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제발 그만해! 앞으로 내가 무조건 당신 말 들을게...... 난 더 이상 그에게 신세 지고 싶지 않단 말이야......” 땅에 엎드려 몸을 웅크리고 있던 표원식이 피를 삼키고 말했다."유희씨, 그에게 구걸하지 말아요! 그는 인간이 아니니 반드시 그를 멀리해야 해요! 아!” 김신걸은 차가운 눈빛으로 경호원을 욕했다. “너희들 밥 안 먹은 거니?” 그랬더니 경호원들이 더 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그만해!" 원유희는 뛰어가서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김신걸에게 끌려왔다. “놔! 그만해! 때리지 마......"원유희는 눈물을 흘리며 너무 절망적인 나머지 이를 악물고 자신의 혀를 깨물었다. 그랬더니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신걸은 놀라 황급히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고 입을 벌리도록 강요했다. 그랬더니 입 안에 온통 피투성이었다. 순간, 김신걸의 안색이 차가워졌다.”감히 혀를 깨물어?” “그를 풀어줘......"원유희는 아픔을 참고 말했다. 그런 원유희를 본 표원식은 가슴이 찢어지 듯 아팠다. 왜 자신을 다치게 해, 바보야... “꺼져!” 김신걸은 음흉하게 표원식을 흘기며 말했다.경호원들이 손을 멈추자 표원식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안쓰러운 눈빛으로 김신걸의 품에 안겨 있는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주워 베란다의 철판을 지나 옆집 베란다로 갔다. 그는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결국 참고 그냥 떠났다. 김신걸은 원유희를 안고 거실로 돌아와 송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희가 혀를 깨물었어. 빨리 와!” 전화를 받은 송욱은 놀랐다. 그는 오는 내내 생각했다. 어떻게 혀를 깨물 수가 있지? 누가 물었지? 송욱이 아파트에 도착해 보니, 소파에 기대 있는 원유희는 입을 오므리고 있었지만 입가에 혈흔이 묻어 있었다. “입 벌려보세요.” 송욱이 말했다. 원유희가 입을 벌리니 안에 온통 피투성이었다. 솜으로 그녀 입속의 피를 깨끗이 닦고 보니 혀 위쪽에 깊은 상처가 있었
한 입 먹자마자 혀에서 통증이 느껴져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숟가락을 던질 뻔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분고분 밥을 먹지 않으면 여기를 떠날 수 없다는 것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김신걸이 어떻게 표원식이 여기 온 걸 알았을까? 이거 너무 무서운 거 아니야? “천천히 드세요.” 송욱이 그녀를 일깨워 주었다.원유희는 숟가락으로 그릇 안을 휘저었다. 솔직히 혀를 다치니 식욕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거실 쪽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신걸이 와서 테이블 앞에 앉아 물었다. “상처는 좀 회복 됐어?” 이 건 송욱에게 묻는 말이었다. 송욱이 대답했다. “회복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김신걸이 말을 하지 않자 그녀가 나갔다. 원유희는 시선을 떨구고 그릇 속의 유식을 휘저었다. 죽에 각종 보양식을 넣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그녀에겐 아주 좋은 보양식품이었다. “당신은 저녁 먹었어?” 원유희는 여전히 “호의”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응.” 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어떻게 표원식을 발견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원유희는 입안의 음식을 간신히 삼키고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내가 그때 방에서 보인 반응 때문이야? “그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베란다 가드레일에 철판에 마찰 된 흔적을 보았 거든.” 당시 김신걸은 바로 방으로 들어왔지만 그 후에 다시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원유희는 자신의 행동이 아주 침착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김신걸에게 들켰다니. 김신걸의 지혜와 마음의 깊이는 타고난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무서워지겠지. 그는 폭로하지 않고 현행을 잡았으니 그 어떤 누구라도 혼비백산했을 것이다. 원유희는 턱이 잡혀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들어 그와 마주했다.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음산한 검은 눈동자가 그녀의 마음을 긴자 하게 만들었다.“후회해?” 사실...... 그렇게
원유희는 자기만의 집으로 향했는데 키가 없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입구에 잠시 서 있다가 원유희는 민이령의 집으로 돌아왔다. 씻고 먹고 옷을 갈아입은 후 그곳을 떠났다.원유희는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고, 갈 때도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다.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가 원유희를 도와 차 문을 열었다.“사장님, 김 선생님이 저보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지금 어전원으로 가시겠어요?”원유희는 그렇다고 대답하려고 했다가 또 생각을 바꾸었다.“회사로 가주세요.”“사장님, 회사는 이미 드래곤 그룹에 인수되었어요.”“가서 한번 보려고요.”원유희는 드래곤 그룹에 인수되었어도 적어도 회사는 아직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착한 후, 원유희를 반기는 것은 텅텅 빈 건물뿐이었다.테이블은 다 그대로 있었지만 그 누구도 있지 않았다. 원유희는 텅 빈 사무실을 보고 가슴이 아파 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정말로 인수하고 망쳐버렸네. 정말로 이 정도로 무정한 사람이었어?’원유희는 죽을 것처럼 아파 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기사는 보고 있었지만 앞으로 나아가 할 말이 없었다. 단지 운전기사일 뿐인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좀 지나 핸드폰이 울렸다.기사는 핸드폰을 꺼내 확인한 후 다급하게 다가갔다.“사장님, 선생님의 전홥니다.”원유희는 받고 싶지 않았다. 속에 담겨 있는 한을 주체할 수 없었다.“사장님, 그래도 받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기사는 핸드폰을 들고 좀 당황했다. 골칫거리를 안은 표정이었다.“선생님이 혹시라도 화를 내시면 어찌하려고요.”기사는 그래도 좋은 뜻으로 원유희에게 눈치를 줬다. 요즘 원유희에게 일어난 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원유희는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들어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김신걸쪽은 이미 참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사모님…….”기사는 당황했다.원유희는 핸드폰을 받아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된 후 김신걸은 원유희가 걸었다
“참, 신걸 씨 어머님 아파트에서 표원식이랑 몰래 만났다며? 신걸 씨한테 안 들켰나 봐?”윤설이 원유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다. 이 말을 듣자 원유희는 멍해졌다.“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그러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다.“네가 표원식을 데리고 내 집에 온 거야?”“맞아! 내가 그래도 네 언닌데, 널 생각해 줘야 하지 않겠어?”“너…….”원유희는 화가 나서 주먹을 쥐었다.“왜 날 때리고 싶어? 충고하는데, 신걸 씨를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마. 내가 다치면 너도 무사하진 못할 거야.”윤설은 원유희가 두렵긴커녕 오히려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고 코가 원유희의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갔다.“내 심기를 건드리면 표원식이랑 네가 몰래 만난 블랙 박스 영상을 신걸 씨한테 보여줄 거야.”원유희는 윤설의 말을 듣자 김신걸이 표원식을 발견한 것은 윤설이 몰래 이른 것이 아니라 확실히 김신걸 혼자 알아차린 것임을 알게 되었다.독한 윤설은 분명히 김신걸이 직접 바람 현장을 목격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윤설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지금, 당장 지난번에 일에 대해 나에게 사과하고 무릎을 꿇어.”“얼른 김신걸한테 그 영상을 보여줘! 난 상관없으니까.”원유희는 이 말만 남기고 그냥 가버렸다. 윤설은 분노하는 동시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반응이지? 정말 두렵지 않다는 거야?’사실 원유희는 윤설이 동영상을 들고 위협하기를 바랐지 김신걸한테 기습으로 공격당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적어도 윤설이 협박을 하면 원유희는 시간을 끌고 살길을 찾을 기회라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차에 탄 원유희는 갑자기 자신의 입을 막더니 이제야 혀에서 느껴져 오는 통증임을 알고 미간을 찌푸리고 차창에 기대었다.차는 어전원에 도착했고 원유희는 차에서 감정을 가다듬고 나서야 차 문을 열고 내렸다.발이 땅에 떨어지자마자 세 아이가 달려 들어와 원유희는 차에 기댔다.“엄마!”“엄마!”“엄마!”원유희는 눈시울이 뜨거워지자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소용없어요. 김신걸이 믿어야만 쓸모가 있죠.”엄혜정은 눕지 못하고 일어났다.“그래서 그 다른 남자가 누군데요?”“김명화.”“김신걸 사촌 동생 아니에요? 너무 어이없잖아요!”엄혜정은 화가 났다.육성현은 엄혜정의 허리를 감싸안고 자기의 가슴에 엎드리게 했다.“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그렇다고 저 두사람이 이렇게 오해하는 것을 빤히 지켜볼 순 없잖아요?”엄혜정은 육성현의 말을 동의하지 않았다.“그렇죠.”엄혜정은 육성현의 비인간적인 대답에 가슴이 답답해졌다.‘그래. 육성현은 어떤 사람인데? 자기 몸에도 손을 댈 수 있는 모진 사람인데 하물며 조카딸은?’육성현은 공감 능력이 없는 괴물이었다.“인수만 되었을 뿐 회사가 아직 있는 한 유희 손에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거죠?”엄혜정은 요행심을 가지고 물었다.“회사는 김신걸 손에 들어가자마자 이미 산산조각이 났고 드래곤 그룹의 부문으로 되었어요. 원유희한테 돌려주지 않으려고 작정한 거죠.”엄혜정은 표정이 굳어졌고 침착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었다.“당신은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었군요.”“그러니까 다른 사람은 옆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 거예요.”육성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어서 자요, 일찍 자면 아기가 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엄혜정은 어쩔 수 없이 육성현의 품에 안겨 누워 있었지만, 조금도 잠이 오지 않았다. 엄혜정은 육성현이 갑자기 자기랑 관계를 가질 거라고 걱정하진 않았다. 임신한 후 육성현은 엄혜정을 안기만 했지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엄혜정은 육성현의 괴로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동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꼴 좋다고 말하고 싶었다.“앞으로 염민우랑 가깝게 지내지 마요.”잠시 침묵하다가 육성현은 엄혜정에게 경고를 했다.엄혜정은 이런 집착이 매우 불쾌했다.“염민우가 나보다 어리고 내 눈에는 그저 동생 같은 존재예요. 그리고 따져보면 당신 처남이기도 하고요.”
“당신이 얘기해주는 거 듣고 싶어요.”“자고, 밥 먹고, 푸딩이랑 산책하고, 여기에 앉아서 멍때렸어요. 됐어요?”“나쁘진 않아요.”엄혜정은 일어났고 더 이상 육성현이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육성현은 엄혜정의 뒤를 따라 걸었고 뒷모습마저 씩씩거리는 엄혜정을 보자 마음이 간질거렸다.‘염정은 처럼 시시한 여자보다 훨씬 재밌잖아?’저녁을 먹고 육성현은 엄혜정과 산책했다. 엄혜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고 완전히 핍박에 못 이겨 한 산책이었다.엄혜정은 이런 행복한 척을 하는 분위기가 싫었다. 그저 끊임없이 확장해 가는 악몽처럼 느꼈고 경계가 부단히 확장되어 출구조차 찾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하루도 안 쉬네요.”엄혜정은 달라진 육성현이랑 알게 된 후부터, 육성현은 일에 대해서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고 별로 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육성현은 일벌레야.”엄혜정은 전의 당신은 정오까지 자고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결혼한 후의 일상이라고 생각하자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괜히 자신이 아직도 잊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 봐서였다.“당신이 이제 아이를 낳으면 당신이랑 같이 여행 가려고 해요.”육성현은 엄혜정을 엄청나게 아끼는 듯한 말투로 말했고 엄혜정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엄혜정은 육성현의 아이를 낳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육성현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염씨 집안에서 이미 이 아이의 존재를 알아버렸고 갖은 방법과 수단을 생각해서 이 아이를 제거하려고 했다.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육성현은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한번 보더니 전화를 받았다.“말해.”“형님, 너무 오랫동안 안 오시는 거 아니에요? 오늘 소군이 생일인데 한번 오셔야죠?”최광영은 저쪽에서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었다.육성현은 엄혜정을 쳐다보았다."이 자식아, 알았어.”엄혜정은 육성현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도 묻지 않았다.“광영 그 자식이 전화인데, 가서 한번 보자고 하네요.”“그럼 가봐요.”‘요즘 참아서 엄청나게
최광영은 작게 욕을 했다.“형수님의 마음? 딱 봐도 형님이 산 건데.”“그러거나 말거나 형님이 뭐라고 하면 뭐지! 너도 표정 좀 관리하고, 지금 형수님 뱃속에 형님 핏줄이 있어. 형님이 이 아이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너도 알잖아.”“애라면 다른 여자도 애를 낳을 수 있잖아? 형님 애를 낳고 싶어 하는 여자는 널리고 널렸어!”최광영은 어떤 여자도 엄혜정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근데 형님이 좋다잖아.”이소군은 최광영이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오늘 내 생일이니까 화 그만 내고 빨리 들어가자. 형님을 기다리게 만들면 안 되지.”“엄혜정이 여기에 있는데 형님이 맘껏 놀 수나 있겠어?”최광영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쁜이를 몇 명이나 불렀는데.”“뒀다가 네가 가지면 되잖아!”“내가 아무리 힘이 좋아도 형님을 따라가진 못하지.”그리곤 최광영이랑 이소군은 음흉한 웃음을 주고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룸 안에는 꽤 분위기 있게 꾸며져 있었고 벽에는 풍선도 걸려 있었다.육성현은 보고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이건 무슨 스타일이야?”이 말을 듣자 최광영이 대답했다.“형님, 그냥 풍선이 아니에요. 풍선마다 안에는 해야 할 미션이 적혀 있는데 주사위를 던져서 숫자가 작은 사람이 풍선을 하나 골라 터뜨려야 해요.”이소군은 옆에 서서 소리를 내지 않았다.이것은 원래 이쁜이들을 데리고 놀려고 한 것인데, 이쁜이들이랑 놀면 당연히 수위가 높았다. 이런 타이밍에 저런 소리를 하는 최광영을 보니 이소군은 그가 자기 충고를 귓등으로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듣자니 재미있을 것 같네.”육성현은 엄혜정을 끌고 앉아서 긴 테이블 위에 차려진 과일 세트랑 여러 가지 독한 술을 보며 말했다.“네 형수는 지금 술을 못 마시니까 자극 없는 음료수로 준비해 줘.”“그럼 생과일 주스를 올릴게요!”이소군은 직원을 시켰고 우유랑 디저트도 같이 가져오라고 했다.엄혜정은 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구면인 사람도 발견했
“이 여자? 일부러?"육성현의 표정은 온통 먹구름 속에 덮여 있는 것처럼 어두웠다.“쫄았어?”“저…….”이소군은 바삐 일어서서 그를 밀었다.“어서 주우러 가지 않고 뭐해, 정말 형님을 화나게 할 거야?”최광영는 이소군의 눈빛을 받고 이를 악물고 울분을 참으며 걸어가 바닥에 있는 종이를 주웠다. 그리고 위의 내용을 보자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더니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었다.“이 자리에 있는 남자 중에서 하나를 골라 입을 맞대고 술을 먹여주기.”이소군은 흠칫 놀랐다.‘저걸 읽는다고?’이소군은 최광영이 줄곧 충동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머리가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보아하니 오늘 밤에 나타난 엄혜정은 최광영을 자극한 것 같았다. 육성현의 표정은 이미 엄청 안 좋아졌다.엄혜정은 마치 이 점을 눈치채지 못한 듯 진지하고 차갑게 최광영에게 물었다.“어느 사람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해요?”최광영를 그곳에 경직시켜 아무 말도 못했다.‘형님 빼고 또 누굴 고를 수 있어?’최광영은 육성현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고의로 엄혜정을 괴롭혔다.“쪽지의 내용인데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형님을 선택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 게임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나 봐.”엄혜정은 얼굴을 돌려 육성현을 쳐다보았다.“그죠?”줄곧 나른하게 소파 등에 기대어 있던 육성현이 일어섰다.“나랑도 상관없는 일이야.”다른 부하들은 여자랑 해명하는 육성현의 모습을 보고 믿기지 않았다. 그들은 육성현의 신분으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졌으니까 벌칙을 따라야죠.”엄혜정은 육성현의 잔을 들고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누르고 키스했다술이 엄혜정 입에서 육성현의 입속으로 술술 넘어갔다. 육성현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술맛을 느끼기 시작했다.이소군은 코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숙였다. 최광영는 얼굴을 돌려 자신이 더 화가 나지 않도록 보지 않았다.다른 동생들은 더 무서워서 볼 엄두가 나지 않았고 술잔을 들고 술을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