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돌린 강성연은 남자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 남자의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그녀는 깜짝 놀랐다.남자는 피부가 희고 오관이 수려하고 짙었다. 그의 보석과 같은 눈은 마치 차가운 호수처럼 깊이를 알 수 없었으며 꾹 다문 그의 입은 칼로 저민 듯 얇았다.그의 얼굴은 시언 그리고 해신과 너무 비슷했으며 눈의 색상도 똑같았다!그녀는 S국에서 출산할 때에서야 자신이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첫째 시언과 둘째 시언의 얼굴은 그녀를 조금도 닮지 않았다.도리어 마지막에 태어난 유이가 그녀를 조금 닮았지만 먹물처럼 검은 머리 색은 눈앞의 남자와 같았다.그 남자를 보던 강성연은 눈빛을 아래로 내리 깔았다.저 사람은 누구지? 강미현과 무슨 관계일까?반지훈은 시선이 강성연 얼굴로 향하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여자.....강미현은 반지훈이 강성연을 보자 몰래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반지훈이 강성연을 알아차린 것 아니야?안돼, 절대 용납할 수 없어!그녀는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반지훈의 팔짱을 꼈다."지훈씨, 미안해요. 제가 아까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어요. 하지만 위너 주얼리는 저의 아버지가 심혈을 기울인 회사에요, 전 그저 회사를 지키려고..."반지훈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강미현의 말을 무시하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위너 주얼리가 부도난다고? 무슨 담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강성연은 냉소했다. 아버지가 심혈을 기울였다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저 남의 과일을 따간 인간인데, 강미현은 정말 거짓말도 잘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반지훈을 보았다."제가 말한 것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모두 헉 소리를 냈다.저 여자가 감히 반지훈에게 대들다니!매장당하고 싶은 건가?반지훈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강성연은 팔짱을 끼면서 웃었다."왜요? 강미현의 남자친구라 강미현 대신 나서는 건가요?"하, 정말 뭐 같은 연놈들이네!강미현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걸 보니 이 남자도 아마 좋은 사
S국 황실이 반지훈을 귀빈으로 접대했었고 그가 S국 황실 공주와 친구라는 건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었다. 그는 당연히 S국 황실의 귀빈 기념 휘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그녀가 꺼낸다 하여도 진위를 가릴 수 있었다!강성연은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어떻게 그 귀한 물건을 함부로 너에게 보여줄 수 있겠어?"강미현은 분노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여전히 웃는 표정을 유지했다."그럴 용기가 없는 거 아니야?""지훈씨,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분명 당신이 황실의 접대를 받아본 적이 있어 기념 휘장의 모양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꺼내지 못하는 거지요."그녀가 반지훈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반지훈은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1942억을 내는 사람, 디자이너 Zora를 요청하려고 했던 사람도 나다. 만약 당신이 Zora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오늘 일은 따지지 않을게.""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반지훈은 그녀에게 다가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넌 서울에서 지내지 못할 거다."그가 다가왔을 때 풍겨온 옅은 향기에 강성연은 몸이 굳어졌다.구찌 남자 향수!왜 그에게서 6년 전 그 남자와 똑같은 향수 냄새가 날까?반지훈은 강성연의 조금 창백해진 얼굴을 보고 허리를 폈다. 그는 그녀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증명할 수 없다면 그만 떠나. 내가 사람을 불러 당신을 쫓아내기 전에."강미현은 흡족해 하면서 웃었다.강성연, 성연아, 6년이 지났는데 왜 스스로 죽을 자리를 찾아온 거지?강성연은 별안간 고개를 들더니 환하게 웃었다."사장님, 정말 그렇게 할 건가요?"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장님, 만약에 제가 저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다면 아까 제가 맞은 뺨은 어떻게 할 건가요?"강미현은 다시 표정이 바뀌었고 조심스럽게 반지훈을 쳐다 보았다.비록 그녀는 반지훈의 여자가 되었지만 반지훈은 여태까지 그녀를 건드린 적이 없었다.만약 6년 전 그녀가 깨끗하게 뒷정리
강성연은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에 가서 받았다."무슨 일이야? 강 디렉터님이 지금 후회하는 거야?"강미현은 이 말을 듣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강성연, 적당히 해. 우리가 1942억을 주는 것도 충분히 너의 체면을 봐준 거야!""그래? 내가 그 1942억을 아쉬워하는 것처럼 말하네."강성연은 베란다에 기대 서서 낮게 웃었다. "성의 없이 합작할 거라면 더 이상 전화하지마.""잠깐만!"사무실에 앉아있던 강미현은 이렇게 말한 후 싸늘하게 웃었다."강성연, 너의 동영상이 내 손에 있다는 걸 잊지마."그녀가 "동영상"을 언급하자 강성연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전화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강미현은 웃으며 말했다."6년 전의 일이 폭로되는 것이 싫으면 내일 아침 일찍 나에게 찾아와 의논해."강성연은 깊은 숨을 들이쉰 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일 내가 갈게."말을 마친 후 그녀는 통화를 끊었다.뒤에 숨어 몰래 엿듣고 있던 강유이는 작은 발로 방에 쪼르르 달려가 오빠들에게 말했다."나쁜 여자가 엄마에게 전화했어! 그리고 엄마를 협박했어!"강시언이 말했다."그러면 내일 엄마가 그 여자를 찾으러 갈 때 우리도 움직여야겠어."강해신은 OK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강유이와 강시언의 개인 프로필을 TG그룹 아래의 아동복 브랜드 회사 "동안" 홈페이지에 보냈다.그 회사는 마침 아동 모델 2명을 찾고 있었고 그들은 반드시 선택될 것이다!TG그룹 아래의 회사라면 그들은 그 남자에게 접근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꼭 그 사람이 아빠가 맞는지 알아야 했다!다음날.강성연은 위너 주얼리 회사에 찾아갔고 비서가 그녀를 사무실에 안내했다. 강미현은 역시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비서가 나가자 강미현은 웃으며 일어서더니 그녀에게 다가왔다."네가 오지 않을 줄 알았어.""너에게 동영상이 있잖아. 내가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겠어?"강성연은 미소를 지었다."네가 여태껏 동영상을 폭로하지 않았던 거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사과?그녀에게 돌아가 강미현에게 사과를 하라고?강성연은 싸늘하게 웃더니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췄다."그럴 수는 없어요."반지훈은 그녀가 오만하고 분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고집도 강하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당신이 사과하지 않으면 내일부터 Zora라는 이름이 패션 주얼리 업계에서 사라질 거야."그는 강성연을 난처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강미현은 그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6년 전 그날 밤 그녀가 없었다면 그는 일찍부터 함정에 걸려들었을 것이다.비록 반지훈은 강미현에게 아무런 감흥도 없지만 여태껏 그녀를 곁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물질적인 방면으로 모두 만족시켜주었다.최근 위너 주얼리가 확실히 불경기를 겪고 있어 그는 강미현을 대신하여 1942억을 내면서 Zora를 국내에 요청한 것이다.그는 강미현이 먼저 강성연의 뺨을 때려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강미현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 있다.그녀들이 사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든지 그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여자가 감히 그의 앞에서 손을 대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그에게 잡힌 손목이 마치 탈골 된 것처럼 지끈거리자 그녀는 눈을 내리깔았다. 속으로 억울함을 느꼈지만 그녀는 절대 적 앞에서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것이다!"전 잘못한 것이 없어요. 전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그녀의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반지훈은 콧방귀를 뀌었다."반 씨 가문의 실력으로 말 한 마디만 내뱉으면 Z국 뿐만 아니라 S국에서도 당신의 이름이 사라질 거야. 확실히 그렇게 할 건가?"반 씨 가문......강성연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니 이 남자가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었다.그는 반 씨 가문의 사람이었다!강성연은 업계에서 매장되는 것이 두렵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다. 또한 그녀는 어머니의 "위너 주얼리"를 찾아야 했다.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썩힐 수 있으니 그녀는 이 남자와 따질 필요가 없었다."먼저
"예쁜 이모, 저희는 모델 면접 보러 왔어요."강유이가 고개를 들자 별을 담은 듯한 초롱초롱한 눈이 보였다.달레나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안정을 찾았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어떻게 사장님의 아이일 수가 있겠는가?그녀가 알고 있는 사장님은 절대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쪼그려 앉아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너희들 이름 뭐야?""전 강유이에요.""전 강시언이에요."두 아이가 이구동성으로 답하자 달레나는 그 귀여움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귀여운 것도 모자라 이렇게 예쁘게 생기다니.만약 카메라 앞에 선다면......그녀는 정신을 차린 후 일어서서 주위 직원에게 외쳤다."너희들은 얼른 어린 모델들에게 옷을 갈아 입혀줘!"그녀는 한시 빨리 성과를 보고 싶었다!TG 빌딩 아래, 마이바흐가 멈춰 서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재빨리 주위 사람들을 정리하고 가지런히 두 줄로 섰다.반지훈은 차에서 내린 후 긴 다리로 홀에 성큼성큼 들어섰다.저쪽에서 사진 몇 장을 찍은 달레나는 보정도 하지 않고 연희승에게 사진 두 장을 보냈다.연희승은 걸음 속도를 늦추더니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흘깃 보았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클로즈업했다.그는 재빨리 반지훈의 뒤를 쫓아갔다."사장님.""무슨 일이지?"반지훈이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보디가드가 버튼을 눌렀다. 그들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연희승이 휴대폰을 그에게 건네주었다."보십시오."반지훈은 휴대폰을 건네 받아 보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중요한 일이 없으면 휴대폰 스크린을 1분도 보지 않던 그가 3분 동안 쳐다보고 있었다."이 사진들은 달레나가 보낸 것입니다. '동안' 브랜드에서 아동 모델 두 명을 찾았는데 사장님과... 꽤 비슷하게 생긴 것 같습니다."자세히 보니 남자 아이의 눈이 사장님과 똑같게 생겼고 두 아이의 오관도 그와 비슷했다.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휴대폰을 그에게 돌려주었다."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엄마는 누가 엄마의 이름을 물어보면 그저 여왕 전하라고 대답하라 했어요."강유이가 해실해실 웃었다."풉."달레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지만 곧바로 정색했다.하하, 두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어떤 어머니가 그렇게 가르친 걸까?반지훈은 눈길을 돌려 자신과 눈이 똑같게 생긴 강시언을 바라 보았다.만일 자신과 관계를 가진 사람이 강미현뿐만이 아니었다면 그는 이 아이들이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을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강유이는 손목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잘생긴 아저씨, 저희는 집에 돌아가야 해요. 아니면 여왕 전하께서 걱정하실 거예요."반지훈은 그녀를 내려놓은 후 고개를 돌려 연희승에게 말했다."이 두 아이를 바래다줘."연희승은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잘생긴 아저씨, 안녕!"강유이는 그에게 손을 흔든 후 오빠의 손을 잡고 연희승과 떠났다.문을 나서는 순간 강유이는 의기양양하게 머리카락 한 올을 강시언에게 보여줬다.강유이는 연희승의 옷자락을 당겼다."아저씨, 엄마는 아파서 병원에 있어요. 저희를 병원에 데려다 줄 수 있나요?"연희승은 속으로 아이들이 참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그래, 차에 타렴."오션뷰 별장.집에 돌아온 강성연은 강해신 혼자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자 주위를 둘러보았다."유이와 시언이는 어디 갔어?" 강해신이 답했다."형과 유이는 아동 모델 면접 보러 갔어요. 양엄마랑 함께요."강성연은 가방을 소파에 놓고 잠시 멍하니 있었다."아동 모델 면접?""네. 엄마가 너무 힘들게 돈 버니깐 좀 도움이 되려고요."강성연은 그의 곁에 가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해신이 살짝 화내며 말했다."엄마, 저의 헤어스타일이 망가지잖아요.""아이고, 우리 음악 천재 님께서 화나셨어요?""흥!"강해신은 볼이 통통해졌다."해신아, 너희들은 엄마를 도울 필요 없어. 엄마가 너희들을 키울 수 있거든."어른스러운 아이들을 보니 강성연은 마음이 아팠다."안돼요, 엄마는 충분히 고생했으니 전 상관하지 않
다음날 위너 회사.강성연은 그녀의 사무실에 앉아 여태까지의 위너 주얼리 작품 디자인을 살펴본 후 서류를 탁자에 던졌다."식상하고 디자인의 정의도 모르고 있어. 위너 주얼리가 여태껏 돈을 주고 만든 주얼리는 모두 이따위들인 건가?"사무실에 서있던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Zora 님, 강 디렉터님께서는 위너 브랜드가 예전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강성연은 팔짱을 끼고 의자 앞에 기대더니 웃었다."원래 어떤 스타일을 유지하는 건데?"그녀는 서류 안에 주얼리 제품을 들었다."이것들은 패션 주얼리 업계에서 눈에 뜨이지도 않는 쓰레기일 뿐이야. 너희 강 디렉터는 자리에 앉기 바쁘게 부서 엘리터들을 모두 바꾸었지. 지금 위너는 스스로의 제품도 만들지 못하네."직원은 답하지 못했다.강성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원료 창고에 가봐야겠어, 안내해.""네."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과 직원이 원료 창고로 걸어갈 때 마침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반지훈은 그녀가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가자 어두워진 눈빛으로 돌아섰다."사람을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나?"강성연은 자리에 멈춰 섰다. 결국 그녀에게 1942억을 지불할 남자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다가 몸을 돌리면서 미소를 지었다."네, 반 사장님. 안녕하세요?""강성연 아가씨는 어디로 가는 거지?"강성연은 멈칫 했다. 그는 그녀가 강 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그녀 앞에 다가갔다."어디로 가려던 거지?"이 여자는 참 한가해 보였다.강성연이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원료 창고에 가는 것까지 반 사장님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요?"강미현의 남자친구는 참 오지랖도 넓네?"마침 잘됐어. 나도 당신이 원료 창고에 가서 뭘 보는지 궁금하거든.""......"원료 창고는 원석과 주얼리를 만드는 재료를 놓는 곳이었다. 여직원이 스위치를 누르자 커다란 창고 구석에 박스가 겹겹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고 탁자와 선반 위에는 아직 절단하지
강미현은 반지훈과 강성연이 원료 창고에 갔으며 김팀장을 불렀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일이 들통날까 두려워 급급히 온 것이다.그녀는 당황한 마음을 누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무슨 일이 발생했나요?""지훈씨, 당신이 왜 이곳에 있어요?"제기랄, 강성연 저년은 나에게 태클을 걸려고 돌아온 것이구나. 원료 창고까지 찾아오다니!그때 강미현은 돈을 아끼기 위해 가짜와 진짜가 섞인 원석을 주문 제작했었다. 하지만 강성연이 돌아오기 바쁘게 알아차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반지훈은 그녀를 보며 싸늘하게 물었다."왜 진짜와 가짜 원석이 섞여있지?"강미현은 주먹을 꽉 쥐었지만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몰라요. 당신도 알다시피 전 보석의 원석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여태껏 제가 원석 재료 매입을 책임지고 있었지만 그저 예전과 같은 줄 알았어요."그녀는 확실히 원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이 일은 그녀에게 유리했다.하지만 강성연이 웃음을 터뜨렸다."아빠는 정말 담도 크지. 회사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물려주다니, 부도날까 두렵지도 않나?""난...... 난 정말 몰랐어."강미현은 하는 수 없이 반지훈을 바라 보았다."지훈씨, 절 믿어줘요."그녀는 언젠가 꼭 저년을 쫓아내고 말 것이다!반지훈은 강성연의 의심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태껏 그의 곁에 있었던 강미현은 주얼리 시장 상황에 대해 잘 몰랐고 세심하게 그의 가르침을 구하기도 했었다. 그는 강미현이 거짓을 꾸미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는 김팀장을 바라 보았다."넌 해고다."김팀장은 멍하니 서있었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상대방은 그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강미현은 김팀장이 해고되는 걸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반지훈이 자신을 믿어줘서 참 다행이었다.반지훈은 고개를 돌려 강성연에게 말했다."이후로 당신이 원석 재료 매입을 책임져."말을 마친 그는 원료 창고를 떠났다.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강미현이 그녀를 쫓아오더니 손을 뻗어 잡아당기는 것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