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네가 반지훈이지? 이 두 아이를 구하려면 우리 계좌에 10억을 입금해. 아니면 두 아이를 죽여버릴 거야."반지훈은 싸늘해진 눈빛으로 곁에 있는 연희승을 바라 보았다. 연희승은 이를 눈치채고 반지훈의 외투를 챙겨 함께 사무실을 떠났다."너희들에게 10억을 주겠다.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한 올이라도 적어진다면 너희들은 곱게 죽지 못할 것이야."반지훈은 전화를 끊고 연희승에게 휴대폰을 건넸다."전화가 걸려온 주소를 찾아내."남자는 스포츠 머리 남자에게 다가갔다."형, 반지훈이 정말 10억을 주겠대요."스포츠 머리 남자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강시언은 이미 밧줄을 잘라버렸다.두 사람 모두 그를 등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강시언이 뒤에 서있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강시언은 남자 손에 든 칼을 빼앗았고 몸을 돌린 남자의 배를 콱 찔렀다."애송아, 네가 감히..."스포츠 머리 남자가 달려오자 강시언은 민첩하게 그의 손을 피했다. 그리고는 칼로 그의 팔을 그었다.어린 아이의 매서운 눈빛에 스포츠 머리 남자는 소름이 끼쳤다.아마 칼을 맞은 고통 때문인지 그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애송아, 죽고 싶지 않으면 칼을 내려놔......""재간 있으면 당신이 와요." 강시언은 남자가 차에서 칼을 놀던 모습을 모방했다.스포츠 머리 남자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어린 아이가 칼을 이 정도로 능숙하게 다루다니, 이로 보아 남자아이는 평범한 어린애가 아닐 것이다. 또한 남자아이는 나머지 한 명의 배를 찌르기도 했다."내가 알려주지, 저 사람이 죽으면 넌......""경찰이 나이도 어린 제가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겠어요? 그렇게 생각한다 하여도 당신들이 먼저 저희를 납치한 거잖아요. 생명에 위협을 당했을 때 실수를 저지른 건 정당방위에 속하지요."강시언의 표정은 매우 덤덤했다."형...... 피가 많이 흘러, 나 곧 죽을 것 같아......"남자는 상처를 움켜쥐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손은 피범벅이 되었다.
반지훈은 멍하니 서서 아이들을 참 총명하다고 생각했다.시언을 쳐다 본 반지후은 자신을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좀 싸늘하다는 걸 발견했다.반지훈은 유이를 내려놓고 강시언에게 다가갔다."대표님께서도 오셨어요?"안젤라는 당황했다. 설마 이 두 아이 때문에?반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시언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자 시언이가 피했다."다치지 마요. 아저씨 때문이 아니라면 저희는 납치되지 않았을 거예요."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강시언을 보며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이들이 납치를 당한 것이라고?강유이가 달려와 시언의 손을 잡았다."오빠, 그렇게 말하지마~""원래 그렇잖아. 납치범들이 통화를 할 때 모두 들었어, 모두 저 아저씨 여자 때문이야!"강시언의 눈에 담긴 눈물과 원망을 발견한 반지훈은 조금 당황했다.연희승의 표정이 조금 복잡해졌다. 반지훈의 여자라니, 설마......강미현 아가씨가?!반지훈은 천천히 쪼그려 앉아 그와 눈을 마주쳤다. 눈앞의 작은 아이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와 고집이 가득 차있었다.이건 또래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그는 강시언의 얼굴을 만지다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미안해."연희승과 안젤라는 깜짝 놀랐다.반지훈은 이렇게 부드러운 모습으로 누구에게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강시언은 답하지 않았다.반지훈은 그를 품에 안고 그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이후로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야. 내가 너희들과 약속할게." 강시언은 표정이 애매해졌다.남자의 넓은 어깨에서 그는 든든함을 느꼈다. 원래 아버지의 품이 이런 느낌인가?"아저씨, 저도 안아줘요~"강유이도 안기고 싶었다.반지훈은 두 팔로 아이 둘을 안았다."우리 돌아가자."****TG그룹강성연은 아직도 주얼리 사무실 일에 분망하게 보내고 있었다. 이때 곁에 있는 휴대폰이 울렸다.그녀가 서류를 내려놓고 탁자에 다가가보니 초란이었다.초란이 이 시간에 그녀에게 무슨 일로
초란, 강미현, 너희들이 먼저 날 벼랑으로 몬 거야!사 씨 저택.차는 천천히 푸른 오솔길을 달렸고 길 양쪽에는 오동나무가 울창했다. 또한 원형 광장 한복판에 조각상 분수가 어렴풋이 보였다.조각상 분수 위에 오래된 성처럼 생긴 유럽식 별장이 우뚝 서있었다."아저씨 혼자 이렇게 큰 집에서 살아요?"강유이는 호화로운 별장을 바라 보았다. 그들의 집보다 얼마나 큰지 몰랐다!반지훈은 눈을 돌렸다."그래, 너희들도 들어와서 살 수 있어."어차피 언젠가 그럴 것이다.강시언이 고개를 돌렸다."저희들은 싫어요."반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답하지 않았다.차가 정문 밖에 멈춰 서자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집사가 뒷좌석의 차문을 열었다. 그러나 차에 앉은 두 아이를 본 집사는 눈이 휘둥그래졌다."대표님, 이 아이들은......"반지훈은 대답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들어갔다.연희승은 집사 앞에 다가갔다."아저씨, 알 사람은 모두 아는 일이니 물어보지 않아도 돼요."집사인 김 아저씨는 아리송해졌다.별장 안, 광활한 흰색 홀은 복층 구조로 되어 있었고 정 중앙에는 럭셔리하면서도 고풍적인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일렬로 늘어선 하녀들은 반지훈 곁에 있는 두 아이를 보고 모두 놀랐다.대표님에게 아이가 생겼어!강유이는 소파에 털썩 앉더니 작은 발을 흔들거렸다. 반지훈은 고개를 돌려 집사에게 분부했다."주방에 가서 먹을 것 좀 가져와."김 집사가 머리를 끄덕였다."네."강시언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진열대에 귀한 골동품만 가득 진열된 걸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인테리어가 저희 집보다 아늑하지 못하네요."곁에 있던 하녀들은 이 말을 듣고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하지만 반지훈이 코웃음을 치는 것이었다."그래. 집에 여주인이 없어 인테리어가 좀 누추하지."하녀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걸 누추하다고?강유이는 소파에서 내려와 반지훈 앞에 다가가더니 큰 눈을 깜빡이며 바라 보았다."아저씨가 저희 집으로 와요. 저희 집에도 남주인이 부족하
초란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강성연 그년은 정말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강미현은 입술을 깨물었다."아마 아닐 거예요. 죽이면 죽였죠......""그러면 어떻게 해!"초란은 그녀 앞에 다가갔다."그년은 애가 죽으면 육 년 전 일을 반지훈에게 말하겠다고, 반지훈을 뺏겠다고 했단 말이야. 그년이 지금 육 년 전 그 남자가 반지훈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강미현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제기랄, 원래 그저 강성연을 위협하려고 했었던 것인데 지금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게 되었다!"아니면 제가 지훈씨를 찾아가 그더러 찾아달라고 부탁할게요. 아마 지훈씨는 저를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강미현은 이것이 가능성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초란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그녀에게 얼른 가라고 재촉했다.반 씨 저택의 흰색 긴 테이블 위, 두 아이는 한 테이블에 가득 놓인 고급스러운 양식을 보며 처음으로 뭐가 "사치"인지 알게 되었다."아저씨, 평소 혼자서도 긴 테이블에서 이렇게 많이 먹어요?"강유이가 과장된 표정으로 물었다.반지훈은 테이블 위에 앉아 나이프로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잘랐다."아니, 오늘 너희들이 있어 이렇게 먹는 거야."그는 사치와 낭비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이 두 아이를 홀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연희승은 그의 곁에 가서 몸을 숙이더니 귓가에 뭐라고 말했다.반지훈은 칼질을 멈추었고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나이프를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섰다."너희들이 먼저 먹어."강시언과 강유이는 그가 연희승을 따라가는 걸 보며 의아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 보았다.반지훈은 베란다에 가서 연희승의 전화를 건네 받았다."진성 쪽에 조사는 어디까지 되었어?""반 대표님, 저희는 유전자 감식원 밖에서 수상한 사람 한 명을 잡았습니다. 심문을 하니 강 부인이 시킨 짓이라고 자백했습니다."강미현의 어머니 초란?반지훈은 차가워진 눈빛으로 말했다."결과가 나오기 전에 의심 가는 사람들은 모두 주시해."그는 휴대폰은 연희승에게
연희승은 그녀의 아이큐에 절망했다.주동적으로 반지훈의 저택에 찾아오고 아이들이 납치되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으니 자신이 이 일과 관련이 있다는 걸 대놓고 말해주는 게 아닌가?반지훈은 눈빛이 조금 차가워졌다."당신은 아이들과 어떤 관계지?""전......""당신은 아이들의 어머니를 알고 있어?"강미현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제기랄, 그녀는 반지훈이 사실을 모른다는 걸 잊고 있었다!"지훈씨, 제가 아니에요. 저도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어요.""누구에게서 들은 거야?"반지훈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강미현은 부들부들 떨더니 입술이 점차 창백해졌다."지훈씨, 절 의심하는 거예요? 당신은 절 잘 알고 있잖아요. 제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그래, 그는 예전에 강미현은 담이 작고 연약한 여자라 절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육 년 동안 그의 곁에서 지냈던 여자의 연약하고 소심한 가면 밑에는 도대체 어떤 얼굴이 숨어있을까? 아이까지 해칠 정도로 모진 사람이었나?"당신은 이후로 찾아올 필요 없어."이 말에 강미현은 제자리에 멍해졌다.그녀는 믿을 수 없는 듯하였다."지훈씨, 절 쫓아내는 거예요?""쫓아낸다고?"반지훈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이곳이 당신의 강 씨 저택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당신은 이곳에서 그저 손님일 뿐이야."그녀는 그저 손님일 뿐이었다.강미현은 이것이 진실이라는 걸 믿지 못했다."지훈씨, 전......""연희승, 네가 배웅해줘."연희승은 머리를 끄덕인 후 다가가 강미현을 막아 섰다."강 아가씨, 이만 돌아가시죠. 보디가드를 부르면 아가씨도 난처해질 겁니다."강미현은 주먹을 꽉 쥐더니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자리를 떴다.그녀는 점점 표정이 음흉해졌다. 그녀는 꼭 방법을 강구하여 반지훈을 얻을 것이다!오션뷰 별장.강유이는 집에 돌아가 강해신에게 오늘 발생한 일을 모두 이야기한 후 기뻐하며 말했다."오늘 우리는 아빠의 집도 가봤어. 아빠 집은 엄청 크고 맛있는 것도 엄청 많아!"
중년 남자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전 초란에게서 2억을 받은 적이 있어 그녀를 배신한다면 그는......"그...... 그게 강미현 아가씨지요."보디가드는 뒤에서 그를 걷어차 무릎을 꿇게 하였고 총을 꺼내 그의 머리에 댔다.중년 남자는 너무 긴장되었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보디가드가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면 그는 아마 저승사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지금은 2억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입이 조금 벌어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그날 밤은......은......"뒤통수에 놓인 총이 철컥 소리를 내자 중년 남자는 오줌을 지렸다."그날 밤은 강미현 아가씨가 아니었습니다. 그그그러나 전 정말 누군지 모릅니다."솔직히 말한다면 그는 그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 그는 그저 누군가가 그 여자를 그 방에 보낸 후 반지훈도 들어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강미현이 아니라는 걸 안 반지훈은 나머지 대답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진실은 거의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는 다리를 내려놓은 후 다른 자세로 고쳐 앉더니 가까이 다가가 그를 보았다."육 년 전, 넌 나에게 그 여자가 강미현이라고 했다.""제가 대표님을 속인 건 맞지만 저도 협박을 당한 거예요... 강 부인이 2억을 주면서 꼭 그렇게 대답하라고 했어요. 전 대표님과 강 부인에게 감히 미움을 사지 못하잖아요!"중년 남자가 울며 말했다.반지훈은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날 밤의 여자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전......전 잘 몰라요, 강미현 아가씨는 그저 그 여자가 취했다고 말했거든요. 제가 슬쩍 봤는데 완전히 취해있었고 엄청 예쁘게 생겼어요. 강미현 아가씨가 그 여자를 방안에 데리고 들어갔어요."중년 남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또 말했다."참, 강미현 아가씨는 나올 때 카드를 저에게 돌려줬어요. 전 방안에 손님이 있는데 왜 카드를 가지고 나왔는지 의아했거든요. 그 후에서야 저더러 카드를 임현의라고 부르는 부동산 사장님에게 전
"위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네가 회사 경영을 잘하길 바라면서 위너를 너에게 넘겨준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많이 준 자원은 다 어디로 간 거야?"강진은 서류를 탁자에 내리쳤다. 오늘 재무가 그에게 전화를 했을 때 강진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적자가 도합 11억이나 난 것이다!반지훈이 위너에게 19억을 투자했는데 11억이나 적자가 나다니?초란은 강미현 곁에 다가가 강진을 보며 말했다."여보, 어떻게 미현이를 탓할 수 있겠어요? 애당초 미현이가 주얼리 업계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었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속은 것을 어떻게 미현이 탓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그래서 내가 미현이더러 공부를 하라고 했잖아? 몇 년 동안 뭘 배운 거야?"강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강미현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최근 이틀 동안 충분히 힘들게 보내고 있었는데 아버지까지 그녀를 욕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초란은 자신의 딸 표정을 보더니 재빨리 강진에게 말했다."여보, 미현이가 잘 못한다고 생각하면 성연이더러 위너에 돌아오라고 해요. 성연이가 지금 제일 잘나가는 주얼리 디자이너인 Zora잖아요. 성연이가 있으면 위너는 적자가 나지 않을 거예요!""성연이는 위너에 있잖아?""여보, 성연이는 그날 당신과 싸운 후 위너를 떠났어요."초란이 답했다.강진은 멍해졌지만 강성연이 무엇 때문에 위너를 떠났는지 알 것 같았다.아마 지분 때문일 것이다."지금 성연이는 반지훈씨 회사에 갔고 반지훈씨는 성연이를 위해 새 주얼리 회사를 만들어줬어요. 미현이도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미래 형부가 처제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게 어디 있어요......"초란은 강성연이 위너에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절대 그 천한 년을 계속 반지훈 곁에 남겨둘 수 없었다!강진은 낯빛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한참 뒤에서야 말했다."내가 성연이와 말할게."초란은 그 말을 듣고서야 만족했다.강성연 그 천한 것이 돌아오면 그녀는 꼭 강
강성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모퉁이에서 붉은 빛을 깜빡이고 있는 CCTV 카메라를 발견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농락을 당한 것인가, 아니면 부주의로 함정에 걸린 것인가?"당신은 이 검사 결과서류를 찾고 있었어?"별안간 나타난 그림자에 강성연은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그 서류를 쥔 채 문밖의 반지훈을 바라 보았다.반시간 전부터 반지훈은 이미 금성 쪽에서 보내온 검사 결과서류를 받았고 확인까지 했다. 위에 붉은색으로 적힌 "친자 맞음"은 강시언과 강유이가 그의 자식임을 증명하고 있었다.육 년 사이에 그는 아이 두 명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두 아이 모두 자신 주변에 있었다.만일 그가 진지하게 조사하고 검증하지 않았다면, 심지어 함정까지 서슴치 않았다면 어떻게 이 여자를 찾을 수 있었겠는가?"당신 정말 총명해. 전에 검사 증명서류를 바꾼 사람은 사실 당신이지?""전 반 대표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강성연은 애써 침착을 되찾았다. 그녀는 당황하면 안되었다.반지훈은 그녀 앞에 다가가 눈을 가늘게 떴다."지금 이 상황에서도 내 앞에서 모르는 척 하는 거야?""반 대표님, 제가 왜 당신의 증명서류를 바꾸겠어요? 증거 있어요?"강성연은 여전히 침착하게 대응했고 그에게 줄 서류를 책상 가장 위에 올려두었다."전 서류를 제출하러 왔어요. 별 일이 없으면 전 먼저 돌아갈게요."그녀가 돌아서려고 할 때 반지훈이 별안간 그녀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한 걸음 다가서면서 그녀를 책상에 밀쳤다.강성연은 의식적으로 목을 움츠렸고 고개를 피했다."대표님, 무슨 뜻이죠?"반지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다가갔다."무슨 뜻일 것 같아?""반 대표님, 설마 제가 마음에 든 건 아니겠죠?"강성연은 그를 흘겨보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두 번 연속 강 씨 가문의 여자를 좋아하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거예요.""이미 결과를 맺었는데 그런 걸 신경 쓸까?" 반지훈의 말에 강성연은 멍하니 있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