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알고 보니 고작 이런 일로?“뭐는 무슨 뭐야? 얼른 대답해봐.”차설아는 성도윤의 반응으로부터 아마 적지 않은 여자들을 데리고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그녀는 질투의 마음이 다시 한번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그래, 그럴 줄 알았어. 너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이 순정남인 게 몇이나 되겠어? 이 비행기를 탄 여자들이 적어도 10명은 넘지?”“아니야, 난...”“됐어, 변명하지마. 누구도 탓하지 않아. 내가 애초에 널 선택했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결과야.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들이댄 내 잘못이지.”“아니야, 여보. 내 말 좀 들어봐.”“됐어, 나도 다 이해해. 남자들이야 뭐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당신은 그냥 겉보기에 그런 면에 관심이 없었던 거고 뭐 진짜 관심이 없었겠어? 다 알아. 그냥 오늘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랑 잤어?”“잠깐!”성도윤은 더는 차설아의 말을 참을 수가 없어서 아예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나한테도 말할 기회를 주면 안 돼?”“윽...”차설아의 크고 맑은 두 눈은 어느새 붉어졌는데 그렇게 가련한 눈빛으로 성도윤을 바라보는 것이 굳세기도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됐어, 됐어. 울지 말고 일단 내 얘기부터 들어.”그는 크게 한숨을 들이쉬고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난 처음부터 여자는 당신 한 명밖에 없었어.”“응?”차설아의 큰 눈망울은 순간 더 커졌다.“대부분 남자한테 이런 일은 자랑거리가 안 되지만 난 이게 내 행운이라고 생각해. 난 네가 내 첫 번째자 마지막 여자였으면 좋겠어...”성도윤은 그윽한 눈길로 말을 마친 후 차설아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며 물었다.“그럼, 더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솔직히 만약 차설아가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 사실을 평생 그녀한테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차설아가 자신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딴 사람을 찾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나... 나는...”차설아는 무안
“그건...”차설아는 순간 멈칫했지만 금세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하하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그럴 리가? 당신처럼 순결한 남자는 내가 아껴줘도 모자란 데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겠어?”“진짜야?”성도윤은 엄숙한 태도로 그녀에게 물으며 확실한 대답을 얻으려 했다.그의 표정에서 그가 정말로 이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혹은 차설아의 기분을 아주 중요시한다고 할 수 있겠다.그의 엄숙함에 차설아도 더는 장난으로 여기지 않으려 노력했고 차분함을 되찾은 후 그녀는 고양이를 어루만지듯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아주 완벽히 잘하고 있어. 경험은 비록 적지만 이론은 빠삭하잖아? 그리고 매번 진심이잖아. 바람기 많은 다른 남자들하고는 비교도 안 돼. 나 정말 안 싫어.”쯧쯧, 순정남은 역시 좋네. 깨끗하고 혼자 반성까지 척척하니.문제가 있으면 남을 탓하는 게 아니라 우선 본인이 잘못한 게 아닌가 반성한다는 자체가 이미 많은 평범한 남자들보다 나았다.차설아는 순간 ‘게 탔네?’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걱정 마, 이런 일은 여러 번 하다 보면 자연스레 느는 거지. 자신감을 가져! 이미 다른 남자들보다 많이 나은걸?”그녀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성도윤을 타일렀다.“다른 남자들?”하지만 성도윤의 목소리는 순간 차갑기 그지없게 변했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여운 강아지 같은 꼴이던 그는 금세 어둠 속의 악마처럼 주변을 삼켜버릴 것 같은 아우라를 풍겼다.그는 손가락으로 차설아의 턱을 받쳐 올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당신 뜻은 아주 많은 남자를 거쳤다는 말이야?”차설아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니 그녀도 성도윤의 화를 돋우는 것을 개의치 않고 정색하여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먼저 세어볼게. 하나, 둘, 셋...”“...”성도윤의 얼굴에는 눈에 띄게 어두운 빛이 어렸다.차설아는 한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자 다시 태연하게 다른 손가락을 펼쳤다.“여섯, 일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진정한 사랑일 거다!“왜 웃어?”성도윤은 울적해하다 차설아가 웃는 것을 보고 정신이 들었는데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는 조금은 화난 얼굴로 말했다.“날 갖고 놀아? 혼 좀 나야 정신을 차리지?”성도윤의 어깨는 근육으로 딴딴하고 넓었는데 가볍게 그녀를 어깨에 올리고는 큰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한번 치더니 냉정하게 물었다.“솔직하게 말해, 도대체 몇 명이나 있었어?”차설아는 순간 중심을 잃었고 다급하게 남자의 옷을 잡으며 계속 정색하여 헛소리했다.“말했잖아, 한 아흔 명? 아무튼 엄청 많다고.”“계속 헛소리할래?”성도윤은 다시 한번 같은 자리를 때리며 그녀를 위협했다.“계속 헛소리하면 할 때마다 때릴 거니까 각오해.”“성도윤, 이 변태야!”차설아는 작은 주먹으로 성도윤의 어깨를 마구 치며 다리를 푸드덕거리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좋은 말로 할 때 내려놔, 아니면 소리 지를 거야.”“원이야, 달이야! 살려줘! 아빠가 엄마 때린대~”그녀는 목 놓아 아이들이 달리고 있는 쪽으로 크게 소리쳤다.하지만 이미 해변에서 뛰어노는데 정신이 팔린 아이들이 그녀의 외침을 들을 리가 없었다.“소리쳐봐,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을걸?”성도윤은 또 같은 자리를 세 번 정도 때리고는 무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일로 장난을 칠 때 이미 이런 결과가 있을 거라는 걸 예상 했었어야지?”때리는 강도가 남녀 사이의 그런 무드가 아닌 진정한 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흑흑.”차설아는 억울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고 더는 발버둥 치지도 않고 울음 섞긴 목소리로 말했다.“성도윤, 이 나쁜 놈! 이렇게 사람 갖고 노는 게 어디 있어?”성도윤은 처음에는 차설아가 우는 시늉을 하는 줄로만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다가 손등에 뜨거운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서야 일이 크게 번졌다는 것을 깨달았다.“진짜 우는 거야?”그는 황급히 차설아를 내려놓고는 그녀의 주먹만 한 얼굴을 받쳐 들고 보니 이미 얼굴이 눈물범벅이고 진주 같은 눈물이
“이게 뭔데?”차설아는 팔짱을 끼더니 뒤돌아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거짓말하지마. 비행기에서 주운 거야. 처음 보는 거라는 둥 그런 소리 할 생각하지마?”“나 진짜 처음 보는 거야.”하지만 성도윤의 반응을 보니 연기를 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나 기억났어...”성도윤은 조금은 불쾌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분명 도현이 그 자식이 아무나 데리고 와서는 정리를 깨끗하게 못 한걸 거야.”“사도현?”차설아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얼마 전에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하지 않았어? 이렇게 누명을 씌우는 건 좀 아니지 않아?”“여자친구랑 헤어졌지. 그런데 걔한테는 해방이라고 할 수 있어. 아니면 나도 걔한테 비행기를 빌려주면서 축하해주진 않았을 거야.”성도윤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 자식 내 말 듣고 조금이라도 일찍 헤어졌으면 그 꼴은 안 당했지? 걔랑 걔 여자친구는 정말 악연이야.”여기까지 들은 차설아는 궁금증이 증폭했는데 계속 따져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래? 계속 말해봐.”성도윤은 그녀의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얼굴을 받쳐 들고는 안쓰러운 눈길로 말했다.“그렇게 궁금해? 우리 일은 다 해결했어?”“아니, 뭐... 우리 일은 중요하지 않아. 도현 씨는 내 생명의 은인인데 당연히 걱정해야지. 그래서? 왜 악연인데?”“그 여자친구가 걔를 갖고 놀았지 뭐.”성도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도현이 이 자식, 남녀 사이에서는 자신 있다더니 하필이면 그 여자친구한테 걸려서... 당신이 떠난 4년 동안 여자친구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어.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지.”“헤어졌다는 데 다행이래?”하지만 차설아도 되짚어보니 저번에 사도현을 만났을 때 확실히 4년 전보다 기운이 죽은 것 같았다. 그때도 예전의 자유분방하고 걱정 없던 도련님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었다.역시 사랑이란 한번 선택을 잘못하면 몸과 마음에 모두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슬픈 건 사랑이
성도윤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싶었는데 모든 풍경과 그녀의 몸에 쏟아져 내리는 햇살, 그 모든 게 너무도 적절하여 마치 차설아를 위해 그 자리에 있는 듯싶었다.“그래서 아까 화난 이유가 질투 때문이야?”그는 차설아의 뒤에서 잠자코 걷고 있다가 갑자기 손목을 잡았는데 마치 승리자인 것처럼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흥, 알면서 뭘 물어?”차설아는 남자의 손을 쳐내며 말을 이었다.“좀 이따 도현 씨가 오면 다 밝혀질 테니까 그때 가서 용서나 빌지 말라고.”말을 마치고 그녀는 마치 한 마리의 파랑새처럼 쪼르르 달려나갔다.“...”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성도윤의 눈에서는 꿀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더는 내 곁에서 멀어져가지 말았으면...---M 국, 퀸즈호텔.사도현은 성도윤과의 통화를 마치고 5성급 호텔의 폭신한 침대에 누워서는 쿨쿨 자고 있었다.최근 그는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낮에는 호텔에서 잠만 자고 저녁에는 파티를 열며 놀면서 가문의 일에는 아예 신경을 끄고 그렇게 하루가 멀다 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똑똑.”“꺼져.”사도현은 귀를 베개로 막았는데 이불밖에 드러난 두 팔은 보기만 해도 탄탄했고 등 근육도 탄탄하니 태평양 어깨가 따로 없었다.“똑똑!”노크 소리가 전보다 더 다급했다.이와 동시에 무전기에서 사도현의 부하인 도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일어나셨어요? 윤설씨가...”도민준의 말은 윤설에 의해 끊겼다.“오빠, 일단 문 좀 열어. 얘기 좀 해야지 않겠어?”무전기의 저편에서 여인의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잘못은 내가 했으니까 나한테 얼마든지 못되게 굴어도 돼. 그런데 오빠 몸은 망치지 마, 제발. 요즘 매일 술만 마신다며? 그룹 일은 더더욱 신경도 안 쓰고... 이러다간 오빠 몸 다 상해. 그분이 알게 되시면...”“그 사람 얘기 꺼내지 마!”사도현은 마치 심기가 불편한 맹수처럼 눈빛에는 음산한 기운이 뿜어나왔다.“내가 아직 네 목숨은 남겨준 걸 감사하게 여기고 당장
“뛰어내리고 싶으면 뛰라고 해, 나랑 무슨 상관인데?”사도현은 표정 한번 안 변하고 냉담하게 말을 내뱉고는 이불을 잡아당겨 몸을 이불로 꽁꽁 싸맸다.“그렇지만... 윤설 씨는 수영을 못 하시잖아요, 저도 수영할 줄 몰라요!”도민준은 문밖에서 혼자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큰일이에요! 윤설 씨 상황이 지금 엄청 안 좋아요. 저기요! 누구 없어요? 사람 살려요! 구조대원 거기 없어요?”퀸즈 호텔은 독채 별장으로 되어있었는데 방음효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윤설이 뛰어내리는 소리에 호텔 관리자와 손님들이 하나 둘 씩 밖으로 나와 상황을 확인하는 바람에 금세 북적대기 시작했다.“성가시네, 진짜!”사도현은 더는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소음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윤설이 그를 찾아낸 그 순간부터 그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해졌을지도 모르겠다.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옆에 놓여있던 반바지를 집어 주섬주섬 입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큰 키를 가진 그는 마치 모델 같았는데 그한테서는 타고난 매력 같은 것이 풍겼다. 그리고 조금은 흐트러진 머리가 그한테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그는 성도윤과 마찬가지로 하늘의 걸작이라고 할 만큼 태어날 때부터 탁월한 아우라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었다.그러니 사도현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밖에 모여 수군대던 사람들은 하나둘 입을 다물었고 자연스레 그한테 길을 내어주었다.도민준은 사도현이 나온 것을 보고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도련님, 드디어 나오셨네요. 얼른 윤설 씨 좀 구해주세요. 구조 요원들이 접근하는 걸 거절해서 지금 도련님만이 윤설 씨를 구할 수 있어요.”“진짜 성가시네.”사도현은 한편으로는 짜증 난다는 듯 말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준비운동을 했다. 그리고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목제 다리를 따라 윤설이 뛰어내린 곳으로 걸어가 두말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윤설은 물속에서 푸드덕대는 바람에 온몸이 다 젖었었는데 구조대원의 접근을 거절하다가 자신한테로 헤엄쳐오는 사람이 사도현인 것을 보고서야
윤설은 눈시울을 붉히며 사도현의 늘씬한 허벅지를 덥석 끌어안고 울먹였다“알아, 내가 이번에 지은 잘못은 용서받기 어렵다는 거... 그래도 내 얘기 한 번만 들어주면 안 돼?”"그럴 필요 없어."사도현은 여자를 등지고는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너와 나 사이에는 더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그동안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잖아? 나는 너한테 미안한 일 한 적 없어.”"오빠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물론 잘 알고 있어. 오빠는 이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잘해주는 사람이었어. 어떠한 보답도 바라지 않고 나만 바라보는 그런 사람... 그래서 내 마음이 더 아픈 거야. 내가 오빠한테 준 상처를 만회하고 싶을 뿐이야...”"만약 정말로 그것을 만회하고 싶다면 내 세계에서 사라져. 나는 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아!”사도현은 얼굴을 굳히고 끝까지 냉담하게 굴려고 애썼다.그는 윤설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윤설은 한사코 그의 다리를 껴안고 놓으려 하지 않았는데 급기야 그의 다리에 얼굴을 대고 울기 시작했다."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이제야 알았어,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한테 상처를 줬는지. 나에게 다시 기회를 줘. 난 오빠가 아직도 날 사랑한다는 걸 알아, 그렇지 않으면 날 구하지 않았을 거잖아......”소란 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졌고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들고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사도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만해, 너 지금 연예인이야.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앞으로 연예계에서 어떻게 자리 잡으려고 그래?”“싫어, 몇 달 동안 전 세계의 모든 섬을 다 뒤져서 오빠를 찾았는데 그냥 보내줄 수는 없어. 네 연기 인생을 망치더라도 놓지 않을 거라고!”윤설은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에 사도현은 제자리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찍지 마!”그는 관광객들이 윤설의 초라한 모습을 찍는 것을 제지하며 말했다.“누가 감히 함부로 찍고 인터넷에 올리면
“???”사도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기대어 있는 아름다운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무슨 관계라고?!그의 기억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지난번에 이 계집애와 만났을 때는 한 명문 연회였는데 두 사람은 성도윤과 차설아가 재결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싸울 뻔했다. 그가 그날 그녀한테 긁힌 팔에 이제 막 딱지가 앉기 시작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이것도 '사이'라고 한다면 확실히 보통 사이가 아니네!"멍해서 뭐해? 자기야 말 좀 해봐. 자기가 그러면 내가 내연녀 같잖아?”백경윤은 불 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한껏 과장된 말투와 행동을 했는데 은근슬쩍 남자의 팔을 꼬집기도 했다.오올~ 이 녀석 몸 좋은데?이 광경에 윤설의 눈시울은 더욱 붉어졌고 그 안에는 맑은 눈물이 가득 고였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참고 있었다.“그래, 도현 오빠, 말 좀 해봐. 두 사람이 어떤 사이든 난 받아들일 수 있어. 하지만... 내가 내연녀가 된 것처럼 그러지는 마.”"진짜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설의 이 말은 마치 사도현의 가슴을 찌르는 작은 바늘 같았다.지난 4년 동안, 그는 모든 정성을 다해 조심스럽게 윤설을 보호하고 매일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관계는 친구보다는 더한, 연인은 아닌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그녀는 그를 도현 오빠라고 불렀고 그의 손을 잡았고 그의 어깨에 기대기도 했으며 분위기에 취했을 때는 키스까지 했지만 그와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싫어했다.4년 동안 그는 이미 지칠 만큼 지쳤고 이제는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다."보시다시피 나랑 경이는 연인 사이야, 이변이 없다면 우리는 연말에 결혼하게 될 거고... 청첩장 보낼게, 와서 축하해줘.”사도현이 껄렁껄렁 말했다.“...”백경윤은 멍해져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남자를 쳐다보았다.‘이 녀석 무슨 뜻이야? 어떻게 나보다 더 필사적으로 할 수 있어?!’그녀의 본뜻은 단지 그를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