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승은 그녀의 아이큐에 절망했다.주동적으로 반지훈의 저택에 찾아오고 아이들이 납치되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으니 자신이 이 일과 관련이 있다는 걸 대놓고 말해주는 게 아닌가?반지훈은 눈빛이 조금 차가워졌다."당신은 아이들과 어떤 관계지?""전......""당신은 아이들의 어머니를 알고 있어?"강미현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제기랄, 그녀는 반지훈이 사실을 모른다는 걸 잊고 있었다!"지훈씨, 제가 아니에요. 저도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어요.""누구에게서 들은 거야?"반지훈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강미현은 부들부들 떨더니 입술이 점차 창백해졌다."지훈씨, 절 의심하는 거예요? 당신은 절 잘 알고 있잖아요. 제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그래, 그는 예전에 강미현은 담이 작고 연약한 여자라 절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육 년 동안 그의 곁에서 지냈던 여자의 연약하고 소심한 가면 밑에는 도대체 어떤 얼굴이 숨어있을까? 아이까지 해칠 정도로 모진 사람이었나?"당신은 이후로 찾아올 필요 없어."이 말에 강미현은 제자리에 멍해졌다.그녀는 믿을 수 없는 듯하였다."지훈씨, 절 쫓아내는 거예요?""쫓아낸다고?"반지훈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이곳이 당신의 강 씨 저택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당신은 이곳에서 그저 손님일 뿐이야."그녀는 그저 손님일 뿐이었다.강미현은 이것이 진실이라는 걸 믿지 못했다."지훈씨, 전......""연희승, 네가 배웅해줘."연희승은 머리를 끄덕인 후 다가가 강미현을 막아 섰다."강 아가씨, 이만 돌아가시죠. 보디가드를 부르면 아가씨도 난처해질 겁니다."강미현은 주먹을 꽉 쥐더니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자리를 떴다.그녀는 점점 표정이 음흉해졌다. 그녀는 꼭 방법을 강구하여 반지훈을 얻을 것이다!오션뷰 별장.강유이는 집에 돌아가 강해신에게 오늘 발생한 일을 모두 이야기한 후 기뻐하며 말했다."오늘 우리는 아빠의 집도 가봤어. 아빠 집은 엄청 크고 맛있는 것도 엄청 많아!"
중년 남자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전 초란에게서 2억을 받은 적이 있어 그녀를 배신한다면 그는......"그...... 그게 강미현 아가씨지요."보디가드는 뒤에서 그를 걷어차 무릎을 꿇게 하였고 총을 꺼내 그의 머리에 댔다.중년 남자는 너무 긴장되었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보디가드가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면 그는 아마 저승사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지금은 2억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입이 조금 벌어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그날 밤은......은......"뒤통수에 놓인 총이 철컥 소리를 내자 중년 남자는 오줌을 지렸다."그날 밤은 강미현 아가씨가 아니었습니다. 그그그러나 전 정말 누군지 모릅니다."솔직히 말한다면 그는 그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 그는 그저 누군가가 그 여자를 그 방에 보낸 후 반지훈도 들어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강미현이 아니라는 걸 안 반지훈은 나머지 대답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진실은 거의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는 다리를 내려놓은 후 다른 자세로 고쳐 앉더니 가까이 다가가 그를 보았다."육 년 전, 넌 나에게 그 여자가 강미현이라고 했다.""제가 대표님을 속인 건 맞지만 저도 협박을 당한 거예요... 강 부인이 2억을 주면서 꼭 그렇게 대답하라고 했어요. 전 대표님과 강 부인에게 감히 미움을 사지 못하잖아요!"중년 남자가 울며 말했다.반지훈은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날 밤의 여자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전......전 잘 몰라요, 강미현 아가씨는 그저 그 여자가 취했다고 말했거든요. 제가 슬쩍 봤는데 완전히 취해있었고 엄청 예쁘게 생겼어요. 강미현 아가씨가 그 여자를 방안에 데리고 들어갔어요."중년 남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또 말했다."참, 강미현 아가씨는 나올 때 카드를 저에게 돌려줬어요. 전 방안에 손님이 있는데 왜 카드를 가지고 나왔는지 의아했거든요. 그 후에서야 저더러 카드를 임현의라고 부르는 부동산 사장님에게 전
"위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네가 회사 경영을 잘하길 바라면서 위너를 너에게 넘겨준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많이 준 자원은 다 어디로 간 거야?"강진은 서류를 탁자에 내리쳤다. 오늘 재무가 그에게 전화를 했을 때 강진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적자가 도합 11억이나 난 것이다!반지훈이 위너에게 19억을 투자했는데 11억이나 적자가 나다니?초란은 강미현 곁에 다가가 강진을 보며 말했다."여보, 어떻게 미현이를 탓할 수 있겠어요? 애당초 미현이가 주얼리 업계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었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속은 것을 어떻게 미현이 탓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그래서 내가 미현이더러 공부를 하라고 했잖아? 몇 년 동안 뭘 배운 거야?"강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강미현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최근 이틀 동안 충분히 힘들게 보내고 있었는데 아버지까지 그녀를 욕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초란은 자신의 딸 표정을 보더니 재빨리 강진에게 말했다."여보, 미현이가 잘 못한다고 생각하면 성연이더러 위너에 돌아오라고 해요. 성연이가 지금 제일 잘나가는 주얼리 디자이너인 Zora잖아요. 성연이가 있으면 위너는 적자가 나지 않을 거예요!""성연이는 위너에 있잖아?""여보, 성연이는 그날 당신과 싸운 후 위너를 떠났어요."초란이 답했다.강진은 멍해졌지만 강성연이 무엇 때문에 위너를 떠났는지 알 것 같았다.아마 지분 때문일 것이다."지금 성연이는 반지훈씨 회사에 갔고 반지훈씨는 성연이를 위해 새 주얼리 회사를 만들어줬어요. 미현이도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미래 형부가 처제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게 어디 있어요......"초란은 강성연이 위너에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절대 그 천한 년을 계속 반지훈 곁에 남겨둘 수 없었다!강진은 낯빛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한참 뒤에서야 말했다."내가 성연이와 말할게."초란은 그 말을 듣고서야 만족했다.강성연 그 천한 것이 돌아오면 그녀는 꼭 강
강성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모퉁이에서 붉은 빛을 깜빡이고 있는 CCTV 카메라를 발견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농락을 당한 것인가, 아니면 부주의로 함정에 걸린 것인가?"당신은 이 검사 결과서류를 찾고 있었어?"별안간 나타난 그림자에 강성연은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그 서류를 쥔 채 문밖의 반지훈을 바라 보았다.반시간 전부터 반지훈은 이미 금성 쪽에서 보내온 검사 결과서류를 받았고 확인까지 했다. 위에 붉은색으로 적힌 "친자 맞음"은 강시언과 강유이가 그의 자식임을 증명하고 있었다.육 년 사이에 그는 아이 두 명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두 아이 모두 자신 주변에 있었다.만일 그가 진지하게 조사하고 검증하지 않았다면, 심지어 함정까지 서슴치 않았다면 어떻게 이 여자를 찾을 수 있었겠는가?"당신 정말 총명해. 전에 검사 증명서류를 바꾼 사람은 사실 당신이지?""전 반 대표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강성연은 애써 침착을 되찾았다. 그녀는 당황하면 안되었다.반지훈은 그녀 앞에 다가가 눈을 가늘게 떴다."지금 이 상황에서도 내 앞에서 모르는 척 하는 거야?""반 대표님, 제가 왜 당신의 증명서류를 바꾸겠어요? 증거 있어요?"강성연은 여전히 침착하게 대응했고 그에게 줄 서류를 책상 가장 위에 올려두었다."전 서류를 제출하러 왔어요. 별 일이 없으면 전 먼저 돌아갈게요."그녀가 돌아서려고 할 때 반지훈이 별안간 그녀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한 걸음 다가서면서 그녀를 책상에 밀쳤다.강성연은 의식적으로 목을 움츠렸고 고개를 피했다."대표님, 무슨 뜻이죠?"반지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다가갔다."무슨 뜻일 것 같아?""반 대표님, 설마 제가 마음에 든 건 아니겠죠?"강성연은 그를 흘겨보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두 번 연속 강 씨 가문의 여자를 좋아하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거예요.""이미 결과를 맺었는데 그런 걸 신경 쓸까?" 반지훈의 말에 강성연은 멍하니 있
이 장면을 목격한 강미현은 질투에 미칠 것 같았다!"지훈씨!"반지훈은 천천히 강성연을 놓아주었고 표정이 좀 어두워졌다. 하, 이 여자가 갑자기 주동적으로 키스한 건 미현이 때문이었구나.그는 고개를 돌려 강미현을 보았다."당신은 왜 온 거지?"강성연은 손을 올려 입술을 닦았고 마침 붉은 립스틱이 지워졌다. 붉은 립스틱은 얼굴에 얼룩을 남기면서 사람들이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그녀는 반지훈의 옷깃을 잡으면서 싸늘하게 웃었다."반 대표님의 키스 실력도 그저 그렇네요."반지훈의 눈빛이 조금 위험해졌다.날 싫어하는 건가?강성연이 떠나려고 할 때 강미현 뒤에 아버지인 강진이 나타났다. 이에 강성연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강진은 강성연이 이상야릇한 몰골로 반지훈과 같은 사무실에 있는 것을 보고 순간 얼굴이 파리해졌다. 또한 반지훈의 입술에는 물린 흔적이 남아있었다."강성연, 너...... 네가 감히......"그는 분노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아빠!"강미현이 아버지 곁에 다가가자, 움직이려고 했던 강성연은 제자리에 동상처럼 서있었다.**병원 복도 벽에 기대있는 강성연의 표정은 조금 막연했다.그녀는 확실히 반지훈 때문에 화가 치밀었고 의도적으로 강미현을 자극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강성연은 아버지가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강성연, 아버지가 불러."초란이 나와 그녀를 불렀다.강성연은 고개를 들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병실 안에 들어갔다. 강미현은 얌전한 딸처럼 침대 옆에 앉아있었다.강진은 그녀를 보고 표정이 험악해졌다."못된 것, 당장 무릎 꿇지 못해!""정말 제가 무릎을 꿇어요?"강성연은 무심하고 덤덤하게 반문했다.강진은 탁자에 있는 컵을 들어 그녀에게 던졌다. 컵은 마침 강성연의 이마에 부딪혔다.강진의 눈빛에는 당황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넌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 거다. 넌 미현이가 지훈씨랑 교제한다는 걸 알면서도...... 난 너에게 정말 실망했다.""당신은 매 번마다 저에게 실
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병실을 떠났다.엘리베이터 앞에서자 강미현이 그녀를 뒤쫓았다.“강성연, 거기 서!”강성연은 몸을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왜, 날 설득할 수 없으니 일부러 아버지를 TG로 불러 날 위너를 돌아가게 할 생각이었어?”강진이 화가 나서 쓰러진 일이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강미현은 이를 악물었다.“아버지께서 널 설득하겠다고 하신 거야. 아버지가 화가 나서 쓰러진 것도 너 때문이고! 강성연, 아버지는 반지훈씨와 내가 한 쌍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넌 눈치 있게 알아서 TG에서 떠나. 그렇지 않으면 네 두 자식 놈들... 윽!”강성연은 강미현의 목을 졸라 그녀를 벽으로 밀쳤다. 그녀의 눈동자는 너무 싸늘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한 번 해봐.”“내가 못 할 것 같아? 차라리 날 목 졸라 죽이지 그래!”강미현은 악랄하게 웃어 보였다.“그럴 리는 없어. 난 네가 그렇게 쉽게 죽는 걸 원하지 않거든.”강성연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난 네가 절망 속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볼 거야. 6년 전 일도, 내 아이도, 네가 진 빚 언젠가는 다 갚아야 할 거야. 난 너에게 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강성연은 강미현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러니 얌전히 위너가 망할 때까지 기다려. 내가 지켜보겠어. 아버지가 능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사생아인 널 언제까지 감싸줄지 말이야.”말을 마친 뒤 그녀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강미현은 화가 나서 몸을 벌벌 떨었다. 그녀는 강성연을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했다.강성연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기고만장한 것일까? 겨우 아이 둘 있는 것 가지고 말이다. 그녀는 강성연이 모든 것을 잃은 뒤 자신의 앞에 무릎 꿇기를 바랐다.병원에서 나온 뒤 강성연은 손을 들어 이마를 만졌다. 그녀는 뒤늦게야 자신도 아플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반지훈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강성연은 주저하지 않고 몸을 돌려
그는 코웃음을 쳤다.“당신이 협박이라고 생각한다면 협박이겠지. 어차피 내 손아귀에 있는데 당신이 도망칠 수 있겠어?”“...”다음 날.강성연은 평소처럼 시간을 딱 맞춰서 회사에 도착했고 모퉁이에서 반지훈이 희승과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반지훈의 입술은 물어뜯긴 흔적이 있었고 그 위로 딱지가 앉아있었다. 어제 그녀의 행동은 꽤 과격했다.원래는 그들을 피하고 싶었으나 미처 피하지 못했다.강성연은 시선을 옮긴 뒤 어제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담담히 웃어 보였다.“안녕하세요, 대표님.”반지훈은 그녀를 잠시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날 피할 줄 알았는데.”“같은 건물에 있는데 어떻게 마주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리고 제가 뭐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제가 왜 피하겠어요?”강성연이 웃으며 대꾸했다.반지훈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강성연의 미소는 가짜였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언제나 가짜 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녀의 진실한 미소를 본 적이 있었지만 상대는 그가 아니었다.그는 예전에 그녀가 전화 두 통에서 말했던 남자가 누군지 궁금했다.“전 일 때문에 먼저 가보겠습니다.”강성연은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그러나 예상외로 반지훈은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희승은 얼이 빠졌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그걸 타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다니!강성연은 그를 보며 말했다.“대표님, 이 엘리베이터는 사용하지 않으시잖아요?”“가끔 체험해 보면 안 되나?”반지훈은 덤덤히 대꾸한 뒤 희승이 엘리베이터에 오르기도 전에 닫힘 버튼을 눌렀다.강성연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와 거리를 벌렸다. 그녀를 곁눈질하던 반지훈은 그녀가 조용히 옆으로 피하자 미간을 구겼다.“나랑 가까이 있는 게 그렇게 싫어?”“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대표님과 거리를 두는 건 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싫어서예요. 사람들은 대표님께 여자친구가 있다고 믿으니 처신을 잘해야죠.”반지훈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
그렇게 몇 분을 힘들게 버티다가 직원들이 전부 다 나간 뒤에야 강성연은 무뚝뚝한 얼굴로 그에게 잡힌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비아냥대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대표님? 이런 자극적인 걸 좋아하시나 봐요?”반지훈은 그녀를 잠깐 보더니 다소 차가워진 눈빛으로 말했다.“그럼 더 자극적인 걸 해볼 생각은 없어?”강성연은 안색이 조금 달라졌다. 이 남자 설마...반지훈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그녀를 벽으로 밀치면서 팔로 끌어안았다.“대표님, 너무 지나치시네요!”강성연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갑자기 다리를 들어 무릎을 굽히며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지만 반지훈이 큰 손으로 재빨리 그녀의 다리를 들었고 그녀에게 몸을 밀착시켰다. 정말 민망한 자세였다.“반지훈씨, 이 손 당장 놓으세요!”강성연은 화가 난 얼굴이었다.반지훈은 시선을 내리뜨렸고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그녀와 자리를 맞바꾸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밖에서 얘기를 나누던 두 남자 직원은 그 장면을 보더니 깜짝 놀라 서류를 떨어뜨렸다.강성연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의 경악한 시선을 마주했다. 그들은 다급히 서류를 주워들었고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았다.강성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오래전 그녀를 놓아준 평온한 얼굴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반지훈이 입을 열었다.“자극적이지?”말을 마친 뒤 그는 옷깃을 정리한 뒤 태연한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나섰다.강성연은 사무실로 돌아온 뒤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소파 위로 내던졌고 두 팔을 허리에 올리며 불같이 화를 냈다.“반지훈, 나 갖고 노니까 재밌나 보지?”그녀는 책상을 걷어찼고 때마침 반크가 걸어왔다. 그녀의 크게 화를 내는 모습에 반크는 당황했다.“왜 그래?”강성연은 자신이 추태를 보였다고 생각해 손을 내려놓고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누구한테 열받아서요.”“강미현이야?”반크가 물었다.“강미현은 절 이렇게 화나게 만들 능력이 없죠.”강성연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았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