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분이 지나고 CCTV 확인을 위해 떠났던 경찰관 몇 명이 돌아왔다.“팀장님, 어제 CCTV 기록 전부 확인해 봤는데, 반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확실히 사람을 데리고 호텔로 왔긴 했지만, 바로 호텔을 떠났습니다.”진모는 감정이 격해져서 말했다.“그러면 어젯밤의 CCTV는요? 어제 그 사람들이 저를 습격하고 제 손녀를 빼앗아갔다니깐요!”경찰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말했다.“하지만 어젯밤 CCTV에는 여사님의 말씀 하신 일이 찍히지 않았어요.”진모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말했다.”그... 그럴리가!”그녀는 점점 더 격해졌다.“분명히 습격당했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찍히지 않을 수 있어요? 혹시 지금 반씨 가문이 두려워서 일부러 이러시는 건가요?”“여사님, 못 믿으시겠다면, 직접 가서 확인하세요.”그녀는 목이 메었다. 호텔 지배인은 태블릿에 있는 영상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영상 속에는 어젯밤의 모든 시간이 기록되어 있었고 그녀를 습격한 사람은 날이 밝았을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믿을 수 없는 상황에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럴 리가!’그녀는 끝까지 부정했다.“아니에요! 이 영상은 분명히 조작됐어요. 누군가 조작했다고요!”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또 다른 경찰들과 변호사가 호텔에 들어섰다. 로비에 모인 사람들과 다른 서의 경찰을 보고 그들은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진씨 가문 사모님 여기 계십니까?”잔뜩 화가 난 진모는 까칠하게 말했다.“당신들은 누구죠?”변호사는 앞으로 나와 변호사 자격증을 내밀며 말했다.“로얄 변호사 사무소에서 왔습니다. 여사님, 아동학대 경향이 의심되니 함께 가시죠.”진모는 흠칫하더니 순간 혈색을 잃었다.“헛소리하지 말아요. 전 아동학대 한 적 없어요!”진모의 말이 끝나자 변호사는 병원 진단과 아이의 진술 녹취록을 꺼냈다. 녹음을 듣는 순간, 진모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악독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빌어먹을 년...”진모의 말에 변호사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변호사가 말했다.“염려 마세요. 이번 소송은 자신 있습니다.”같은 시각, 병원.진연서는 진예은의 보살핌에 점점 혈색과 미소를 되찾았다. 진예은은 진연서가 혹시라도 진모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을까 봐 진연서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이때 강유이가 작은 케이크를 들고 병실 문을 두드렸다.고개를 돌린 진예은은 미소를 지었다.“연서야, 유이 아줌마야. 어서 인사드려.”진연서는 강유이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지만, 전처럼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다.“안녕하세요.”강유이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케이크를 내려놓고 미소를 지었다.“아줌마가 우리 연서를 위해 산 케이크야. 연서 고모가 그러는데 연서는 케이크를 제일 좋아한다며?”강유이는 케이크 상자를 열었고 진연서는 6조각의 초콜릿 케이크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저 이거 먹어도 될까요?”아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모습에 진예은은 약간 놀랐다.진모 사건 때문에 진연서는 제대로 겁을 먹었다. 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당연히 되지. 이건 연서를 위해 산 거야. 자, 먹어 봐.”강유이는 케이크 한 조각을 진연서에게 건네주었다.진연서는 케이크를 받아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이의 입가에는 크림이 묻었다.강유이는 턱을 괴고 다정하게 진연서를 바라보았다. “맛있어?”진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맛있어요.”진예은은 진연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유이에게 말했다.“이렇게 나와도 괜찮아?”강유이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일정 다 미루고 한가하니까 왔지!”진예은은 피식 웃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이가 갑자기 물었다.“연서 퇴원하면 너와 같이 있는 거야?”그녀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나랑 있어야지, 뭐.”만약 진예은이 진연서를 거두지 않으면, 진모는 반드시 또 같은 악행을 저지를 것이다. 진예은은 진연서가 그녀처럼 불행한 시절을 보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일주일 후, 법원에서 재판이 열렸고 반재신이 진모를 법정에 세운 사실은 온 서울을 떠들썩하게
여자는 시집을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집 사람이 된다. 그래도 여자에게는 시집보다 본가가 더 편하다. 그런데도 반재신이 약혼녀더러 본가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하는 것을 보아선 여자의 본가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표정이 어두워진 진예은의 어머니는 부들부들 떨었다.“뭐라고요?”반재신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말로는 딸이라더니... 어머니인 여사님은 친딸에게 무슨 짓을 하신 거죠?”“남자가 아닌 여자라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며 어머니로서의 책임도 다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딸의 명예까지 짓밟아요?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어머니라고 주장할 수 있죠?!”반재신은 몹시 화가 났다.“그게 뭐가 어때서요? 그 애는 내가 낳았고 내가 이 세상에 데려온 거니까 나만 그 애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어요.”관중석의 사람들도 더는 참지 못했다. 이게 웬 말인가? 세상에 어떤 어머니가 자신이 낳은 것을 빌미로 자식의 생사에 관여하려 들까?반재신이 냉소를 지었다.“연서는 아들의 자식이죠. 아들의 앞날이 걱정되어 아들이 딸을 인정하는 걸 원하지 않으셨죠. 이뿐이면 참 다행이죠. 대학에 들어간 딸에게 손녀를 맡기고 말도 안 되는 핑계로 휴학까지 시키면서 책임을 전가했죠. 제가 알기론 여사님이 두 번째 임신했을 때 여자인 걸 알고 낙태하려던 걸 남편이 겨우 설득해서 낳았다는걸로 알고 있어요. 정작 낳은 후에도 도우미에게 맡기고 한 번도 아이를 안아본 적 없고요.”“아들은 보배이고 딸은 잡초도 아니었으니 손자가 아닌 연서는 자연스럽게 찬밥 신세였어요. 심지어 버릴 마음도 없지 않으셨고요. 그러고 보니 여사님의 이 삐뚤어진 사상은 아마 출생 배경과 많이 관련있다고 봅니다.”그녀는 출생 배경이란 말에 버럭 화를 냈다.“그 입 다물어요!”반재신은 팔짱을 끼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제 말이 틀렸나요? 어머니께서는 영국 국왕의 외실이었고 명분이 서지 않는 혼외자식이었죠. 그래서 아들을 귀히 여기는 것은 당신의 바람대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 아닌가요? 여사님은
진 부인이 혼외자식이긴 했지만, 국왕은 한 번도 그녀를 소홀히 대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했던 그녀는 아들더러 권력을 손안에 넣여야 한다며 닦달했고 한씨 가문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다시 말해 진찬이 불행해진 것과 국왕에게 미운털이 박히게 된 것은 모두 그녀의 야심이 빚어낸 결과였다.그녀는 그만 이성을 잃고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말아요. 아니에요! 내 아들은 나 때문에 죽은 게 아니에요. 절대 아니라고요!”그녀가 아무리 부인한다 하더라도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법원은 결국 그녀를 형사 구류 15일 후 출국을 시키는 것으로 다시는 Z 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고 판결을 내렸다.#반 씨 가문 둘째 도련님 여자친구의 놀라운 신분#아이의 출생 비밀이 밝혀지다. 그것은 그녀의 조카.뉴스는 발 빠르게 최신 심판 결과를 보도했다. 진예은이 신분 상승을 하려고 ‘조카를 버린다’던 루머들이 거짓으로 증명되었다. 그녀에게 악플을 달던 네티즌들도 하나 둘 사과문을 올리기 시작했다.모두 그녀의 신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강유이의 매니저도 영국 황실에서 인정한 외손녀였기 때문에, 네티즌들은 반씨가문의 문턱이 너무 높다며, 황실 출신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못하겠다고 혀를 내 둘렀다.늦은 밤, 빈해별장.진예은은 진연서가 잠에 들어서야 불을 끄고 방을 나설 수 있었다. 그녀는 거실의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반재신이 책상에 마주 앉아 손에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아직 안 잤어?”그는 와인을 천천히 들이켰다.“뉴스 봤어?”그녀가 대답했다.“봤지.”짧은 그녀의 말에 반재신이 눈썹을 치켜 세우더니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진예은은 팔짱을 꼈다.“이걸 기다리는 거야?”그가 시선을 회피했다.“내가 뭘?”그녀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내가 눈물에 콧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하길 바란 거야?”반재신이 와인잔을
그녀의 얼굴이 그의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에 닿아다.“그냥, 안아보려고.”그는 시선을 내려 품속의 그녀를 보았다. 이건 그녀가 처음으로 그에게 의지하는 순간이다. “예전에는 사람을 존중할 줄도 모르고 태도도 오만해서 네가 다른 사람을 위할 줄은 모른다고 생각했어.”그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내가 언제...”“응, 내가 잘못 판단했어.”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말주변이 없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당신 꽤 좋은 사람인 것 같아.”반재신이 눈을 가늘게 떴다.“이건 칭찬이야? 비난이야?”그녀가 코를 찡긋거렸다.“둘 다.”반재신은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일단 배속의 요 녀석부터 잘 보살펴. 태어난 즉시 요 녀석 엄마에게 정산받아야 겠으니깐!”진예은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그렇게 2주가 흘렀다.강유이와 조인의 주연 쟁탈전도 끝이났다. 강유이는 3만 표로 조인을 누르고 ‘한월생’의 역할을 쟁취했다.투자자가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조인도 강유이를 당하지 못했다. 그들은 강유이란 배우를 더 신임하고 있었다. 투자자가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조인으로 촬영을 강행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만든 작품은 누구도 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TY 엔터, 사무실.임석진은 계약서를 강유이에게 건넸다.“소원대로 다시 너의 손에 들어왔어. 너에게 거는 기대치도 높으니까 실망 시키지 말고 한번 잘해 봐.”강유이가 계약서을 건네받으며 미소를 지었다.“잘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그녀는 계약서를 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그때 방 감독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이 씨, 축하해요. 결국 자신에게 꼭 맞는 역할을 맡게 되었네요. 잘 지켜볼게요.”그녀는 수줍게 대답했다.“고마워요. 감독님께서 인정하시지 않았다면, 저도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방 감독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유이 씨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터라 대본을 매니저에게 드린 거예요. 이렇게 보니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괜찮나 봐요. 맞아요.
그녀가 입을 삐쭉거렸다.그녀가 손을 씻고 있는 사이 그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강유이가 한 점 맛보았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고기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느끼하지도 않은 담백한 맛이었다. 너무 맛있어!한태군이 그녀를 바라봤다“어때?”그녀는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사랑스럽게 바라봤다.“이거 다 네꺼니까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해.”그녀가 놀란 눈을 크게 떴다.“다 내꺼야?”그가 빙그레 웃었다.“자신에게 꼭 맞는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당연히 축하해줘야지.”강유이가 물었다.“어떻게 알았어?”그는 그녀 대신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너랑 연관 된 일은 다 알아.”그녀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에 뭔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아마 부부가 된 후 와이프로서 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때문인 것 같았다.한태군은 항상 그녀를 배려했지만 정작 그녀는...“오빠, 나...”때마침 울린 한태군의 휴대폰이 그녀의 입을 막고 말았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통화버튼을 눌렀다.“뭐죠?”저편에서 뭐라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한태군이 갑자기 일어서며 밖으로 나갔다.갑자기 경직된 그의 모습에 강유이는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밖으로 나온 한태군이 전유준의 전화를 다시 받았다.“공항에 도착하지 못했다니 무슨 말이에요?”“계획대로라면 오늘 외교부에서 인계받고 귀국시켜야 하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 진 부인이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해서요. 외교부에 확인하니 그들도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어요.”한태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누군가가 외교부로 위장해서 사람을 빼돌린 거군요.”전유준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어떡하죠? 진 부인이 아직 Z 국에 남아있고 그들이 한패라면...”그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도울 만한 사람은 데이비 렌지뿐이에요.”“그럼, 데이비 렌지가 도련님이 Z 국에 있다는 것을 알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진 부인은 두려움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반재신은 진 부인이 귀국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그녀의 행방을 찾아보게 했다. 그녀는 그와 동시에 불법체류자 명단에 올라 수배령이 떨어졌다.때마침 진연서와 서재를 지나던 진예은이 반재신과 양우빈의 대화를 들었다.진부인이 아직 Z 국에 있다는 말에 진연서의 손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진연서가 고개를 들었다.“고모, 아파요..”그제야 정신이 든 진예은이 힘을 풀고 몸을 내렸다.“미안해. 아직도 아파?”진연서는 고개를 저었다.그때 갑자기 문을 여는 양우빈때문에 모두 화들짝 놀랐다.그가 급히 반응했다.“예은 씨?”반재신의 시선도 문으로 향했다.그와 눈이 마주친 진예은이 진연서에게 말했다.“연서야, 먼저 방에 가 있을래? 고모가 금방 갈게.”진연서가 방으로 돌아가고 양우빈도 방해하지 않고 급히 자리를 피했다.그녀가 서재에 들어서며 말했다.“고의로 엿들은 건 아니야.”반재신이 느긋한 말투로 물었다.“걱정돼?”그는 진 부인이 아직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그녀가 시선을 떨궜다.“도망친 거야?”반재신의 눈썹이 곡선을 그렸다.“팔 할은 누군가가 뒤에서 돕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 따라서 그 사람의 목적이 너만이 아닐 수도 있고.”진 부인이 진예은 때문에 여기로 온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오직 진예은 때문이라면 여기 Z 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여기에 있으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추방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금방 강제 추방될 것이다. 그녀 혼자 힘으로 반 씨 가문에 맞서려는 것은 사마귀가 수레를 들이받는 것과 같아 결국에는 자멸하게 될 것이다.외교부로 위장해 그녀를 빼돌린 것을 알게 된 반재신은 그제야 진 부인에게 배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녀가 반 씨 가문과 맞서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목적이 반 씨 가문이었다면, 진예은을 이용해 반재신을 건드렸을 거고. 진연서란 아이의 출생으
그녀의 손엔 떡꼬치가 들려져 있었고 앞으로 몇 발짝 가다가 다시 멈춰서서 한입 베어 물곤 했다.마치 도둑 고양이 마냥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한태군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이렇게 잘 먹는 것을 보니 내가 잘 키우지 못한 것 같네?”강유이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키운다’라니 듣기가 거북했다.그녀가 입을 가리며 말했다.“너무 간만에 먹는 거라서 그래.”그녀가 포장 주머니에서 떡꼬치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먹어 볼래?”그는 몸을 내려 그녀가 먹고 남은 떡꼬치를 베어 물었다.강유이는 순간 당황했다.“왜 그걸...”그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잽싸게 마스크를 다시 쓰면서 작은 소리로 그를 나무랐다.“알아보면 어떡하려고 그래?”훤칠한 키와 준수한 미모, 얼굴도 가리지 않은 한태군의 모습은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비주얼이었다. 가뜩이나 지나가는 여자들의 시선이 뜨거운데 그는 거기에 기름까지 붓고 있었다.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대꾸했다.“내 여자가 먹던 건데 그게 뭐가 어때서?”그녀의 귀가 빨개졌다.“오글거려.”“어디서 본 것 같은데 강유이 아니야?”“반씨가문의 공주님이 왜 이런 곳에 와! 잘못 봤겠지.”“옆에 남자, 너무 잘생긴 거 아니야? 역시 잘생긴 오빠들은 다 주인이 있어. 너무 배 아파. 연란처라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흥!”강유이는 모자를 더 깊게 눌러썼다. 계속 여기에 머물다간 들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한태군의 손을 잡고 황급히 그곳을 벗어났다.얼마나 갔을 까 주변이 상당히 조용해졌다.뒤를 돌아본 강유이는 더 이상 누구도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마스크를 벗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알아보는 줄 알았네.”하지만 이렇게 대담한 한태군과 함께 밖에 나오니 기분은 좋았다.“그래도 데이트한 거네?”옆에 있던 한태군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네가 데이트라면, 데이트인 거지.”그녀가 몸을 돌리며 그를 마주 보며 뒤로 걸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