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뒤에 숨어 한태군의 말을 듣던 강유이가 몸을 바로 세웠다."뭐 이렇게 뻔뻔해!""유이 씨?"전유준이 그런 강유이를 보곤 놀라서 그녀를 불렀다.하지만 강유이는 그를 상관할 겨를도 없이 빠른 속도로 차 옆으로 다가가 차창에 기대어 한태군을 바라봤다."데릴사위를 할 생각을 하다니, 우리 집에서 지내면서 우리 집 돈을 쓰겠다고? 지금 우리 집을 거덜 낼 생각인 거야?!"한태군은 순수하고도 예쁘장한 그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반 씨 집안 너희 남매 셋이서도 거덜 내지 못했는데 나 하나 들어간다고 뭐 끄덕하겠어?"한태군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볼을 빵빵하게 키웠다."나랑 우리 오빠들이 망나니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결국 참지 못하고 강유이의 볼을 만졌다."아니, 너 완전 망나니야, 진 씨 본가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으니."한태군의 그 말을 들으니 강유이는 조금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그건 내가 너무 화가 나서 그런 거고, 그 여자가 먼저 사람을 죽일 것처럼 괴롭힌 거야."전유준은 어느새 그곳을 떠났고 한태군이 차 문을 열고 강유이를 끌고 와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숨어서 그렇게 오랫동안 엿듣기나 하고."자신이 엿듣고 있었다는 것을 발각당한 강유이가 어색하게 한태군의 시선을 피했다."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어."정말이었다, 한 5분 되었으려나, 들어야 할 것, 듣지 말아야 할 것까지 전부 다 들었지만."그러니까 다 들었다는 거네."한태군이 강유이의 볼을 잡아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왜, 내가 들으면 안 되는 거야?"강유이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얼굴로 물었다.하지만 한태군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안은 왜 입원한 거야?"강유이는 묻자마자 한태군이 화를 낼까 걱정되어 얼른 다시 덧붙였다."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야, 다른 뜻은 없어."강유이의 그 모습에 한태군이 결국 소리내어 웃었다."유이 지금 내 생각해주는 거야?""오빠가 오해하면 어떡해.""솔직해서 봐준다, 진찬이 아안을 죽이려
한태군이 강유이의 얼굴을 잡고 그녀와 이마를 맞대었다."유이야, 만약 내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 나 무서워할 거야?"한태군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한태군도 그녀를 강요하지 않고 얼른 강유이를 놓아줬다."집에 갈래? 아니면 다시 예은이 병실로 가도 되고.""나 집에 갈래."강유이가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태군을 보며 말했다."나는 오빠 이해해 줄 거야."강유이의 대답을 들은 한태군이 멈칫했다.강유이가 무섭지 않다고 대답했다면 한태군은 오히려 그녀가 대답을 얼버무리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유이는 자신은 이해한다고 대답했다.자신을 집 앞까지 데려다준 한태군의 차에서 내리려던 강유이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그를 보며 말했다."오빠도 진찬 조심해."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웃었다."알았어."강유이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한태군이 웃음기를 지우곤 중얼거렸다."나도 이모님을 보러 가봐야겠네."진예은의 어머니는 아직 병원에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한태군을 보곤 안색을 확 바꿨다."네가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 거니?"한태군은 여유로운 얼굴로 병실로 들어서 주위를 둘러봤다."이모는 저 안 반가우세요?""위선 떨지 마, 너희 엄마 대신 나를 비웃으러 온 거니? 내가 반 씨 집안의 미움을 샀다고 해도 아직 국왕의 딸이야."여 씨 집안과 반 씨 집안이 정 씨 집안을 망친 일에 대해서 황실에서는 끼어들지 않았다. 그건 지금의 정 씨 집안이 황실과 그 어떤 연관도 없었기 때문이었다.정 씨 집안이 귀족이라고 하지만 오래전 책봉된 일이었고 정 씨 집안의 조상은 영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다른 성 씨를 가지고도 책봉된 공신이었다. 그 관계가 없었다면 정 씨 집안도 지금까지 귀족 위치를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진예은의 어머니는 실권은 없지만 여전히 황녀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한태군은 그 말을 들으며 꽃병에 있던 꽃을 만지작거렸다."그래서 이모는 자기가 외할아버지 딸이라는 사실
한태군은 진예은의 어머니가 이렇게 말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미소를 지었다."저는 진찬을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한태군의 말을 들은 진예은 어머니가 콧방귀를 뀌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한태군이 차가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진찬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이어진 한태군의 말에 진예은 어머니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졌다."그게 무슨 말이야?"그녀가 한태군에게 다가가 그의 옷깃을 잡고 물었다."한태군, 만약 우리 아들한테 무슨 생긴다면 내가 너랑 너희 엄마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 거야.""그 말은 제가 이모한테 하고 싶은 말이에요."한태군이 그녀의 손을 치우며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정 씨 어르신이 진찬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참 재밌겠죠."진예은 어머니는 한태군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리고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증거 있,""당연하죠, 증거는 제 손에 있으니 이모가 알아서 하세요."한태군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을 했고 곧이어 병실을 벗어났다.진예은의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며 몸을 벌벌 떨었다. 그녀는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태군이 정말 그 증거를 가지게 된다면 진찬에게 굉장히 불리했기 때문이었다.결국 그녀는 얼른 진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튿날, 간호사가 진예은을 위해 약을 바꾸고 있는 사이, 강유이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다."예은아, 나랑 우리 오빠…"강유이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옷을 벗은 채 간호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진예은을 보곤 반재신을 병실 밖으로 밀어냈다.반재신은 영문도 모른 채 강유이에게 밀려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강유이는 난감한 얼굴로 문을 닫았다. 그녀는 진예은이 약을 바꾸고 있을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하필 반재신을 데리고 온 지금."오빠, 훔쳐본 거 아니지?"강유이가 갑자기 반재신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뭐 볼 거 있다고."반재
연서 얘기가 나오자 강유이가 입을 다물었다.진예은은 오빠를 대신해 아이를 키우는 임무를 감당해야 했기에 확실히 자신을 위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네가 돈 낼 필요 없어."그때 반재신이 병실을 나서며 말했다.결국, 진예은은 강제적으로 16층의 VIP 입원병실로 가게 되었다. 그곳은 햇빛도 잘 들어오고 방음도 좋을 뿐만 아니라 복도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요양하기에 적합했다.강유이는 그런 반재신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녀는 반재신이 자신 말고 다른 이를 위해 이렇게 돈을 쓰는 경우를 처음 봤다. 평소 반재신에게서 돈을 받아쓰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하지만 강유이는 기분이 좋았다. 적어도 반재신이 이제 더 이상 진예은을 경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반재신이 잠깐 전화를 받으러 나간 사이, 진예은이 강유이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너네 오빠 좀 미친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진예은을 보며 웃었다."그럴 수도.""나중에 돈 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나 정말 돈 없어."진예은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그때 마침 병실로 들어오던 반재신이 그 말을 듣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네 돈 탐낼 생각 없어.""그럼 다행이고.""그런데 누가 전화한 거야?"그때 강유이가 갑자기 물었다."누구겠니? 한태군이지.""오빠가 언제 태군 오빠 전화번호까지 알게 된 거야?"반재신의 대답을 들은 강유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강유이가 기억하기로 반재신은 한태군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반재신은 한태군을 싫어했기에 두 사람은 더더욱 연락을 할 사이가 아니었다."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이따 데리러 올게."반재신이 다시 병실을 나서며 말했다.그 모습을 본 강유이가 입을 삐죽였다."두 사람 나 몰래 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건가?""아마 진찬을 대응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진예은이 강유이를 보며 말했다.진찬이 학교의 허점을 이용해 강유이에게 손을 댄 건 이미 선 넘는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그리고 반재신은 아직 반 씨 집
반재신이 이 사실을 알고 진예은을 탓한다면 진예은은 그 죄명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진예은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그저 미소를 지었다.진예은의 병실에서 나온 강유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그리고 인파 속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간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 이를 보게 되었다. 그는 바로 아안 헤리스였다.조금 야윈 얼굴과 흐리멍덩한 눈빛을 한 그는 예전의 활기를 완전히 잃었다.강유이는 곧 휑 비어버린 그의 오른쪽 다리를 보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간호사가 휠체어를 밀고 강유이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도 아안은 강유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강유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밖으로 나오니 반재신이 밖에서 강유이를 기다리고 있었다."오빠, 아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 있어?"강유이의 물음에 반재신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왜 묻는 거야? 걔가 어떻게 되었든 다 자기가 자초한 거야.""그냥 궁금해서, 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으니 분명 후회하고 있겠지."강유이의 말을 들은 반재신이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바라봤다."세상에는 후회를 되돌릴 수 있는 건 없어."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갑자기 웃으며 방금 전의 일은 없었던 사람처럼 굴었다."그런데 오빠는 왜 연애 안 해?""뭐?"강유이의 말을 들은 반재신이 이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반재신의 반응을 본 강유이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내가 오빠를 방해한 건 아니지?""무슨 생각하는 거야?"반재신이 강유이의 머리를 치며 말했다."정말 아니야?"강유이가 머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나는 연애에 관심이 없는 거야. 내가 너 같은 줄 알아? 맨날 태군 오빠 타령이나 하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불퉁한 얼굴로 대꾸했다."솔로는 그런 말 할 자격 없어."집으로 돌아온 강유이는 일찍이 씻고 절반쯤 마른 머리를 푼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침 아주머니께서 저녁을 다
매기의 말을 들은 이만이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만, 우리가 진찬 몰래 만나기 시작한 그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오른 거야. 진찬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 다 알고 있잖아,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야, 진찬 옆에 남는다면 우리 둘 다 죽을 거라고."매기가 손가락으로 이만의 입술을 만지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진찬은 당신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를 그렇게 난폭한 남자 곁으로 보낸 사람인데 이만 당신 정말 그걸 참을 수 있어?"매기의 말을 들은 이만이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곧 매기를 놓아주고 병실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하지만 곧 걸음을 멈춘 이만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내가 어떻게든 막을게."매기는 아무 대답도 없이 이만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봤다.주차장으로 내려간 이만은 곧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움직이려던 찰나, 상대방이 먼저 그의 목에 총을 겨누었다."도련님께서 당신을 만나 뵙고 싶어합니다."전유준이 말했다.이만은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차를 한 눈 보다 전유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이만이 차 안으로 들어가자 전유준이 모든 등을 껐다."이만 씨가 이렇게 애인을 만나고 다니는 거 진찬 씨는 알고 있나요?"한태군이 다리를 꼰 채 여유롭게 물었다."그런 일은 없습니다."이만이 이를 악물고 얘기했다."매기는 제 쪽 사람입니다."한태군의 말을 들은 이만의 얼굴 위로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순간 아안을 죽이려던 진찬의 계획이 왜 실패했는지 알아차렸다. 정말 매기였다니, 모든 계획을 매기에게 알려준 이가 바로 이만이었다."거래 하나 하죠."한태군이 그를 보고 웃으며 제안했다."왜 제가 진찬 씨를 배신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이만이 한태군을 보며 물었다. 한태군은 분명 이만보다 10살이나 어린 사람이었지만 동년배를 추월한 듬직함을 가지고 있었다.신비하고 괴이하고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한 두 눈은 한태군의 나이를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이만은 갑자기 그 말이
진예은 아버지는 진예은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돌아가세요, 저 이제 쉬어야 해요."진예은은 말을 마치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문을 등진 채 누웠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진예은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그녀는 갑자기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아버지는 그녀를 어깨에 앉혀놓고 시골의 흙길을 함께 걸었었다.진예은의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주장이 없이 어머니의 말에만 따르는 사람이었다. 지나치게 강한 어머니와 연약한 아버지는 결국 부녀 사이를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하지만 다시 한번 들려온 문소리에 자신의 아버지가 나가지 않은 줄로 안 진예은이 짜증을 냈다."가라고 말했잖아요.""누가 왔었어?"진예은이 고개를 돌리고 보니 문 앞에는 반재신이 서 있었다. 그를 본 진예은이 얼른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아 슬픈 기색을 지워냈다."아니, 무슨 일 있어?""유이가 너 심심할까 봐 가보라고 해서, 네 물건도 좀 챙겨서 왔어."반재신이 진예은의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 가방을 본 진예은은 강유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가방을 숙소에 뒀던 덕분에 진예은도 어떻게 가방을 가져올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가방을 받아 든 진예은이 안을 들여다보니 필요로 하던 책이 모두 있었다."고마워, 괜히 고생시킨 것 같네."그때 강유이가 반재신에게 전화를 걸었고 반재신도 피하지 않고 진예은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강유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용한 병실 안에서는 다 들렸다."오빠, 무사히 전달한 거지?""응, 친히 대령했어.""예은이한테 나 수업 없을 때 들를 거라고 전해줘, 그리고 예은이한테 너무 쌀쌀맞게 굴지 마."강유이는 반재신이 진예은과 싸울까 봐 한마디 당부했다.그런 강유이의 잔소리를 들으니 괜히 자신이 진예은을 괴롭히러 온 사람 같아 반재신이 미간을 찌푸리곤 진예은을 바라봤다.진예은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컴퓨터를 바라보며 열심히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이미 자신만의 세상에 푹
강유이는 답을 하지 않았다.한태군이 그녀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그건 유이 네가 집어준 거니까. 난 네가 준 걸 절대 거절하지 않아.”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그녀가 그를 밀어내더니 멋대로 차에 올라탔다.“나 병원에 데려다줘!”한태군이 소리 내어 웃었다.강유이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진예은이 노트북을 닫더니 고개를 들고 병실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병원에 너무 자주 오는 거 아니야?”강유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가방을 확인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재신 오빠는?”진예은이 노트북을 한쪽 편에 놓고 답했다.“물건도 건네줬으니 당연히 돌아갔지.”“난 오빠가 네 곁에 더 오래 머물렀으면 했어. 양심 없는 네 가족들이 또 찾아와서 너를 괴롭힐 수도 있잖아.”강유이는 진예은의 어머니가 이미 퇴원한 걸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가 이번 일로 진예은에게 따지러 올까 걱정되었다. 둘째 오빠가 진예은의 곁에 있어주면 그걸로 걱정을 덜 수 있었다.진예은이 멈칫거리더니 곧바로 시선을 내려뜨렸다.“됐거든. 걔를 옆에 두다니. 날 피 말려 죽일일 있어?”반재신이 남아있었다면 진예은은 더욱 난처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그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한태군이 테이블 위에 손도 대지 않은 과일을 쳐다보았다.“이모부 다녀가셨어?”한태군 본인이 사 온 과일은 아니었다. 그럼 한태군을 제외하고 그녀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는 건데, 그는 진 씨 가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찬과 그녀의 어머니는 절대 아닐 거라 장담할 수 있었다.진예은이 입술을 꼭 깨물더니 응하고 짧게 답했다.강유이가 침대 끝부분에 살짝 걸터앉으며 물었다.“너희 아버지가 혹시 너를 때린 건 아니지?”그녀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곧바로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아버지는 날 때리지 않아.”그렇다고 한 번도 그녀의 편에 서준 적도 없었다.“태군 오빠.”그때 강유이가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