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는 이미 몸 속에 침투되었고, 증상은 갑자기 나타났다. 원유희는 어제 김신걸이랑 함께 샤워했다. 전에 이미 증상이 보였다면, 원유희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은 김신걸이 못 발견했을 리가 없었다.다행히 병변 부위의 피부는 벌어지지 않았다. 즉 아직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았다.만약 피부가 벌어져 상처와 닿은 물줄기가 여기저기로 튀었을 것이고,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원유희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녀는 일찍 발견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신걸과 아이들에게 전염될 것이 분명했다.‘그건 절대 안 돼!’그리고 이 일은 김신걸에게 숨길 수 없었다. 만약 김신걸과의 스킨쉽을 피하면, 그는 분명히 의심할 것이다. 그리고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근데 언제 감염됐지……?’원유희는 얼른 몸을 돌려 김신걸의 사무실로 갔다. 너무 급한지라 노크하는 것도 까먹었다.원유희가 들어가자마자 말하고 있던 임원이 입을 다물었다.“죄송해요, 먼저 얘기들…….”원유희는 다시 나가려고 했다.“유희야.”김신걸은 원유희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서류를 임원에게 주며 나가라고 했다.임원은 두 손으로 서류를 받고, 원유희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사무실을 떠났다.문을 닫은 후 원유희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기를 향해 걸어오는 김신걸을 보면서 뒷걸음을 쳤다.“거기에 서, 앞으로 오지 마.”김신걸은 걸음을 멈췄고, 미간을 찌푸렸다.“얼굴색이 왜 이래?”“나 감염됐어.”원유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굳이 상세하게 얘기하지 않아도 김신걸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김신걸의 동공은 흔들렸고, 원유희는 그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침착하게 얘기하려고 애썼다.“우리 계속 같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나 먼저 밖에 나가 따로 살게. 임지효처럼 말이야. 그러면 더 안전할 것 같아. 그리고 지금 바로 송 의사를 찾아서…….”“옷 벗어 봐.”“뭐?”원유희는 깜짝 놀랐다.“나 팔 두 군데에 감염 증상이 보였어. 다른 곳에는
원유희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감염 초기 증상임을 진단받았다.24시간 안으로 부식된 부위에서 진물이 나올 것이다. 그때부터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입었던 옷, 사용했던 물건들을 다 살균하고 소각해야 했다.치명적이진 않지만 고통스러운 바이러스였다.임지효처럼 치료를 받으면 적어도 통증을 완화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 좋아진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완치될 수는 없었기에 부단히 치료를 받아야 했다.원유희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신걸은 원유희의 손을 꼭 잡았다. 원유희는 무의식적으로 그 손을 뿌리치고 싶었고, 고개를 들자 김신걸과 눈이 마주쳤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혼자 있고 싶어.”“안 돼.”“전염될 수 있다고!”“아이들이랑 잠깐 떨어져 살면 되지.”“그럼 넌…….”“내 곁에서 떠날 생각하지 마.”원유희는 김신걸의 고집 때문에 초조했고 또 답답했다.옆에 있던 송욱이 말했다.“대표님이랑 같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감염이 되면 같이 치료하면 되죠.”송욱은 미소를 지을 뿐,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나도 어쩔 수 없어요! 그저 대표님의 마음을 말했을 뿐이예요.’김신걸은 원유희의 문제라면 이성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김신걸은 감염된 원유희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자기의 생명으로 원유희의 완쾌를 바꾸라고 한대도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을 희생할 것이다.“세인시에서 감염자랑 만난 적이 있어?”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 감염자랑 직접 만난 적이 없어. 유일하게 만난 사람이 임지효였어. 근데 이 바이러스 잠복기가 3일이잖아. 그렇다면 난 3일 전 세인시에서 감염됐다는 얘긴데…….”“생각난 거라도 있어?”김신걸은 원유희의 미묘한 표정을 보면서 물었다.“조영순 부부가 돌아가신 날 말이야.”“그날의 일을 자세히 얘기해 봐.”“나 그때 혜정이 옆에 있었어. 그러다가 육성현이 연락이 와서 일이 생겼다고 했어. 연락받고 가자마자 조영순 부부가 살해당했어. 그리고 염민우가 조영순 부부
염민우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혹시 감염됐어요?”“네. 그래서 물어봤어요.”“제가 감염되지 않은 걸 봐선, 그날에 감염된 건 아닌 것 같네요. 그렇다면 혹시 육성현의 별장에서……?”“아니에요.”“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해요?”염민우는 의혹이 있었다.“유희 씨만 감염됐고, 유희 씨는 계속 육성현의 별장에 있었잖아요.”염민우의 말투는 갈수록 흥분했다.원유희는 그가 엄혜정을 걱정하는 마음에 반응이 격동됐다고 생각했다.육성현의 별장에 문제가 생겼다면, 엄혜정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엄혜정은 지금 임신한 몸이고, 치료 약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되면 정말 위험하게 된다.원유희는 육성현이 엄혜정을 해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하지만 염민우에게 많은 것을 알려줄 상황이 아니었다.“별장에 문제 생겼다면 육성현이 바로 알아차렸겠죠. 세인시에서 감염된 건 맞는데, 접촉이 있어야만 전염돼요. 같이 생활한대도 상처 부위에서 흘러나온 진물이 터져 벌어진 곳에 접촉하지 않는 한 감염될 리가 없어요. 게다가 전 아직 진물을 흘릴 정도는 아니에요.”염민우를 설득한 후에야 원유희는 통화를 끝냈다.김신걸은 일어나 진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진선우에게 지금 상황을 얘기해주고, 그에게 조영순 부부의 사고를 조사하라고 했다.송욱은 나가서 원유희가 필요한 약을 준비했다.김신걸은 원유희 앞에 가서 앉았다.“어디서 지내고 싶어?”원유희는 자기 소유의 집이 있었고, 김신걸의 부동산 개수는 더욱 많았다.아이들과 같이 지낼 상황이 아니었기에 지금 집에서 나가는 것은 확정이었다. 하여 원유희의 마음에 따라 잠시 지낼 거처를 정할 예정이었다.원유희는 딱히 요구가 많지 않았다. 다만 김신걸이랑 함께 지내려면 공간이 넓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짜 나랑 같이 있으려고? 그냥 내 말 들어. 나 혼자서 지낼게. 우리 매일매일 만나면 되잖아. 굳이 같이 지낼 필요 없어.”원유희는 어떻게 해서든 김신걸을 막아보려고 했다.김신걸은 원유희의 턱을 잡았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
원유희는 지금 반점 부위 피부가 상처가 나는 것이 걱정되었다. 그러면 김신걸도 감염될 것이 뻔했다.원유희는 두 손으로 김신걸의 가슴을 밀었다.하지만 김신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김신걸, 나 무서워…….”원유희는 불안했다.김신걸은 원유희의 손을 잡고 키스했다.“괜찮아. 약도 있는데,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응?”원유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유희는 먼저 손을 뻗어 김신걸의 목을 감았고, 그리고 그에게 입맞춤했다.김신걸은 흠칫하더니 몸이 더 들끓었다. 그는 원유희를 열정적으로 안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원유희는 모두 매우 협조적이었다. 원유희는 섬에서 가학적인 훈련을 받았기에 쉽게 포기할 만큼 체력이 나쁘지 않았다.“움직이지 마, 내가 한번 해볼게.”원유희는 김신걸의 턱에 입맞춤했다.누워있던 김신걸의 호흡이 가빠졌다. 섹시한 목젖은 위아래로 움직였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아래에서 올려다본 원유희는 더 매력적이었고, 김신걸의 영혼까지 타락하게 했다.이 밤은 김신걸에게 치명적인 밤이었다.원유희는 열정으로 김신걸을 묶어 놓았고, 김신걸은 제대로 만족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도 자제하지 않았고,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다.예전에도 김신걸은 자제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더더욱 하지 않았다. 하여 깨어났을 때 온몸의 힘이 다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김신걸은 손을 뻗어 곁에 있는 사람을 껴안으려 했으나, 옆엔 아무도 없었다.김신걸은 눈을 떠서 확인했는데, 원유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안방은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고요했다.“유희야?”김신걸은 쉰 목소리로 원유희를 불렀다.그러나 누구도 그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밤새 굴렀는데, 유희 체력이 나보다 더 좋은 거야? 설마 벌써 깨어났다고?’김신걸은 원유희가 언제 침대에서 내려 갔는지도 몰랐다.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든 김신걸은 얼른 침대에서 내려왔다. 너무 급하다 보니 잠옷도 걸치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거실, 주방, 욕실, 베란다, 그 어디에도 원유희
지금 원유희는 제성을 떠나는 크루즈에 올랐다.아파트를 나가기 위해서는 김신걸의 경호원들과 CCTV만 피하면 됐었다. 그리고 그건 원유희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김신걸이 쫓아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떠난 시간을 숨겼다.그녀는 김신걸의 경각심을 낮추기 위해 어젯밤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원유희의 바램 대로 떠날 때 김신걸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김신걸 깨어나면 엄청나게 화내겠지?’원유희는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다. 김신걸과 세쌍둥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나랑 김신걸 둘 다 무슨 일이 생기면, 애들은 어떡해……’원유희는 가드레일 옆에 서 있었다. 바람은 그녀의 새까만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원유희는 제성 방향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소매를 올려 살폈는데, 썩은 곳에서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약을 먹었기에 조금 간지러웠지만 심각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약은 그저 감염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독소의 퍼지는 속도를 늦쳐 출 수 있는 약효 밖에 없었다.완치하려면 무조건 해독제를 찾아야 했다.원유희는 김신걸에게 행방을 들킬까 봐 비행기를 타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김명화에게 자신의 행방을 알려주려 했다.원유희는 행방을 숨기려는 김명화의 입장에서 노선을 선택했다. 원유희는 방으로 걸어가다가, 수상함을 느꼈다.이것은 그녀의 침울한 마음을 약간 활기차게 했다.원유희는 내색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 뒤에 있는 사람의 신분을 추측했다. ‘김명화의 사람이 아닐까?’원유희는 크루즈를 선택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공격하려는 것을 참고, 습격당하는 것을 기다렸다.그때였다. 누군가가 원유희의 코와 입을 막았다. 자극적인 냄새는 원유희를 마비시켰고, 다리가 나른해지더니 원유희는 의식을 잃었다.“예쁘게 생겼네. 한눈에 발견했지 뭐야.“깨어나려는 기미가 보여? 아무런 리액션도 없는 여자는 싫은데.”원유희는 의식이 점점 뚜렷해졌고, 그녀의 옆에 앉은 두 남자를 발견했다.
원유희는 달리면서 소리를 질렀고, 크루즈에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졌고, 모두 다 놀랍다는 표정으로 원유희를 바라봤다.달리는 원유희와 뒤에서 쫓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갑자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살려줘요! 살려주세요! 저 사람들이 날 죽이려고 해요!”원유희는 한 여자의 손을 잡고 도와달라고 했다.그 여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원유희는 뒤돌아 자기를 쫓아오는 남자를 보고 다시 달아났다.“실컷 도망 쳐!”갑판에 도착하기도 전에, 두 남자는 원유희를 잡았다.“아! 이거 놔!”두 사람은 몰려오는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우리 지금 게임 중이에요. 그냥 같이 놀고 있었어요. 상관하지 말고 다들 계속 노세요!”두 남자는 원유희를 끌고 갔다.원유희가 아무리 납치되었다고 해도 그 누구도 원유희를 믿지 않았고, 도와주지 않았다.물론 개중 믿었을지언정 외면하는 것을 택한 사람도 있었다.그들은 원유희를 다시 방으로 끌고 들어왔다.“젠장, 이상하게 잘 뛰잖아. 피곤해 죽겠네.”“힘을 좀 남겨 두는 게 좋을 거야. 우리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기절하지 말고.”두 사람들은 말하면서 역겨운 표정으로 원유희의 얼굴과 몸매를 봤다. 그리고 원유희의 부드러운 피부를 만지려고 했다.원유희는 점점 다가오는 손을 보면서 눈빛이 변했다.‘내가 크루즈에서 이목을 끌었는데, 김명화가 나타날 수 있을까?’원유희는 힘들다고 판단되어 우선 나가려고 생각했다.원유희가 발을 걷어차려고 할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두 남자는 멍해졌고, 원유희는 다리를 소리를 없이 내려놓았다.“뭐야? 바빠죽겠는데!”방해받은 남자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크루즈 직원인데요. 죄송합니다만, 방금 무슨 일이 있었나요? 확인이 필요해서 와봤습니다.”남자의 목소리였다.“아무 일도 없어. 와이프랑 게임 하고 있는 중이었어!”“그래도 확인해야 하니 문을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남자는 화가 나 크루즈 직원을 바다에 냅다 던지고 싶었다. 그는 문을 열어, 팁을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숨어있기 쉬웠다. 그리고 무엇을 찾아내려고 해도 비교적 어려웠다.원유희는 크루즈에 올랐다. 조금전에 탄 크루즈보다는 작았지만, 원유희는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았다.“김신걸이 날 보자고 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 어딨어요?”원유희는 몸을 돌려 경호원에게 물었다.경호원은 나무처럼 그녀를 한 번 보고 그냥 가버렸다.문이 잠겼다.원유희는 이미 예상했지만 다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번 만나기 정말 힘드네, 유희야?”원유희는 고개를 돌리자, 자기를 향해 걸어오는 김명화를 발견했다.그는 편안하고 기분이 좋은 표정을 지었는데, 수배 중인 범죄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잡고 싶은 사람을 잡았기에 기분이 더 좋을 지도 몰랐다.“당신이에요?”“모르는 척하지 마. 네가 원하는 게 이거잖아?”김명화는 모든 것을 다 간파하고 있었다.“무슨 얘기를 하는지 정말 모르겠네요.”김명화는 원유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난 네가 날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얼른 나왔는데.”원유희는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목적이 들킨 이상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내가 감염된 거 알아요?”“물론이지, 내가 했으니까.”“조영순 부부가 죽은 그날이에요?”김명화는 그저 웃을 뿐 원유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강렬히 소망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널 너무 오랫동안 못 봐서 말이야. 너무 보고 싶었어. 그래서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어, 날 너무 미워하진 마.”원유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의 징그러운 손을 피했다.“해독제를 줄 수 있어요?”“네가 말을 잘 들으면 물론 줄 수 있지.”김명화는 손을 놓고 말했다.“제가 뭘 해야 하죠?”“도망치지 마.”김명화의 요구는 간단명료했다.“해독제를 못 가진 이상 당연히 어디도 안 갈 거예요.”김명화는 먼저 원유희를 손에 쥐고 다시 계획을 짤 생각이었다.원유희는 힘겹게 김명화를 찾아냈기에 빨리 떠날 생각이 없었다. 원유희는 옆에 있는 소파
그 번호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가지 않았다. 대포폰이었기에 발신자 정보를 알아낼 수도 없었다.김명화는 김신걸을 도발하고 있었다.‘김명화, 감히 내 여자를 건들어? 널 죽여버릴 거야!’“화났어?”김명화는 원유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유희야, 작은오빠라고 불러봐봐.”“날 상대하려면 얼마든지 상대해도 좋아요. 근데 왜 염씨 집안을 건드렸어요?”원유희는 이 일을 생각하면 진정할 수가 없었다.염씨 부부는 억울하게, 그것도 비참하게 죽었다.원유희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내가 염씨 집안을 건드렸다고? 무슨 소리하는 거야? 사람 잘못 넘겨짚었어.”김명화는 억울하다고 얘기했다.“제가 사람을 잘못 넘겨짚었다고요? 그럼 뭐, 다른 사람이 한 짓이라는 얘기예요?”김명화는 자기를 떠보려는 원유희의 생각을 알아차렸다.그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일어나 술을 따랐다.“그냥 그 부부의 팔자가 안 좋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원유희는 김명화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지만 원유희는 아직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고, 의문점도 많았기에 김명화를 죽일 순 없었다.김명화는 술 두 잔을 들고 왔다. 그리고 원유희를 보면서 술잔을 하나 건넸다.“꽤 괜찮은 술이야, 한번 맛봐.”원유희는 앞에 놓인 술잔을 보면서 말했다.“안에 뭐 넣은 줄 알고 내가 이걸 마셔요?”“그래서 지금부터 물도 안 마시고, 밥도 안 먹을 생각이야?’원유희는 당연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그러다가 원유희는 갑자기 김명화의 손을 잡았다.김명화는 원유희의 행동이 이해 가지 않았다.원유희는 소매를 올리더니, 자기의 손목으로 김명화의 손등을 문질렀다.그러자 김명화의 손등에는 상처 진물이 닿게 되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목적을 알게 되었다.“날 옆에 두면, 베개 옆에 칼 한 자루를 놓는 것에 불과해요.”원유희는 그를 조롱했다.김명화는 자신의 손등을 보면서 조급해하지 않았다.“내가 누구인지 까먹었어? 내가 이 독을 만든 사람이고, 너희들이 갈망하는 해독제를 가지고 있어.”“그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