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윤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싶었는데 모든 풍경과 그녀의 몸에 쏟아져 내리는 햇살, 그 모든 게 너무도 적절하여 마치 차설아를 위해 그 자리에 있는 듯싶었다.“그래서 아까 화난 이유가 질투 때문이야?”그는 차설아의 뒤에서 잠자코 걷고 있다가 갑자기 손목을 잡았는데 마치 승리자인 것처럼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흥, 알면서 뭘 물어?”차설아는 남자의 손을 쳐내며 말을 이었다.“좀 이따 도현 씨가 오면 다 밝혀질 테니까 그때 가서 용서나 빌지 말라고.”말을 마치고 그녀는 마치 한 마리의 파랑새처럼 쪼르르 달려나갔다.“...”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성도윤의 눈에서는 꿀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더는 내 곁에서 멀어져가지 말았으면...---M 국, 퀸즈호텔.사도현은 성도윤과의 통화를 마치고 5성급 호텔의 폭신한 침대에 누워서는 쿨쿨 자고 있었다.최근 그는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낮에는 호텔에서 잠만 자고 저녁에는 파티를 열며 놀면서 가문의 일에는 아예 신경을 끄고 그렇게 하루가 멀다 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똑똑.”“꺼져.”사도현은 귀를 베개로 막았는데 이불밖에 드러난 두 팔은 보기만 해도 탄탄했고 등 근육도 탄탄하니 태평양 어깨가 따로 없었다.“똑똑!”노크 소리가 전보다 더 다급했다.이와 동시에 무전기에서 사도현의 부하인 도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일어나셨어요? 윤설씨가...”도민준의 말은 윤설에 의해 끊겼다.“오빠, 일단 문 좀 열어. 얘기 좀 해야지 않겠어?”무전기의 저편에서 여인의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잘못은 내가 했으니까 나한테 얼마든지 못되게 굴어도 돼. 그런데 오빠 몸은 망치지 마, 제발. 요즘 매일 술만 마신다며? 그룹 일은 더더욱 신경도 안 쓰고... 이러다간 오빠 몸 다 상해. 그분이 알게 되시면...”“그 사람 얘기 꺼내지 마!”사도현은 마치 심기가 불편한 맹수처럼 눈빛에는 음산한 기운이 뿜어나왔다.“내가 아직 네 목숨은 남겨준 걸 감사하게 여기고 당장
“뛰어내리고 싶으면 뛰라고 해, 나랑 무슨 상관인데?”사도현은 표정 한번 안 변하고 냉담하게 말을 내뱉고는 이불을 잡아당겨 몸을 이불로 꽁꽁 싸맸다.“그렇지만... 윤설 씨는 수영을 못 하시잖아요, 저도 수영할 줄 몰라요!”도민준은 문밖에서 혼자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큰일이에요! 윤설 씨 상황이 지금 엄청 안 좋아요. 저기요! 누구 없어요? 사람 살려요! 구조대원 거기 없어요?”퀸즈 호텔은 독채 별장으로 되어있었는데 방음효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윤설이 뛰어내리는 소리에 호텔 관리자와 손님들이 하나 둘 씩 밖으로 나와 상황을 확인하는 바람에 금세 북적대기 시작했다.“성가시네, 진짜!”사도현은 더는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소음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윤설이 그를 찾아낸 그 순간부터 그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해졌을지도 모르겠다.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옆에 놓여있던 반바지를 집어 주섬주섬 입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큰 키를 가진 그는 마치 모델 같았는데 그한테서는 타고난 매력 같은 것이 풍겼다. 그리고 조금은 흐트러진 머리가 그한테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그는 성도윤과 마찬가지로 하늘의 걸작이라고 할 만큼 태어날 때부터 탁월한 아우라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었다.그러니 사도현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밖에 모여 수군대던 사람들은 하나둘 입을 다물었고 자연스레 그한테 길을 내어주었다.도민준은 사도현이 나온 것을 보고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도련님, 드디어 나오셨네요. 얼른 윤설 씨 좀 구해주세요. 구조 요원들이 접근하는 걸 거절해서 지금 도련님만이 윤설 씨를 구할 수 있어요.”“진짜 성가시네.”사도현은 한편으로는 짜증 난다는 듯 말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준비운동을 했다. 그리고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목제 다리를 따라 윤설이 뛰어내린 곳으로 걸어가 두말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윤설은 물속에서 푸드덕대는 바람에 온몸이 다 젖었었는데 구조대원의 접근을 거절하다가 자신한테로 헤엄쳐오는 사람이 사도현인 것을 보고서야
윤설은 눈시울을 붉히며 사도현의 늘씬한 허벅지를 덥석 끌어안고 울먹였다“알아, 내가 이번에 지은 잘못은 용서받기 어렵다는 거... 그래도 내 얘기 한 번만 들어주면 안 돼?”"그럴 필요 없어."사도현은 여자를 등지고는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너와 나 사이에는 더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그동안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잖아? 나는 너한테 미안한 일 한 적 없어.”"오빠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물론 잘 알고 있어. 오빠는 이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잘해주는 사람이었어. 어떠한 보답도 바라지 않고 나만 바라보는 그런 사람... 그래서 내 마음이 더 아픈 거야. 내가 오빠한테 준 상처를 만회하고 싶을 뿐이야...”"만약 정말로 그것을 만회하고 싶다면 내 세계에서 사라져. 나는 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아!”사도현은 얼굴을 굳히고 끝까지 냉담하게 굴려고 애썼다.그는 윤설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윤설은 한사코 그의 다리를 껴안고 놓으려 하지 않았는데 급기야 그의 다리에 얼굴을 대고 울기 시작했다."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이제야 알았어,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한테 상처를 줬는지. 나에게 다시 기회를 줘. 난 오빠가 아직도 날 사랑한다는 걸 알아, 그렇지 않으면 날 구하지 않았을 거잖아......”소란 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졌고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들고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사도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만해, 너 지금 연예인이야.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앞으로 연예계에서 어떻게 자리 잡으려고 그래?”“싫어, 몇 달 동안 전 세계의 모든 섬을 다 뒤져서 오빠를 찾았는데 그냥 보내줄 수는 없어. 네 연기 인생을 망치더라도 놓지 않을 거라고!”윤설은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에 사도현은 제자리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찍지 마!”그는 관광객들이 윤설의 초라한 모습을 찍는 것을 제지하며 말했다.“누가 감히 함부로 찍고 인터넷에 올리면
“???”사도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기대어 있는 아름다운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무슨 관계라고?!그의 기억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지난번에 이 계집애와 만났을 때는 한 명문 연회였는데 두 사람은 성도윤과 차설아가 재결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싸울 뻔했다. 그가 그날 그녀한테 긁힌 팔에 이제 막 딱지가 앉기 시작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이것도 '사이'라고 한다면 확실히 보통 사이가 아니네!"멍해서 뭐해? 자기야 말 좀 해봐. 자기가 그러면 내가 내연녀 같잖아?”백경윤은 불 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한껏 과장된 말투와 행동을 했는데 은근슬쩍 남자의 팔을 꼬집기도 했다.오올~ 이 녀석 몸 좋은데?이 광경에 윤설의 눈시울은 더욱 붉어졌고 그 안에는 맑은 눈물이 가득 고였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참고 있었다.“그래, 도현 오빠, 말 좀 해봐. 두 사람이 어떤 사이든 난 받아들일 수 있어. 하지만... 내가 내연녀가 된 것처럼 그러지는 마.”"진짜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설의 이 말은 마치 사도현의 가슴을 찌르는 작은 바늘 같았다.지난 4년 동안, 그는 모든 정성을 다해 조심스럽게 윤설을 보호하고 매일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관계는 친구보다는 더한, 연인은 아닌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그녀는 그를 도현 오빠라고 불렀고 그의 손을 잡았고 그의 어깨에 기대기도 했으며 분위기에 취했을 때는 키스까지 했지만 그와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싫어했다.4년 동안 그는 이미 지칠 만큼 지쳤고 이제는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다."보시다시피 나랑 경이는 연인 사이야, 이변이 없다면 우리는 연말에 결혼하게 될 거고... 청첩장 보낼게, 와서 축하해줘.”사도현이 껄렁껄렁 말했다.“...”백경윤은 멍해져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남자를 쳐다보았다.‘이 녀석 무슨 뜻이야? 어떻게 나보다 더 필사적으로 할 수 있어?!’그녀의 본뜻은 단지 그를 혼
윤설의 하얀 눈은 토끼처럼 연약해 보여 사랑스럽지만 또 이에 반면 여성의 미가 묻어나는 몸매는 섹시함이 극에 달했다.특히 그녀의 얼굴에는 차설아의 모습이 보였는데 이는 이미 그가 첫눈에 반하기 충분한 이유였다.이런 이유로 그는 기꺼이 4년 동안 그녀한테 농락을 당했다.하지만 이에 반면 백경윤은 여우처럼 날렵하고 섹시한 눈빛을 지녔고 윤설처럼 피부가 하얗지 않고 건강한 밀 빛을 띠고 있으며 온몸에는 종잡을 수 없는 야성을 풍기고 있어 마치 바람 같아 도통 잡을 수 없게 했다.백경윤의 성격은 차설아와 매우 비슷했다.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하고 활달하며 자기만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다른 여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설렘으로 말하면 윤설이 그를 더 설레게 했을 것이다.하지만 그에게 양자택일의 기회를 준다면 그는 백경윤과 편하게 지내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우리 경이가 왜 상처를 받아?”사도현의 긴 팔은 말과 함께 갑자기 백경윤의 허리를 껴안으며 다정한 자세를 취했는데 방자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경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고 나도 경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야.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이미 너무 행복해."백경윤:“...”그녀는 사도현의 말에 두피가 저려와 저도 모르게 남자와 거리를 두고 싶어졌다.남자는 그녀를 꼭 안았는데 두 사람의 모습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 같았다.“안 믿어! 못 믿어!”윤설은 정말 당황했다. 그녀는 눈물이 마를 정도로 울었고 거의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오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거잖아? 나는 오빠 이러는 거 못 믿겠어.”“그래? 내가 널 사랑하는 거 아네? 난 네가 눈이 멀어서 내 진심을 못 보는 줄 알았잖아?”“나 알아, 다 안다고. 그냥... 다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오빠랑 함께할 수 없을 뿐이야. 나는...”“그럴 필요 없어. 내가 널 사랑해도 그건 이미 과거형이야. 내가 지금 사랑하는 건 오직 경이뿐이야. 이제는 서로 시간 낭비 하지 말자.”사도현은 말을 마친 뒤
한편 방 안에서 백경윤은 귀신이라도 본 듯 사도현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그녀는 밖에서 윤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사도현 이 쓰레기 같은 놈아, 그냥 내버려 둘 거야? 네가 소문으로는 해안 제일인 바보라더니.해안 제일의 순정 마초가 왜 갑자기 이렇게 냉혈 하게 변한 거야?”사도현은 긴 다리를 포개고 문짝에 무심코 기대어 예쁜 턱을 살짝 치켜들고 건들건들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방금 분명히 말했잖아, 너야말로 나의 진실한 사랑이라고. 가치 없는 옛사랑을 위해 진실한 사랑을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으악!!!”백경윤은 참지 못하고 토하는 표정을 지으며 두말없이 사도현을 주먹으로 한 대 쥐어박고는 경고했다.“적당히 해라, 토나오게 하지 말라고!”웃겨 죽겠다. 사도현의 진정한 사랑이 그녀라면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것도 충분히 말이 되겠다.두 사람은 같은 해안 8대 가문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비록 교제가 많지는 않지만 만나면 반드시 서로 물고 뜯는 관계였다.백경윤은 사도현의 바람둥이 기질이 눈에 거슬렸고, 사도현은 백경윤이 사랑을 믿지 않는 태도를 인정하지 않았다.만약 성도윤과 차설아까지 끌어들이면...세계 대전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역시 너는 그대로야, 낭만 과민!”남자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리고는 긴 다리로 침대 머리맡으로 걸어가서는 무전기를 누르고 부하 도민준에게 말했다.“윤설 잘 보살펴. 어떤 수단을 쓰든 오늘 일이 세상에 알려지는 건 막아야 해.”“알겠습니다, 도련님. 이 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압니다.”도민준은 침착한 목소리로 공손히 말했다.이윽고 문밖은 조용해졌고 윤설도 더는 울부짖지 않았고 떠들썩한 구경꾼도 사라졌는데 모든 것이 평온하게 돌아왔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아무래도 많이 신경 쓰시는 것 같아요? 해안 제일 순정남은 역시 너 아니면 안 되네.”백경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도현을 때리려다가
백경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보건대 윤설은 너한테 진심인 거 같던데? 대스타로서 이미지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밖에서 그렇게 많이 울었는데... 너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저렇게까지 하는데 뭘 더 원해?”“...”사도현은 침묵했고 눈빛에는 여전히 짙은 우울함이 서려 있었다."그러니까 진심이 쓸모없는 게 아니라 너란 사람한테 진심은 아예 없는 거야. 너는 얻지 못했을 때의 그 애간장 타는 기분을 즐기는 거라니까. 지금은 얻었으니까 대수롭지 않은 거지...”“네가 뭘 알아!”평온하던 사도현은 갑자기 눈매가 싸늘해지며 백경윤을 뒤편 큰 침대에 눕히고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연애 백치야, 아무 경험도 없으면서 네가 사랑이 뭔지 알아? 경험도 못 해봤으면서 함부로 입 놀리지 말라고.”"누가, 누가 내가 안 겪어봤대? 나도 경험이 많거든?”백경윤은 사도현의 지나치게 예쁜 눈을 보며 괜히 가슴이 뛰고 말을 더듬었다.경험은 그녀는 확실히 그다지 풍부하지 않다. 유일한 한 번 또한 속은 경험이었으니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너 연애해?”사도현은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훤칠한 손가락이 여인의 뺨을 살짝 스쳤다.“결혼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남자를 찾는 것보다 드라마 보는 게 더 낫다고 하지 않았어? 난 네가 어린애인 줄 알았는데 조용히 연애했다니, 정말...”남자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갑자기 말을 멈췄는데 눈빛이 더욱 복잡해졌다.“정말 뭐?”백경윤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사도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냥, 아까워서. 이 세상에 순결한 여자가 또 한 명 사라졌네.”“그게 무슨 뜻이야?”백경윤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금세 분노하여 말했다.“사도현, 너 정말 쓰레기구나! 너는 바람둥이면서 여자가 순수하지 못한 건 용납할 수 없어? 나이가 몇인데 생각이 아직도 그래? 어쩐지 해안 제일 순정남이 왜 갑자기 야멸차게 구냐 했더니, 세간에 떠도는
분위기는 한없이 애매해졌고 두 사람은 입맞춤이 임박했다.백경윤은 갑자기 꿈에서 깨어난 듯 다리를 번쩍 들어 사도현을 침대에서 걷어차 버렸고 벌떡 일어나 몸을 똑바로 세웠다.“남자는 좋은 것이 하나도 없어.더구나 너는 찌질남 성도윤의 친구니까 끼리끼리 논다더니 너는 그보다 더 찌질할뿐이야!”사도현은 이 말에도 화를 내지 않았고 카펫 위에 반쯤 앉아 두 팔로 몸을 받치고 건들건들한 웃음을 보였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아주 좋아. 기억해, 앞으로도 사랑은 하지 마. 마음속에 사랑이 없어야 편할 수 있어.”...둘은 그렇게 헤어지고 각자 비행기를 타고 해바라기 섬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목적지가 일치하는 줄도 모르고 모두 여객기를 타고 먼저 섬 변두리에 도착한 뒤 사설 요트를 타고 섬으로 올랐다.해바라기 섬으로 향하는 요트는 아침저녁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다 도착해야 출발할 수 있었다.백경윤은 선착장에 먼저 도착해 간이 청량음료 매장에 앉아 기다리다 지쳐버렸다."선장님, 바로 출발하면 안 될까요?”그녀는 여전히 데님 선캡을 쓰고 있었고 선글라스로 반 이상 가려진 또렷한 이목구비와 신비롭고 묘한 문양이 수놓아진 민소매 티셔츠는 푸른 바다와 열대림의 아름다움을 더한다.선장은 일 년 내내 배를 몰기에 피부가 까맣게 그을렸었다. 그는 한눈에 이 개성이 넘치는 동양 여자아이에게 매료되었는데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벌리며 해명했다.“죄송합니다, 손님. 저도 배를 운전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 고객님이 너무 많이 주셔서 그를 기다릴 수 없습니다.”“제가 그가 주는 것보다 두 배는 더 드릴게요!”백경윤은 백가가 가장 총애하는 작은 공주였기에 어려서부터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즉시 손을 크게 흔들며 말했다.“이렇게 하죠. 내가 배를 통으로 빌릴 테니 세 배로 그 사람에게 돈을 돌려주고 우리는 바로 출발하는 건 어때요?”“아...”선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일단 전화해서 물어볼게요.”잠시 후, 선장은 미안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