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야, 이 일은……” 관저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소유는 생각지도 못했다.“자세하게 철저히 조사하거라, 최대한 조용하게.”“예.”-오후가 되어서야 낙청연은 흐리멍덩히 잠에서 깼다. 등은 너무 아팠다. 그녀는 머리를 돌려 상처를 보려고 했지만 몸을 돌릴 수가 없었다.“왕비, 움직이지 마십시오, 금방 약을 발랐으니 좀 괜찮으십니까?” 지초는 물을 떠 오더니 젖은 수건으로 그녀의 얼굴과 손을 닦아주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다지 아프지는 않은데 배가 너무 고프구나.”말이 떨어지자 등 어멈이 음식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하얀 죽과 소가 없는 흰 만두뿐이었다.“이걸 드시는 겁니까? 너무……” 지초는 얼굴을 찌푸렸다. 왕비는 방금 몸을 많이 다쳤기 때문에 보신이 필요했다.등 어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왕비, 일단 허기라도 달래세요. 주방에 있는 몇 사람은 맹 관사의 사람이라서 음식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바로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오려고 했으나 왕비께서 시장하실까봐 일단 요깃거리를 가져왔습니다.”“가져오너라.” 낙청연은 몸을 일으켰다.그래도 등 어멈이니 망정이지 지초였다면 또 그들에게 괴롭힘만 당했을 뿐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을 것이다.그녀는 간신히 상반신을 지탱하여 만두를 한입 먹고 허기를 달랬다.그때 소소가 왔다. “왕비, 이건 금창약(金瘡藥)입니다.”소소가 나타나자 모두 놀랐다. 그가 약을 가져왔다는 것은 즉 왕야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방 왕비를 때려 놓고 이것은 병 주고 약 주는 건가?낙청연은 화가 잔뜩 나서 만두 하나를 집어 들더니 힘껏 내던졌다: “먹을 것도 끊어 놓고 금창약이 웬 말이냐? 굶겨 죽이고 싶으면 직접 말할 것이지, 좋은 사람인 척 흉내를 내기는, 가식덩어리!”소소는 제자리에 굳어 버렸다. 앞에 던져진 만두를 보더니 표정은 더욱 찌그러들었다.“왕비, 왕야를 그렇게 욕해도 괜찮습니까?” 지초는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웠다. 그분은 섭정왕이다. 왕비는 너무 겁이 없는 거 아
이어서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매우 궁금했다. “어서 가보거라, 무슨 일인지?”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지초와 등 어멈에게 분부하는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신속하게 정원 밖으로 달려갔다. 그때 시위들이 사람을 붙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낙청연은 내내 밖에서 나는 움직임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드디어 조용해지자 등 어멈과 지초가 돌아왔다.두 사람 얼굴의 웃음기는 감춰지지 않았다.“무슨 일인 거냐?”등 어멈이 다가와서 앉더니 말했다: “주방에 그 몇 명 노파들이 잡혔습니다! 제가 특별히 가서 알아봤는데 침대에서 요양하고 있던 맹 관사도 잡혔다고 합니다! 노파들은 쉽게 항복하지 않았고 소란을 피웠다고 합니다.”“하지만 얼마 소란을 피우지도 못하고 시위에게 잡혔답니다. 소유가 시위를 데리고 와서 잡아간 모양입니다. 보아하니 왕야의 노여움을 사신 게 분명합니다.”지초도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왕야는 왕비를 위하여 그들을 혼내주는 겁니다! 왕야는 정말 좋습니다!”하지만 낙청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계집애, 참으로 교훈을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그가 나를 어떻게 때렸는지 한번 보거라. 절대 나 때문은 아닐 거다.”하지만 지초는 여전히 말했다: “왕야는 아주 귀한 약을 보내오셨고 풍성한 음식도 가져왔습니다! 왕야는 왕비를 오해하신 줄 아시고 특별히 보내오신 겁니다. 만약 왕야가 정말로 왕비를 돌보지 않는다면 이렇게 많은 일을 하시지 않았을 겁니다.”지초는 왕야와 왕비는 사이가 좋아지길 바랐다. 또한 왕비가 다시는 왕야를 화나게 하지 않길 바랐다. 안 그러면 앞으로 날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진담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녀는 맹 관사 미간의 사기를 생각하더니 심오한 눈빛으로 천천히 말했다: “맹 관사는 무조건 또 다른 일로 왕야의 노여움을 사신 게 분명하다.”등 어멈은 듣는 즉시 말했다: “제가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밤이 깊어서야 섭정왕부는 온전히 조용해졌다.반야(半夜)에 등 어멈은 구경하고 와서 그녀에게 말했다: “후원에서 시체 몇 구가 실려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중죄를 범하여 바로 처형당한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놀라지 않았다. “그중 맹 관사의 시체도 있을 것이다”“이 사람들 담도 크지 않습니까? 저희 섭정왕은 어떤 분입니까! 조정에서도 생사의 대권을 손에 쥐고 흔드는 분이 신데 감히 왕야의 코앞에서 이런 비열한 짓을 한 답니까!”낙청연은 담연하게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 이번에 춘월이라는 시녀가 아니었다면 맹 관사는 이렇게 빨리 끝장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그 시녀는 어찌 되었느냐? 관저에 머물고 있느냐?”등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네, 관저에 있습니다. 그 밖의 두 명도 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서가 아주 불안정합니다.”“네가 가서 당부하고 오너라! 잘 지키라고. 이런 일을 당하면 제일 걱정스러운 게 자결이다.”등 어멈은 듣더니 문득 깨달았다. “왕비님은 마음이 참으로 고우십니다. 여기까지 생각하시다니! 제가 당부하고 오겠습니다.”등 어멈은 세 명의 시녀가 거주하고 있는 정원으로 왔다. 마침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내종들이 졸고 있었다. 그녀는 얼른 그들을 두드려 깨웠다. “졸지 말고 사람이나 잘 지켜. 만약 자결하면 왕야는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다!”등 어멈은 찬합을 열더니 간식을 꺼냈다: “자 어서들 먹고 정신차리자.”사내종들은 향기를 맡더니 거의 잠에서 깨어났다. “감사합니다. 등 어멈!”마침 이때 방에서 의자가 바닥에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이 밤에 유난히 잘 들렸다.등 어멈은 움직이는 소리를 듣더니 표정이 확 변했다. “어서 방에 들어 가보자!’사내종들은 신속하게 방으로 쳐들어갔다. 바로 백릉(白綾)에 목을 맨 사람이 보였다. 다행히 의자를 찬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신속하게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벽운은 대성통곡했다: “왜 저를 막는 겁니까? 왜입니까……저는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번에도 역시 등 어멈이 그녀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그녀들과 얘기를 더 나누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또 백릉에 목을 맨 사람을 보았다.다행히 이번에도 제때에 구해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의식이 돌아왔지만 벽운은 의식불명 상태였다. 그녀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경기를 일으키는 것 같았다. 보는 사람을 몹시 놀라게 했다.등 어멈은 급히 정원으로 돌아왔다: “왕비! 왕비! 큰일 났습니다!”낙청연은 상반신을 일으키더니 물었다: “무슨 일이냐?”“그 세 명의 시녀들이 오늘 밤에 또 자결했습니다! 벽운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경기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뭔가에 홀린 것 같았습니다! 왕비, 가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등 어멈은 왕비가 이 방면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얘기를 듣더니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어젯밤에 달래 놓은 거 아니었냐?”“네, 어제 분명 달랬는데 오늘 무엇 때문인지 또 자결했습니다!” 등 어멈의 표정은 어두웠다.“어서 나를 부축하거라, 가보자.”낙청연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섰다. 지초와 등 어멈은 양쪽에서 그녀를 부축해 세 시녀가 있는 정원으로 갔다.벽운은 혼자 다른 방에 있었다. 방으로 들어서자 벽운이 눈을 희번덕거리고 경기를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입가에는 소량의 거품도 물고 있었다. 그녀는 즉시 벽운의 손목을 잡고 진맥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등 어멈, 밧줄을 가져오너라.”등 어멈은 신속하게 밧줄을 가져왔다. 낙청연은 수파(手帕)를 강제적으로 그녀의 입 안에 쑤셔 넣으면서 이미 혀를 조끔 깨문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다지 엄중하지는 않았다.그들은 밧줄을 가져와 벽운을 침대에 꽁꽁 묶었다.“왕비, 벽운은 정말 뭔가에 홀린 겁니까?” 등 어멈이 물었다.낙청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방안을 훑어보았다. 그녀는 탁자에 놓인 약사발을 발견했다. 냄새를 맡더니 손가락으로 조금 찍어서 입안에 넣었다.이 약에 문제가 있었다. 누군가가 전광산(癲狂散)을 타서 그녀들을 자결하도록 한
지금까지 많은 사람은 아직도 이것을 수귀라고 여기고 있다.백당은 바로 이 독에 중독된 것이었다. 이 독은 즉사할 정도로 강한 독은 아니지만, 사람의 온 구멍에서 피가 나오도록 하게 한 다음 표피가 짓물러지게 한다. 죽기 전까지는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만 죽은 상태는 참혹하여 차마 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세 명의 시녀가 당한 수법은 모두 달랐다. 하지만 동일한 점은 바로 죽은 상태가 모두 기괴하리라는 것이다. 내일이 되어 그녀들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 뭔가에 홀린 듯한 느낌, 혹은 원혼이 원수를 갚으러 왔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이 배후의 독을 쓴 사람이 겨냥한 사람은 결코 시녀들이 아닐 것이다.섭정왕부는 정말로 시끌벅적하다.사색에 잠겨 있을 때 등 어멈이 방으로 들어왔다.“왕비, 제가 그 세 명에게 여쭤봤는데 말하기를 어젯밤 이후로 자결할 생각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쩐지 오늘 저녁에 나쁜 일들을 생각하니 또 충동적으로 자결했답니다.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그녀들은 모두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낙청연의 눈빛은 어두워지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오늘 밤 일은 누군가 의도한 게다. 불결한 물건 따위는 없다.”듣고 있던 등 어멈은 깜짝 놀랐다. “누군가 의도한 것이라고요? 그럼 무엇 때문에 그녀들을 해치려고 하는 겁니까?”“그가 겨냥하고 있는 사람은 시녀들이 아니다.” 낙청연은 눈을 감고 사색에 잠겼다. 눈동자가 움직이고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했다: “음모를 꾸민 자가 누구인지 내일이면 알게 될 게다.”“내일?” 등 어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낙청연은 분부했다: “하인들에게 세 명의 시녀가 전부 참혹한 상태로 죽었다고 전하거라.”덩굴을 더듬어 참외를 따듯, 배후에 누가 이 일을 주시하는지 조사해낼 수 있을 것이다.“예.”이어서 낙청연은 세 명의 시녀가 있는 방으로 돌아갔다. 세 사람은 아직도 놀란 마음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얼굴색은 창백했다.“내 생각엔 너희들도 누군가에 의해 독을 당했다는 걸 알
어젯밤 취침 시간이 늦은데다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엎드려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낙청연은 밤새 잠을 설쳤다. 하여 등 어멈과 지초는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쾅-아직 꿈속이었던 낙청연은 문을 차는 소리에 흠칫 놀라서 깨어났다. “무슨 일이냐?”눈을 뜨니 노기등등해서 다가오는 그 그림자가 보였다.그 어두운 표정과 위험한 눈빛은 낙청연의 몸을 부르르 떨게 했으며 잠을 깨게 했다. “왕야……무슨 일입니까?”부진환은 억울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대신 혼인을 치르던 그날, 그녀의 표정이 떠올라 갑자기 역겨워졌다.이 여인은 참으로 위장을 잘하는구나!낙청연은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부진환의 눈길은 그녀를 혐오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눈빛은 칼날처럼 차가웠다.뒤이어 낙청연은 침대에서 부진환에게 강제로 끌려서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 그녀는 아픈 나머지 소리치고 말았다.부진환의 힘은 너무 강했다. 그는 다친 그녀의 상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큰 걸음으로 그녀를 밖으로 끌고 갔다.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일어나서 빠른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라갔으나 여전히 잡아당겨서 생긴 통증을 피할 수 없었다.“월영은 이미 승상부로 돌아갔으니 본왕은 네가 좀 자제할 할 줄 알았 것만 여전히 소란을 피우고 있구나! 본왕은 몇 번이나 너를 용서했지만 넌 끝까지 주제를 모르니 이제 섭정왕부는 더 이상 널 남겨둘 수 없다!”부진환의 어투는 차가웠고 조금의 온기도 느낄 수 없었으며 마음속은 노기로 들끓고 있다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부진환은 그녀의 팔을 잡아 끌고 추호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줄곧 밖으로 갔다.길가에 많은 시녀와 사내종들은 모두 그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작은 소리로 의논하며 그녀에게 손가락질했다.그야말로 그녀에 대한 모욕이었다.그녀의 두 눈은 등 뒤의 통증으로 충혈되었다. 그녀는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부진환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부진환은 발악하는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꿋꿋하게 그
”정말 악독하다!”온갖 소리를 들은 낙청연은 슬쩍 비웃더니 냉랭하게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왕야,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정말 저를 내쫓을 겁니까?”그녀의 차가운 눈빛에는 오기와 협박이 담겨 있었다.부진환은 문득 관저의 취살대진이 생각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취살대진도 그저 낙청연이 있다고 한 것인데 진짜로 존재하는지, 혹은 그토록 엄중한 것인지, 어찌 알겠는가!이 여인은 마음이 바르지 않으니 또 어떤 음모를 꾸밀지 모른다. 아예 관저에서 쫓아내는 게 홀가분하다!승상부 쪽은 낙해평의 태도를 보아하니 이 여식을 그다지 사랑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녀를 내쫓았다고 해도 두 말 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입을 열었다. 꺼지거라—아직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오더니 섭정왕부의 문 앞으로 곧장 달려갔다.“섭정왕부는 제 여식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섭정왕은 우리의 억울함을 풀어주시오!”한 무리의 백성들은 분노하여 주먹을 쥐고 비분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목소리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너무 소란스러워서 주위에 지나가던 행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들도 다가와서 구경했다.갑자기 모여든 사람들 때문에 부진환의 눈빛은 차가워졌다.소유가 급히 나와서 군중들을 흩어지게 하려고 했다. “일단 조용히 하십시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리 좋게 말씀합시다!’그중 무명옷을 입은 한 부인이 분개하여 말했다: “제 여식을 부잣집 늙다리에게 팔아넘겨 순결을 짓밟았습니다. 여식이 힘겹게 관저에 도망쳐 왔으나 괴롭힘을 당하여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하지만 섭정왕부는 시신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또 다른 중년 남성도 나섰다. “나의 유일한 외동딸이오, 비록 가난하지만 그 아이는 저희에게 보물단지 같은 존재요! 하지만 섭정왕부는 사람의 목숨을 들풀같이 여기고 함부로 짓밟았소! 금일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내놓지 않으면 난 섭정왕부의 문 앞에서 피를 보겠소!’따라서 뭇사람들은 일제히 외
낙청연은 바로 지초를 불렀다: “지초, 어서!”지초는 부름 소리를 듣더니 바로 대답했다. 그녀는 급히 관저로 돌아가 춘월과 그녀들이 있는 작은 정원으로 날다시피 달려갔다. 그리고 아직도 죽은 척하고 있는 세 사람을 불러 서둘러 세수시켰다.대문 밖, 그 한 무리의 백성들은 아직도 외치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점점 많아지는 바람에 그들의 기세는 점점 더 커졌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그리더니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이 여인은 또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걸까? 지금 그녀를 말리면 늦지 않았을까?소유가 부른 시위들도 그냥 대문의 양측에 서 있었다. 일단 손을 쓰지 않고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절대로 왕야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지초는 매우 빨리 나왔다.그런데 놀라운 것은, 세 명의 시녀도 데리고 달려온 것이다.진짜로 춘월, 벽운과 백당이었다.소유는 놀란 나머지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는 분명히 가봤다. 이 세 사람은 처참한 상태로 죽어 있었다! 근데 갑자기……살아났다?부진환도 놀라더니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아버지! 어머니!” 춘월은 제일 먼저 인파 속으로 달려갔다.“딸!” 두 노인은 보배 딸이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벽운과 백당도 잇따라 달려가서 부모님 품속에 안겼다. 인파 속 많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여식이 죽어서 정의를 찾으러 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이 세 명의 처자들은 또 누구인가?“딸, 죽지 않았구나, 정말 살아 있구나! 어머니는 네가……” 노모는 엉엉 울었다.“어머니, 저는 괜찮습니다. 다들 누구의 헛소리를 듣고 오신 겁니까? 이렇게 섭정왕부까지 와서 떠드시는 겁니까? “춘월은 자신이 살아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면 부모님들은 나쁜 사람에게 이용당하여 섭정왕부까지 와서 떠들다가 목숨까지 잃을 뻔했기 때문이다!“정말 괜찮은 거냐? 듣건대 너희를 부잣집 영감들에게 팔아넘겨 순결을 뺏겼다고 하더구나!” 부모들은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