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미 늦었다.문은 닫혔고 전부 두꺼운 나무로 만든 몸이라 부딪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때 진선우가 소리쳤다.“차로 박아!”경호원들은 몸을 돌려 차문을 열자마자 총알이 차문에 맞아 불꽃이 튀었다.외곽에서 사람들이 이곳을 에워쌌는데, 모두 검은 탈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모두 손에 총을 들고 이쪽으로 사격했다.밖에서는 눈코 뜰 새 없이 싸우고 있었고, 안에서도 위기일발이었다.만약 김신걸이 껴안지 않았다면 원유희는 벌써 미끄러져 넘어졌을 것이다.원유희는 허리에 껴안은 팔이 떨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녀는 김신걸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았다.다만 김신걸은 몸이 강해서 그녀처럼 단번에 쓰러지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지체하다가는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설마 표원식이 미리 김신걸이 올 줄 알고 준비한 건가?’불당 안에는 그녀와 김신걸, 그리고 스님 세 명밖에 없었다.대문이 닫히자 스님은 총을 꺼내 김신걸에게 겨누었다.김신걸은 눈빛이 매서워지더니 원유희를 안고 불상 뒤로 숨었다.그리고 원유희는 김신걸의 손에 총 한 자루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총을 보았을 때, 원유희는 뜻밖에도 김신걸이 아니라 밖의 사람들이 죽게 되었다고 생각했다.왜냐하면 원유희는 김신걸의 잔인함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다만 김신걸이 총을 들고 있는 손이 떨고 있는 걸 본 원유희는 마음이 확실하지 않았다.김신걸 몸 안의 약이 발작하고 있었다.그는 이 기회를 틈타 총을 들고 밖으로 사격했다.“아!”스님 중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소리를 듣고 원유희는 명중했다는 걸 알았다.이어 더 많은 총알이 불상 쪽으로 쏠려 불상의 몸에 작은 구멍이 엄청 많이 났다.원유희는 김신걸의 품에 안겨 가슴이 두근거렸다.여기에 있는 세 스님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들은 나갈 수 없었다.원유희는 의심하기 시작했다.‘이게 정말 표원식이 준비한 거라고?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때마침 김신걸을 상대하려는 사람을
원유희는 김신걸이 무표정으로 스님을 향해 총 쏘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총알을 아끼기 위해 김신걸은 상대방의 머리에 한 발만 쏘았다. 원유희는 몸을 떨며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총을 회수하기도 전에 또 다른 살아있는 스님이 달려들어 김신걸이 총을 쏘려는 팔을 잡고 다리를 공격했다. 김신걸은 다리를 벌려 공격을 피하고 빠르게 걷어찼다. 싸우는 과정에서 스님이 전혀 밀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가짜 스님인 것 같았다. 김신걸은 몸에 약성이 남아 있고, 한 손으로는 원유희를 보호하고 있어서 거의 필사적으로 공격했다. “아!” 원유희는 옆에서 누군가가 기습하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밀린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옆에 있는 기둥에 기대고 버텼다. “아…….” 고개를 돌려보니 김신걸과 두 스님이 주먹과 발로 싸우고 있어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다. 스님은 전문적인 싸움꾼이었다. 약을 먹은 김신걸은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이마에 식은땀만 흘렸다. 원유희는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 불당에 모두 세 명의 스님이 있었는데 한 명은 죽고 지금 두 명이 남았다. 그녀는 이 기회를 틈타 대문으로 향해 다가갔다. 다리에 힘이 없고 떨려서 두 발자국만 갔을 뿐인데 버티지 못하고 넘어졌다. “윽…….” 원유희는 신음소리를 내며 숨을 크게 쉬었다. 몸에 힘이 다 빠진 것 같았다. 그녀는 감히 오래 쉬지 못하고 사지로 문을 향해 기어갔다. 이어서 원유희는 김신걸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김신걸이 스님의 손에 있는 날카로운 칼을 피하기 위해 곤두박질을 했다. 바닥의 먼지가 그의 검은 양복에 묻어 낭패 속에 포악함이 섞여 있었다. ‘약발이 더 심해진 데다가 혼자서 두 명을 상대해야 한다니.’ 원유희는 더 초조하게 문으로 기어갔다.‘대체 무슨 일이야, 왜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김신걸을 공격하지? 분명히 죽이려 달려들었어. 이건 표원식이 배치한 사람들이 아니야. 표원식은 내 마음을 알아. 김신걸이
원유희는 힘이 소진되어 두꺼운 나무문을 당길 수가 없었다. “윽!” 원유희가 이를 악물고 밀어도 열리지 않았다. 두 스님은 상황을 보고 계속 김신걸을 죽이는 데 집중했다. “대체 누가 너희들을 보낸 거야?” 김신걸의 목소리는 거칠고 음산했다. “나를 건드린 후과를 알고 이러는 거야?” ‘누가 감히 김신걸을 건드리는 걸까? 그의 앞에서 감히 큰소리로 말하는 사람도 없는데 암살이라니. 그럼 암살의 결과를 책임져야 해.’ “우리는 단지 돈 받고 너의 목숨을 취할 뿐이야!” 스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돌진해 주먹과 발로 김신걸을 공격했다. 김신걸이 몸을 돌려 피하자 스님의 주먹과 발은 불상에 떨어졌다. 원유희는 문을 열지 못하자 손으로 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제발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밖에서 총소리,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지금은 왠지 조용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문에서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문을 안으로 열었다. 원유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임민정을 보았다. “원유희?” 임민정은 의아해서 그녀를 바라보다가 법당에서 싸우는 것을 보고 넋이 나가서 말했다. “김 대표님…….” 원유희는 냉정한 눈빛으로 휘청거리며 손을 뻗어 임민정의 팔을 잡고 말했다. “빨리 가서 사람 불러!” “괜찮아요?” 임민정은 앞으로 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사모님, 일단 여기에서 나가요!” 원유희는 임민정에게 기대 밖으로 나가면서 김신걸을 돌아보았다. 김신걸은 이미 하위권에 처해 있었다. ‘빨리 그를 구하러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몰라.’ 계단을 내려온 후, 입구에 있는 차를 보았는데 온통 총알에 맞은 구멍이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김신걸의 경호원 두 명과 틀을 쓴 사람들이 누워있었다. ‘분명 세 스님과 한패일 거야.’ “다 어디 갔어?” 원유희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진선우…… 빨리 진선우를 찾아…….” 그녀는 임민정을 떠밀면서 말했다.임민정은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
원유희는 허약해서 땅에 넘어졌다. 임민정은 황급히 가서 원유희를 부축해서 일으키려고 했다. “사모님, 우리 앞으로 좀만 더 가요, 그러면 아무도 우리를 발견 못 할 거예요.” 원유희는 땅에 앉아 있었다. 비록 원유희가 지금 힘이 없지만 그녀가 협조하지 않으면 임민정 혼자의 힘으론 그녀를 일으킬 수 없었다. “사모님, 이러다 위험해질 수 있어요” 임민정은 원유희가 협조하지 않는 걸 보고 마음이 조급했다. 왜냐하면 그는 윤설에게 이번엔 무조건 원유희를 죽일 수 있다고 맹세했기 때문이었다. 여기 사방이 산림이고 나쁜 사람들도 나타나서 그야말로 혼란을 틈 타 원유희를 죽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여긴 괜찮아.” 원유희는 임민정의 목적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모른 척했다. “그들이 나한테 약을 먹여서 일단 좀 쉴 게.” ‘나와 김신걸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어떻게 중독된 거지?’ 원유희는 갑자기 불당 안의 향이 생각났다. 중독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임민정은 원유희가 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휴식하겠다는 말을 듣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3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재촉했다. “사모님, 이제 갈 수 있겠어요? 이 길은 은폐적이지 않아서 나쁜 사람이 쫓아오면 도망갈 데가 없어요.” “괜찮아, 진선우를 찾아서 김신걸을 구해낸다면 우리는 안전할 거야.” 원유희가 말했다. 임민정은 마음이 불쾌했다. ‘안전하면 어떻게 원유희를 죽여?’ “사모님, 충분히 휴식했으니 우리 이제 빨리 가요!” 임민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원유희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 원유희는 당겨진 팔이 아파서 소리 질렀다. “너…….” “사모님, 이건 모두 당신을 위해서입니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김 대표님께서 저를 탓할 거예요.” 임민정은 참을성이 없어 핑계를 대며 원유희의 손을 잡아당겨 그녀를 끌고 가려고 애썼다. 원유희는 팔이 계속 잡아당겨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임민정이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게 더 확실해졌다.
진선우는 김신걸의 안색이 좋지 않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을 것 같아 돌아서 원유희를 찾으러 갔다. 아무래도 김신걸에겐 원유희가 가장 중요한 존재이니까. 김신걸이 앞으로 걸어가려고 하자 몸의 힘이 거의 소모되었는 데다가 약독이 갑자기 치밀어 올라와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숨결이 거칠어지고 몸을 끊임없이 떨었다. 몇 차례의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의지력으로 참고 일어나 한걸음 한걸음 밖으로 나갔다. 경호원들은 원유희를 찾지 못하고 풀숲에 쓰러져 있는 임민정을 찾았다. 경호원은 힘을 주어 임민정의 얼굴을 때렸다. “정신 차려봐! 일어나!” 진선우는 차가운 생수 한 병을 임민정의 얼굴에 들이부었다. “음…….” 임민정은 정신 차려 눈앞의 경호원을 보고 즉시 일어나 당황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모님은?” 진선우가 물었다. “혜진이 너랑 함께 있다고 하던데.” 임민정은 원유희를 보지 못해 당황해서 말했다. “내…… 내가 부인과 함께 있었던 건 맞는데, 그 후에 난 누군가에게 걷어차여 기절해서 보지 못했어요.” 예민한 진선우는 이상하다고 느껴 물었다. “네가 왜 사모님과 이쪽 오솔길로 와?” “나는 나쁜 사람이 있을까 봐 사모님을 데리고 숨으려고 했는데, 여기에 오자마자 나쁜 사람에게 차여 기절했어요. 나도 부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임민정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정말로 누군가에게 걷어차여 기절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사모님을 안고 가는 걸 본 것 같아요…….” 임민정은 당시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진 게 아니라서 희미한 그림자를 보았다. “한 남자였어요…….” 진선우는 눈살을 찌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만약에 아까 튀어나왔던 사람들과 한패라면 직접 죽이지 사람을 안고 가진 않을 테니까. 불당으로 돌아가자 김신걸은 차 옆에 서있었다. 그는 체력이 없어 한 손으로 차체를 잡고 두꺼운 등을 약간 구부정하게 서서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진선우가 앞으로 가서 말했다.
원유희는 그를 보며 마음속 어딘가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몸속의 약독으로 인해 그녀는 주먹을 움켜쥘 힘도 없어 심하게 떨었다. 예전에 그녀가 성공적으로 도망가려고 할 때도 김명화의 계략에 넘어가 김신걸의 손에 다시 들어가 아주 처참한 꼴을 당했었다. 비록 후에 김명화가 여러 차례 도와줬지만 그녀는 여전히 트라우마를 지울 수 없었다. “왜 그렇게 날 쳐다봐?” 김명화는 원유희가 경계하는 눈으로 자기를 보는 이유를 알아챘다. “옛날 생각나서 그래?” 원유희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또다시 김신걸에게 걸리면 바로 지옥으로 들어가 영원히 나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런 일은 한 번이면 충분해.” 김명화는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원유희는 그제야 몸을 조수석에 기대고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탄식하며 물었다. “이거 무슨 약이에요? 언제 괜찮아질 수 있어요?” 이런 무기력하고 반항할 힘도 없는 느낌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약이 좀 강해서 그렇게 빨리 사라지지 않을 거야, 적어도 두 시간은 지나야 돼.” 김명화가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마, 부작용은 없으니까.” “우리가 피운 향에 섞여있었던 건가요?” 원유희는 자신의 추측을 물었다. “응. 그렇게 안 하면 김신걸이 너무 총명해서 들킬 테니까.” 김명화가 말했다. 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좌석에 기대고 차창 밖을 보며 넋을 잃고 있었다. ‘그럼 김신걸도 아직 약독이 안 지나갔다는 건데. 하지만 체질이 좋아서 약독이 올라도 무서운 공격성을 보였어.’ 원유희의 머릿속에는 아직 스님이 살해되던 장면이 남아있었다. ‘그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지금은 또 어떻게 됐을까? 진선우가 이미 가서 일을 처리했겠지? 그리고 김신걸도 내가 없어졌다는 걸 발견했겠지? 그는 어떤 반응일까? 내가 나쁜 사람에게 잡혀갔다고 생각할까? 설마 내가 스스로 떠났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진선우는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했다.‘어떻게 표원식이 출국하는
전화를 끊은 김명화는 천천히 말했다. “김신걸이 지금 표원식을 조사하고 있어. 그리고 그가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은 것까지 확인했고.” ‘그렇다면 김신걸이 괜찮아졌다는 건가?’ 이제부터는 원유희가 무서워할 차례였다. 차 창으로 들어온 빛이 원유희의 얼굴을 더 하얗게 비춘 것 같았다. “걱정 마,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없을 테니까.” 김명화가 그녀를 위로했다. 하지만 원유희의 마음은 쉽게 긴장을 내려놓지 못했다. ‘김신걸의 그 깊은 마음을 누가 짐작할 수 있겠어?’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김명화는 절반밖에 안돼서 그녀를 물류회사에 데려다주었다. 물류회사로 오는 길은 외지고 울퉁불퉁했다. 왜냐하면 모두 CCTV가 없는 길로 운전했기 때문이었다. 김명화는 미리 운전기사를 매수해 원유희를 차에 태워 많은 상자 중 하나에 들어가게 했다. 뚜껑이 닫히기 전에 김명화는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 “한 시간 반이면 부두에 도착할 거야, 그러니 불편해도 좀 참아, 알았지?” “명화 씨는 안 가요?” 원유희가 물었다. “난 가면 안 돼, 김신걸이 의심할 테니까.” 김명화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도 원유희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닫아주세요!” “상자에 바람이 통하니까 긴장하지 말고 푹 쉬는 거라고 생각해. 차에서 내릴 땐 몸속의 약독이 사라질 거야.” “네.” 김명화는 몇 초 머뭇거리다가 결국 뚜껑을 닫았다. 운전기사가 못으로 뚜껑을 박자 다른 상자와 다름없게 보였다. 봉인된 후 김명화는 상자밖에서 물었다. “느낌이 어때?” “캄캄한 것 말고는 다를 거 없어요.” 원유희가 말했다. “그래.” 김명화는 그녀의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듯 상자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화물차의 문이 닫히자 운전사는 길을 떠났다. 김명화가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있을 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누구인지 한 눈 보고 받았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어렴풋했다. “
원유희는 핸드폰을 김신걸의 차에 놓고 와 아이들의 모든 동영상과 사진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괜찮아, 나한테 USB가 있으니까. 그리고 핸드폰을 가지고 있으면 괜히 행방만 폭로될 거야.’ 김신걸이 자기를 찾고 있다는 말에 원유희는 아직 안전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 제성을 떠나지 못했으니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어.’ 원유희는 마음속으로 모든 신들에게 자기를 지켜달라고 빌고 싶었다. 그녀는 더 이상 김신걸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의 곁에선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이제 잡혀가면 죽는 길밖에 없어. 아니,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겠지.’ 원유희는 생각만 해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이 순간, 김신걸의 사람들은 경찰서에 있었고, 모든 점검 시스템이 긴장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그들이 조사하는 상대는 바로 표원식이었다. 표원식의 부모님은 확실히 공항으로 갔고 표원식도 같이 갔다. 함께 공항에 나타났고, 심지어 안전검사까지 했다. 그런데 같은 비행기에 탑승하진 않았다. 그들은 대기실의 CCTV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표원식은 화장실에 들어간 후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계속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을 리는 없었다. “안에 드나드는 사람을 조사해.” 김신걸은 매처럼 날카로운 검은 눈동자로 화장실을 드나드는 모든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들이 산 것이 일등석이 아니라 이코노미석이라 대기실에 드나드는 사람들과 섞여 있어서 화장실에 드나드는 남자들도 엄청 많았는데 한 사람 한 사람 관찰해야 했다. “김 대표님 좀 휴식하시겠어요? 식은땀이 계속 나는 것 같아요.” 옆에 있던 서장이 허리를 구부리며 관심 섞인 말투로 물었다. “그럴 시간에 사람이나 빨리 찾아.” 김신걸은 관심을 무시하고 몸의 불편함을 참고 말했다. 서장은 얼굴을 실룩거리더니 속으로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휴식하라고 하는 게 왜 시간 낭비야? 그리고 김 대표님이 휴식한다고 우리가 따라 휴식하는 것도 아닌데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