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 얘기가 나오자 강유이가 입을 다물었다.진예은은 오빠를 대신해 아이를 키우는 임무를 감당해야 했기에 확실히 자신을 위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네가 돈 낼 필요 없어."그때 반재신이 병실을 나서며 말했다.결국, 진예은은 강제적으로 16층의 VIP 입원병실로 가게 되었다. 그곳은 햇빛도 잘 들어오고 방음도 좋을 뿐만 아니라 복도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요양하기에 적합했다.강유이는 그런 반재신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녀는 반재신이 자신 말고 다른 이를 위해 이렇게 돈을 쓰는 경우를 처음 봤다. 평소 반재신에게서 돈을 받아쓰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하지만 강유이는 기분이 좋았다. 적어도 반재신이 이제 더 이상 진예은을 경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반재신이 잠깐 전화를 받으러 나간 사이, 진예은이 강유이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너네 오빠 좀 미친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진예은을 보며 웃었다."그럴 수도.""나중에 돈 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나 정말 돈 없어."진예은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그때 마침 병실로 들어오던 반재신이 그 말을 듣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네 돈 탐낼 생각 없어.""그럼 다행이고.""그런데 누가 전화한 거야?"그때 강유이가 갑자기 물었다."누구겠니? 한태군이지.""오빠가 언제 태군 오빠 전화번호까지 알게 된 거야?"반재신의 대답을 들은 강유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강유이가 기억하기로 반재신은 한태군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반재신은 한태군을 싫어했기에 두 사람은 더더욱 연락을 할 사이가 아니었다."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이따 데리러 올게."반재신이 다시 병실을 나서며 말했다.그 모습을 본 강유이가 입을 삐죽였다."두 사람 나 몰래 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건가?""아마 진찬을 대응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진예은이 강유이를 보며 말했다.진찬이 학교의 허점을 이용해 강유이에게 손을 댄 건 이미 선 넘는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그리고 반재신은 아직 반 씨 집
반재신이 이 사실을 알고 진예은을 탓한다면 진예은은 그 죄명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진예은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그저 미소를 지었다.진예은의 병실에서 나온 강유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그리고 인파 속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간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 이를 보게 되었다. 그는 바로 아안 헤리스였다.조금 야윈 얼굴과 흐리멍덩한 눈빛을 한 그는 예전의 활기를 완전히 잃었다.강유이는 곧 휑 비어버린 그의 오른쪽 다리를 보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간호사가 휠체어를 밀고 강유이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도 아안은 강유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강유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밖으로 나오니 반재신이 밖에서 강유이를 기다리고 있었다."오빠, 아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 있어?"강유이의 물음에 반재신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왜 묻는 거야? 걔가 어떻게 되었든 다 자기가 자초한 거야.""그냥 궁금해서, 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으니 분명 후회하고 있겠지."강유이의 말을 들은 반재신이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바라봤다."세상에는 후회를 되돌릴 수 있는 건 없어."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갑자기 웃으며 방금 전의 일은 없었던 사람처럼 굴었다."그런데 오빠는 왜 연애 안 해?""뭐?"강유이의 말을 들은 반재신이 이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반재신의 반응을 본 강유이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내가 오빠를 방해한 건 아니지?""무슨 생각하는 거야?"반재신이 강유이의 머리를 치며 말했다."정말 아니야?"강유이가 머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나는 연애에 관심이 없는 거야. 내가 너 같은 줄 알아? 맨날 태군 오빠 타령이나 하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불퉁한 얼굴로 대꾸했다."솔로는 그런 말 할 자격 없어."집으로 돌아온 강유이는 일찍이 씻고 절반쯤 마른 머리를 푼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침 아주머니께서 저녁을 다
매기의 말을 들은 이만이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만, 우리가 진찬 몰래 만나기 시작한 그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오른 거야. 진찬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 다 알고 있잖아,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야, 진찬 옆에 남는다면 우리 둘 다 죽을 거라고."매기가 손가락으로 이만의 입술을 만지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진찬은 당신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를 그렇게 난폭한 남자 곁으로 보낸 사람인데 이만 당신 정말 그걸 참을 수 있어?"매기의 말을 들은 이만이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곧 매기를 놓아주고 병실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하지만 곧 걸음을 멈춘 이만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내가 어떻게든 막을게."매기는 아무 대답도 없이 이만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봤다.주차장으로 내려간 이만은 곧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움직이려던 찰나, 상대방이 먼저 그의 목에 총을 겨누었다."도련님께서 당신을 만나 뵙고 싶어합니다."전유준이 말했다.이만은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차를 한 눈 보다 전유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이만이 차 안으로 들어가자 전유준이 모든 등을 껐다."이만 씨가 이렇게 애인을 만나고 다니는 거 진찬 씨는 알고 있나요?"한태군이 다리를 꼰 채 여유롭게 물었다."그런 일은 없습니다."이만이 이를 악물고 얘기했다."매기는 제 쪽 사람입니다."한태군의 말을 들은 이만의 얼굴 위로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순간 아안을 죽이려던 진찬의 계획이 왜 실패했는지 알아차렸다. 정말 매기였다니, 모든 계획을 매기에게 알려준 이가 바로 이만이었다."거래 하나 하죠."한태군이 그를 보고 웃으며 제안했다."왜 제가 진찬 씨를 배신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이만이 한태군을 보며 물었다. 한태군은 분명 이만보다 10살이나 어린 사람이었지만 동년배를 추월한 듬직함을 가지고 있었다.신비하고 괴이하고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한 두 눈은 한태군의 나이를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이만은 갑자기 그 말이
진예은 아버지는 진예은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돌아가세요, 저 이제 쉬어야 해요."진예은은 말을 마치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문을 등진 채 누웠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진예은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그녀는 갑자기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아버지는 그녀를 어깨에 앉혀놓고 시골의 흙길을 함께 걸었었다.진예은의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주장이 없이 어머니의 말에만 따르는 사람이었다. 지나치게 강한 어머니와 연약한 아버지는 결국 부녀 사이를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하지만 다시 한번 들려온 문소리에 자신의 아버지가 나가지 않은 줄로 안 진예은이 짜증을 냈다."가라고 말했잖아요.""누가 왔었어?"진예은이 고개를 돌리고 보니 문 앞에는 반재신이 서 있었다. 그를 본 진예은이 얼른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아 슬픈 기색을 지워냈다."아니, 무슨 일 있어?""유이가 너 심심할까 봐 가보라고 해서, 네 물건도 좀 챙겨서 왔어."반재신이 진예은의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 가방을 본 진예은은 강유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가방을 숙소에 뒀던 덕분에 진예은도 어떻게 가방을 가져올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가방을 받아 든 진예은이 안을 들여다보니 필요로 하던 책이 모두 있었다."고마워, 괜히 고생시킨 것 같네."그때 강유이가 반재신에게 전화를 걸었고 반재신도 피하지 않고 진예은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강유이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용한 병실 안에서는 다 들렸다."오빠, 무사히 전달한 거지?""응, 친히 대령했어.""예은이한테 나 수업 없을 때 들를 거라고 전해줘, 그리고 예은이한테 너무 쌀쌀맞게 굴지 마."강유이는 반재신이 진예은과 싸울까 봐 한마디 당부했다.그런 강유이의 잔소리를 들으니 괜히 자신이 진예은을 괴롭히러 온 사람 같아 반재신이 미간을 찌푸리곤 진예은을 바라봤다.진예은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컴퓨터를 바라보며 열심히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이미 자신만의 세상에 푹
강유이는 답을 하지 않았다.한태군이 그녀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그건 유이 네가 집어준 거니까. 난 네가 준 걸 절대 거절하지 않아.”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그녀가 그를 밀어내더니 멋대로 차에 올라탔다.“나 병원에 데려다줘!”한태군이 소리 내어 웃었다.강유이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진예은이 노트북을 닫더니 고개를 들고 병실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병원에 너무 자주 오는 거 아니야?”강유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가방을 확인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재신 오빠는?”진예은이 노트북을 한쪽 편에 놓고 답했다.“물건도 건네줬으니 당연히 돌아갔지.”“난 오빠가 네 곁에 더 오래 머물렀으면 했어. 양심 없는 네 가족들이 또 찾아와서 너를 괴롭힐 수도 있잖아.”강유이는 진예은의 어머니가 이미 퇴원한 걸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가 이번 일로 진예은에게 따지러 올까 걱정되었다. 둘째 오빠가 진예은의 곁에 있어주면 그걸로 걱정을 덜 수 있었다.진예은이 멈칫거리더니 곧바로 시선을 내려뜨렸다.“됐거든. 걔를 옆에 두다니. 날 피 말려 죽일일 있어?”반재신이 남아있었다면 진예은은 더욱 난처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그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한태군이 테이블 위에 손도 대지 않은 과일을 쳐다보았다.“이모부 다녀가셨어?”한태군 본인이 사 온 과일은 아니었다. 그럼 한태군을 제외하고 그녀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는 건데, 그는 진 씨 가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찬과 그녀의 어머니는 절대 아닐 거라 장담할 수 있었다.진예은이 입술을 꼭 깨물더니 응하고 짧게 답했다.강유이가 침대 끝부분에 살짝 걸터앉으며 물었다.“너희 아버지가 혹시 너를 때린 건 아니지?”그녀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곧바로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아버지는 날 때리지 않아.”그렇다고 한 번도 그녀의 편에 서준 적도 없었다.“태군 오빠.”그때 강유이가 그를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이만이 서재로 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 도련님.”“내가 너한테 스파이가 있나 알아보라고 했었지. 그 일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긴 한 거야?”진찬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이만이 고개를 수그렸다. 그는 진작 그의 물음에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도련님, 그 일이라면 이미 알아보았습니다. 다만 아직 확신이 부족합니다.”“도대체 무슨 확신!”진찬이 격분한 듯이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쓸어던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이만의 앞까지 걸어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도대체 누구야?”이만이 양옆으로 늘어뜨렸던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다. 그가 답했다.“데이비 씨 쪽 사람입니다. 그자는 진작 한태군과 손을 잡고, 도련님께서 정 회장의 죽음으로 자신을 모함하려 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진찬의 손등에 검푸른 힘줄이 불끈 솟았다.“한태군이 어떻게 정 회장 죽음의 증거를 손에 쥐고 있을 수 있어. 그 일이라면 내가 너한테 직접 증거를 없애버리라고 명령했었잖아.”그가 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너 날 배신한 거냐?”이만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도련님, 제가 도련님을 배신했다고 생각하십니까?”진찬이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그의 얼굴에서 그 어떤 증거를 찾아내려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진찬이 그를 놓아주며 돌아서더니 창문 앞으로 걸어가 멈춰 섰다.“이만, 난 너한테 어떤 사람이지.”이만이 시선을 내려뜨리더니 깊은숨을 들이마셨다.“도련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야. 그럼 슬슬 나한테 보답할 때가 되지 않았어?”이만이 몸을 굳혔다.진찬이 고개를 돌리더니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나 대신 죄를 뒤집어써. 돈은 넉넉하게 줄게. 네가 출소한 후에도 난 여전히 너를 중히 쓸 거야.”이만이 떠나고, 진찬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빌리행 배 표 두 장 예약해 줘. 내일 당장 갈 거야. 그리고 이만은
부하가 답했다.“아마 내일 오전 아홉시쯤일 겁니다.”한편, 경찰서.야근하던 두 경찰이 이만을 취조실로 데리고 갔다. 한태군은 이미 안에 앉아있었다. 수갑을 찬 이만이 그의 맞은편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 수도 있겠죠.”한태군이 그를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그의 손가락이 톡톡 테이블을 두드렸다. “당신은 경찰이 제때에 당신을 체포한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쯤 당신은 이미 시체가 되어있었을 테니까요.”그날 밤 두 사람은 거래를 했었다. 이만은 이번 일의 증인이 되어주고, 한태군은 그에게 매기의 안전을 약속했다. 이만은 공범이었다. 그는 진찬을 대신해 정 회장을 죽인 증거를 인멸했다. 진찬은 경찰의 수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자기 죄를 이만한테 뒤집어 씌울게 분명했다.그는 진찬이 자기의 판단을 믿을지언정, 절대 이만이 그의 이름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그가 안전해지려면 이만은 이 세계에서 사라져야 했다. 이만이 죽으면 증거는 자연스럽게 없어진다.진찬은 원래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이만을 없애버릴 계획이었으나, 경철이 진작 이만의 집 주위에 잠복해있었을 줄은 몰랐다. 앞만 보느라 뒤에서 바싹 쫓아오고 있던 적을 눈치채지 못한 격이었다. 그 덕분에 이만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매기는 무사한가요?”그가 물었다.한태군이 담담하게 답했다.“현재 진찬은 자기 코가 석자라 매기한테는 신경 쓰지도 못할 겁니다. 저희 쪽 사람이 이미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습니다. 그 점은 안심하세요.”이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한태군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당신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비록 공범이긴 하나 직접 법정에 서서 증인이 되길 자처했으니 중한 벌은 받지 않을 겁니다. 변호사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당신은 최대한 가벼운 벌을 받게 될 겁니다. 매기는 당신이 형기를 다 채울 때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이만이
남자에게 머리채를 잡힌 레이린 정은 두피가 너무나 아팠다. 눈앞에 보이는 흉악한 남자의 얼굴에 그녀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소리쳤다.“내 아빠는 죽여놓고 넌 도망치려고? 내가 절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진찬, 너 같은 인간은 지옥에나 떨어져야 돼!”“내가 지옥에 떨어지면, 넌?”진찬이 그녀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더욱 가깝게 들이대며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정 씨 가문이 그런 최후를 맞이한 건, 다 네 손으로 직접 일구어낸 결과야. 너 정말 한태군이 진심으로 너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해? 걘 그냥 널 이용하는 것뿐이야. 잊지 마. 만약 내가 네 얼굴을 망가뜨리지 않았다면, 넌 진작 데이비 그놈한테 붙잡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을 거야.”레이린 정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진찬이 얼굴을 옆으로 휙 돌렸다. 그가 숨을 길게 내쉬더니 곧장 그녀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그녀의 몸이 휙 하고 옆으로 꼬꾸라지더니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새어 나왔다. 곧바로 그녀가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적어도 난 이제 당신의 진짜 얼굴을 알아. 데이비한테 붙잡힌대도 당신 곁에 있는 것보다 나았을 거야.”진찬이 그녀의 턱을 억세게 부여잡고 뭐라 막 말을 하려던 그때, 부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상황을 알렸다.“도련님, 차량 몇 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진찬이 그녀를 옆으로 밀어내더니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돌아섰다.“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 사람이 적은 외진 곳으로 가야겠어.”진찬이 레이린 정을 억지로 차에 밀어 넣더니 곧바로 자신도 올라타고 차를 출발시켰다. 두 세대의 차가 부두의 서쪽 교외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그들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차가 도착했다. 경찰들은 그들이 이미 떠난 것을 확인하고 서쪽과 남쪽 두 쪽으로 나뉘어 수색을 펼쳤다.새벽 네 시가 넘은 시각, 진찬이 탄 차가 외진 교외를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백미러로 보니 자신들이 탄 차와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경찰차가 보였다. 그가 굳은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