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김 선생님 오셨어요?” 임지효이 물었다.그녀는 오히려 김신걸이 나타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야만 그 사람이 원유희를 처리할 수 있었다.“왔어요.”원유희는 임지효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단지 모르는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이 일이 해결된 후, 원유희는 임지효랑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임지효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같이 오셨으면 유희 씨도 더 안전할 것 같네요.”김신걸은 병실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병실 입구랑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주위를 잘 살폈다.바로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김신걸이 핸드폰을 확인하자 진선우의 전화였다.“말해 봐.”“선생님,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어요. 별문제 없는 것 같아요. 장우랑 만나본 사람도 별 이상이 없는 것 같고 다 정상인 것 같아요.”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내 판단이 틀렸는가?’“이건 바이러스야, 아무런 이유 없이 감염될 리가 없어.”진선우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서 잘못된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그럼 전 계속 여기서 조사해 볼게요.”김신걸이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리자마자 이쪽으로 걸어오는 육성현이랑 엄혜정을 발견했다.“집사가 여기에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마침 만났네.”육성현은 병실에 들어갈 때 엄혜정을 막았다.“넌 밖에 있어, 바이러스가 뭐 좋은 것도 아니고 들어올 필요 없잖아.”원유희는 병실에 들어온 사람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혜정?”엄혜정은 육성현을 무시하고 그를 밀어내며 원유희쪽으로 걸어갔다.“유희야, 나 제성에 왔어.”“오기 전에 연락해 줘야지, 그럼 내가 집에서 기다렸을 텐데.”“괜찮아, 성현 씨도 이쪽 상황을 알고 보고 싶었대.”엄혜정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지효를 바라왔다,엄혜정은 이 병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고 본 적도 없었다.그래서 엉망으로 된 임지효의 얼굴을 보자 깜짝 놀랐다.“안녕하세요.”엄혜정은 임지효랑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 얼굴이 보기 흉해서…….”임지효는 고
엄혜정은 듣고 얼굴에 의아해했다. 이것은 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그래서 육성현이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정상이라고 생각해 별말을 하지 않았다.엄혜정은 김신걸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다만 과정이 조금 복잡할 거라 생각했다.“재밌는 거 얘기해줄까?”육성현은 마치 무슨 재미있는 비밀을 얻은 듯 그녀와 나누고 싶었다.“뭐요?”“병원에 있던 그 여자, 김신걸의 여자야.”“네?”엄혜정은 깜짝 놀랐다.“그 여자 유희 친구잖아요?”“김신걸처럼 그만한 위치에 있는 남자가 2년 동안 혼자 있었을 것 같아? 유희가 없는 동안 계속 그 여자랑 만났어!”엄혜정은 화가 났다. 그녀는 이런 파렴치한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유희는 알고 있어요?”“알지.”“아무런 반응도 없었어요?”엄혜정은 이해하지 못했다.자기 친구랑 자기 아이의 아빠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는데, 이건 충분히 화낼만한 상황이었다.‘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김신걸 옆에 있는 걸까? 근데 억지로 있는 것 같진 않은데?’육성현은 손에 힘을 주어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그러니까 나보고 자꾸 정 없다고 하지 마, 진짜 도울 수 없어서 그런 거야.”엄혜정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방금 병원에서 그렇게 상냥하게 대하는 게 아닌데.”육성현은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바이러스에 감염된 게 제일 좋은 벌이지, 아니야?”엄혜정은 임지효를 경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저주하고 싶진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침묵하기로 선택했다.두 쌍의 부부과 활발한 세쌍둥이가 식탁에 모여 앉았다.유담이는 엄혜정옆에 앉아 계속 애교를 부렸다.엄혜정은 세쌍둥이를 아주 좋아했고 그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하지만 원유희는 아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육성현의 아이를 낳는 것은 아마 엄혜정에게 있어서 평생의 악몽으로 될 것이다.육성현은 엄혜정과 세쌍둥이의 티키타카를 보면서 내색하진 않았지만 나름 즐거웠다.밤에 엄혜정은 유담이의 방에서 유담이랑 놀아줬다.“늦었어
무슨 생각이 났는지 원유희는 입을 열어 물었다.“오빠들이 학교에서 사고 쳤어?”유담이는 가볍게 소리를 내며 서둘러 부인했다.“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이 반응 봐선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원유희는 유담이랑 물었다.“무슨 일이야?”“그…… 반에 힘없고 겁 많은 친구를 괴롭히는 남자애가 있어요. 그 남자애가 오늘 한 친구를 조한 오빠 쪽으로 밀쳐서 오빠 책상에 부딪혔어요. 그래서 오빠가 홧김에 그 남자애를 발로 걷어찼는데…….”유담이가 말하고 있을 때 학교에 있는 조한이랑 상우는 서재로 불려 갔고 카리스마 있는 김신걸을 마주해야 했다.아이들은 공손하게 서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모조리 말했다.“이게 전부야?”김신걸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들들이랑 물었다. “굳이 숨길 생각 없어요, 찾아보면 다 알잖아요.”김신걸은 콧방귀를 뀌었다.“너무 멍청한 건 아니네.”조한이랑 상우는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설마 벌주려는 건 아니겠지?’“근데 우리 이젠 다 컸는데 애들처럼 벌세우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조한이가 얘기했다.‘다 컸다고?’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원유희가 들어왔다. 아직도 밖에서 노느라 집에 오지 않은 걸로 생각한 아이들은 과연 서재에서 혼나고 있었다.“왜?”서재의 분위기는 딱히 좋지 않았다.두 아이는 원유희를 보자 구세주를 본 듯이 눈빛이 반짝이었지만 움찔했지만 쉽사리 앞으로 가진 못했다. “유담이한테서 들었어. 혼내고 싶다면…… 그래 혼내. 나 먼저 방에 들어가서 기다릴게…….”원유희는 이 말만 하고 몸을 돌려 나갔다.원유희는 그냥 지나가다 잠깐 들린 사람처럼 아이들을 구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두 아들의 눈빛은 방문이 닫히면서 참담해졌다.‘뭐야, 엄마 우리를 구하러 온 게 아니야? 왜?’김신걸은 그들의 생각을 진작에 다 간파했다. 속마음을 숨길 줄 모르는 두 아이는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었다.“걔네 다쳤어?”김신걸이 물었다.“이마가 까졌어요.”“피 났어요…….”김신걸은 까만 눈동
김신걸은 손가락으로 원유희의 턱을 쥐고 잡아당겼다. 원유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그 자세를 유지해야 했고 김신걸의 눈빛을 견뎌내야 했다.“왜, 애들한테 벌줄까 봐? 틀렸어, 난 너한테만 벌 줄 거야.”“뭐…… 웁!”원유희의 말이 나오자마자 김신걸은 그녀의 입을 막았다.원유희는 도망갈 곳이 없게 되었고 그 강압적인 키스를 받아내야 했다.호흡은 가빠지고 심장박동은 점점 빨라졌으며 분위기는 야릇해졌다.김신걸은 진하게 키스를 한 후 그제야 원유희를 놓아주었다.숨이 차 기절할 뻔한 원유희는 헉헉 숨을 쉬었다.“같이 씻자.”원유희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신걸은 원유희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유담이가 속열이 세서 그런지 엄혜정은 밤에 너무 더워 잠에서 깨게 되었다.핸드폰을 찾으려다가 핸드폰이 자기랑 육성현을 위해 준비된 방에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엄혜정은 어차피 잠이 안 오니까 핸드폰 가지러 갔다.그리고 혹시라도 전화가 오면 육성현을 방해할까 봐 걱정했다.엄혜정은 방 앞에 도착한 후 문을 열고 들었다.안방에 희미한 불빛이 아른거렸다. 그쪽으로 막 걸어가려고 할 때 엄혜정은 안에서 누군가가 얘기하는 것이 들렸다.‘육성현이 이 방을 쓰니까 그 사람인 게 분명한데, 통화하고 있나? 새벽 한 시인데 무슨 일이 이렇게 급해서…….’“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다들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육성현은 목소리를 최대한으로 누르고 얘기했지만 말속에 담긴 독기를 숨길 수 없었다.엄혜정은 안방으로 들어갔고 통창 앞에 선 육성현은 창문을 통해 엄혜정을 발견했다.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더니 짧게 얘기하고 통화를 끝냈다.“무슨 단서를 찾으면 다시 연락해.”육성현은 엄혜정앞으로 걸어가면서 핸드폰을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졌다.“왜 왔어? 잠이 안 와?”엄혜정은 핸드폰을 한번 보고 얘기했다.“이 늦은 시간에 누구랑 얘기하고 있었어요? 뭐 들켜요?”“아래 사람이랑 말했어. 김신걸이 부탁한 일 때문에 그러지. 김명화 거처를 찾다가 정체를 들키지 말라고
원유희가 일어났을 때 이미 9시가 넘었고, 김신걸은 보이지 않았다.집에 아직 손님이 있다는 생각에 원유희는 쑥스러워졌다.‘다 김신걸 때문이잖아, 왜 참지를 못해? 말로만 마지막이야, 말로만.’이불에서 나와 침대에 내려오자마자 김신걸은 안방으로 들어왔다.훤칠한 키를 자랑하고 있는 김신걸은 식판을 들고 걸어왔다.“깼어? 잘됐네.”김신걸은 시간을 계산한 듯 그녀가 깨난 타이밍에 맞춰 들어왔다.김신걸은 음식을 하나씩 작은 식탁에 올려놓고 식탁을 다시 침대에 올려놓으려고 했다. 원유희는 옆에서 묵묵히 지켜봤다.“침대에서 내려올 필요 없어, 이렇게 먹으면 돼.”“혜정이는?”“아직 있어, 점심 먹고 가려는 것 같아. 아침 다 먹고 가서 만나.”김신걸은 침대 옆에 앉았다.원유희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침대 머리맡의 핸드폰이 울렸다.멍하니 있다가 원유희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임지효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언제 병원에 오냐고 물으려는 거겠지?’원유희는 전화를 받았고 아직 얘기하기도 전에 겁에 질린 임지효의 목소리를 들었다.“유희 씨, 날 구해줘요, 살려줘요, 누가 날 죽이려고 해요, 어서 날 구해줘요…….”“뭐라고요?”원유희는 엄청나게 당황했다.동시에 노크 소리가 울리더니 해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생님, 서재에 놓은 핸드폰이 계속 울려서 가져왔어요.”김신걸은 어두운 눈빛으로 원유희를 한번 보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해림이 건네준 핸드폰을 받았다.경호원의 전화였다.김신걸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어떤 여자가 임지효를 습격했어요.”“지금 갈게.”김신걸은 차갑게 전화를 끊고 안방으로 갔다.원유희는 아직도 임지효랑 통화하고 있었고 김신걸이 들어온 것을 보고 물었다.“병원에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나 갔다 올게, 넌 집에서 기다려.”김신걸은 임지효의 전화를 끊어버리고 원유희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김명화가 킬러를 보낸 게 분명해, 너 혼자 가면 위험하니까 나도 같이 가야겠어.”“안 돼, 걔 목표가 너야. 내
원유희는 가면 그나마 김신걸을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원유희는 차를 타고 어전원을 떠났다.다만 남월만을 벗어나자마자 누군가가 원유희의 뒤를 밟았다.“사모님, 미행하는 사람이 붙었어요.”원유희는 백미러로 뒤를 봤는데, 확실히 계속 따라오는 차가 보였다.자신이 들킨 것을 눈치챘는지 미행하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냈다.기사도 속도를 냈다.어전원의 차는 하나하나가 모두 성능이 아주 좋은 고급 차로서 속도를 내자 뒤따르던 차는 쫓아오지 못하고 흔적 없이 사라졌다.이때, 갑자기 한 여자가 튀어나와 길 중간에 서서 질주하는 차를 마주했다.원유희는 그 여자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천애의 킬러임이 분명했다.기사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여자는 갑자기 총을 꺼냈다.“조심해요!”원유희는 바삐 소리를 냈다.“사모님, 방탄차여서 안심하셔도 돼요.”날아온 총알은 방탄유리에 펑 하고 맞히고 힘없이 떨어졌다.소리만 들렸을 뿐 유리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기사는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길 중간에 선 사람을 무시한 채 앞으로 달려갔다.그 여자도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곧장 앞으로 돌진하더니 부딪치기 전에 뛰어올랐다.이어 차루프에서 쾅 소리가 났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 여자는 차루프에 단단히 붙어 있는 게 분명했다.기사는 눈치를 채자마자 관성을 이용하여 사람을 떨어뜨리려 했다. 하지만 다 헛수고였다.“차 세워요!”원유희는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어서요!”“근데…….”“차가 폭발할 것 같아요!”기사는 안색이 변하더니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원유희가 차 문을 열자마자 차루프에던 사람은 곧장 발로 원유희의 얼굴을 찼다.원유희는 손으로 그 사람의 발을 컨트롤하고 다른 쪽으로 끌었다. 그리고 머리 하나 정도의 거리가 남았을 때 차 문을 힘껏 닫았다.여자는 손을 들어서 막으려고 했고 동시에 칼을 휘둘렀다.원유희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발을 놓아주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여자는 다시 똑바로 서서 독기 가득 찬
산산조각이 난 유리조각은 마치 살기를 띠고 있어 원유희의 목을 벨 것 같았다. 원유희는 그물처럼 벌어진 유리조각을 모두 피할 수는 없어 맨손으로 그 조각들을 받아 다시 여자 킬러를 향해 발사했다. 여자 킬러는 원유희가 이렇게 반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유리조각을 피하지 못하고 모두 목에 박혀 두 눈을 부릅뜨고 쓰러졌다. 원유희는 한숨을 돌리고 몸을 돌려 운전기사와 말했다. “병원으로 가!” 운전기사는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원유희의 뒤를 보고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운전기사가 입을 일깨워주기도 전에 원유희는 가장 빠른 속도로 재빨리 몸을 돌려 총을 든 여자 킬러의 손을 잡고 목을 그었다. 그러자 여자 킬러는 피를 뿜으며 숨을 졌다. 원유희는 피로 물든 신발을 보고 적응하지 못해 뒷걸음쳤다. 그리고 얼굴엔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김 대표님!” 운전기사는 다른 쪽에서 나타난 사람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원유희는 정신을 차렸지만 얼굴빛이 더 창백해졌다. 원유희는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난 남자를 보자 마치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바로 눈길을 돌렸다. ‘김신걸이 내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았겠지? 예전과 전혀 다른 내 모습을 보았겠지? 나의 이런 모습을 본 김신걸은 무슨 심정일까? 예전에 나는 피비린내 나는 김신걸이 두려웠었는데.’ “다친 데는 없어?” 김신걸은 다가와 늘씬한 그림자로 원유희를 뒤덮었다. 원유희의 손은 김신걸의 건조하고 거친 손바닥에 싸였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손에 촘촘한 상처가 나있는 것을 보고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 “차에 타.” 김신걸은 넋이 나간 원유희를 끌고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원유희의 손은 김신걸의 손바닥에서 놓여있었는데 상처를 보던 김신걸의 눈빛이 점점 무거워져 지옥의 사자 같았다. “난 괜찮아, 병원에 가지 않아도 돼.” 원유희는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김신걸은 검은 눈을 들어 원유희를 삼킬 듯 바라보았다.원유희는 김신걸의 눈빛에 움츠러
김신걸은 원유희가 병원에 가서 손에 난 상처를 처리한 후에야 임지효의 병실에 가는 것을 허락했다. 그동안 일반인 출입금지여서 건물 전체가 외부로 공개하지 않아서 다른 환자는 없고 지정된 의사와 간호사만 있었다. 원래 조용하던 건물 내에 지금은 분주했다. 공기 중에 피비린내가 풍겼다. 멀지 않은 곳에 경호원 몇 명과 간호사가 바닥과 벽의 핏자국을 치우고 있었다. 옆에 놓인 물통에는 온통 핏물이었다. 벽에 박힌 총알의 흔적을 보면 여기에 와서 임지효를 습격한 사람이 한 여자뿐만 아니라 다른 킬러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침 통화를 끝낸 육성현이 다가오더니 원유희의 손을 보면서 물었다. “다쳤어?” 원유희는 거즈를 감은 손을 보며 너무 오버라고 생각했다. “괜찮아. 그냥 유리에 긁힌 거야.” 원유희가 말했다. “방금 혜정이가 전화 와서 너 걱정하던데, 괜찮다니 됐어.” 육성현은 말하며 옆에 있는 김신걸을 보며 말했다. “여자 한 명 도망갔어. 그리고 남은 시체는 병원에 실험하라고 기여했어.” “임지효는 괜찮아?” “괜찮아.” “내가 가서 볼게.” 원유희는 병실로 갔다. 육성현은 김신걸과 이쪽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임지효는 들어오는 원유희를 보고 마치 구세주를 본 것처럼 기뻐서 침대에서 내려와 달려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경호원이 튀어나와 싸늘한 얼굴로 임지효를 막았다. 임지효는 급정거를 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희야, 미안해. 널 만나서 너무 기쁜 나머지 내 몸의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는 걸 잊었어…….” “괜찮아.” 원유희가 경호원에게 눈치를 주자 경호원이 뒤로 물러섰다. 원유희는 그제야 임지효에게 물었다. “넌 어때? 네 전화를 받자마자 김신걸이 달려왔어.”임지효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알아, 고마워. 하지만 유희야, 나 병원에 있고 싶지 않아. 안 그래도 무서운데 그 사람들이 정말로 날 죽이러 올 줄은 몰랐어. 유희야, 도와줘…….” 임지효는 눈물이 글썽해서 말했다. 특히 얼굴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