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심시몽은 늘 홀로 잤었다.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 밤에 아무리 무서워도 그녀는 어머니를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왜 이렇게 컸는데도 겁을 먹고 천둥을 무서워하는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며 어머니께서 혼내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홀로 잤었다. 그녀는 오늘 처음 다른 사람과 함께 한 침대에서 잤다.심시몽은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날이 밝자, 그녀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강부로 향했다.이전과 마찬가지로 강부는 그녀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다.하지만 심시몽이 빙천영지를 꺼내 들었다.“난 오늘 빙천영지를 돌려주려 온 것이다. 번거롭겠지만 들어가서 통보하거라.”그녀의 말에 호위들은 깜짝 놀라 서로 시선을 마주한 후 안으로 들어가서 통보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시몽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본청에 도착하자, 강부인이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그녀를 빤히 훑어보았다.심시몽은 조금 불편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앞으로 걸어가 예를 올렸다.“부인, 저는 강소풍의 동기입니다. 저는 오늘, 이 물건을 돌려주러 왔습니다.”그녀는 상자를 열었다.상자 속의 물건을 보자, 강부인의 눈빛이 반짝였다. 강부인은 시녀를 시켜 상자를 건네받고 자세히 살펴보았다.“강가는 확실히 빙천영지 한 그루를 잃어버렸다.”“하지만 이것은 우리 강가에서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대체 무슨 뜻이냐?”심시몽이 얼른 설명했다.“저에게 문제가 생겨 급히 빙천영지로 사람을 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강소풍에게 빙천영지 한그루를 빌렸습니다.”“이미 빌린 빙천영지는 써버렸고, 이건 제가 따로 구한 빙천영지입니다.”그녀의 답에 강부인은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긋 보았다.“그랬구나.”“동기에게 빌려준 이상, 어찌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냐?”“괜히 매만 맞고...”정신을 차린 강부인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직접 갖고 오느라 고생이구나. 이 일은 내가 강소풍에게 전하마.”심시몽은 살짝 놀라 다급히 답했다.
강소풍은 안색이 조금 바뀌었다. 그는 심시몽에게 차를 한 잔 따라주며 웃었다.“그렇게 심각하지 않소. 그저 빌린 것이오.”“언니의 부상은 어떻소? 빙천영지를 어디서 구한 것이오?”심시몽이 답했다.“잘 회복했소. 자네의 상처는 어떻소?”“나 말이요? 난 다치지 않았소. 괜찮소. 아무 일도 없소!”강소풍은 아무 일도 없는 척했다.그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보고, 심시몽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그럼, 언제 서원으로 돌아가는 것이오?”강소풍은 곰곰이 생각했다.“며칠 지나면 서원으로 돌아갈 것이오.”“다행이오.”약재를 갖고 왔으니, 강소풍도 더 이상 강부에 갇혀 있지 않을 것이다.“괜찮다니 마음이 놓이오. 이만 먼저 돌아가겠소.”강소풍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내가 바래다주겠소.”“아니요. 푹 쉬시오.”이내 심시몽은 춘영을 따라 떠났다.강소풍은 문 앞에서 심시몽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탁자 위의 빙천영지를 힐긋 보더니 그는 기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이 약재를 아무 데서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분명 그를 위해 공을 들여서 얻었을 것이다.멀지 않은 정원에서 강부인은 강소풍이 멍하니 웃는 모습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일주일이 지나, 심면과 심시몽, 그리고 강소풍도 서원으로 돌아와 수업받았다.늦겨울이라 날씨가 워낙 추워, 다들 쉴 때 정원에서 무예를 연마하며 몸을 움직여 몸을 후끈하게 했다.하지만 심시몽은 검과 칼을 다치려 하지 않았고 무예를 연마하려 하지 않았다.심면과 강소풍이 아무리 설득해도 그녀는 마음속의 고비를 넘을 수 없었다.결국 그녀의 체력 시험은 늘 꼴찌였다.하지만 심시몽은 더 이상 집념을 가지지 않았다. 세상에 순위를 다투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그녀는 순 의원을 스승으로 모시며 의관에서 일을 도울 때 오히려 더 큰 성취감을 얻었다.평범한 사람이었으니, 굳이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추구하라 필요가 있겠는가? 자신이 좋아하고 적합한 일을 찾는 것도 좋은 일
“결과가 어떻든 다른 방안을 생각해 두어야 하오.”낙요가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을 터트렸다.“당신이 계책을 세워주니, 훨씬 마음이 놓이오.”부진환이 부드럽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내가 따로 찾아가 얘기할 것이오.”“봄이 되면, 두 자리를 정하는 것이 좋겠소.”“다들 다음 단계에 들어서서 경험을 해봐야 하오.”낙요는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마음은 훨씬 편안했다.봄이 되자, 제사장족과 현학서원은 모두 마지막 심사를 진행했다.이번 심사는 3일간 지속되었다.궁 안팎은 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아무래도 이번 심사 결과는 미래의 황제와 연관 있다.여국에서 가장 중요한 두 자리와 연관 있다.몇 달 동안 긴장한 끝에, 드디어 심사 결과가 나왔다.결과가 나오자, 기뻐하는 사람도 있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제사장족 1등은 여전히 낙현책이었다.2위는 유생.3위는 필천.그리고 현학서원의 5위권도 확정되었다.1위는 심면.2위는 임계천.3위는 강소풍.4위는 소우청.5위는 봉함선.심시몽은 체력에 연관된 조목에 맞지 않아 전체 순위 8위에 올랐다.명단이 조영궁으로 전해지자, 낙요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을 찾아 이야기한 적 있는 것이오?”“어찌 둘 다 1위를 한 것이오.”“설마 서로를 포기한 것이오?”낙요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사이도 줄곧 좋았다. 서로 믿음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를 위해 목숨도 내걸 수 있었다.그들이 정말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낙요도 기뻐할 것이다.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이야기했소. 이 결과는 나도 생각지 못했소. 일단 상황을 보는 것이 어떻소?”성적이 발표된 후, 다들 두 자리에 오를 사람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었다.가장 마음이 상한 사람은 유생이었다.낙현책을 뛰어넘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8년이 지났지만, 결국 실패했다.필천이 뒤
이 말을 들은 유생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큰아버지, 저희 부모님을 쫓으신 겁니까?”유롱의 안색이 변했다.“유생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내가 쫓아냈다고 하다니? 이 집은 본디 내 것이다. 다들 친형제라 그동안 이곳에서 지내게 한 것이다.”“너도 알지 않느냐? 큰 가족이라 사람도 많고, 네 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네 아이들도 혼사를 올릴 나이가 되었다. 고작 이 작은 집에서 어찌 다들 함께 지낼 수 있겠느냐?”“네 부모님은 주동적으로 도성 밖에서 살겠다고 했다. 게다가 그곳도 내 집이다. 궁에 드나들기 편하게 너를 위해 방까지 남겨주지 않았느냐?”“늘 너희 집안을 챙기고 있는데, 어찌 이리 원망하는 것이냐?”“참 잘해주기 힘들구나.”유롱은 유생이 고마운 줄 모른다는 듯 원망을 늘어놓았다.하지만 집안 재산에 본래 유생 부모님의 몫도 있었다.그리고 그녀가 제사장족에 뽑히자, 큰아버지는 그녀의 부모님을 모시고 큰 집으로 왔다.하지만 심사 성적이 나온 오늘, 부모님은 공교롭게도 도성 밖의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셨다.2등인 그녀가 대제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하기에 얼른 그들을 내쫓은 것이다.유생은 비록 그의 속셈을 훤히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화가 나고 마음이 식었다.“큰아버지, 저희 아버지와 친형제라 하셨으니 집안 재산에 우리 몫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입니다.”“저희를 나가서 지내게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우리에게 속하는 몫을 나누어 주십시오.”“앞으로 각자 따로 지내며 서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어떻습니까?”그때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병을 얻고 세상을 뜨셨다. 그 후 집안 재산은 큰아버지 손안으로 들어갔다.할아버지께서 아프실 때, 유생의 부모님이 직접 모시고 있었다. 다른 삼촌들은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고 핑계를 댔고 아무도 가까이에서 할아버지를 모시지 않았다.가장 효도하는 그녀의 부모님은 할아버지가 제일 아끼지 않던 아들이었다.그래서 할아버지는 생전에 몰래 큰아버지에게 많은 가산을 전해주셨다.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이
“네가 정녕 신경 쓰이면 하인을 보내 네 부모님을 모셔 오마!”“다들 가족 아니냐?”“다만 네 부모님이 지내던 정원은 이미 네 오라버니의 신혼 방으로 정했다. 네 부모님이 지내기 힘들 수도 있다.”유생이 입꼬리를 올리고 다정한 표정으로 말했다.“집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저희 부모님은 큰아버지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실 것입니다.”“이제 다들 모이면 유가 재산을 확인하고 저희 몫을 나누지요. 앞으로 큰아버지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유롱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점차 사라졌다. 그는 몸을 곧게 펴고 말했다.“유생아, 난 유가의 가주로서 집안사람들의 정서를 잘 돌봐야 한다.”“너희가 재산을 나누려는 것을 다른 삼촌들은 아마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유가의 재산을 그녀의 부모님께 한 푼도 전할 마음이 없었으니, 당연히 나누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동의하든 말든 일단 함께 상의해야지 않겠습니까?”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유롱이 말했다.“좋다. 오늘 네 삼촌을 불러올 테니, 네 부모님을 모셔 오너라. 오늘 저녁 잘 상의해 보자.”“다들 승낙한다면 재산을 확인하여 너희 집안 몫을 챙겨주마.”유생은 고개를 끄덕이고 도성 밖의 작은 저택으로 향했다.그녀가 부모님을 찾아가자, 두 사람은 방을 정리하고 계셨다. 그곳은 더 이상 누추할 수 없을 정도로 낡았다.“유생이 왔냐?”그녀의 아버지가 얼른 손을 닦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그동안 심사를 준비하며 많이 야위었구나. 오늘 특별히 삼계탕을 해놓을 테니, 어서 방으로 들어가거라.”어머니도 얼른 달려왔다.“유생이 왔느냐? 아직 집도 정리를 못 했으니, 성으로 가서 맛있는 것을 사 오마. 오늘은 밥을 하지 않으마.”부모님의 기쁜 표정을 보고 유생의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부모님은 평생 착하게 지내면서 손해를 보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서 유가 사람들의 눈에는 유생네가 만만하게만 보였다.그녀는 아버지를 붙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전 이미 큰아버지를 만나고 왔습
밤이 되자, 유생은 부모님을 모시고 유가로 향했다.오늘 밤의 유가는 유난히 시끌벅적했다. 삼촌들과 그들의 자녀들도 모두 자리에 모였다.그들은 본청 의자에 앉아 있었고 유생네가 오자, 하인에게 쪽걸상 두 개만 갖고 오라 분부했다.집안 어르신인 그녀의 부모님은 의자에 앉아야 했지만, 오히려 삼촌들의 자녀들이 하나같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화려한 옷차림으로 부잣집 아가씨 도련님들처럼 무심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그와 비기면, 그녀의 부모님은 유가에서 일하는 하인과도 같은 행색이었다.어차피 이곳을 떠날 셈이라, 유생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본론을 말하지요. 심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2위라, 대제사장의 자리에 오를 가망은 없을 것입니다.”“그동안 다들 챙겨주셔서 고마웠고 이제 저희는 집을 나가려 합니다. 앞으로도 더 이상 여러분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집안 재산 중 저희 몫을 챙기려 합니다.”“앞으로 가난하든 부유하든 여러분께 폐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치자, 본청은 고요해졌다.큰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재산을 나누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러니 모두 함께 상의해야 한다.”둘째 큰아버지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집안 재산을 나누려 해도 집안에 재산이 있어야 나눌 것 아니냐? 그리고 공평하게 나눌 것이냐? 아니면 일을 한 것에 따라 나눌 것이냐?”“공평하게 나누려면 불공평하지 않으냐?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유가 가게는 내가 관리하고 있었다. 바쁠 때는 아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셋째 큰아버지도 말을 이었다.“유가 밭도 매년 내가 농사를 도맡고 있었다. 해마다 식량으로 돈을 번 것도 내 공이 크다.”삼촌도 질세라 자신의 공로를 말했다.“유가 아이들도 내 덕에 관직을 도모하지 않았는가? 유생이가 제사장족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내가 많은 공을 들인 덕이네.”큰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다들 노력을 해서 유가를 키운 것이다. 장남으로서 가주가 되어, 그동안 유가를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유생은 살짝 멈칫했다. 어쩐지 큰 오라버니가 호의를 베푸는 척한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수작을 부리려는 것이었다.큰아버지도 바로 입을 열었다.“그래. 빚도 적지 않은데, 함께 나누자꾸나.”“대부분 장사를 하며 진 빚이다. 번 돈을 함께 나누었으니, 빚도 함께 갚아야지 않겠느냐?”숙부들도 잇따라 찬성하고 집안 장부를 꺼냈다.다들 집안 재산과 빚은 확인하고 똑같이 나누었다. 그렇게 유생의 가족들은 3 묘의 밭과 작은 가게 그리고 오두막집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바로 성 밖에서 지내던 작은 집이었다.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과도 같다.유생은 유가 사람들이 간사한 여우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그들을 궁지로 몰 줄은 몰랐다.유생은 당연히 승낙하지 않았다.그녀는 장부를 보고 큰 오라버니 유겸에게 물었다.“오라버니, 이리저리 10만 냥이 되는 돈을 빌리셨는데, 이 돈으로 무엇을 한 것입니까?”유겸은 다급히 계약서 한 묶음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이 돈은 집안 장사를 위해 빌린 돈이다. 거짓말이라 생각하면 장부를 보여주마.”큰아버지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유생아, 집안을 관리한 적 없으니 모를 것이다. 이렇게 큰 집안을 관리하려면 곳곳이 돈 쓸 곳이다.”“게다가 같은 날에 빌린 돈도 아니고, 누적해서 진 빚이다.”유생이 웃으며 말했다.“예. 그동안 저희 부모님께 돈을 쓴 적 없어, 유가에서 무슨 돈을 썼는지 도통 모르지요.”그녀의 말에 둘째아버지가 불만스러워했다.“그게 무슨 뜻이냐? 너희 집안에서 쓴 돈이 없으니, 갚고 싶지 않다는 것이냐?”“그럼 너희 집안은 유가를 위해 무엇을 한 것이냐? 잡일을 한 것도 공로라 할 수 있다면 하인을 더 부르면 되는 일 아니냐? 돈도 적게 들고 좋구나.”“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안 돈을 나누려 하다니. 게다가 집안 빚은 갚지 않으려 하지 않았냐? 어찌 세상에 그리 좋은 일이 있겠느냐?”다들 잇달아 맞장구를 쳤다.유생의 형제자매들조차도 다들 그들을 깔보며 듣기 거북한
그러나 그녀가 장부를 들고 차례대로 물으러 가니, 결국 진실 된 장부라는 답을 얻었다.보아하니 큰아버지 가족은 이미 준비를 해놓은 듯했다.빚이 정말 있는 이상, 그녀도 더 이상 가족의 정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날이 밝자마자 유생은 장부를 들고 진가로 향했다.사촌 큰 오라버니 유겸이 혼사를 정한 상대가 바로 진가의 큰아가씨였다. 진가도 도성의 명문가 집안이었고 듣자 하니 8대 가문에 들어갈 기회가 있을 정도로 재력이 강했다.이에 비해 유겸은 떨어진 셈이다. 이 혼사는 오랫동안 언급되었고 진가도 한참 고려하다가 최근에야 승낙했다.유생은 진가가 아무리 큰 집안이라 하더라도 시집가서 이 10만 냥을 갚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진가에 도착하고 신분을 밝히자, 상대는 바로 그녀를 안으로 초대했다. 심지어 통보도 하러 가지 않았다.본청에 와서 앉자마자 진가 대감이 급히 달려왔다. 그는 웃음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생 아가씨가 우리 집에 올 시간도 있다니. 보아하니 혼사에 관해 상의하러 왔나 보구나.”유생은 상대의 태도가 이렇게 열정적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마도 사돈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아닙니다. 혼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시라고 충고하러 온 것입니다.”그녀의 말을 듣고 진 대감의 안색이 변했다.“뭐? 내가 잘못 들은 것이냐?”유생은 전장의 빚은 건네주었다.“큰 오라버니께서 진 빚입니다. 진가도 장사를 하고 있으니, 이렇게 많은 빚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아실 것입니다.”“하나뿐인 딸이라, 분명 금지옥엽처럼 아끼실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을 진가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혼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진 대감은 굳은 표정으로 장부를 건네받았고 적지 않은 빚인 것을 확인하였다.그는 빚을 본 후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혼사 얘기를 꺼내러 왔을 때, 이 일을 언급한 적 없다!”“집안 조사도 해봤지만 이렇게 큰 빚은 없었다!”그 말을 듣고 유생의 눈빛에 한기가 감돌았다. 보아하니 이 장부는 확실히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