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허락 없이 죽으면 안 돼!” 육성현은 이를 갈며 말했다. 음험한 얼굴은 경련을 일으켰다. 엄혜정은 호흡이 미약해서 육성현의 위협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육성현은 가장 빠른 속도로 엄혜정을 병원 응급실로 들여보낸 후 밖에 서서 기다렸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외투를 입었지만 옷과 손에 피가 묻어 온통 빨간색이었다. 육성현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더니 굳은 눈빛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부하가 앞으로 걸어왔다. 육성현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소식을 봉쇄하고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해.” “네.” 부하는 바로 처리하러 갔다. 육성현은 몸이 나른해지며 벤치에 기대고 앉아 눈빛이 흐트러져 피로 얼룩진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엄혜정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의 온도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엄혜정이 달려들어 총을 막는 장면이 그를 놀라게 했다. ‘엄혜정이 왜 그랬을까? 그 여자는 분명히 날 미워하는데.’ 육성현은 엄혜정이 말을 잘 듣는 이유는 자신의 위협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돈의 힘과 의사의 기술이 마침내 엄혜정의 생명을 건졌다. 엄혜정은 병실로 옮겨졌지만 출혈이 너무 많아 아직 깨어나진 않았다. 병실에 누워있는 엄혜정의 얼굴, 입술, 손이 모두 혈색 하나 없이 창백했다. 의사는 총알이 조금만 빗겨갔어도 사람이 병원에 오는 도중에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육성현은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깊은 호박색의 눈동자로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엄혜정을 바라보았다. 육성현은 엄혜정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엄혜정은 이튿날 오전에 깨어났다. 눈을 뜨니 눈앞이 온통 하얗고 마치 천국에 있는 것 같았다. 이때 시선 위에 검은색이 나타났다. 엄혜정이 초점을 맞추어 자세히 바라보니 육성현의 얼굴이었다. 엄혜정은 그제야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죽었으면 육성현을 볼 수 없을 테니까. 육성현은 면봉에 물을 묻혀 엄혜정의 입술을 적셨다. 물이 입술 사이로 스며들어와 엄혜정의
육성현은 명치가 맞은 듯 심장에 경련이 멈추지 않았다. “듣기 좋은 말을 하면 내가 믿을 것 같아? 내가 감옥에 갇히고 사형선고를 받을 뻔할 땐 네가 이렇게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는 걸 몰랐는데.” 육성현은 한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나는 단지 네가 잘못을 뉘우쳤으면 하는 마음에 이혼합의서로 널 자극한 거야. 나도 사형일 줄은 몰랐어. 미안해…….” 엄혜정은 참회하며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육성현의 손가락을 잡고 말했다. “오빠가 나한테 잘해준 거 나 다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지금 말한 거 모두 진심이야. 나는 오빠가……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육성현은 엄혜정을 주시하며 그녀의 영혼 속으로 파고들 것 같았다. 기나긴 1분이 지난 후 육성현은 손을 빼 일어나 병실을 나갔다. 병실의 압력이 사라지자 엄혜정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머릿속이 복잡해 얼굴을 돌려 닫힌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힘없이 베개에 기댔다. 엄혜정이 한 말은 가짜였다. 이런 위험하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육성현의 마음을 약하게 하는 게 엄혜정의 계략이었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엄혜정은 자신이 죽지만 않으면 성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내가 너무 무섭게 느껴져. 이러면 육성현과 다를 게 뭐가 있어? 혹시 육성현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아니야, 난 육성현과 같을 수가 없어. 나는 단지 자신의 결백을 지키려는 거야. 그 동영상과 사진들이 유출되면 난 정말 붕괴할 거야.’ 부하들이 병원에 도착하자 육대표님이 병실 밖의 벤치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정서가 이상한 것 같았다. “육대표님?” 부하가 불렀다. “알아냈어?” “외딴섬에서 따라온 사람인데 도망갔어요. 아직도 조사 중이에요.”부하가 말했다. “천라지망을 쳐서라도 사람을 찾아내!” 육성현은 음험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네.” 음식을 가져오자 육성현은 침대 옆에 앉아 엄혜정에게 한 입 한 입 먹여주었다. 엄혜정은 반쯤 먹자 먹기 싫어졌다.
‘너무 무섭다.’ 엄혜정은 손을 들어 육성현의 손목을 가볍게 만지며 말했다. “다치지 마.” “그 말은 내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육성현은 짙은 눈빛으로 말했다. “다치지 마. 알았어?” “나는 죽는다고 해도 눈 뜨고 다른 사람이 죽는 걸 볼 수 없어.” 육성현은 마음이 약간 흔들려 엄혜정을 몇 초 동안 쳐다보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어제 네 옆에 있던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래도 달려들었을 거야?” “아니.” 육성현의 눈빛은 더 짙어져 엄혜정의 모든 표정과 감정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등의 상처를 피해 엄혜정을 안았다. 엄혜정은 육성현의 품에 안겨 움직이지 않고 그의 강하고 힘찬 심장박동을 느꼈다. 심장소리는 아주 가까운 것 같았다. 그 후 염씨 부부와 염민우가 거의 매일 엄혜정에게 전화를 했는데 매번 엄혜정은 육성현과 데이트를 한다고 못 간다고 했다. 처음엔 믿었는데 뒤로는 믿지 않았다. “너 어디야? 내가 널 보러 갈게.” 조영순은 총명해서 속이기 쉽지 않았다. “아니에요. 저 밖에 있어요.” “밖에서 뭐 하는데? 쇼핑하는 거야? 그럼 왜 엄마 안 불렀어? 나 지금 그렇게 안 바쁜데.” 조영순은 왼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오른손으로 수하가 건네준 서류에 서명했다. “그냥 친구랑 차 마시고 있어요.” “옛날 친구?” 조영순이 물었다. “빈민가에 살던 사람 말이야?” “네. 마주쳐서 함께 차를 마시고 있어요. 있다가 돌아갈 거예요.” “엄마한테 영상통화로 보여줘.” “…….” 엄혜정은 얼굴을 돌려 소파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는 육성현을 보며 어떻게 할지 몰랐다. ‘육성현은 내가 누구랑 통화하는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난처하다는 것을 모르는지 완전히 방관하는 자세인데.’ “달아, 너 엄마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지금 바로 로얄그룹으로 쳐들어갈 거야.” 조영순이 말했다. “아니에요, 저 몸이 좀 안 좋아서 병원에 있어요.”
“달아, 너 엄마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지금 바로 로얄그룹으로 쳐들어갈 거야.” 조영순이 말했다. “아니에요, 저 몸이 좀 안 좋아서 병원에 있어요.” “뭐라고? 어디가 안 좋은데?” 조영순은 얼굴색이 변하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엄혜정은 할 수 없이 발생한 일을 모두 말했다. “뭐? 너…… 육성현을 위해 총을 맞았다고?” 조영순은 침착하게 물었다. “어느 병원이야? 내가 갈게.” 통화를 마친 후 엄혜정은 고개를 들어 육성현과 눈이 마주쳤다. “저기…… 우리 엄마가 지금 오신다는데 자리 좀 비켜줄래?” 엄혜정이 물었다. “왜?” “잠깐이면 돼.” 엄혜정은 육성현을 째려보며 말했다. “네가 여기 있으면 엄마가 뭐라고 할 거야. 그러니까 일단 피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조영순과 염군, 그리고 염민우가 왔을 때 엄혜정 혼자 병실 침대에 앉아 있었다. 병원에 한동안 입원했더니 상처도 많이 좋아졌고 얼굴색도 회복했다. 조영순이 입원하던 날의 엄혜정의 모습을 보았다면 놀라서 잠도 못 잘 것이었다. “지금은 어때? 아직 아파? 의사는 뭐래? 후유증은 없어?” 조영순은 오자마자 여러 가지 문제를 물었다. “이제는 정말 괜찮으니까 엄마 아빠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며칠 후면 퇴원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후유증도 없고요.” 엄혜정은 엄마 아빠와 동생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가족들한테 관심받는 느낌 너무 좋아. 마치 겨울의 햇볕아래에 있는 것 같이 편해.” “괜찮다고 하니 됐어. 그래도 잘 휴양해야 해.” 염민우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육성현은 어디 있어? 총알까지 막아줬는데 왜 너와 함께 있지 않는 거야?”조영순이 말했다. 염군은 손을 조영순의 어깨에 걸치고 말했다. “울지 마. 일 없으면 됐지. 하지만 달아, 너 누가 총 쐈는지 알아?” “몰라요. 육성현도 아직 조사하고 있어요.” 엄혜정이 말했다. “내가 보기엔 육
“육성현이 보내오든 말든 난 가져올 거야. 못 먹겠으면 남겨.” 조영순이 말했다. 엄혜정은 엄마가 마음이 아파서 그런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더 안 좋을 테니까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조영순이 물었다. 엄혜정은 조영순이 누굴 말하는지 알고 대답했다. “전화받으러 나갔어요.” “아까씨 어떠세요? 곧 퇴원하시죠?” 채수명 아주머니는 관찰하며 물었다. “이틀 후에.” 조영순은 옆에 앉아서 엄혜정이 먹는 것을 보고 물었다. “맛이 어때?” “맛있어요.” “엄마가 요리를 할 줄 몰라서 그렇지. 아니면 직접 요리했을 거야.” “아니에요. 그럼 엄마가 너무 피곤하잖아요.” “딸에게 먹이려고 하는 건데, 아무리 힘들어도 즐거운 일이야.” 조영순은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엄혜정을 보며 말했다. 채수명 아주머니는 옆에 서서 마음이 언짢았다. 돌아간 후 바로 염정은에게 엄혜정이 다친 일을 말했지만 어떻게 다쳤는지는 몰랐다. 점심을 먹고 육성현은 전화가 와서 나가서 받았다. 엄혜정은 누워서 대체 무슨 전화이길래 자신을 피해서 받아야 하나 생각했다. ‘업무적인 거라면 굳이 나가서 받을 필요는 없을 텐데? 혹시 그 총을 쏜 사람을 잡은 건가?’ 병실 방문이 열리자 육성현이 들어와서 말했다. “나 회사 돌아갈게.” “알았어.” 엄혜정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지만 사실은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쓸데없는 일이야.” “난 괜찮으니까 가봐!” 육성현은 엄혜정의 턱을 잡고 부드러운 입술에 뽀뽀를 하고 말했다. “곧 돌아올게. 내가 부하들 보고 지키라고 할 테니 마음 놓고 한잠 자.” 육성현이 떠나자 엄혜정은 핸드폰을 좀 놀다가 눈이 피곤해 잠을 자려고 했다. 이때 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들어가게 해 줘. 난 엄혜정 아빠의 친구야. 친구의 딸이 아프다고 해서 보러 왔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엄혜정은 귀를 쫑긋 세우고 생각했다. ‘목소리가 익숙
서정은 과일 쟁반과 꽃을 탁자 위에 놓았다. 엄혜정은 그 물건들을 힐끗 보도 말했다. “당신이 날 찾아온 건 단순히 병문안을 위해서가 아니죠?” “나는 네가 나에게 궁금할 거라는 걸 알아.” “왜 그렇게 말하는 거죠?” “궁금하지 않으면 날 들여보내지 않았을 테니까.” 서정이 말했다. 엄혜정은 다행히 엄마가 총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여자가 엄마대신 아빠와 결혼했을 테니까!’ “한때 나는 염군과 2년 동안 교제를 했었어. 우린 서로 사랑했어. 조영순이 중간에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난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서정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 여자의 표정은 동정심을 유발했다.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그건 모두 과거일 뿐이에요. 지금 엄마와 아빠는 아주 사랑합니다. 그들에겐 나와 동생도 있어요. 그야말로 완벽한 가정이죠. 당신도 우리 가정을 갈라놓을 생각을 하지 말고 당신의 행복을 찾아가세요.” 엄혜정이 말했다. “남의 가정을 깨뜨리는 건 도덕적이지 못한 일입니다.”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서정의 온유한 얼굴엔 증오가 섞여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은 그 여자는 도덕적이야? 염군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염씨 가문 사람들의 핍박에 못 이겨 조영순과 결혼한 거야.” “한 남자가 정말 한 여자를 사랑한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여자와 결혼할 겁니다. 그리고 염씨 가문에는 우리 아빠만 있는 게 아니라 큰아버지도 있었어요!” “말도 안 돼!” 서정은 얼굴을 돌려 웃더니 다시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정말 그런 거라면 왜 염군이 나보고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했을까?” 서정의 말을 들은 엄혜정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염군은 이혼하면 재산을 계산할 수 없어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어. 그래서 내가 말했지. 나는 명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곁에 남아있기만 하면 만족한다고. 나도 원래 이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염군이 갈수록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아 널 찾아온 거야. 네가 조영순을 설
“바보 같은 여자라고 말해야지.” 육성현이 한마디 덧붙였다. 육성현은 똑똑하지 않은 여자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옆에 앉아서 말했다. “내일 퇴원해.” “퇴원해도 돼?” 엄혜정은 기뻐서 말했다. “드디어 퇴원이야. 여기서 심심해 죽는 줄 알았어.” 육성현은 엄혜정의 진심 어린 표정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집에 가서도 침대에서 내려오면 안 돼.” “그래도 병원에 있는 것보다 나아.” 엄혜정이 말했다. 병원에 있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본인만 알고 있었다. “매일 널 돌보는 사람도 아무 말하지 않았는데 넌 환자로서 요구가 아주 많구나.” 육성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기분 나쁘면 여기 있어도 돼. 난 강요하지 않았어…….” 엄혜정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육성현은 침대 옆으로 가서 앉아 호박색 눈동자로 엄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언제 기분 나빴다고 그래? 난 기분 좋은데.” 말하면서 엄혜정의 부드러운 입술을 깨물고 빨갛게 변해서야 놓아주었다. 엄혜정은 호흡이 흐트러져 시선을 떨구고 말을 하지 않았다. 엄혜정은 육성현의 이런 행동이 무슨 뜻인지 자신을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그를 위해 총알을 막아준 게 고마워서 그러는지 몰랐다. “이렇게 빨리 사랑하진 않을 거야. 조금만 더 기다리자. 때가 되면 그때 빠져나가는 거야.” “무슨 생각해?” 육성현의 뜨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그럼 오늘 퇴원할까? 어차피 오늘이나 내일이나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엄혜정이 요구했다. “내일 해.”육성현은 엄혜정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튿날 오전에 수속을 밟고 퇴원했다. 엄혜정은 육성현에게 안겨 차에 올라 호화주택으로 돌아갔다. 도착하자 육성현이 침대까지 엄혜정을 안고 가서 눕혔다. 엄혜정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조영순에게 퇴원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어? 그러면 데리러 갔을 텐데.” 엄혜정은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자기도 모르게
엄혜정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 너 뭐 하는 거야? 내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어.” “낫지도 않았는데 침대에서 내려와? 이건 벌칙이야.” 육성현은 계속 상처에 뽀뽀했다. “또 내려올 거야?” 육성현은 뽀뽀를 하면서 물었다. 엄혜정은 아무리 참아도 얼굴의 홍조를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혜정은 넋을 잃고 커튼을 바라보며 물었다. “만약에…… 이번에 내가 구조되지 않고 죽었으면 넌 슬퍼했을까?” 육성현은 엄혜정의 얼굴에 뽀뽀하던 동작을 멈추고 말했다. “넌 죽지 않아.” “나도 사람인데 위험에 직면하면 죽을 수도 있지. 그런데 왜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 거야?” 엄혜정은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슬퍼할 거야.” 육성현은 1초 동안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침대에서 내려와도 괜찮다는 것을 알자 그 후로 침대에서 내려오는 횟수가 많아졌고 그 후에는 더 이상 누워있지 않고 정상사람처럼 돌아다녔다. 엄혜정이 어떻게 염씨 저택에 간다는 말을 꺼낼까 생각 중이었는데 안미옥이 왔다. 로비에 앉아 들어오는 사람을 본 엄혜정은 순간 의아했다. 왜냐하면 안미옥은 정상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은 틀림없이 육성현과 관계가 있겠지. 다만 육성현이 이럴 줄은 몰랐어.’ “네가 우리 성현이 때문에 다쳤다는 걸 들었어. 바보같이 왜 그랬어? 성현이는 피부가 거칠어서 괜찮은데 넌 이렇게 부드러운 피부로 어떻게 감당하려고?” 안미옥은 엄혜정의 두 손을 잡고 안쓰러워서 말했다. ‘비록 눈앞의 여자가 정신이 이상하지만 매번 나한테 잘해줬어.’ “지금은 괜찮아요.”엄혜정은 부드럽게 웃으며 가정부에게 차와 다과를 가져오라고 분부했다. 가정부가 가져온 다과를 보고 안미옥은 물었다. “내가 만든 과자 먹어본 적 없지? 내가 예전에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있는데! 기다려 내가 만들어 줄게.” “저기…….” 엄혜정은 막지 못했다. ‘할 줄 알든 모르든 안미옥 보고 하라고 하는 건 아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