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어떤 어려움도 직면할 수 있었지만 엄혜정의 변고를 겪은 후 아무리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예전에 부모를 잃어서 그런 고통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인 것 같았다. 원래는 참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김신걸을 보는 순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모든 억울함과 원통함이 쏟아져 나와 눈물이 끝없이 떨어졌다. 김신걸은 원유희를 품에 꼭 안고 가녀린 등을 어루만지며 귀가에 뽀뽀해 주었다. 원유희는 잠시 후에야 안정되어 김신걸의 품에서 나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너…… 왜 왔어?” 김신걸은 손으로 원유희의 눈물 자국을 닦으며 검은 눈동자로 원유희를 주시하며 말하지 않고 원유희의 작은 입에 키스했다. 원유희는 멍해져서 김신걸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키스를 받았다. 이어 몸이 가벼워지더니 김신걸에게 안겨 침대 안쪽으로 들어갔다. “음…….” 원유희는 김신걸의 안전한 품속에서 줄곧 키스를 받았다. 숨이 멎으려고 할 때야 김신걸에게 풀려나 눈가가 빨개져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몸을 떨었다. “진선우한테 이쪽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바로 왔어.” 김신걸은 손가락으로 원유희의 촉촉한 입가를 닦아주었다. 원유희는 심장이 떨려 눈을 감았다. “나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 나중에 엄혜정이 알게 되면 어떡해……” “육성현이 처리할 테니 울지 마.” 김신걸의 원유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김신걸은 원유희가 받아들이지 못할 걸 알고 서둘러 달려온 것이었다. 원유희도 같은 생각이었다. ‘내가 이런 일을 어떻게 해결해? 육성현에게 맡길 수밖에 없어. 지금은 육성현이 엄혜정의 유일한 의지니까. 다만 아이를 낳은 후에 엄혜정이 아이를 봐서라도 진정했으면 좋겠어.’ 저녁에 원유희는 김신걸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만약 김신걸이 오지 않았다면 원유희는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매일 아침, 육성현은 엄혜정이 불편한 곳이 있을까 봐 부하같이 엄혜정이 옷을 입고 씻는 것을 도와주었다.가정부에게 맡기는 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엄혜정은
“부부사이에 모순이 있었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김신걸이 지체 없이 아내를 달래러 왔겠지.” 육성현이 말했다. 엄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육성현의 말을 믿었다. ‘어차피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으니까.’ “나 다 씻었으니까 너 씻어. 나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유희도 생일잔치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해야겠다.” 엄혜정은 침대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가지고 조영순에게 전화를 걸었다. 육성현은 엄혜정을 막지 않고 음흉한 눈빛으로 엄혜정의 뒷모습을 보았다. 전화가 몇 초 동안이나 울렸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 엄혜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엄마, 바빠요? 왜 이제 전화받았어요?” “나 여기 새벽 2시야.”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 네 아빠와 해외여행 왔어.” “여행이요? 이렇게 갑작스럽게요? 며칠 후면 엄마 생신이잖아요.” 엄혜정은 의아해서 물었다. “우리…… 둘만의 세상을 누려보려고, 생일잔치는 안 하기로 결정했어.” 순간 엄혜정은 이해한 듯 웃었다. ‘그런 거였어?’ “알았어요. 그럼 아빠랑 재밌게 놀다 오세요.” 엄혜정은 자기가 전화해서 엄마의 잠을 깨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얼른 전화를 끊었다. “뭐라고 하셔?” 육성현은 자연스럽게 엄혜정의 뒤에 나타나 물었다. “엄마 아빠 해외에 놀러 가셔서 당분간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일잔치 하지 않겠대.” 엄혜정은 그것 때문에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다. “둘이서 여행 간 것도 괜찮은 선택인 것 같아. 민우가 예전에 말했었거든. 아빠가 엄마를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 할아버지 때문에 결혼하셨다고. 오히려 엄마가 아빠를 사랑했었지. 그런데 엄마는 워낙 성격이 강해서 아빠에게 첫사랑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마음이 괴로우면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 그러니까 이번에 둘이 여행 가서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았으면 좋겠어.” ‘모든 사람이 엄마가 너무 강해서 아빠의 후계자 자리까지 빼앗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빠는 그런 거 하나
원유희가 떠난 후 엄혜정은 실의에 빠졌다. “유희가 돌아가니 Eh 나 혼자 남았어.” 옆에 있던 육성현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사람 아니야?” “너는 남자잖아.” “그것도 남녀 구분해? 나한테는 하면 안 되는 말이야?”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고 와 다리에 앉혔다. “너…… 왜 그래?” 육성현은 말을 하지 않고 엄혜정의 배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아직 몇 달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너 엄청 급한 것 같은데?” 육성현은 고개를 들어 엄혜정을 바라보았다. “하루빨리 아빠가 되고 싶어. 넌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 “너는?” 엄혜정이 되물었다. “네가 낳으면 딸이든 아들이든 모두 좋아.” “너 아들 갖고 싶은 거 아니야?” “내가 아들을 원하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겠지.” 육성현은 엄혜정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너도 알잖아. 네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면 나는 다 싫어. 이번 생이든 다음 생이든 너는 내 거야.” “다음 생까지?” “일단 예약해 두는 거야.” 육성현은 엄혜정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하며 기운이 뒤엉켜 말했다. “약속해.” “나중에 얘기하자.” “왜 나중에 얘기해?” 육성현은 엄혜정에게 달라붙어 답을 얻어내지 못하면 포기하지 않을 기세였다. “이번 생이 행복해야 다음 생을 예약할 수 있다고 하던데.” “내가 널 행복하게 해 줄게.” 육성현의 호박색 눈동자는 햇빛 아래서 유난히 진정성이 있어 보였다. 엄혜정은 육성현에게 감동할 뻔했다. 하지만 엄혜정은 알고 있었다. 앞으로의 인생이 굴곡 없이 행복하기만 하더라도 다음 생에는 김하준과 함께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엄혜정은 이번 생을 전전긍긍하며 살아서 다음 생에는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엄마 아빠도 안 계신데, 나 민우 좀 보고 올게! 회사 경영하고부터 점점 바빠져서 오랫동안 못 봤어.” “그렇게 바쁜데 돌아가서 걱정하게 하지 마.” 육성현은 막으려고 했다. “걱정할 거 뭐 있어?
염민우는 일어서며 말했다. “앉은 지 얼마 안 됐어. 잘 잤어?” 엄혜정이 잘 잤다고 말하려던 중 염민우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민우야, 너 왜 이렇게 말랐어?” 예전에도 말랐지만 보기 좋은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얼굴이 핼쑥해졌다. “회사 일이 힘들어?” 엄혜정은 마음이 아파서 물었다. 염민우는 온 힘을 다해 마음속의 괴로움을 억누르고 웃으며 말했다. “요즘 회사에 골치 아픈 프로젝트가 있어서 밤을 새워서 그래.” 엄혜정은 확실히 염민우 눈 밑이 검푸른 것을 보았다. “아무리 바빠도 휴식해야지. 몸이 망가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염민우는 엄혜정을 끌고 가 앉히고 말했다. “서 있지 마,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야지! 지금은 내 걱정할 때가 아니라 누나 걱정해야지. 내 조카가 태어날 때 너무 작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염민우는 약간 불룩한 엄혜정의 배를 가볍게 만지며 말했다. “외조카 빨리 보고 싶다.” 엄혜정은 염민우를 비웃었다. 하지만 다시 염민우의 핼쑥한 얼굴과 피로가 가득한 눈을 보고 일어나서 말했다. “내가 주방에 가서 영양이 있는 것을 만들어줄게. 너 이러면 내 마음이…….” “움직이지 말고 앉아있어.” 염민우는 엄혜정을 막았다. “주방에서 매일 영양이 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있어. 앞으로 내가 좀 많이 먹을 게.” “나 오늘 돌아가지 않고 너 밥 먹는 거 지켜볼 거야.” “내가 애도 아니고.” 염민우는 웃었다. “난 몰라. 엄마 아빠도 여행 갔는데, 너 이러는 거 보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염민우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엄혜정은 초조하고 화가 났다. 엄마 아빠라는 소리를 들은 염민우는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어.’ 염민우는 감정을 추스른 후 고개를 들고 말했다. “안 돼. 누나 돌아가. 다음에 만날 땐 이렇게 마르지 않을 거야.” “정말? 약속이야?” 염민우는 손을 들고 말했다. “맹세해.” 엄혜정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엄혜정은
세 쌍둥이는 학교에서 나와 아빠 차를 보고 별 느낌이 없었는데 엄마가 차에서 내려오는 걸 보고 눈이 밝아져 쏜살같이 달려갔다. “엄마!” “엄마!” “엄마!” 원유희는 웃으며 팔을 벌려 아이들이 달려드는 힘을 감당하며 행복하게 그들을 꼭 안았다. 헤어진 지 일주일이 넘어 원유희도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엄마, 동생은 언제 낳아요?” 조한이 물었다. “여동생이야!” 유담이 교정했다. “맞아.” 상우도 동생 편을 들었다. 사실 상우는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상관없었다. 유담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상우 오빠도 여동생이라고 했으니 무조건 여동생이야!” “그래, 여동생이야.” 조한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원유희는 아이들의 작은 얼굴을 주무르며 말했다. “아직 몇 개월 더 있어야 해. 먼저 차에 타자.” 김신걸은 마치 투명인간처럼 옆에서 그들에게 차 문을 열어주고 마지막에 뒤떨어진 딸을 안고 차에 올라탔다. 아빠 다리에 앉아있던 유담은 점점 예뻐지는 눈을 크게 뜨고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언제 혜정이모 보러 가요?” 원유희는 웃으며 생각했다. ‘이젠 호칭을 교정하고 싶지도 않아. 어차피 바로잡아도 자신의 생각대로 할 거니까.’ 특히 유담은 젊은 사람은 언니라고 불러야 한다는 이유까지 있어서 교정할 수가 없었다. “이젠 왜 이모라고 불러?” 원유희가 물었다. “아기가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언니가 아니니까요.” 유담이 말했다. 원유희는 잠깐 생각하더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엄마, 우리 주말에 휴식할 때 가면 안 돼요?” 유담이 물었다. 원유희는 세 쌍둥이가 가면 엄혜정의 주의력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엄혜정이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원유희는 바로 승낙하지 않고 말했다. “아빠한테 물어봐.” 세 쌍둥이는 가지런히 고개를 돌려 아빠를 보았다.김신걸은 원유희를 보며 말했다.“엄마가 간다고 하면 가자.”세 쌍둥이는 또 고개를 돌려 기대가 가득한 눈빛
김신걸은 원유희의 입에 키스를 하더니 원유희를 꼭 껴안았다. 원유희는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했다. 이때 김신걸이 말했다. “일단 씻겨줄게.” 김신걸이 원유희의 등을 쓰다듬자 원유희의 등은 팽팽해졌다. 원유희는 원래 등이 민감했는데 키스를 하니 더 예민해졌다. 김신걸이 씻겨준다는 건 핑계이고 씻으면서 뭔가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샤워를 마친 후, 김신걸은 타월로 원유희를 싸서 안고 나갔다. 침대에 올라간 후 김신걸은 팔로 원유희의 위쪽에 지탱하고 있어 원유희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 김신걸은 코끝으로 원유희의 예쁜 코를 문질렀다. 원유희의 붉어진 얼굴과 호흡 속의 달콤한 기운이 김신걸을 유혹했다. 하지만 김신걸은 굶주린 늑대가 토끼를 덮치듯 원유희를 덮치지 않고, 지금의 끈적한 분위기를 충분히 즐겼다. 마치 더 무서운 게 폭발할 것 같았다. 원유희는 마음속으로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다. ‘엄혜정이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내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누려?’ 하지만 원유희는 김신걸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서 김신걸이 참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거절하지 않았다. 다만 김신걸의 동작에 진전이 없자 원유희는 눈을 떴다.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친 원유희는 눈빛 속의 다정함을 보았지만 자신을 한입에 삼키고 싶은 욕망은 없었다. “왜 그래?” 원유희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너 많이 보고 싶어서.” “내가 세인시에 가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가지 않았다면 김명화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텐데…….” 원유희는 스트레스가 엄청 컸다. 김신걸은 손으로 원유희의 입을 막고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검은 눈동자로 원유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함부로 말하지 마. 왜 네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감당하려고 하는 거야? 김명화가 나쁜 거야. 그런데 왠지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무슨 뜻이야? 혹시 또 뭘 발견했어?”원유희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설마…… 육성현을 의심하는 거야?
원유희는 놀라서 일어나 앉았다.몸엔 타월을 두르고 있는 원유희는 마치 왕의 총애를 기다리는 왕비같이 깨끗하고 아름다웠다.원유희는 한 층 더 어두워진 김신걸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했다.“만약 정말 육성현이 죽인 거라면, 지금 혜정이가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런 남자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자다니, 너무 무서워!”원유희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김신걸은 다시 원유희의 몸을 안았다. 그러자 원유희는 묶인 애벌레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김신걸, 너 내 말 들었어?”“들었어.”김신걸은 원유희의 하얀 얼굴에 뽀뽀하며 마치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엄혜정은 위험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우리의 목적은 김명화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거야. 다른 건 그들 스스로 해결할 문제야.”원유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걱정했다.원유희는 갑자기 육성현이 김신걸보다 훨씬 무섭다고 느껴졌다.‘어떻게 아내의 친부모, 아이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살해할 수가 있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원유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김신걸은 원유희가 문제를 발견한 것에 대해 눈빛으로 찬사를 보냈다.“아마도 육성현이 하는 일이 조영순 부부에게 들켰을 거야.”“나는 이해가 안 돼. 대체 어떤 나쁜 짓을 했길래 사람을 살해할 정도야?”원유희는 알 수가 없어 김신걸을 바라보며 김신걸에게서 답을 얻으려고 했다.“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니라면 독약과 관련이 있을 거야.”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예리하게 분석했다.“내가 세인시에 보낸 사람이 아무것도 조사하지 못한 건 그렇다 치고, 육성현까지 조사하지 못한다는 건 틀림없이 문제가 있어. 육성현이 뒤에서 뭔가를 했겠지.” 원유희는 들을수록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육씨 가문이 세인시에서 세력이 결코 작지 않은데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잖아. 문제가 들통나니 육성현이 아예 김명화에게 협박당했다고 한 거야. 정말 그런 걸까, 아님 시간을 벌려
세쌍둥이 빼고 감히 이렇게 노크하는 사람은 없었다.김신걸은 표정이 어두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예전엔 김신걸은 문을 잠그지 않았다. 그 누구도 감히 그의 방에 발을 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아이가 생긴 후부터 김신걸은 계속 문을 잠글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방안으로 세쌍둥이가 뛰어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다섯 살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계속 엄마 곁에서 떠나려 하지 않았다.이는 소유욕이 강한 김신걸의 심기를 건드렸다.문이 갑자기 열렸고,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세쌍둥이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아이들은 도미노처럼 앞으로 넘어졌고, 마치 돌탑처럼 사람 탑이 쌓아졌다.“엄마가 휴식하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방해할 거야?”김신걸은 딱히 화내며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포스는 충분히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욕구 불만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세쌍둥이는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진 못했다.조한이가 먼저 물었다.“엄마 자고 있어요?”상우가 말했다.“아니죠? 엄마가 오늘 우리 학교에 데려다준다고 했는데요.”유담이는 크고 맑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설마 우리끼리 가야 해요?”김신걸은 기사도 있는데 구태여 원유희더러 바래다 달라는 아이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거절하려고 할 때 안방에서 원유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금방 씻고 나갈게. 조금만 기다려.”“네!”세쌍둥이는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김신걸의 굳은 표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웃으며 뛰어내려갔다.김신걸은 욕실 문에 기대어 물었다.“진짜 가려고?”원유희는 김신걸의 표정만 봐도 그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김신걸을 화나게 만들면 자신만 피곤해지니까 웃고 싶어도 꾹 참았다.하지만 김신걸은 바로 웃음을 참고 있는 원유희를 간파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허리를 단번에 안았다. 이런 가벼운 스킨십도 그를 들끓게 만들었다.하지만 김신걸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김신걸은 원유희를 삼켜버릴 듯 진한 키스를 했다.원유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