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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작가: 꽃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03 19:00:00
나는 왜 그를 밀쳐내지 못했을까?

강유형은 여전히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착각하며 집착한다면 나는 그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결국 가장 큰 상처를 입는 건 그 자신일 테니까.

이것은 어쩌면 하늘이 내린 벌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내 부모님이 하늘에서 내 지난 10년간의 고통을 안타깝게 여기셔서 강유형이 나와의 과거를 잊지 못하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조금 있으면 고준석이 핸드폰을 가져다줄 거야. 들어가서 푹 쉬어.”

강유형은 그렇게 말하며 내 허리를 감싸던 손을 풀었다.

그는 뒤돌아섰고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꼿꼿했다.

한때 그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던 내가 이제는 그 모습이 아련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다.

나는 로비로 내려갔다.

문을 나서려는 찰나에 고준석이 도착했다.

“윤 팀장님.”

나는 더 이상 그의 비서가 아니었지만 고준석은 여전히 나를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호칭 따위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강 대표님이 직접 주문하신 핸드폰입니다. 윤지원 씨가 쓰시던 브랜드의 최신 모델이에요.”

그가 상자를 내밀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핸드폰은 필요 없으니 당신 핸드폰 좀 빌려주세요.”

고준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윤 팀장님, 그건 조금...”

내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한 번 거절한 건 절대 번복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테니까.

“핸드폰 빌릴 수 없으면 그냥 됐어요.”

나는 말하며 돌아섰다.

“아, 알겠어요!”

고준석이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건넸다.

그 핸드폰을 받아 들고 나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자동 응답 메시지가 들려왔다.

진정우의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

혹시 진정우가 비행기를 타고 돌아간 걸까?

혹시 몰라 내 핸드폰에도 전화를 걸어봤다. 이번엔 통화 연결음이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진정우가 화가 나서 내 전화를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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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진소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이제 건강해졌으니까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어요. 제가 놓쳤던 것들을 다시 찾아야죠.”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좋아. 언니가 응원할게.”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격려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물었다.“근데 이 책들 혼자 이해할 수 있겠어? 혹시 어려우면 원포인트로 가르쳐줄 선생님을 찾아볼까?”진소영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언니. 심장 이식받고 나서 그런지 전보다 머리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이 책도 금방 이해되더라고요.”나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자 진소영이 가슴에 손을 얹고 장난스럽게 말했다.“언니, 혹시 이 심장의 주인이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던 걸까요?”“무슨 소리야. 공부 잘하는 건 머리로 하는 거지 심장이랑은 상관없어.”나는 단호하게 그녀의 생각을 부정했다.사실 아까 잠시 그런 생각이 스치긴 했지만 괜히 그런 이야기를 했다가 그녀가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넌 원래 똑똑해. 네 오빠도 그렇게 말했잖아.”나는 진소영을 다독이며 말했다.진소영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언니, 저 정말 대학 가고 싶어요. 캠퍼스 생활도 해보고 싶고요.”“좋아!”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격려하며 책을 몇 장 넘겨보았다. 책에는 필기 흔적이 군데군데 있었고 누군가 사용했던 헌책인 것 같았다.“이 책들은 누가 구해줬어? 네 오빠가 준 거야?”“아니에요. 어떤 친구가 줬어요.”진소영은 말하면서 시선을 약간 피했다.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나는 살짝 장난스럽게 물었다.“어머. 병원에서도 친구를 사귀었어? 그것도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니... 대단한데?”진소영은 약간 쑥스러운 듯 말했다.“친구라고 하기엔 좀 그래요...”“그럼 어떤 사람이야?”나는 모르는 척 더 물어봤다.“다른 병실 환자 가족이에요. 그분이 책 보다가 병실을 착각해서 우리 방에 들어왔어요.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까 박사 준비 중이래요...”진소영의 말을 들으니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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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강유형이었다.그가 병실에 갑자기 나타나자 내 첫 반응은 삼촌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물었다.“삼촌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어?”강유형은 병실 안을 둘러보지 않고 나만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으셔.”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엄마가 널 찾으셔.”안도의 한숨이 나왔다.“무슨 일인데?”“글쎄... 나도 모르겠어. 급한 것 같아. 어서 너 보고 전화하라고 하셨어.”그는 다시 핸드폰을 내 앞에 내밀었다.내가 손을 뻗어 핸드폰을 받으려는 순간 뒤에서 진소영의 목소리가 들렸다.“언니, 이분은 누구세요?”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진소영은 이미 내가 진정우랑 왜 싸웠을까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는데 이 상황에서 강유형이 내 전 남자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게다가 그녀는 로맨스 소설로 가득 찬 머릿속을 가지고 있으니 온갖 상상을 할 게 분명했다.“저기... 내 오빠야.”내가 그렇게 말하자 강한 냉기가 주위를 감싸는 걸 느꼈다.나는 강유형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반응이 예상되었다.나는 진소영에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 너는 구운 배를 마저 먹어.”진소영은 손에 작은 스푼을 든 채 강유형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경계와 방어의 기색이 가득했다.더 이상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나는 강유형에게 말했다.“가자.”그 순간 진소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 저분이 둘째 오빠인 걸 저도 알아요.”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 심장이 멎을 뻔했다. 강유형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의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그가 지금 화가 난 걸까? 아니면 불편한 걸까?하지만 우리가 이미 헤어진 사이고 그의 부모님은 나를 건너뛰어 의붓딸 삼겠다고 했으니 강유형은 엄연히 내 둘째 오빠가 맞다.“맞아. 둘째 오빠야.”나는 단호히 대답했고 핸드폰을 받아 들고 병실을 나섰다.병실 밖으로 나온 나는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아줌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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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나쁜 계집애가 강유형을 믿고 이러는 거야.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줌마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줌마, 우선 조나연이 삼촌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확실히 아는 게 중요해요.”나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무슨 말을 했겠어? 당연히 우리 집에 들어오고 싶다는 얘기겠지. 대놓고 우리한테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말했을 거야.”아줌마의 말투에서 조나연이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천만에. 세상에 여자가 다 없어져서 강유형이 평생 혼자 산다 해도 그런 년을 절대 우리 집안으로 들이지 않을 거야!”그녀의 단호한 선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나는 그녀의 분노가 삼촌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더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화를 풀게 두고 있었다.그리고 얼마 후 아줌마는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지원아, 지켜봐. 내가 그년을 제대로 혼쭐낼 거야.”그 말을 듣자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강유형 집에 들어온 지 2년째인가 3년째 되는 해 아줌마와 삼촌은 이혼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그때 아줌마가 누군가를 혼쭐내겠다고 전화로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아줌마는 상대방에게 내 남편을 건드리지 말라며 경고했다.그 일 후, 삼촌과 아줌마는 크게 다퉜고 삼촌은 아줌마를 지독한 여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아줌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오늘의 아줌마도 그때와 비슷했다. 나는 이번에도 아줌마가 무언가 극단적인 행동을 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만약 내가 그녀를 말리지 않고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삼촌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다.“제가 조나연을 찾아가서 직접 물어볼게요. 어떤 속셈인지 확인한 후 그다음에 대책을 생각하셔도 늦지 않아요.”나는 차분히 설득했고 아줌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마침내 동의했다.“그래. 네가 가서 물어봐. 하지만 분명히 전해줘. 만약 너희 삼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년은 목숨으로 갚아야 할 거라고.”그 마지막 말은 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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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4화

    진소영은 핸드폰을 손에 들고 진정우에게 전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핸드폰이 드디어 연결된 걸까?처음엔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바로 들어가지 않고 묵묵히 서서 진소영이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오빠, 지원 언니 전 남자 친구가 언니를 보는 눈빛이 이상해. 분명히 아직도 언니를 좋아하는 것 같아.”“오빠, 혹시 언니랑 싸운 거 아니야? 언니가 아까부터 계속 멍하니 있었어.”“왜 문자도 안 보고 전화도 안 받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한 가지 확실히 말해둘게. 만약 언니랑 헤어지면 나도 오빠랑 안 볼 거야.”“빨리 답장해. 전화 받으라고!”마지막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통화 중이 아닌 음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진정우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 왜 연락이 안 되는지 궁금해졌다.나는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그녀가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걸 엿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병실 문을 다시 열고 더 큰 소리로 문을 닫았다.“언니!”진소영이 문소리를 듣고 날 불렀다.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얼른 핸드폰을 숨기며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며 웃었다.“별생각 하지 마.”나는 그녀의 침대 옆에 앉으며 말했다.“아까 병실에 왔던 사람이 내 전 남자 친구였어. 하지만 다 지난 일이야. 지금은 그냥 친구 아니면 형제 같은 관계야.”진소영은 빤히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언니, 그럼 그 사람이랑 어떻게 만나서 연애했는지 그리고 왜 헤어졌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그녀의 순수한 눈빛은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탐구하려는 것 같았다.아마 그녀는 로맨스 소설 속 사랑 이야기만 접해봤기에 현실에서의 사랑 이야기가 더 궁금했을 것이다. 모르는 이야기는 더 알고 싶기 마련이다.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그녀는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게 뻔했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알았어. 너의 궁금증을 풀어줄게.”나는 신발을 벗고 침대 위로 올라가 진소영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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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일은 없을 거야.”진소영은 내가 한 말을 들었지만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오빠가 돌아오면 언니랑 빨리 결혼해야 해요. 그래야 아무도 언니를 노릴 수 없잖아요.”철없고 순진한 동생 같은 말에 웃음이 났다. 세상에는 '이혼'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걸 그녀는 모를 것이다.하지만 나는 진소영이 괜한 걱정을 할까 봐 가볍게 대답했다.“그래, 나도 네 오빠가 빨리 나 데려가길 기다리고 있어.”진소영은 눈을 반짝이며 기뻐하더니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진정우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오빠! 언니가 오빠가 데리러 오기만 기다리고 있대요. 얼른 와서 청혼해요!”그녀의 귀여운 행동에 나도 웃음이 나왔다.메시지를 보낸 뒤 진소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근데 오빠 왜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안 봐요? 혹시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죠?”그 말에 나도 잠시 마음이 철렁했지만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농담을 던졌다.“글쎄, 어쩌면 가는 길에 다른 예쁜 여자한테 홀렸을지도 몰라.”“그럴 리 없어요! 오빠는 예전부터 쫓아다니는 여자들한테도 관심 없었어요. 오직 언니만 좋아했거든요.”진소영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우리는 웃으며 가벼운 대화를 이어갔다. 아침을 함께 먹고 나서 나는 간병인에게 진소영을 맡기고 병원에서 나왔다.안리영이 준비해 준 예비 핸드폰과 새 번호를 받아 들고 진정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불안감이 커졌지만 지금 당장 그를 찾으러 갈 수 없었다. 나는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나는 집에서 부모님 사고와 관련된 자료를 꺼내 다시 살펴봤다.보고서에는 사고 원인이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해 차량이 통제력을 잃고 전복된 것이라고 나와 있었다.브레이크 고장이라니?이게 단순한 차량 문제였을까? 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손을 댄 걸까?보고서는 이 의문에 대해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 왜 당시에는 이런 부분을 의심하지 않았던 걸까? 이 모든 사고 처리를 삼촌이 맡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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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4화

    “갈 거야.”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가야 했다.그곳은 내게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2년 동안 쏟아부은 노력, 무수한 밤의 땀방울, 내 기대와 후회, 그리고 나의 새로운 시작까지.초대장을 손에 쥔 순간, 과거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한 사람 더 데려가도 돼?”나는 강유형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진정우야?”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가볍게 웃었다.“네가 오기만 하면 누구를 데려오든 상관없어.”이건 그의 양보였다. 예전의 그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고마워.”짧게 답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강유형이 다시 나를 불렀다.“지원아, 내일 부모님도 오실 거야. 그리고... 우리 모두 너를 기다릴 거야.”그는 분명히 내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었다.“알겠어.”나의 대답을 듣고도 그는 여전히 전화를 끊지 않았다.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결국, 그의 침묵 속에서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모든 영상 플랫폼과 지역 전광판에 모두 놀이공원 개장 광고가 떴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만큼 확실히 알리고 싶다는 의미였다.천하의 강유형답게 그의 사업적 감각은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우리가 이렇게 멀어진 지금도 그의 능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언니, 이 놀이공원이 언니랑 오빠가 연애 시작한 장소 아니에요?”진소영이 TV 속 광고를 가리키며 물었다.그 질문에 나는 잠시 멈칫했고 진정우를 바라봤다.“맞아요?”“아니.”그는 단호하게 부정했다.“그럼 어디예요?”진소영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진정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묻는 소영에게 내가 대신 말했다.“청평. 전에 얘기했던 그 작은 마을.”진정우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뭔가 미묘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정우가 주방으로 간 뒤, 나는 그를 따라갔다.“내가 뭔가 잘못 말했어?”“응.”그는 짧게 답했다.“뭔데?”나는 의아해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3화

    혹시 조나연이 단순히 나에 대한 원망 때문에 이렇게 찾아온 걸까?그럴 리 없다. 조나연이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데는 반드시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내가 반격하려는 순간, 진정우와 허진호가 나타났다. 진정우는 내 옆으로 걸어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조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애가 우리랑 무슨 상관이죠?”조나연은 그의 강렬한 기세에 몸을 떨며, 더더욱 약한 척하며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만약 윤지원 씨가 강유형에게 가지 않았다면 당연히 상관없었겠죠.”진정우는 차갑게 비웃으며 대꾸했다.“두 사람은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 서로 연락하면 어때서요?”그의 반격은 나조차도 조금 놀랐다. 조나연은 그의 태도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아마도 그녀는 진정우가 나를 이렇게까지 옹호할 줄 몰랐을 것이다.그 순간, 그녀가 왜 이런 소란을 피우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조나연은 내 연인 관계를 흔들어 놓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강유형에게 돌아간다면? 그녀는 그 사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하지만 저 여자가 계속 강유형과 내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잖아요.”조나연은 다시 나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정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만약 당신과 강유형의 관계가 정말로 탄탄하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지금 지원 씨가 나쁜 여자라고 나더러 믿으라고 이러는 거잖아요.”역시 진정우다. 그는 조나연의 얕은 속셈을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조나연이 입을 열려 하자, 진정우는 내 손을 잡으며 그녀에게 한 방을 더 날렸다.“조나연 씨, 당신이 지원 씨의 남자 친구를 빼앗은 건 알겠는데 감히 여기까지 와서 지원 씨를 괴롭히다니요. 대체 무슨 배짱으로요?”그 순간, 주변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참 뻔뻔하네!”그 말을 듣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조나연의 얼굴은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꼭 뺨이라도 맞은 듯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를 더 몰아붙일 수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2화

    조나연이 나를 찾아온 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다만 우리 회사로 직접 찾아왔다는 점이 의외였다. 차라리 아파트 앞이나 집 근처에서 기다릴 줄 알았다.그녀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뻔했다. 당연히 강유형과 관련된 일이겠지만 이제는 그녀와 말다툼할 기력조차 없었다. 그래서 리셉션 직원에게 간단히 말했다.“그냥 제가 없다고 전하세요.”그런데 퇴근 시간이 되어도 그녀는 여전히 회사를 떠나지 않고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윤 부장님, 그분이 반나절 동안 계속 기다리고 계세요. 드린 물도 손도 안 대셨고요. 임신한 몸이신데 혹시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할 것 같아요.” 리셉션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조나연은 동정심을 유발하며 나를 압박하려는 속셈이었다. 내가 이 상황에서 그녀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다음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나를 괴롭힐 게 분명했다.“일이 생기든 말든 우리와는 상관없어요. 기다리고 싶으면 기다리라 하세요.” 나는 단호하게 말한 뒤 건물을 나섰다.“지원 씨!”갑자기 조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 그 소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끌었다. 뒤돌아보니 그녀가 내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하얀 실크 소재의 임산부 드레스를 입고 약간 부른 배를 내보이며, 얼굴에는 약간 홍조가 감돌았다. 아마 방금 큰 소리를 낸 탓일 것이다.“왜 저를 피하는 거예요?” 그녀는 원망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피하는 게 아니라, 만나기 싫어서 안 만나는 겁니다.” 나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내 특유의 약한 척하는 모습으로 힘없이 말했다.“찔리니까 그런 거죠.”그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강유형에게 저에 대해 고자질한 거예요? 왜 헤어졌으면서도 여전히 그와 얽혀 있는 거죠?”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며 쏘아붙였다.그녀가 크게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이제 우리 둘 주변에는 어느새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두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화제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1화

    계단 위에 서 있는 남자를 보니, 내가 굳이 거절의 말을 꺼낼 필요도 없었다.진정우는 검은 반팔 티셔츠에 작업복 스타일의 팬츠를 입고, 검은 오토바이 옆에 서 있었다. 그의 강렬하고도 매력적인 모습에 시선이 저절로 끌렸다.이런 모습의 진정우는 처음이었다.하지만 이런 남자를 처음 본 건 아니었다. 예전에 강유형도 이런 모습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 자신감 넘쳤던 때가 있었다.그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지금도 생생하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올라타 그의 허리를 감싸고, 밤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그 짜릿한 순간들이.“아직도 오토바이를 좋아하나 봐?”잠시 넋이 나간 사이, 강유형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의도를 눈치챘지만, 나는 가볍게 미소만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정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진정우는 내가 다가가자마자 천천히 걸음을 맞춰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인물이 그를 막아섰다.진수로!우리 회사의 대표님이자, 진정우와 나의 현재 상사였다.그는 고급 승용차에서 내려 빳빳한 셔츠를 입고 서 있었다. 그의 단단한 배와 진정우의 날렵한 체격은 대비가 극명했다.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마치 진정우가 진수로에게 지시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진수로가 나를 흘끗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진정우는 곧바로 내게 다가왔다.그가 강유형을 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시선은 오로지 나만 향하고 있었고, 걸음도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그의 발걸음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오래 기다렸어?”나는 계단 위, 그는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덕분에 우리 눈높이가 나란히 맞았다.“아니.”진정우의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그의 눈에는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고, 그의 말처럼 그의 마음도 정직하고 솔직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가자.”그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그때 진수로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0화

    “지원 씨, 지금 강유형과 같이 계세요? 제 전화 좀 받아달라고 해주실 수 있나요?”조나연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방 안이 워낙 조용하다 보니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명했다.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놀라움 섞인 숨소리와 함께 모든 시선이 내 휴대폰과 강유형 사이를 오갔다.나는 주변의 반응에는 신경 쓰지 않고 강유형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조나연 씨, 혹시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당신 남자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왜 저한테 전화하시는 거죠?”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마치 이 큰 공간 안에 나 혼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제... 제 전화를 안 받으까요...”조나연의 목소리는 분명히 기운이 빠져 있었다.“아, 그렇군요.”나는 비웃듯 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제가 받아보라고 하면 정말 받을 것 같으세요?”내 말이 끝나자 조나연은 대답하지 못했고 대신 강유형이 내 휴대폰을 확 낚아채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나는 그를 보고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이렇게 행동하시면 당신 여자 친구가 더 오해하지 않겠어요? 제가 일부러 대표님께서 전화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이죠.”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손목을 잡아 방 밖으로 끌고 나갔다.“강유형!”신지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비켜.”강유형은 짧게 말하며 신지태를 밀어냈다.신지태는 내가 다치지 않을까 염려해 따라오려고 했지만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지태야, 저 둘은 아직 풀지 못한 게 있는 것 같아. 네가 끼어들 필요 없어.”그들에게는 내가 여전히 강유형과 잘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걸까.하지만 방금 전의 대화는 나를 더 확고하게 만들었다.방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그의 손목을 세게 뿌리치며 말했다.“강유형, 네 문제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 내 손 더럽히지 말고.”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남자 친구가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9화

    강유형의 곁에 있을 때 나는 늘 그에게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 좀 하라고 말했었다. 어울리기 너무 어려운 사람으로 보이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땐 그나마 좀 나았는데 지금의 강유형은 완전히 혼자 겉도는 느낌이었다.“유형이 너랑 헤어진 이후로 쟤 완전히 딴사람이 됐어. 맨날 저런 얼굴로 세상 다 빚진 사람처럼 굴잖아."신지태가 나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나는 가볍게 웃으며 그의 말을 흘리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지태 오빠,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줘.”나는 그가 지금 시합 때문에 정신이 없겠지만 이 부탁은 그만이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었다.“뭔데?”신지태는 먼저 동의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우리 부모님 교통사고의 진짜 원인을 좀 알아봐 줄래?”그러자 그는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준비해 온 사고 감정서와 의문점을 그에게 보여주었다.“지태 오빠, 날 도와 줄 수 있는 건 오빠뿐이야.”“지원아, 그걸 알아낸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는데?”신지태가 되물었다.나는 고개를 숙인 채 발끝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달라질 건 없어. 부모님이 돌아오실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난 진실을 알고 싶어. 그래야 부모님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아.”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알아볼 거야?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괜찮아?”“응. 반드시 알아내야겠어.”“알았어.”신지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러자 안도의 숨이 나왔다.“지태 오빠, 비용은 내가 낼게.”신지태도 분명히 다른 사람을 시켜서 조사할 것이고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그래. 근데 결과 나오고 나서 얘기하자.”그도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듯 가볍게 말했다.신지태와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모두 술에 취해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어 있었다.“지태야! 빨리 와. 오늘 네가 주인공이잖아! 그리고 지원아,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보다 지태랑만 붙어 있잖아!”나는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지태 오빠가 나 잘 챙겨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8화

    나는 조나연을 따라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내가 사는 아파트의 단지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층수를 보자 머릿속에 딱 두 글자가 떠올랐다.어이없었다.그녀가 바로 내 위층에 살고 있었다.이게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의도된 걸까?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다행인 건 내 옆집 이웃은 거의 집에 오지 않는 사람이라 마주칠 일이 없다는 거다. 나는 앞으로 조나연과도 절대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그녀의 무거운 걸음걸이를 보니 출산이 가까운 듯했다.불과 얼마 전만 해도 그녀는 돈이 없어서 기본적인 물건조차 사기 어려워 보였는데 이런 고급 아파트에 산다니 누가 도왔는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강유형.그는 여전히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자신을 포장하면서 뒤에서는 이런 짓을 하고 있다니.내가 그런 그를 떠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진정우는 내가 이곳으로 이사 온 이유를 묻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 보면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며칠 뒤, 지태 오빠가 경기를 마치고 돌아왔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니 함께하자고 했다.“너 경기 보러 못 와서 아쉬웠잖아. 축하 파티엔 꼭 와야지.”나는 고민스러웠다. 그 자리에 강유형과 그의 친구들이 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다음에 따로 축하하면 안 될까?”하지만 신지태는 단호했다.“내일 바로 해외로 나가야 해. 이번 아니면 기회 없어.”내가 망설이자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설마 강유형이랑 마주치는 게 불편해서 그런 거야?”“맞아.”나는 솔직히 인정했다.그러자 신지태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지원아, 그건 네가 아직도 강유형을 완전히 놓지 못했다는 뜻이야. 만약 정말로 다 정리했다면 강유형도 그냥 아는 사람일 뿐이잖아.”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태 오빠조차 이렇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 특히 강유형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게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7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정말 너무해. 내 말도 안 들어보고 이렇게 구는 거야?”“내가 언제 안 들었어. 네 얘기를 들으려고 전화했는데 네가 안 받았잖아.”그의 말에 나는 머릿속으로 그가 얼마나 초조했을지 그려졌다.내가 없어진 걸 알고 CCTV까지 확인하며 나를 찾아다녔겠지. 그리고 결국 내가 강유형과 함께 있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강유형이 말한 대로 진정우는 나를 찾기 위해 애썼다.나는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전화 못 받은 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땐 내가 중환자실에 있었거든.”“알아.”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래서 화내지 않았어. 그리고 전화가 안 됐던 이유는 집에 가면 얘기해줄게.”그는 멀리 보이는 아파트 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네가 어젯밤 떠난 이후로 지금까지 한숨도 못 잤어. 물도 안 마셨고. 정말 피곤하고 목이 말라.”그의 말에 마음이 조여들었다. 나는 그의 손을 이끌고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간 걸 알면서 왜 잠도 안 자고 물도 안 마신 거야? 대체 뭘 했길래 이래?”그는 대답 대신 조용히 나를 따라 걸었다. 그의 상태가 걱정돼 더 이상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데리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짐을 내려놓고 과일을 정리하더니 나를 신발장 쪽으로 밀어붙였다.그의 강렬한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이 멎을 듯해 나는 침을 삼켰다.“물 준비해 놨어.”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질투 났어.”그의 말에 나는 놀라 멈췄다.아까까지만 해도 모든 걸 이해한다는 말투였는데, 이제 와서 질투했다고?“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건...”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내 말을 막았다.그의 품에 안겨 입맞춤을 나누며 그의 목마름이 얼마나 컸는지 느껴졌다. 거칠고 마른 입술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따뜻했다.“네가 한 일을 이해해. 그래도 질투는 멈출 수 없더라.”그가 입맞춤을 멈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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