야. 그때 둘 다 같이 오라고 해.”강유형의 아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4화

    “갈 거야.”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가야 했다.그곳은 내게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2년 동안 쏟아부은 노력, 무수한 밤의 땀방울, 내 기대와 후회, 그리고 나의 새로운 시작까지.초대장을 손에 쥔 순간, 과거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한 사람 더 데려가도 돼?”나는 강유형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진정우야?”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가볍게 웃었다.“네가 오기만 하면 누구를 데려오든 상관없어.”이건 그의 양보였다. 예전의 그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고마워.”짧게 답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강유형이 다시 나를 불렀다.“지원아, 내일 부모님도 오실 거야. 그리고... 우리 모두 너를 기다릴 거야.”그는 분명히 내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었다.“알겠어.”나의 대답을 듣고도 그는 여전히 전화를 끊지 않았다.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결국, 그의 침묵 속에서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모든 영상 플랫폼과 지역 전광판에 모두 놀이공원 개장 광고가 떴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만큼 확실히 알리고 싶다는 의미였다.천하의 강유형답게 그의 사업적 감각은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우리가 이렇게 멀어진 지금도 그의 능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언니, 이 놀이공원이 언니랑 오빠가 연애 시작한 장소 아니에요?”진소영이 TV 속 광고를 가리키며 물었다.그 질문에 나는 잠시 멈칫했고 진정우를 바라봤다.“맞아요?”“아니.”그는 단호하게 부정했다.“그럼 어디예요?”진소영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진정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묻는 소영에게 내가 대신 말했다.“청평. 전에 얘기했던 그 작은 마을.”진정우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뭔가 미묘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정우가 주방으로 간 뒤, 나는 그를 따라갔다.“내가 뭔가 잘못 말했어?”“응.”그는 짧게 답했다.“뭔데?”나는 의아해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3화

    혹시 조나연이 단순히 나에 대한 원망 때문에 이렇게 찾아온 걸까?그럴 리 없다. 조나연이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데는 반드시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내가 반격하려는 순간, 진정우와 허진호가 나타났다. 진정우는 내 옆으로 걸어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조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애가 우리랑 무슨 상관이죠?”조나연은 그의 강렬한 기세에 몸을 떨며, 더더욱 약한 척하며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만약 윤지원 씨가 강유형에게 가지 않았다면 당연히 상관없었겠죠.”진정우는 차갑게 비웃으며 대꾸했다.“두 사람은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 서로 연락하면 어때서요?”그의 반격은 나조차도 조금 놀랐다. 조나연은 그의 태도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아마도 그녀는 진정우가 나를 이렇게까지 옹호할 줄 몰랐을 것이다.그 순간, 그녀가 왜 이런 소란을 피우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조나연은 내 연인 관계를 흔들어 놓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강유형에게 돌아간다면? 그녀는 그 사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하지만 저 여자가 계속 강유형과 내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잖아요.”조나연은 다시 나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정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만약 당신과 강유형의 관계가 정말로 탄탄하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지금 지원 씨가 나쁜 여자라고 나더러 믿으라고 이러는 거잖아요.”역시 진정우다. 그는 조나연의 얕은 속셈을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조나연이 입을 열려 하자, 진정우는 내 손을 잡으며 그녀에게 한 방을 더 날렸다.“조나연 씨, 당신이 지원 씨의 남자 친구를 빼앗은 건 알겠는데 감히 여기까지 와서 지원 씨를 괴롭히다니요. 대체 무슨 배짱으로요?”그 순간, 주변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참 뻔뻔하네!”그 말을 듣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조나연의 얼굴은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꼭 뺨이라도 맞은 듯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를 더 몰아붙일 수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2화

    조나연이 나를 찾아온 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다만 우리 회사로 직접 찾아왔다는 점이 의외였다. 차라리 아파트 앞이나 집 근처에서 기다릴 줄 알았다.그녀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뻔했다. 당연히 강유형과 관련된 일이겠지만 이제는 그녀와 말다툼할 기력조차 없었다. 그래서 리셉션 직원에게 간단히 말했다.“그냥 제가 없다고 전하세요.”그런데 퇴근 시간이 되어도 그녀는 여전히 회사를 떠나지 않고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윤 부장님, 그분이 반나절 동안 계속 기다리고 계세요. 드린 물도 손도 안 대셨고요. 임신한 몸이신데 혹시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할 것 같아요.” 리셉션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조나연은 동정심을 유발하며 나를 압박하려는 속셈이었다. 내가 이 상황에서 그녀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다음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나를 괴롭힐 게 분명했다.“일이 생기든 말든 우리와는 상관없어요. 기다리고 싶으면 기다리라 하세요.” 나는 단호하게 말한 뒤 건물을 나섰다.“지원 씨!”갑자기 조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 그 소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끌었다. 뒤돌아보니 그녀가 내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하얀 실크 소재의 임산부 드레스를 입고 약간 부른 배를 내보이며, 얼굴에는 약간 홍조가 감돌았다. 아마 방금 큰 소리를 낸 탓일 것이다.“왜 저를 피하는 거예요?” 그녀는 원망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피하는 게 아니라, 만나기 싫어서 안 만나는 겁니다.” 나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내 특유의 약한 척하는 모습으로 힘없이 말했다.“찔리니까 그런 거죠.”그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강유형에게 저에 대해 고자질한 거예요? 왜 헤어졌으면서도 여전히 그와 얽혀 있는 거죠?”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며 쏘아붙였다.그녀가 크게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이제 우리 둘 주변에는 어느새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두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화제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1화

    계단 위에 서 있는 남자를 보니, 내가 굳이 거절의 말을 꺼낼 필요도 없었다.진정우는 검은 반팔 티셔츠에 작업복 스타일의 팬츠를 입고, 검은 오토바이 옆에 서 있었다. 그의 강렬하고도 매력적인 모습에 시선이 저절로 끌렸다.이런 모습의 진정우는 처음이었다.하지만 이런 남자를 처음 본 건 아니었다. 예전에 강유형도 이런 모습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 자신감 넘쳤던 때가 있었다.그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지금도 생생하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올라타 그의 허리를 감싸고, 밤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그 짜릿한 순간들이.“아직도 오토바이를 좋아하나 봐?”잠시 넋이 나간 사이, 강유형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의도를 눈치챘지만, 나는 가볍게 미소만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정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진정우는 내가 다가가자마자 천천히 걸음을 맞춰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인물이 그를 막아섰다.진수로!우리 회사의 대표님이자, 진정우와 나의 현재 상사였다.그는 고급 승용차에서 내려 빳빳한 셔츠를 입고 서 있었다. 그의 단단한 배와 진정우의 날렵한 체격은 대비가 극명했다.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마치 진정우가 진수로에게 지시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진수로가 나를 흘끗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진정우는 곧바로 내게 다가왔다.그가 강유형을 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시선은 오로지 나만 향하고 있었고, 걸음도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그의 발걸음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오래 기다렸어?”나는 계단 위, 그는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덕분에 우리 눈높이가 나란히 맞았다.“아니.”진정우의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그의 눈에는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고, 그의 말처럼 그의 마음도 정직하고 솔직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가자.”그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그때 진수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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