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오빠, 고마워요.” 원유희가 커서 귀국한 후론 처음으로 이렇게 그를 부르는 것이었다. 김명화는 잠깐 멈칫하더니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오빠가 널 보호해 줄 게!” 가능하다면 원유희는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사실 원유희가 성장할 때 가정의 분위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고통으로 차 있었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김신걸을 만난 후에 원유희는 강자 앞에서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과 보호를 받지 않았더라면 안전하게 바다 건너편으로 도망 와서 김신걸의 견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었을 거야. 이젠 매일 밤 김신걸의 소유욕에 시달려서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유희야.” 한동안 말소리가 없고 호흡이 가빠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김명화는 원유희의 정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알아요.” 원유희는 목이 메었다. “명화 오빠, 김신걸 쪽은 지금 어떻게 됐어요?” “지금 널 찾겠다고 온 제성을 들썩이며 소란을 피우고 있어.” 핸드폰을 들고 있는 원유희의 손가락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다시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김신걸이 아주 먼 제성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을 듣자마자 긴장과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공포는 마치 뼛속까지 파고든 것 같아 소식만 들어도 자극을 받았다. “걱정하지 마, 그는 절대 널 찾을 수 없어.” 김명화가 말했다. 찾을 수 있다면 김신걸이 그렇게 미친 듯이 날뛰지 않겠지. 모든 관계를 동용하고 전 세계를 뒤흔드는 목적이 바로 원유희를 찾아내려는 것이었다. “네.” 원유희도 정신을 차려 자기가 너무 과민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녀는 김명화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통화를 끝냈다. 김명화는 원유희로 하여금 혼자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했다
원유희가 사라지던 날, 김신걸의 차에 남기고 간 것이었다. 김신걸은 음산한 검은 눈동자로 원유희의 핸드폰을 들고 안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량의 세 쌍둥이들의 동영상과 사진을 보았다. ‘전에 봤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진 않았는데.’ 순간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한담과 같이 변했다. 왜냐하면 이 사진과 동영상들이 원유희가 계획적으로 사라졌다는 것을 증명했다. ‘내 전면적인 통제하에 원유희가 대체 어떻게 표원식과 연락한 거지? 혹시 아파트에 있을 때인가? 그때가 그들의 유일한 만남이었어. 그리고 통화기록에 표원식이 걸어온 전화는 있었지만 원유희가 모두 받지 않았어. 원유희가 나수빈과 통화를 한 번 하긴 했는데, 설마 표원식이 나수빈을 통해 원유희에게 말을 전달하겠어? 만약 정말 그렇다면 나수빈과 통화를 한 후에 표원식이 그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가 없지! 하지만 정말 도망갈 계획이었다면 원유희가 안 받을 리 없는데. 혹시 속임수인가?’ 김신걸은 왠지 원유희가 사라진 게 표원식과 상관이 있을 것 같았다. ‘아니면…… 표원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는 건가? 누구일까?’ 김신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는 실눈을 뜨고 음산한 빛을 발산하며 핸드폰을 꺼내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절에 간 날 김명화의 행방을 조사해.” 3시간 후, 경호원이 전화 와서 그날 김명화는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냈고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고 보고를 했다. 그리고 CCTV에도 김명화의 그림자가 찍혔다. 김신걸은 갑자기 막다른 골목에 막힌 것 같았다. 그는 자기를 죽이려던 사람들을 조사해 봤는데 모두 빛을 볼 수 없는 전문 타자들이었고, 그날 모두 사망해서 이용할 수 있는 단서가 하나도 없었다. 살아서 도망간 사람이 있다고 해도 조사하기는 어려웠다. 김신걸은 고개를 숙이고 음침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의 가늘고 긴 흉터는 이미 딱지가 앉아 갈색을 띠고 있었고 약간 비뚤어서 험상궂고 무서워 보였다. 원유희가 보이지 않아 장기간 화난
“유희 씨가 나한테 빚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모두 내가 원해서 한 거예요.” “혹시…… 아직도 날 좋아해요?” 원유희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표원식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내가 김신걸 그 미친놈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 사람은 내 곁에 다른 남자가 있는 걸 용납하지 못해요…….” 원유희의 눈물은 줄 끊어진 구슬처럼 흘러내렸다. “그럼 나보고 유희 씨가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으라는 거예요? 난 그렇게 못 해요.” 표원식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희 씨, 우린 이제 돌아갈 수 없어요. 유희 씨도 이젠 어둠 속에 갇혀있는 게 아니니 계속 앞만 보고 걸어가면 빛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원유희는 울음을 터뜨릴까 봐 입을 막고 있었다. 그녀는 표원식에게 마음속의 정서를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표원식은 그녀의 고통과 지금까지의 괴로움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유희 씨, 내가 당신을 찾아갈게요.” 원유희는 마음이 아파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표원식이 날 보고 싶은 마음이 저렇게 짙고 견고한데 내가 어떻게 거절해?’ 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는 베란다 가드레일 옆에 기대어 아래로 보고 있었다. ‘표원식은 내가 있는 주소를 묻지 않았어. 그렇다는 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거잖아.’ 원유희가 김신걸의 수단을 알기 때문에 하나도 걱정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표원식이 감시하는 사람을 떨쳐낼 수 있을까? 여긴 외국이고 김신걸의 세력도 제성에서처럼 강하지 않으니 발견할 수 없겠지?’ 원유희가 양옥집에서 생활한 지 6일째 되는 날, 그녀가 밥을 먹고 있는데 밖에서 갑자기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에 올 사람이 없는데.’ 원유희는 들킬까 봐 아예 문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그래서 차 소리를 듣자마자 놀라서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잠갔다. 화장실에 들어간 원유희는 안전하지 않는 것 같아 위층으로 올라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안 돼, 지금 나가면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 날 볼 거야.’그녀가
두 사람은 앉아서 함께 식사하기 시작했다. 표원식은 원유희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 작은 행동이지만 사람을 설레게 했다. 특히 원유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관심과 애정으로 가득 찼다. 그 눈빛은 마치 편한 곳에서 포근한 햇빛을 내리쫴는 느낌이었다. 원유희는 코가 시큰거렸다. 그녀는 표원식이 자기의 눈물을 볼까 봐 머리를 숙였다. 이건 그녀가 예전에 좋아하고 동경했던 따뜻함이고, 표원식과 결혼하면 평생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생활이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김신걸에게 마음이 끌린 후에야 표원식에 대한 호감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런 말은 듣는 사람이 상처받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말은 할 수 없지만 원유희의 마음은 죄책감과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왜 나는 표원식을 사랑할 수 없을까? 만약 그게 사랑이라면 모든 것을 버리고 그의 손을 잡고 멀리멀리 떠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표원식 혼자서 계속 노력하고 나는 아무것도 줄 수 없으면서 비겁하게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여기 음식 입맛에 맞아요?” 표원식은 원유희가 음식만 먹으며 말도 안 하고 의기소침해 보여서 부드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내가 옛날에 외국에 칠 년 정도 살아서 이미 적응됐어요. 그리고 저분들 다른 나라 음식도 할 줄 알아요.” 원유희는 갑갑한 마음을 꾹 참고 말했다. “원식 씨는 이제 귀국하지 않을 계획인가요?” “제성은 김신걸의 천하라 내가 돌아가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표원식이 계속 말했다. “여기서 다시 시작하면 돼요.” 그는 마치 잃어버린 게 차 한 대, 혹은 값어치가 없는 집 한 채인 것 같이 말했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었다. “원식 씨 부모님은…… 괜찮아요?” 원유희는 걱정스러워서 물었다. “수빈이모가 나한테 전화까지 했는데 내가 결국 그 일을 막지 못했어요, 나에게 실망이 크실 거예요…… 죄송해요…….” “처음에는 확실히 충격을 받았지만, 그들도 이 일이 유희 씨 때문이 아니라 김신걸
원유희는 가늘고 예쁜 다리로 걸어 올라갔다. 힘이 없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눈앞에 손이 나타났다. 그녀는 눈앞의 손을 보았다. 뼈마디가 뚜렷하고 굳은살 하나 없는 손은 표원식처럼 온화하고 흠잡을 데가 없지만 남자의 타고난 힘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원유희는 잠깐 멈칫하더니 손을 들어 올렸다. 표원식은 원유희의 손을 잡고 가볍게 그녀를 끌어올렸다. 원유희는 표원식의 빛나는 눈빛과 마주쳐 시선을 떨구었다. “곧 도착하려고 해요.” 표원식이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언덕을 넘자 원유희는 눈앞의 광경에 놀라 멍해졌다. 새하얀 모래사장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였다. 이게 일반적인 양옥집이 아니라 바다 풍경이 보이는 양옥집이었다. “나는…… 여기 바다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원유희가 말했다. “신발 벗고 맨발로 모래 위를 걸으면 더 편해요.” 표원식이 말했다. 원유희와 표원식은 모두 신발을 벗었다.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래 위에 신발을 신고 걷는 건 확실히 아닌 것 같았다. 원유희가 신발을 벗자 새하얀 작은 발이 햇빛아래에서 더욱 투명해 보였다. 표원식이 자신의 발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원유희는 부끄러워 발까지 분홍색을 띠었다. 원유희는 허둥지둥 앞으로 가서 모래에 발을 묻었다. 부드러운 모래가 발바닥을 긁고 발가락 틈사이로 들어가서 따뜻하고 간지러워 원유희는 귀여운 발가락을 움직였다. 표원식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걸어봐요.” 그들은 모래사장을 따라 앞으로 산책하며 걸어갔다. 이렇게 쾌적한 풍경 속에서 푸른 산과 물을 보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귀한 즐거움 같았다.옆에 있는 사람과 잡혀있는 자기의 작은 손을 본 원유희는 넋이 나갔다. ‘만약에 굳이 표원식과 김신걸 사이에서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아무리 내가 김신걸을 사랑한다고 해도 난 표원식을 고를 것 같다…….’ 이게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고, 결혼한 사람과 사랑이 없는 거겠지. 표
“알아요.”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꽤 오랫동안 여기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김신걸 곁에만 아니라면 어디든지 다 좋으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여기 풍경이 좋아서 마음에 들어요. 그러니 표원식 씨, 내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러자 표원식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 “유희 씨, 그냥 계속 나를 교장이라고 불러요!” 그의 말을 들은 원유희는 망설였다. “괜찮아요, 이미 습관 됐어요.” 표원식은 그녀가 왜 망설이는지 알고 있었다. “네.” 표원식은 손을 들어 원유희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새하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손을 놓지 못하게 했다. 원유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움직이진 않았지만 몸은 무의식적으로 긴장했다. 원유희가 표원식의 눈에 담긴 짙은 감정을 못 알아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원유희를 부담스럽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는데 어떻게 새로운 감정에 투입할 수 있겠어. 설령 표원식이 내 운명의 남자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는 없어…….’ “교장선생님, 저…….” 원유희가 지금은 감정 따위 생각하기 싫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다른 목소리가 들려와 이 애매한 분위기를 깼다. “여기는 내가 유희를 위해 마련한 곳이야. 네가 그녀를 보러 오는 건 괜찮은데 괴롭히는 건 절대로 안 돼.” 원유희는 얼굴을 돌려 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그녀는 김명화의 소리라는 걸 알아채고 그도 같이 온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위에 있어요.” 표원식이 말했다. 원유희가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 위에 날고 있는 드론을 보았다. 드론은 아무런 기척도 없이 빨간 불만 깜박이며 그들을 모두 화면에 담았다. 원유희는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녀는 김명화가 드론을 조종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표원식, 손 놔라.” 김명화가 그에게 일깨워 주었다. 원유희는 다소 난감해하며 몸을 한걸음 물러서 표원식과 거리를 유지했다. 손을 놓은 표원식은 갑자기 나타난 김명화 때문에 화가
그는 사람들을 시켜 모든 출구를 지키고 있어 나오기만 하면 그들이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표원식이 몇 시간채 나오지 않고 있다. ‘설마 하루 종일 집에 있을 생각인가?’ 진선우는 직접 쳐들어가면 일을 망칠까 봐 핸드폰으로 김신걸에게 이 일을 보고했다. “쳐들어가” 김신걸이 음산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진선우는 즉시 다른 두 명의 경호원을 불러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담을 넘어 들어갔다. 평시에 싸움이 잦은 경호원들에게 이런 담장을 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담장에 뾰족한 유리조각이 붙어 있다고 해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표원식의 차는 아직 마당에 있었다. 경호원들은 차를 지나 집으로 들어갔다. 막 나오려던 나수빈 부부가 낯선 불청객을 보고 놀라서 소리쳤다. “누구세요? 여기는 개인저택입니다. 나가주세요.” “여기는 제성이 아니에요. 무단 침입하면 바로 사살할 수도 있다고요!” 표원식의 아버지가 가족사업이 망해서 충격을 받았지만 예전의 위엄은 그대로였다. 진선우는 표원식의 아버지가 경호원들을 막고 있는 걸 보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우리는 김 대표님의 사람들이에요. 여기에 온 목적은 표원식을 만나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입니다. 그가 집에 있다는 것만 확인되면 저희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떠날 거예요. 하지만 그가 집에 없다면 일이 복잡해질 겁니다.” 표씨 부부의 얼굴에는 갑자기 이상한 기색을 띠었다. 나수빈은 침착하게 말했다. “난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원식이는 오늘 줄곧 집에서 쉬고 나가지 않았어요.” “여기에 와서 사업을 한다는 사람이 하루종일 집도 안 나가고 쉰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 아닌가요?” 진선우는 경호원에게 눈치주며 말했다. “들어가서 찾아.” “당신들은 들어올 수 없어요!” 나수빈이 막았지만 아무래도 여자라서 그들을 막을 힘이 없었다. 진선우의 눈빛이 갑자기 매서운 빛을 띠더니 몸을 돌려 표원식의 아버지 곁에 가서 그의 총을 내렸
“그렇다면 우리 집에 무단 침입한 게 나 때문이라는 거야?” 표원식이 물었다. 그러자 진선우가 물었다. “멀쩡한데 왜 쉬어요? 이건 당신 스타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자서 정신 상태가 안 좋아서 그래.” 표원식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게 당신들이 여기로 쳐들어온 이유야? 김신걸의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네. 끈질기기도 하지.” 표원식의 말속에 조롱이 섞여 있다. 진선우는 할 말을 잃었다. 왜냐하면 표원식이 집에 있으니 자기가 쳐들어온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김 사모님과 연락한다는 걸 들키지 마세요.” 진선우는 경고한 후 몸을 돌려 떠났다. 그러자 다른 경호원들도 따라 떠났다. 나수빈은 그제야 가슴을 움켜쥐고 다리가 나른해 소파에 앉았다. 표원식의 아버지는 매서운 눈빛으로 표원식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원유희 만나러 갔어?” 그리고 나수빈을 보며 물었다. “당신도 알고 있고?” 나수빈이 말을 하지 않자 표원식의 아버지는 알아맞췄다는 걸 알아챘다. “당신 왜 그랬어?” 표원식의 아버지는 화를 냈다. 나수빈은 표원식을 바라보며 물었다. “넌 김신걸의 사람들이 널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들은 발견하지 못할 거예요.” 표원식이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안다는 거야? 알면서도 원유희를 만나러 가겠다는 거야?” 나수빈은 마음이 아팠다. 김신걸의 사람이 지키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녀는 절대로 표원식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었다. “원유희 한 사람 때문에 집안 꼴이 어떻게 됐는지 좀 봐. 피노키오까지 없어졌는데, 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온 식구가 다 죽어야 만족하겠니? 원식아, 너 언제부터 이렇게 후과를 고려하지 않고 일을 저질렀어? 원유희는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 표원식의 아버지는 분노했다. “여자 때문에 정신을 잃어 일의 경중을 구분하지 못하다니, 내가 널 그렇게 교육했냐?”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어요.” 표원식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