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림은 약병을 들고 병원에 가서 점검해 보라고 분부했다. 그리고 저녁이 다 되어서야 결과가 나왔다. 해림은 보고서를 가지고 직접 서재로 가서 일의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김신걸은 검사결과를 들고 약물의 성분을 보니 정신을 혼란하게 만들고, 난폭하고 통제력을 잃어 사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고 쓰여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풀지 못할 정서에 빠져 있었다. 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리며 지옥에서 온 것 같이 공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가정부 데리고 와.” 임민정과 혜진이는 김신걸 앞에 끌려가자 다리에 힘이 풀려 책상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벌벌 떨었다. “약성분을 점검해 보니 안에 사람의 정신을 이상하게 만드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었어.” 해림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짓을 했는지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여기서 죽을 거니까.” 임민정과 혜진이는 절망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혜진이는 울면서 말했다. “사모님이 임신했을 때 임민정이 나에게 작은 약물을 주면서 그걸 먹으면 사모님의 입덧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했어요.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절대로 사모님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었어요. 임민정이 계속 효과가 좋다고 해서, 사모님이 입덧하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랬어요.” 해림은 얼굴색이 잿빛이 된 임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너는? 약물 어디서 난 거야? 누구한테 약을 탔었어? 김 대표님께서 한 명씩 묻기 전에 얼른 말해.” “라…… 라인이라는 여자가 준 거예요.” 임민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림은 자기도 모르게 책상 뒤에 있는 김 대표님을 바라보았다. 그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 음산하고 무서운 먹빛을 띠고 있었다. “계속 말해.” 해림이 명령했다. “라인이라는 여자가 나보고 사모님한테 약을 타라고 했어요. 사모님이 정서를 통제할 수 없고 미치게 만들어서…… 김 대표님을 떠나게 하면 돈을 준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사모님이 임신한 채 도망치다가 차…… 차사고가
‘게다가 여자 목소리야. 김신걸이 대체 서재에서 뭐 하는 거지?’ “아!” 여자는 더 심하게 울기 시작했다. 듣는 사람이 다 불쌍하고 소름 끼칠 정도였다. ‘김신걸이 대체 안에서 뭐 하는 거야?’ “사모님 무슨 일 있으세요?” 뒤에 있던 가정부가 다가와서 물었다. 원유희는 마치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놀라서 즉시 몸을 돌려 떠났다. 서재의 문이 열리더니 김신걸이 나와서 원유희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서재 안에 있는 혜진이는 놀라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임민정은 이미 피를 토하며 쓰러져 숨만 붙어있었다. 혜진이는 임민정을 한 눈 보고 큰 공포를 느꼈다. “이 두 사람…… 모두 감옥에 던져버려. 강간범 부류로.” 김신걸에겐 사람을 죽지도 못하고 고통스럽게 할 방법이 아주 많았다. 강간범은 남자들뿐이었다. 거기에 여자 두 명을 가둬넣는다는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인간 연옥일 것이었다. 기절한 임민정은 듣지 못했지만 혜진이는 그 말을 듣고 놀라서 바로 기절했다. 김신걸은 분부하고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이 들어와 임민정과 혜진이를 끌고 나갔다. 해림은 다른 가정부에게 서재를 정리하라고 했다. 가정부들은 바닥의 피를 보고도 담담하게 청소했다. 원유희는 주방에서 세 아이에게 먹일 우유를 타고 있었다. 이런 일들은 그녀가 직접 할 필요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직접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안 그래도 아이들을 잘 돌봐주지 못해서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렇게 라도 해야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았다. 원유희는 우유를 세 병 타고 넋을 잃고 우유병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방금 서재에서 들은 울음소리뿐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일까? 하지만 무슨 소리든 나와는 상관없어. 난 그냥 김신걸을 건드리지 말고 그에게 괴롭힘만 당하지 않으면 돼.’ “무슨 생각해?” 갑자기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와 원유희는 몸을 떨며 우유병 한 병을 떨구었다. 그러자 김신걸이 큰 손을
‘김신걸은 이 시간에 나가서 뭐 하려는 거지? 오후에도 일찍 들어왔는데? 이상한데!’ 하지만 원유희는 의심스러울 뿐 깊이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마치 김신걸이 무슨 일을 하든 자기와 상관없다는 듯이 우유병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송욱이 김신걸의 전화를 받았을 때 다른 사람의 집에서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고 있었다. 그녀는 의사로서의 체면을 잃은 지 오래 었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 앞치마를 두르고 여주인에게 개처럼 부림 받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더 이상 제성에서 의사 직업을 찾을 수 없었다. 김신걸에게 받은 월급을 모두 돌려주고도 모자라 집과 차를 다 팔고 지금은 셋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가정의 지출을 위해 이런 막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송욱은 김신걸이 자기에게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몰랐다. 그리고 왜 지금 당장 병원으로 오라고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송욱이 청가하자 여주인은 다시는 오지 말고 꺼지라고 했다. 그래도 그녀는 감히 홀대하지 못하고 앞치마를 벗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왜냐하면 어느 쪽이 중요한지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송욱은 가장 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해서 원래의 사무실로 갔다. 문 앞에 경호원들이 서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 김신걸이 앉아있었다. 그 모습은 송욱이 맞아서 머리가 터지던 날과 같았다. “김 대표님…….” 송욱은 다가가며 말했다. “김 대표님의 돈은 내가 최대한 빨리 갚을 테니 저에게 시간을 좀 더 주세요.” “송 선생님 못 알아보겠어. 힘들게 사나 봐?” 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차갑게 송욱을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이건 모두 제가 응당히 받아야 할 벌입니다.” 송욱은 감히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다. “돌아와서 계속 일 해!” 송욱은 환청인 줄 알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나한테 약을 타서 피 뽑아서 검사해봐야 해.” 김신걸은 송욱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고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언제까
왜냐하면 김신걸과 원유희는 이미 혼인신고를 한 상태이고 원유희도 그의 곁에 남아있겠다고 했으니 약 때문이 아니라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었다. 김신걸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약을 먹었다. 깁에 돌아왔을 때 원유희가 방에 없고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자 김신걸은 바로 조급한 증세가 나타났다. 그는 침대에 앉아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머리카락을 힘껏 당겼다. 얼마나 힘을 주었으면 팔에 핏줄이 다 곤두섰다. 약을 먹었지만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이제는 약 때문이라는 걸 알았으니 통제는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또 포악해졌을 테니까. 원유희는 들어오자마자 김신걸의 포악한 모습을 보고 놀라 뒷걸음치며 황급히 설명했다. “내가 아이들과 놀다가 잠이 들어버려서…….” 그녀는 샤워를 하고 갔는데 잠이 들 줄은 몰랐다. 김신걸은 고개를 들어 핏발이 가득한 검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난 너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테니까.” 원유희는 그가 한 말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왜 이러는 거지? 설마 함정인가? 나한테 아무 짓도 안 하겠다는 사람 눈빛이 너무 무섭잖아.’ “다음에는 안 그럴게.” 원유희는 부드럽게 물었다. “샤워하러 갈 거야? 내가 잠옷 준비해 줄 게.” 그녀는 말하고 옷방에서 김신걸의 잠옷을 꺼내 욕실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몸을 돌리기도 전에 욕실 문이 열렸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들어온 것인지 알았다. ‘또 예전처럼 같이 씻자고 강요하겠지, 그리고 내가 지쳐 기절할 때까지 날 괴롭힐 거야.’ 그래서 밤은 원유희에게 너무 무서운 시간이었다. 마귀가 출몰하니까.원유희는 김신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그 자리에 서서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김신걸은 그녀의 숨길 수 없는 긴장과 불안을 보고 물었다. “너 안 씻었어?” 그의 말에 원유희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바로 정신 차리고 말했다. “씻…… 씻었어, 그럼 나 먼저 나갈게.” 원유희는 욕실에서 나와 문을
김신걸은 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품속에 있는 사람을 보니 마음이 저려오는 것 같았다. 그는 이 느낌이 약물과 관련이 있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정서로 인한 건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원유희를 품속으로 꼭 안고 싶었다. ‘그녀가 나에 대한 공포는 다 내가 초래한 거야.’ 하지만 김신걸은 원유희에게 약물에 관한 일을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원유희가 받은 상처는 정말이니까. 내 몸의 독이 모두 없어진다면 그땐 어떤 심정일까? 미친 소유욕이 사라지면 뭐가 남지……?’ 윤설은 어전원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원유희가 돌아왔는지도 모르고 매일 사모님이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녀는 운전해서 막힘없이 어전원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몸엔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는 명품들이었다. 하지만 입가에 웃음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굳어버렸다. 먼 곳에 윤설이 혐오스러워하는 그림자가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햇빛이 그녀의 몸에 쏟아져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윤설은 잘못 본 줄 알고 다가갔다. “원유희?” 윤설은 놀라서 큰소리로 물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원유희는 그녀를 한 눈 보고 아무 표정 없이 말했다. “내가 내 집에 있는 게 이상한 거야?” “하…… 하지만 넌 분명 도망갔잖아! 그런데 왜 돌아온 거야? 왜 계속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거야?” “그건 김신걸한테 물어야 할 거 같은데, 왜 굳이 나를 잡아와서 사모님의 자리에 앉히려는 건지.” 원유희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김 사모님의 자리는 윤설이 그토록 갈망하던 것이었다. 원유희의 말을 들은 윤설은 마음이 찔린 것 같이 아팠고 뺨을 맞은 것처럼 얼굴색이 안 좋았다. 그 눈빛은 지금 원유희를 갈기갈기 찢고 싶은 것 같았다! “못 생긴 게 왜 계속 김신걸의 곁에 있는 거야?” 윤설은 앞으로 달려들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네 방에 거울 없어? 얼굴이 어떤 몰골인지 보이지 않는 거야? 왜 여기서 사람 밥맛 떨어지게 하냐고?”원유희
“사랑을 받으니까 당연히 자신 있지.” 윤설은 오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건 본인만 알고 있었다. “나는 단지 누군가가 내 앞에서 허세 부리는 걸 좋아하지 않을 뿐이야!” “그럼 그런 우월감을 계속 유지해.”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혹시 네가 김신걸한테 뭐라고 한 거 아니야?” 윤설은 화가 나서 말했다. 원유희는 그녀의 화가 난 얼굴을 보고 말하기도 전에 계단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그 깊고 예리한 검은 눈동자의 위압과 압박은 거리가 멀어도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말하라고!” 윤설은 무시당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기가 어전원이 아니라면 벌써 손을 댔을 것이었다! “저쪽에 누군지 한번 볼래?” 원유희가 물었다. 윤설은 그제야 원유희가 주시하던 방향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채고 고개를 돌렸다. 김신걸을 본 그녀는 놀라서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거리가 멀어서 그들이 말한 내용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무서워?” 원유희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너 김신걸이 어전원에 있다는 걸 왜 말 안 했어?” 윤설은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무서울 게 뭐가 있어? 난 그냥 너무 의외여서 그런 거야! 너 같이 재수 없는 사람이랑 말도 섞기 싫어!” 말을 마친 윤설은 김신걸에게로 다가가 계단 아래에 서서 밝게 웃으며 말했다. “신걸 씨, 볼 일 끝났어요? 내가 신걸 씨 보러 왔어요.” 김신걸은 마치 제왕처럼 계단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공기 속에 위압감으로 가득 찼다. 윤설의 웃음이 점점 굳어지더니 부자연스럽게 말했다. “신걸 씨, 왜 말 안 해?” “꺼져!”윤설은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김신걸의 꺼지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해 마음속의 말을 내뱉었다. “신걸 씨,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돼, 왜 하필 원유희여야만 하는 거야? 그 여자는 신걸 씨와 어울리지 않아. 그리고 그녀의 마음도 신걸 씨한테 없다고. 신걸 씨 말 한 마디면 원하
원유희는 김신걸이 왜 불쾌한 옛날얘기를 꺼내는지 몰랐다. “고마워…….” 원유희는 감사를 표시했다. 그녀는 이게 김신걸과의 가장 좋은 상태인 것 같았다. “왜 나한테 고맙다고 해?” 김신걸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아니, 난 그냥 습관이 되어서…….” 원유희가 해명하려고 하자 김신걸이 그녀의 몸을 돌려 허리를 잡은 손을 놓았다. 그리고 원유희가 정신 차렸을 땐 김신걸이 이미 방 안으로 들어갔다. ‘화난 건가?’ 김신걸은 서재에 들어가 서랍 속에서 약을 꺼내 급히 입에 넣고 물도 마시지 않고 그냥 삼켰다. 알약이 식도를 긁었지만 그는 아무런 감각이 없는 것 같이 안색이 어두웠다. 방금 또 욱해서 하마터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뻔했다. ‘송욱이 자제할 수 없을 땐 원유희와 거리를 유지하라고 했어.’ 김신걸은 소파에 앉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애써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다. 억제할 수 없는 감저이 그를 약물과 상관없는 게 아닌지 의심하게 했다. ‘원유희는 내거니까 아무도 내 곁에서 빼앗아 갈 수 없어. 하지만 그녀의 모든 말이 다시 떠나고 싶다는 징조인 것 같아.’ 김신걸은 마음속의 화를 발산할 곳이 없어 한 손으로 탁자를 잡고 수십 근이 되는 탁자를 뒤집었다. 안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밖에 있던 가정부들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서둘러 큰 집사를 찾으러 갔다. 해림은 가정부의 말을 듣고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괜찮아, 김 대표님이 나오면 들어가서 청소하면 돼.” 해림은 김 대표님이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었다. ‘김 대표님 지금의 몸상태는 약을 투여받은 것 때문이니 철저한 치료를 받아야 좋아질 거야. 그런데 김 대표님이 왜 사모님에게 말하지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사모님이 알아야 이해할 텐데!’ 윤설은 운전하면서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다. “알았어, 10분 정도면 도착해.”매니저가 전화를 한 것은 윤설에게 오늘 오후 2시에 예술 음악회에 관한 토론회가 있다고 일깨워주
기자들은 잠깐 멍해졌다가 비로소 카메라를 윤설에게로 돌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순간 플래시가 미친 것 같이 반짝였다. 윤설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억지로 진정하고 경찰들에게 물었다. “뭐…… 뭐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경찰이 실수할 리가 없잖아요. 저희와 함께 가시죠!” “알았어요, 같이 가서 조사받을 게요. 잘 못한 거 없으니 난 당당해요. 내 변호사도 부를 거예요!” 윤설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경찰을 따라가기 싫었다. 하지만 매체 앞이라 체포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러면 자신의 이미지가 더 나빠질 거라는 걸 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설이 매체 앞에서 경찰에게 연행되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서 터져 깊은 물에 폭탄을 던진 것 같이 큰 위력을 일으켰다. 세금을 훔쳤다니, 살인을 했다니, 남자와 사통 했다니, 별의별 소문이 다 났다. 그리고 그럴수록 사람들은 진실이 더 궁금해졌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경찰을 찾아가서 물어보기도 했다. 원유희는 아이와 함께 노느라 인터넷을 볼 시간이 없었다. 상우가 노트북을 안고 와서 그녀에게 보여줘서야 알게 되었다. ‘무슨 중대한 일이길래 경찰이 매체들 앞에서 그녀를 데려갔지? 나중에 별일 아니라고 해도 윤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텐데. 왠지 일부러 그런 것 같아.’ 원유희도 속이 시원하고 싶었지만 김신걸이 곧 해결해 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김신걸이 돌아오자 그녀는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그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김신걸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았고 인터넷에 윤설에 관한 뉴스는 여전히 난무하고 있었다. ‘김신걸의 세력이라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잠잠해지기는커녕 점점 사태가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공식사이트에서 윤설이 형사사건으로 인해 체포되었다는 통보를 발표했다. 이젠 조금의 요행도 없이 확실해진 일이 되었다.윤설은 수감실에 구속되었다. 피아노의 여신이 결국은 그렇게 추락했다. 각 매체에서는 미친 듯이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