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걸은 차를 몰고 치타같이 빠른 속도로 헬리콥터를 쫓았다. 하늘에도 김신걸의 헬리콥터가 목표를 향해 접근하고 있어 그야말로 천라지망이었다. 하지만 원유희를 잡은 남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로켓탄 한 발이 헬리콥터를 향해 날아가더니 쾅하는 소리와 함께 헬리콥터는 폭발하여 큰 불덩이로 변해 바다로 떨어졌다. 롤스로이스가 급정거하자 김신걸이 차에서 내려 숨을 거칠게 쉬며 무서운 눈빛으로 소리쳤다. “누가 한 거야?” 그는 쫓아오는 경호원을 발로 차며 노호했다. “누가 그랬어? 만약에 사람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희들 모두 죽을 줄 알아!” 해변까지 쫓아갔을 때 바다 위에는 불에 탄 비행기 잔해 몇 조각만 떠있었다. 요트를 타고 수색하러 갔는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불에 탔을 뿐만 아니라 바다에 떨어져 사람이 폭파되었는지 아니면 바닷물에 떠내려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김신걸은 미친 듯이 요트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사람을 찾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경호원들은 깜짝 놀랐다. 원유희는 자기가 얼마동안 기절했는지 몰랐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1인용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사방은 하얗고 텅 비어 있어 침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특히 몸이 추운 것 같아 고개를 숙여 보니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아!” 원유희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구석에 웅크리고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왜 옷이 다 벗겨져 있지? 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짓이야 이게?’ 사방의 새하얀 벽에서 갑자기 문이 열렸다. 원유희가 고개를 들어보니 한 남자가 망토 같은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가면을 쓰고 유유히 걸어왔다. 분명 바람이 없는데 그의 두루마기는 약간 나부꼈다. ‘이 사람이 헬리콥터에서 내려와 날 기절시킨 남자야.’ 원유희는 자신의 몸을 더욱 꽉 껴안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빨리 옷 줘!” 남자는 침대 옆에 앉았다. 침대가 약간 가라앉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원유희는 일어서서 말했다. “난 라인과 달라서 여기 있을 수 없어. 나에겐 가정이 있어. 내 남편 김신걸이야, 그를 건드렸다가는 너 큰일 날 거야. 그러니까 날 풀어줘!” 남자는 돌아서서 흥미 있는 표정으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겁주는 거야? 안타깝지만 네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어.” 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가면 뒤의 눈은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마치 원유희의 말에 불쾌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난 가야 해.” 남자는 그녀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돌아가서 뭐 하게? 내가 알기론 네가 김신걸 곁에서 즐겁지 않아서 도망가고 싶어 한다고 들었는데, 지금이 딱 좋은 기회 아닌가? 내 사람이 되면 아무도 널 함부로 괴롭힐 수 없을 거야.” “당신 목적이 뭐야?” 원유희는 냉정하게 물었다. “단지…… 내가 라인을 죽여서? 만약 그거 때문이라면 다시 조사해 봐! 라인은 다른 사람 손에 죽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게 누군데?” “음…… 김명화, 내가 똑똑히 기억해. 김명화야!” 원유희는 확실한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김명화에게 사과했다. ‘할 수 없어. 이 사람이 김신걸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김신걸보다 존재감이 낮은 김명화라도 말해야지. 모르는 사람일수록 더 종잡을 수 없는 법이니까!’ “…….” 남자는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김명화가 죽인 거야. 그보고 라인 자리 채우라고 해!” “난 남자는 필요 없어.” 남자는 검은 두루마기를 털어 바람을 일으켰다. 원유희는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서 늘씬한 몸매의 남자를 보면서 화가 나면서도 초조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눈앞의 남자에게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를 쳐다보며 떠보았다. “혹시…… 명화오빠예요?” 가면 뒤의 눈동자는 아무런 파동이 없이 그녀를 직시했는데 왠지 낯설고 무서웠다. 원유희는 침을 삼키고 생각했다. ‘정말 아닌가?’ 그녀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김명화가 자기를 데리고 김신걸
다만 지금은 그녀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고 심플한 조끼와 핫팬츠를 입고 긴 다리를 드러낸 채 각자의 침대로 돌아갔다. 원유희는 그들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모두 기계 같이 차가운 표정이었고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올라가 코를 골며 잠을 잤다. 원유희는 무슨 상황인지 몰랐지만 이상해서 침대에서 내려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닫힌 문을 열자마자 두 개의 새까만 총구가 그녀의 머리를 겨누어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말벌집이 될 것 같았다. “들어가! 한 발자국만 나오면 쏜다!” 말을 하는 건장한 남자의 몸에는 문신이 있었고 팔뚝은 원유희의 허리보다도 더 굵었다. 총을 쓰지 않아도 한 주먹이면 원유희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원유희는 뒷걸음치며 얼른 문을 닫았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며 문에서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벽에 있는 도안을 보니 낯이 익었다. 생각해 보니 라인의 문신과 똑같은 거였다. 원유희가 얼굴을 돌려보니 침대에서 자고 있는 여자들의 팔에도 원형의 복잡한 도안이 그려져 있었다. “고망 가려고?” 원유희는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니 한 여자가 잠을 자지 않고 침대에 앉아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꿈꾸지 마.” “여기가 어딘데?” “외딴섬이야.” “당신들은 왜 여기에 있어?” 원유희가 물었다.여자는 원유희를 보면서 말했다. “우린 모두 잡혀온 거야, 너도 그런 거겠지? 하지만 넌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나보고 라인을 대신하라고 하던데, 혹시 라인 알아?”여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원유희를 다시 훑어보았다. ‘외모는 순정하고 마치 한 번도 비바람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온실 속의 꽃처럼 연약한 것 같은 사람을 왜 잡아온 거지?’ 원유희는 여자의 눈에서 경멸을 보았다. ‘왜 우습게 보는 거지?’ “여긴 킬러 조직의 본부예요, 라인은 지난번 테스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고요. 이 방에 있는 모든 사
“집합!” 집합이라는 소리에 모든 사람들은 즉시 침대에서 내려와 문밖으로 달려갔다. 한 여자가 멍 때리고 있는 원유희를 일깨워주었다. “가자.” 원유희가 바보처럼 막연하게 따라 나가보니 모두들 줄 서 있었다. 총기를 든 두 근육남이 시체 두 구를 끌고 와서 소리쳤다. “이게 바로 도망간 결과야! 여기선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 이길 수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어!” 날이 어두워져 섬 말고는 사방이 칠흑 같았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다. 원유희는 불빛 아래에 버려진 여자의 시체를 보고 놀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약 이곳이 정말 섬이라면 배를 타고 떠나지 않는 한 도망갈 수 없어.’ 원유희의 마음은 무겁고 절망적이었다. “훈련시작! 뛰어!” 명령이 떨어지자 앞장선 사람이 달리기 시작했고 뒤에 있는 사람도 모두 뒤따라갔다. 근육남이 소리쳤다. “빨리!” 신인들은 킬러훈련받으려면 체력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달리기가 체력훈련의 첫걸음이었다. 원유희는 세상이 미친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인생이 너무 순탄하지 못한 것 같았다. ‘킬러 조직에 잡혀오다니! 난 그저 평범한 세 아이의 엄마일 뿐이라고!’ 달리기는 섬을 에워싸고 달리기 때문에 몇 킬로미터인지 알 수 없었다. 원유희는 폐활량이 약해 평시에 2킬로미터를 달려도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지금은 하늘을 날고 있는 헬리콥터에서 근육남이 총으로 그들을 겨누며 빨리 달리라고 재촉하고 있어서 할 수 없이 뛰어야 했다. 원유희가 이곳에 갇혀서 고생하고 있을 때 김신걸은 모든 세력을 동원해 해역에서 미친 듯이 그녀를 찾고 있었다. 김신걸은 요트 앞에 서서 어떤 실마리도 놓치지 않으려고 굳은 얼굴로 해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눈이 붉게 달아올라 마치 미친 사람 같았다.날이 다시 어두워지자 어느 팀의 리더인지 모르는 사람이 요트로 뛰어가 말했다. “김 대표님, 지금 상황을 봐서는 사람을 찾을 가능성이 아주 작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김신걸은 천
눈물 한 방울이 김신걸이 들어 올린 손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마치 자신의 손바닥에 갇혔던 원유희를 보듯 눈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믿기지 않아 눈이 터질 정도로 힘을 줘 손 안의 눈물을 보았다. ‘네가 어떻게 죽을 수가 있어? 내 허락 없이 날 떠날 수 없어! 난 반드시 널 찾을 거야! 꼭…….’ 그러나 한 달 동안 온 해역을 발칵 뒤집고, 잠수인원들까지 내려가서 찾았는데도 원유희를 찾지 못했다. 헬리콥터가 폭발하는 장면이 김신걸의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되며 그의 뇌신경을 건드려 그는 결국 기절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 바로 병원으로 싣고 갔다. 송욱은 혼수상태에 빠진 김신걸을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 옷이 단정하지 못한 데다 수염까지 지저분했다. 기개는 여전했지만 중상을 입어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 보였다. 진선우에게 물어보고 나서 야 송욱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그곳에 서서 한참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누가 한 짓이지? 이게 결국 원유희의 운명인 건가? 김신걸의 곁에서 괴롭힘을 받거나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송욱은 김신걸이 원유희의 사고 때문에 자극을 받아서 기절했다는 걸 알아챘다. 그리고 체내의 독소가 제거됨에 따라 통제할 수 없는 진실한 감정이 더 미친 듯이 몰려올 것이었다. 하지만 송욱은 강한 김신걸이 빨리 고통 속에서 나올 수 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그에겐 돌봐야 할 세 아이가 있으니까……. 송욱은 마음이 괴로워 한숨을 쉬었다. ‘이건 비극이야.’ 지금 원유희도 마음속으로 같은 말을 외쳤다. ‘이건 비극이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예전에 학교 다닐 때부터 체육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지옥 식 연습을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바다에서 나무를 안고 반듯이 누워 윗몸일으키기도 해야 하다니. 누가 보면 해병대인 줄 알겠네.’ 저녁에 침대로 돌아온 원유희는 죽다 살아온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한 달 후 훈련에 적응하기 전까지 유지되었다. 원유희는
원유희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난 거래를 한 게 아니라 잡혀왔어.” “말도 안 돼. 여기에 온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원해서 온 거야.” 유미는 원유희의 기질과 외모를 보며 여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있는 여자들은 생김새나 피부가 모두 좋지 않았다. 하지만 원유희는 피부가 부드럽고 새하얬다. 한 달 동안 훈련을 했는데도 그녀의 피부는 여전히 빛이 나는 것 같이 새하얬다. 마치 정성껏 키운 아름다운 꽃처럼 조금도 고생할 수 없게 생겼는데 한 달 동안 버티다니 유미도 그녀를 다시 봤다. ‘혹시 내면이 강한 건가?’ “난 정말 잡혀온 거야.” 원유희는 유미를 속이지 않았다. “혹시 원하는 것이 있어?” 유미가 물었다. “난 그저 여기를 떠나고 싶을 뿐이야.” 원유희가 대답했다. ‘아이들은 아직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 난 죽을 수 없어. 하지만 한 사람만 살 수 있는데…….’ “1등을 뽑으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는 거 아니지? 그냥 탈락하는 거지?” 원유희가 물었다. 유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쾅하고 열리더니 근육남 몇 명이 총을 들고 들어왔다. “모두 나와!” 나간 후 그들은 똑바로 서 있었다. 맞은편에는 그녀들과 같은 수량의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있었는데 뭐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이어 근육남이 그들에게 말했다. “살아남고 싶다면 그들을 죽여.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이 그들에게 죽을 테니까!” “장난해? 저 사람들은 남자고 우린 여자인데 어떻게 싸워?” “난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 싫어…….” 근육남의 명령이 떨어지자 여자들이 겁에 질려 항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듣는 사람은 없었다. 이때 남자 중 한 사람이 걸어오더니 손을 들어 칼로 항의하던 한 여자의 목을 베었다. 그러자 여자는 즉사했다. 원유희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모두 숲 속으로 뛰어들어가 원유희도 놀라서 따라 뛰었다. 원유희도 놀라서 따라 뛰었다. 하늘은 칠흑같이 어두
유미는 벌떡 일어나 원유희에게 물었다. “너 괜찮아?” 원유희는 얼굴을 돌려 온몸을 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사람을 죽였어…….” “오늘 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살인했어.” 유미가 냉정하게 말했다. 원유희는 방안의 침대가 절반이 비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없어진 여자들은 모두 살해된 거겠지?’ 돌아온 사람들의 눈빛에 모두 전에 없던 살기를 띠고 있었다. 다음 날에도 훈련을 이어갔다. 근육남이 원유희를 물속으로 밟아 넣자 헤드셋에서 명령을 받고 빠져 죽어가는 원유희를 놓았다. 원유희는 온몸이 젖어 숨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끌려갔다. 유미는 원유희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몰랐다. 원유희는 다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심지어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옷을 갈아입으니 전에 낭패한 모습과 완전 다른 사람 같았다. 식탁 위에는 촛불 만찬이 놓여 있었다. 원유희는 식탁 앞에 앉아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얼굴에 여전히 가면을 쓴 채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엔 코 아래 부분이 드러나 턱선과 목젖이 보였다. 그는 원유희의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 “이것은 널 위해 준비한 만찬인데, 마음에 들어?”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물었다. “한 달 동안 이런 음식 못 먹었지?” “당신이 찾아온 사람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원유희가 되물었다. “제각기 특기가 있던데 난 뭐야? 라인을 죽인 용기? 그건 의외였어! 난 여기와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 날 풀어줘.” “충분해, 그거 하나로 넌 내게 특별한 존재거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는 말하면서 앞에 있는 와인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도 그가 만족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넌 안 마셔? 이 와인 한 모금에 몇 백만 원짜리야.” 원유희는 김신걸 곁에 있으면서 좋은 물건을 많이 봐서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김신걸을 떠나게 돼서 기쁘지 않아? 벌써 그와 헤어진 지
원유희는 자기를 테스트할 함정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밤새 아무 일도 없었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한 말이 틀린 건 아니야. 난 이렇게 긴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어. 도망쳐도 결국 김신걸에게 잡혀갔었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김신걸은 아직도 날 찾고 있을까? 정말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김신걸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침에 해림은 먼저 아이들을 보러 갔다. 아이들인 이미 일어나서 가정부가 그들에게 옷을 입히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식사도 모두 준비되었다. 해림은 안방을 지나갈 때 문이 제대로 닫치지 않아 빛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노크하며 말했다. “김 대표님, 일어나셨어요?” 하지만 안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김 대표님이 들어오지 않은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어제저녁에 늦게 돌아왔는데. 사모님이 그렇게 된 후부터 김 대표님은 영혼이 없는 산 송장처럼 어전원을 드나들었어.’ 아이들이 엄마를 찾겠다고 난동을 부려도 그는 들은 체 만 체했다. 마치 자신을 짐승의 우리에 가두어 외부의 모든 것과 차단한 것 같았다. 해림은 이런 김 대표님을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사모님이 없어질 때도 분노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 세상 찾아다녔는데. 한 달 동안 찾아도 결과가 없자 김 대표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전원은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김 대표님이 가는 곳은 다 이럴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들어 노크했다. “김 대표님, 일어나셨어요?” 방 안에 여전히 아무런 기척도 없어 해림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용한 분위기가 그를 이상하게 했다.그는 방 안으로 들어가며 불렀다. “김 대표님.”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 김신걸을 본 해림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 김신걸은 소파에 앉아 몸을 앞으로 기울여 약간 웅크리고 있었다. 몸에 입은 옷은 어제 돌아올 때 입었던 옷이었다. 침대도 반듯해 잠을 잔 것 같지 않았다. 해림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김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