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어 주얼리의 디자이너, 프라이드.그는 그녀가 반지훈의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고 강미현은 그의 말에 내심 기뻤다.서울시 사람들은 반지훈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고 티어 주얼리처럼 큰 회사와 협력할 수 있다면 아버지도 그녀를 아주 눈여겨볼 것이다.10분 정도 얘기를 나눈 뒤 프라이드는 그녀에게 드로잉 몇 장을 보여줬다.“이건 제가 디자인한 겁니다. 이번 창작 주제는 ‘The light of life’로 정했어요. 번역하면 생명의 빛이죠. 이번에 처음으로 고딕풍 디자인에 도전한 거예요."강미현은 디자인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위너에 이런 디자인이 있었다면 위너가 지금처럼 됐을 리가 없었다.강성연만 그런 실력이 있는 건 아니지!강미현은 프라이드가 강성연의 실력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했다.강미현은 프라이드와 계약을 맺은 뒤 계약서를 들고 아버지를 찾아갔다.강진은 강미현이 티어 주얼리의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하자 그녀는 달리 봤다.“잘했다, 미현아. 역시 내 딸이야. 난 네가 날 실망시키지 않을 줄 알고 있었다.”강미현은 강진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제가 이러는 것도 전부 저희 강씨 집안과 위너를 위해서잖아요.”“역시 네가 가장 철들었어.”강진은 흐뭇했다. 자신의 다른 딸 강성연을 떠올린 그는 조금 섭섭했다.강진은 강성연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강성연은 매번 그에게 실망을 안겨주었고 6년 전 그녀를 쫓아낼 때 그녀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철들 거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변함이 없었다. 아니, 심지어 더 심해졌다.“참, 너랑 반지훈씨는 어떻게 됐니?”그 말에 강미현의 표정이 살짝 굳었고 입가에 걸렸던 미소도 경직됐다.“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성연이보다 별로인가 봐요. 지훈씨는...”“지훈씨가 정말 강성연이랑 만난다는 말이냐?”강진의 안색이 흐려졌다.강성연이 정말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강미현은 일부러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사실 지훈씨는 이미 오래전에 저
그 이유는 이 일 때문일 것이다.반지훈의 눈빛이 암담해졌다. 강성연은 6년 전 그날 밤 그 여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를 경계하며 싫어했다. 어쩌면 그 또한 강미현 때문일지 몰랐다.어쩐지 강미현을 아주 증오하고 혐오한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강미현의 함정에 빠졌던 것이다. 만약 그날 밤 호텔 매니저가 룸 키를 잘못 들고 오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날 밤 임현의와 잤을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반지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대표님, 그날 강성연씨가 룸살롱에서 약에 당한 일을 알아봤습니다. 강미현씨께서 강성연씨를 임현의씨께 데려갔더군요.”희승은 반지훈이 임현의를 그저 사소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았지만 일을 조사하는데 더 신중을 기하기 위해 희승은 직접 임현의를 조사했다.그리고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임현의는 강 대표님과 협력관계더군요. 소문에 의하면 임현의씨는 바람둥이라고 합니다. 그의 전처가 그와 이혼한 것도 임현의씨가 바람을 피워서라더군요. 그것도 젊은 여성들만 골라서 그런 짓을 한다고 합니다. 아마 오래전부터 강성연씨를 노렸던 것 같습니다.”반지훈은 자료를 내려놓은 뒤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서울시에는 임씨 집안 부동산이 필요 없을 것 같군.”16층.Soul 주얼리.그녀의 사무실에 도착한 반지훈은 강성연이 마네킹 앞에서 그것의 옷을 정돈하는 모습을 보았다. 마네킹이 입은 옷은 디자인이 아주 심플했고 약간의 고딕풍이 느껴졌다.그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더니 강성연의 뒷모습에 시선을 멈췄다. 강성연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꽤 유혹적이었다.비록 그녀는 긴 옷을 입고 있어 몸 선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날 밤 파티에서 봤을 때 그녀의 몸매는 아주 훌륭했다.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보고 군침을 흘렸을 걸 생각하면 괜히 턱에 힘이 들어갔고 그녀를 보는 눈빛도 진득해졌다.뒤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강성연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반크 아저씨, 자 좀 가져다주세요...”고개를 돌렸을 때 반지훈과 시선이 마주친
강성연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오히려 그에게 농락당하다니!그녀는 그의 손을 내치면서 혀를 찼다.“재미없네요.”몸을 돌려 떠나려고 하는데 반지훈이 그녀를 붙잡고 벽으로 밀쳤다.저항하려던 두 손이 속박당하자 강성연은 당황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반지훈씨, 혹시 날 건드릴 생각이라면...”“가르쳐 달라면서?”반지훈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손이 등 뒤의 후크로 향했고 반지훈은 후크를 풀었다. 차가운 손바닥이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만졌고 강성연은 소름이 돋아 눈을 붉히며 이를 악물었다.“반지훈씨!”반지훈은 그녀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제멋대로 움직였다.망할!강성연은 버둥거리면서 몸을 움직였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그의 손짓에 흐트러졌고 가장 치명적인 건 그녀의 몸이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강성연이 자신을 물려고 하자 반지훈은 그녀에게서 입술을 뗐고 강성연은 하마터면 자기 입술을 깨물뻔했다. 둘의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강성연은 손을 들어 그의 따귀를 때리려 했다.그러나 반지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두르면서 그녀의 몸을 자신에게 밀착시켰다. 그는 꾹 다물고 있던 입을 벙긋거리며 말했다.“더 가르쳐줄까?”강성연은 무언가 눈치챈 듯이 시선을 내리뜨리며 이를 악물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이만 놔주세요.”강성연이 드디어 고개를 숙이고 약한 모습을 보이자 반지훈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줬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 대신 옷을 정리해주며 말했다.“앞으로는 남자 앞에서 그런 말로 도발하지 마. 손해 보는 건 당신일 테니까.”반지훈이 떠나고 난 뒤 강성연은 벽에 기댄 채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조금 전 그녀는 그가 정말 자기 몸을 탐할까 두려웠다.그와 강미현도 이런 짓을 했던 걸까?그녀는 감정적인 면에서 강박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 상대가 강미현이라고 생각하면 거슬렸다. 그 생각에 강성연은 역겹고 불편했다.휴게실의
강유이가 말했다.“양엄마, 어떻게 저희한테 그걸 숨길 수 있어요? 흥!”강시언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송아영은 얼른 손을 들어 그들의 말을 멈추었다.“내가 숨기고 싶어서 숨겼겠니? 내가 이 얘기를 너희들한테 해줬으면 너희 엄마 나 차단했을걸?”강해신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성격이라면 송아영을 차단하고도 남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양엄마가 저희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우리 엄마가 차단할 리가 있겠어요.”강유이가 말했다.“엄마가 우리한테 얘기하지 말라고 한 건 우리가 아는 걸 원하지 않아서였겠죠?”강시언이 냉정하게 말했고 송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보탰다.“너희 엄마도 어쩔 수 없었어. 반지훈씨랑 강미현 일 너희들도 다 알잖아. 휴, 솔직히 얘기해서 강미현 때문에 너희 엄마가 반지훈씨를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점은 아이들도 인정하는 점이었다.엄마는 그 나쁜 여자 때문에 아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었다.그러므로 아빠를 집으로 데려오려면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빠가 엄마한테 쫓겨날지도 몰랐다.강해신의 스마트 워치가 진동했다. 소매를 올려 보니 스맡트 워치에 표시된 위치가 자신과 아주 가까웠다.저번에 아빠의 연락처를 알게 됐을 때부터 강해신은 아빠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빠는 이 호텔 레스토랑에 있는 게 분명했다.“아빠 이 호텔에 있는 것 같아. 내가 가볼게.”강해신은 강시언에게 작게 말하고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양엄마,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그래. 얼른 갔다 와.”아이는 방을 나선 뒤 위치 표시를 따라서 갔다.VIP룸 안.“지훈씨, 저 정말 잘못했어요. 그건 정말 제 생각이 아니었어요. 지훈씨도 알잖아요. 저희 엄마는 제가 지훈씨랑 같이 있길 원해서 잠깐 그릇된 일을 한 것뿐이에요.”“아직도 남한테 책임을 미루려는 거야?”반지훈은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거짓말하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 아니지, 넌 원
“찰칵!”문밖에서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리자 강미현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쪽을 바라보니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망할, 사진을 찍히다니!강미현은 혀를 차더니 옷을 입고 문을 열어 이리저리 둘러봤다. 어떤 망할 놈이 몰카를 찍은 걸까?어렵사리 반지훈의 술에 약을 탔고 이제 곧 그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는데 누군가 그들을 방해했다는 생각에 강미현은 불쾌했다.계단 쪽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강미현은 코웃음을 쳤다. 이제 그녀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통로 안으로 들어갔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곧 뒤통수를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강해신은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내려놓으며 손을 털었다.“감히 우리 아빠를 손에 넣으려고 해?”6년 전 강미현이 엄마를 어떤 함정에 빠뜨렸는지 기억해낸 아이는 눈동자에 교활함이 스쳐 지나갔다.강해신은 밖으로 뛰어나가 접시를 정리하고 있던 종업원에게 말했다.“아저씨, 저희 이모 저혈당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요. 룸으로 데려가서 저희 이모 쉬게 해주시면 안 돼요?”-&-그 종업원은 강해신을 도와 강미현을 룸 안으로 데려갔고 강해신은 종업원에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아저씨.”종업원이 떠난 뒤 강해신은 서랍을 뒤지더니 안에서 작은 카드를 찾았고 강미현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강해시은 자신의 앳된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며 말했다.“여보세요. 베일 호텔 v3033룸이에요. 빨리 와요.”강해신은 냉소를 흘렸다. 6년 전 강미현은 이런 수법으로 그의 엄마를 해쳤고 오늘 아이는 엄마 대신 복수했다.강해신은 강시언에게 연락해 아빠의 일을 얘기해줬고 강시언은 그 얘기를 들은 뒤 갑자기 송아영을 바라보았다.한창 식사 중이던 송아영은 강시언의 눈빛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시언아, 왜 그렇게 봐?”강시언은 씩 웃으며 말했다.“양엄마, 저희 부탁 좀 할게요.”“...”강시언이 웃었고 송아영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오션뷰 하우스.송아영은 자신의 경호원 두 명을 불러와 반지훈을 그의 집으로 옮겼다. 송아영은
두 사람은 마지막 옷까지 전부 다 벗겼고 강시언과 강해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형, 왜 우리 건 이렇게 작아?”“윽, 우리 아직 다 자라지 않아서 그럴 거야.”시끄러워.반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쩐지 온몸이 후끈후끈한데 또 아주 차가운 것 같았다. 잠시 의식을 회복한 반지훈이 눈을 떠보니 그는 큰 욕조 안에 누워있었고 그 위에는 노란 오리 인형이 둥둥 떠 있었다.그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채로 두 아이가 욕조 옆에서 말하는 걸 들었다.“시언이?”반지훈은 당황스러웠다.두 아이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반지훈은 그들과 눈을 마주치더니 경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두 아이는 아주 닮아서 다른 점을 거의 찾아낼 수가 없었다. 예전에 그는 시언의 성격 변화가 아주 크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세쌍둥이였다니!강성연은 아주 깊이 감추고 있었다.“아저씨, 일어났어요?”강해신은 눈을 반짝였고 문밖에 있던 강유이는 문을 열고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아저씨, 깨어났어요?”강시언은 강유이의 머리를 밀며 말했다.“보면 안 돼!”반지훈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옷을 전부 벗긴 걸 보고는 이마를 짚었다. 아이들이 벗긴 것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강미현이 이런 짓을 저지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가 너무 방심했던 탓이다.“여긴 어디야?”반지훈이 물었다.“저희 집이요!”강해신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고 반지훈은 당황했다. 얘네들 집이라니?그렇다면...“참, 아저씨. 저희가 아저씨 가운도 준비해뒀어요!”강해신은 송아영의 경호원들에게 올 때 남성용 가운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었다.아빠를 데려오려고 마음먹었으니 제대로 준비해야 했다.반지훈은 남성용 가운을 보자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이거 누구 가운이야?”강성연의 남자가 입던 가운인가?“저희 양엄마 경호원한테 부탁해서 산 거예요! 저희 집에는 남자 옷이 없고 우리 옷을 아저씨가 입을 수도 없잖아요.”남자 옷이 없다니?“너희 집에... 다른 남자는 없어?”반지훈이 아이들을 보며 물었다.
탓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냥 넘어가 줄 생각도 없었다.강성연은 늦은 시각 TG 작업실을 떠났다. 작업실을 나서기 전 핸드폰을 꺼내 봤더니 한 시간 전 강유이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메시지를 여는 순간 강성연은 넋이 나갔다.‘엄마, 저희 아빠 집으로 데려왔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강성연은 차를 운전해 아주 빠른 속도로 집으로 돌아갔다. 거실에 들어서니 아무도 보이지 않아 그녀는 다급히 세 아이의 방으로 향했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너희 셋, 당장 사람 내보내.”강성연이 노크를 했고 세 아이는 문 뒤에 숨어 죽어도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역시나, 엄마는 아빠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늘 밤 아빠가 엄마를 변하게 만들어야 했다.“안 나오겠다 이거지. 알겠어. 그럼 가서 비상용 열쇠 꺼낼 거야.”강성연은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터졌다. 세 아이는 감히 그 망할 남자를 방 안에 숨기고 있었다.강성연은 비상용 열쇠를 가지러 씩씩거리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반지훈이 그녀의 침대에 앉아있는 걸 본 순간, 강성연은 완전히 얼어붙었다.빌어먹을!강성연은 방에서 나가려고 했는데 등 뒤에서 작은 손이 그녀를 밀었고 문까지 잠갔다.강성연은 문고리를 돌리려 했지만 돌려지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당장 문 열어!”등 뒤에 있던 남자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손으로 문을 짚은 뒤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강성연, 내가 뭐라고 했어? 날 속이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지.”강성연은 몸을 움찔 떨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반지훈씨, 저 무단 침입으로 신고할 거예요.”반지훈은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아이들이 날 데리고 온 거야. 게다가 난 아이들 아빠고. 그게 어떻게 무단 침입이야? 그리고 아이들이 날 도와주는 거 못 봤어? 우리 둘한테 단둘이 있을 공간을 마련해줬잖아. 그렇다면 계산을 똑바로 해야지 않겠어?”“당신이랑 계산할 일 따위 없어요.”강성연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리
성연은 정신없이 땅바닥에 있는 세 아이들을 바라보며 허허 웃으며 말했다:“너희 정말 좋은 일 하는구나” 강유이:“엄마, 저흰 그냥 엄마가 아빠랑 행복하게 살았으면 해요” 강해신:“맞아요 엄마. 저희 아빠 없는 것 좀 보세요, 너무 불쌍해~” 강시언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어쨌든 따라서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가서 세수 좀 할게” 성연은 곧장 욕실로 향했다. 강유이는 머리를 긁적이며:“엄마가 잠을 잘 못 주무신 것 같네” 강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슬쩍 봤는데,엄마가 다크서클 있었어…” 세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는 반지훈을 보곤 살금살금 그에게 다가갔다. 강해신:“아빠는 왜 안깨시지?” 강유이와 강시언은 한참을 보다가,시언이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졌다. “아빠 열 나는 것 같애!” 강해신이 어리둥절해 했다:“설마 우리가 어젯밤 아빠를 얼음물에 담근게… 두 소년은 갑자기 죄책감을 느꼈다. 과연 그들이 아빠를 병들게 했구나. 성연이 온도계를 들고 보니 38.9도 였다. 이 남자 진짜 고열이었다! 강유이의 표정엔 걱정이 가득했다:“엄마, 아빠가 열이 높으면, 아파 죽어요?” 유이는 병에 걸린사람은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기에, 매우 무서웠다. 강시언이 그녀를 위로 했다:“아닐거야. 우리가 평소에 열나고 감기 걸리는 거랑 같이, 아빠에게 해열제 먹이면 괜찮아 지실거야.” “엄마, 약 가져왔어요!” 그때 해신이 집에 비치된 해열제를 들고 달려오자 성연은 손에 든 약을 받아 들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침대 위의 남자를 보며 멈칫거렸다. 이걸 어떻게 넣어야 할까? 시언이 턱을 괴고 말했다:“드라마에서 약을 먹였을때는 입에서 입이었던거 같애요” “강시언,너 다시는 그 엉망진창 드라마 보면 안돼!” 성연은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았다.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세 말썽쟁이들을 낳은 걸까? 성연은 거칠게 그의 입에 약을 집어 넣고,물을 쏟아 부었다.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