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난 거래를 한 게 아니라 잡혀왔어.” “말도 안 돼. 여기에 온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원해서 온 거야.” 유미는 원유희의 기질과 외모를 보며 여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있는 여자들은 생김새나 피부가 모두 좋지 않았다. 하지만 원유희는 피부가 부드럽고 새하얬다. 한 달 동안 훈련을 했는데도 그녀의 피부는 여전히 빛이 나는 것 같이 새하얬다. 마치 정성껏 키운 아름다운 꽃처럼 조금도 고생할 수 없게 생겼는데 한 달 동안 버티다니 유미도 그녀를 다시 봤다. ‘혹시 내면이 강한 건가?’ “난 정말 잡혀온 거야.” 원유희는 유미를 속이지 않았다. “혹시 원하는 것이 있어?” 유미가 물었다. “난 그저 여기를 떠나고 싶을 뿐이야.” 원유희가 대답했다. ‘아이들은 아직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 난 죽을 수 없어. 하지만 한 사람만 살 수 있는데…….’ “1등을 뽑으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는 거 아니지? 그냥 탈락하는 거지?” 원유희가 물었다. 유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쾅하고 열리더니 근육남 몇 명이 총을 들고 들어왔다. “모두 나와!” 나간 후 그들은 똑바로 서 있었다. 맞은편에는 그녀들과 같은 수량의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있었는데 뭐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이어 근육남이 그들에게 말했다. “살아남고 싶다면 그들을 죽여.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이 그들에게 죽을 테니까!” “장난해? 저 사람들은 남자고 우린 여자인데 어떻게 싸워?” “난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 싫어…….” 근육남의 명령이 떨어지자 여자들이 겁에 질려 항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듣는 사람은 없었다. 이때 남자 중 한 사람이 걸어오더니 손을 들어 칼로 항의하던 한 여자의 목을 베었다. 그러자 여자는 즉사했다. 원유희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모두 숲 속으로 뛰어들어가 원유희도 놀라서 따라 뛰었다. 원유희도 놀라서 따라 뛰었다. 하늘은 칠흑같이 어두
유미는 벌떡 일어나 원유희에게 물었다. “너 괜찮아?” 원유희는 얼굴을 돌려 온몸을 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사람을 죽였어…….” “오늘 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살인했어.” 유미가 냉정하게 말했다. 원유희는 방안의 침대가 절반이 비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없어진 여자들은 모두 살해된 거겠지?’ 돌아온 사람들의 눈빛에 모두 전에 없던 살기를 띠고 있었다. 다음 날에도 훈련을 이어갔다. 근육남이 원유희를 물속으로 밟아 넣자 헤드셋에서 명령을 받고 빠져 죽어가는 원유희를 놓았다. 원유희는 온몸이 젖어 숨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끌려갔다. 유미는 원유희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몰랐다. 원유희는 다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심지어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옷을 갈아입으니 전에 낭패한 모습과 완전 다른 사람 같았다. 식탁 위에는 촛불 만찬이 놓여 있었다. 원유희는 식탁 앞에 앉아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얼굴에 여전히 가면을 쓴 채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엔 코 아래 부분이 드러나 턱선과 목젖이 보였다. 그는 원유희의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 “이것은 널 위해 준비한 만찬인데, 마음에 들어?”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물었다. “한 달 동안 이런 음식 못 먹었지?” “당신이 찾아온 사람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원유희가 되물었다. “제각기 특기가 있던데 난 뭐야? 라인을 죽인 용기? 그건 의외였어! 난 여기와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 날 풀어줘.” “충분해, 그거 하나로 넌 내게 특별한 존재거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는 말하면서 앞에 있는 와인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도 그가 만족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넌 안 마셔? 이 와인 한 모금에 몇 백만 원짜리야.” 원유희는 김신걸 곁에 있으면서 좋은 물건을 많이 봐서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김신걸을 떠나게 돼서 기쁘지 않아? 벌써 그와 헤어진 지
원유희는 자기를 테스트할 함정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밤새 아무 일도 없었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한 말이 틀린 건 아니야. 난 이렇게 긴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어. 도망쳐도 결국 김신걸에게 잡혀갔었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김신걸은 아직도 날 찾고 있을까? 정말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김신걸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침에 해림은 먼저 아이들을 보러 갔다. 아이들인 이미 일어나서 가정부가 그들에게 옷을 입히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식사도 모두 준비되었다. 해림은 안방을 지나갈 때 문이 제대로 닫치지 않아 빛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노크하며 말했다. “김 대표님, 일어나셨어요?” 하지만 안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김 대표님이 들어오지 않은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어제저녁에 늦게 돌아왔는데. 사모님이 그렇게 된 후부터 김 대표님은 영혼이 없는 산 송장처럼 어전원을 드나들었어.’ 아이들이 엄마를 찾겠다고 난동을 부려도 그는 들은 체 만 체했다. 마치 자신을 짐승의 우리에 가두어 외부의 모든 것과 차단한 것 같았다. 해림은 이런 김 대표님을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사모님이 없어질 때도 분노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 세상 찾아다녔는데. 한 달 동안 찾아도 결과가 없자 김 대표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전원은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김 대표님이 가는 곳은 다 이럴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들어 노크했다. “김 대표님, 일어나셨어요?” 방 안에 여전히 아무런 기척도 없어 해림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용한 분위기가 그를 이상하게 했다.그는 방 안으로 들어가며 불렀다. “김 대표님.”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 김신걸을 본 해림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 김신걸은 소파에 앉아 몸을 앞으로 기울여 약간 웅크리고 있었다. 몸에 입은 옷은 어제 돌아올 때 입었던 옷이었다. 침대도 반듯해 잠을 잔 것 같지 않았다. 해림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김
“김 대표님, 그건 김 대표님 잘못이 아니에요. 임민정이 약을 타서 그런 거였어요.” 해림이 이유를 말했다. 김신걸은 심장에서 통증이 전해와 말을 하지 못했다. 한 번 또 한 번 심호흡을 해서야 통증이 좀 완화되었다. 그런데……. 김신걸은 앞으로 넘어져 한쪽 무릎을 꿇고 탁자에 받친 팔꿈치가 부들부들 떨렸다. “김 대표님!” 해림은 놀라서 소리치며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 “건드리지 마!” 김신걸은 해림의 손을 뿌리치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김 대표님, 진찰을 받으셔야 합니다. 제가 지금 송욱을 오라고 할게요…….”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없고, 날 살릴 수 없어. 난 원유희가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야. 네가 가서 찾아와!” 김신걸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말했다. 그 모습은 마치 낭패하고 고통스러운 짐승 같았다. 해림도 사모님을 찾아오고 싶었다, 그는 매일 사모님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김 대표님도 못 찾는 걸 내가 어디 가서 찾아?’ “유희가 왜 내 시야에서 벗어났지? 내가 옆에 데리고 있었어야 하는데. 어디도 못 가게…… 유희야, 유희야…….” 세 쌍둥이는 뛰어오자마자 아빠가 피를 토하고 바닥에 쓰러진 모습을 보고 놀라서 멍해졌다. “김 대표님!” 해림이 소리 질렀다. 세인시, 육성현에게 잡힌 남자는 숨만 붙어 있을 뿐 사람 몰골이 아니었다. 하지만 육성현은 여전히 그 사람 입에서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어차피 죽을 순 없었다. 죽으면 육성현이 지키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테니까. 육성현은 고문실에서 나와 차를 타고 손으로 차창을 톡톡 두드렸다. 그는 생각에 잠긴 듯 급히 운전하지 않았다. “기회를 만들어 그 자식 도망 가게 해.” 육성현이 말했다. 수하는 바로 육성현의 계획을 알아챘다 왜냐하면 전에 라인도 그렇게 도망쳤으니까. 아쉽게도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이번엔 기대해도 될 것 같았다. 육성현은 저택으로 돌아와 엄혜정을 보지 못해 물었다. “그녀는?” 집사는 그가 말하는 사람
엄혜정은 한숨을 돌리고 말했다. “그래? 그럼 내가 최대한 당신보다 먼저 집에 도착할게.” “그래.” 전화를 끊은 후 엄혜정은 몸을 돌려 다시 거실로 들어갔다. 육성현은 엄혜정의 목을 조르는 것 같이 핸드폰을 꽉 쥐었다. ‘염씨 저택에 자주 가는 것뿐만 아니라 거짓말까지 해? 어떻게 우리의 아이를 죽인 조영순에게 그런 태도를 보일 수가 있어?’ 엄혜정은 소파로 돌아와 앉자 조영순이 물었다. “중요한 일이야?” 엄혜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러오더니 염민우가 긴 다리를 내디디고 들어왔다. “다 있었네요?” 그리고 엄혜정 옆에 털썩 앉아서 말했다. “오늘 여기에서 자고 가!” 염씨 저택에는 엄혜정을 위해서 준비한 방이 있었는데 심지어 염민우의 방보다도 더 좋았다. 하지만 엄혜정이 육성현의 위협에 의해 돌아간 후부터 거주한 적이 없었다. “아니야, 다음에…….” “혜정 씨는 무슨 다음이 그렇게 많아?” 염민우가 캐물었다. 엄혜정은 좀 부자연스러웠다. 그녀는 확실히 매번 다음으로 얼버무렸다. 염군은 딸을 두둔했다. “넌 매일 집에서 잤냐?” 조영순도 원망했다. “넌 집이 여관이냐?” “엄마 아버지의 눈에는 엄혜정밖에 안 보여서 제가 매일 돌아와서 자는 것도 모르죠?” 염민우는 투덜거렸다. “그래 네가 수고가 많네.” 염군은 웃으며 말했다. 조영순은 입꼬리를 올리고 보배 딸을 보았다.채수명 아주머니는 가족같이 웃고 얘기하는 네 사람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예전엔 정은 아가씨가 늘 함께였는데 왜 엄혜정으로 바뀐 거지? 하나는 하늘의 별이고 하나는 시궁창의 쥐인데 같을 수 있겠어? 이 천한 년이 눈치도 없나, 왜 계속 오는 거야?’ 밖에 또 자동차 소리가 나자 채수명 아주머니는 보지 않아도 누구인 줄 알고 기뻐하며 조영순에게 가서 말했다. “둘째 부인님, 큰 아가씨가 온 것 같습니다.” 이때 염정은이 집에 들어섰다. “삼촌, 숙모.” 염정은은 깡충깡충 뛰어서 오다가
예전에 엄혜정이 없어졌을 때 염정은이 염씨 가문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지금 엄혜정이 돌아왔다고 해서 염정은을 냉담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이 정도 이치는 조영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어쩔 수 없이 친딸을 두둔했다. 식사 후 엄혜정이 돌아가려고 하자 염민우가 데려다주었다. 조영순과 염군은 아쉬워서 입구에 서서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염정은이 보고 있었다. 염정은은 염씨 저택에서 묵었다. 채수명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따뜻한 우유를 가져와서 말했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 수면에 도움이 돼요.” 염정은은 우유 마실 기분이 없었다. 그녀는 이상해서 물었다. “삼촌과 숙모가 엄혜정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 엄혜정 자주 왔다며? 매번 와서 뭐 해?” “아마도 둘째 어르신과 둘째 부인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웃겨! 걔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기쁘게 해 드려?” 염정은의 눈엔 엄혜정은 남이었다. “삼촌이랑 숙모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엔 엄혜정을 딸로 키우려는 것 같아요. 아가씨도 보셨잖아요.” 채수명 아주머니가 말했다. “엄혜정이 올 때마다 저희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라고 분부하고, 먹고 입고 쓰는 것을 다 준비해 놓았어요. 그리고 매번 둘째 부인과 둘째 어르신이 집에서 엄혜정과 얘기를 나누었어요. 심지어 민우 도련님도 자주 집에 돌아왔어요!” 염정은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염씨 가문이 어떻게 빈민가에서 나온 여자를 딸로 받아들일 수 있어? 특히 조영순은 자부심이 높아 조건이 안 맞는 사이를 질색하던 사람이었는데 왜 엄혜정한테 저렇게 잘 대해주는 거지? 게다가 육성현 때문이라니, 더 이해를 할 수 없어.’ 채수명 아주머니는 염정은이 그렇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방법을 제시했다. “큰 아가씨, 아무리 그래도 둘째 부인이 아가씨 친어머니가 아니니까 불안한 관계에 아무런 보장이 없어요.” 염정은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그건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이 없잖아.’ 염정은은 지난번에 염씨 저택에서 육성현에게 이용당한 후 더 이상 그를 만난 적이 없었다. 염씨 가문의 큰 아가씨로서 염정은의 선택이 육성현뿐은 아니었다. 아무리 좋아도 목숨이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육성현이 아니면 조영순 마음에서의 지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설마 조영순이 정말 이 일 때문에 날 좋아하지 않는 건가?’ 엄혜정은 염민우보고 저택과 50미터 떨어진 곳까지만 데려달라고 했다. 그녀는 육성현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에도 육성현이 그녀와 염민우의 관계를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엄혜정은 정말 뜬금없는 의심이라고 생각했다. 염민우는 그녀에게 동생 같은 존재인데 육성현이 왜 그런 오해를 하는지 몰랐다.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염민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엄혜정이 고개를 돌리자 염민우가 그녀의 이마에 뽀뽀를 했다. 엄혜정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미…… 미쳤어? 왜 나한테 뽀뽀해?” “굿나잇 키스랑 비슷한 거야!” 엄혜정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몇 걸음 가지 않아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본 엄혜정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엄혜정은 이게 산소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현기증처럼 공포 때문에 생긴 증상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염민우가 왜 갑자기 이마에 키스했는지 알았다. 그는 일부러 그런 거였다. ‘이렇게 사람을 골탕먹이다니.’ 염민우는 차에서 내려 그녀의 곁으로 걸어가 말했다. “뭘 그렇게 무서워해?” “내가 언제 무서워했다고 그래?” 엄혜정은 부인했다. “하지만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넌 그러지 말아야 했어.” “사실 우리 부모님은 당신이 육성현에게 돌아가는 걸 원하지 않아. 염씨 가문이 널 먹여 살릴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염민우는 엄혜정이 그와 함께 차에 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엄혜정이 말했다. “넌 아무것도 몰라…….” “날 어린애 취급하지 마.”
“아! 아아…….” 엄혜정은 사레가 들려 고개를 흔들며 저항했다. “깨끗이 씻어!” 육성현은 그녀의 멱살을 잡고 제압했다. “윽! 콜록콜록! 아!” 엄혜정은 그와 맞설 힘이 없어 머리만 흔들었다. 물이 그녀의 얼굴에 뿌려져 목을 따라 흘러내려 옷을 적셨다. 그러자 얇은 흰색 셔츠가 몸에 붙어 그녀의 몸매를 드러냈다. 육성현은 그녀의 얼굴에 물을 뿌리며 늑대처럼 흉악한 눈빛이 변하더니 그녀의 목에서 아래로 훑어보았다. 엄혜정은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이 줄어들자 기회를 틈타 육성현을 밀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물이 입과 코를 통해 배에 들어가 마치 고대의 물고문을 받은 것 같았다. 육성현은 그녀 앞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깨끗이 씻겼지? 다음에 또 그러면 직접 너의 가죽을 벗길 거야.” 분명 춥지 않은데 엄혜정은 몸을 심하게 떨었다. ‘육성현은 사이코야!’ 육성현은 그녀 앞에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서 말했다. “내가 보낸 동영상을 그에게 보여줄까?” “육성현!” 엄혜정은 놀라서 안색이 방금보다 더 창백해져서 소리 질렀다. 그녀의 반응이 육성현을 즐겁게 만들었다. “농담이야.” 육성현은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만지며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너의 몸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리가 없잖아! 그리고 내일부터 염씨 가문과 왕래하는 거 금지야.” “나는 지금 조영순의 수양딸이야. 설마 이 정도의 자유도 주지 않는 거야? 나도 혈육 간의 정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너에겐 나 하나만 있으면 돼.” 육성현이 일어서서 눈빛으로 경고했다. “좋은 말할 때 들어. 다음에 또 가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밥상을 엎어버릴 테니까.” 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나갔다. 엄혜정은 넋을 잃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이젠 거기에도 못 가는 건가? 됐어, 안 가면 그만이야. 내가 조영순의 친딸도 아니고. 난 그런 운명이 없나 보지 뭐.’그녀는 어차피 젖은 김에 일어나서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나와보니 그녀의 핸드폰이 침대 머리맡에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