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진명은 약간 흔들리는 표정이었다. 그는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강성시 최고 미인인 임아린이 수많은 거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릎까지 꿇은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다.그리고 임아린은 원래부터 진명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임아린에 대한 감정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고 그저 마음속 깊은 곳에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임아린이 자신을 붙잡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릎까지 꿇은 이상 진명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진명은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고 임아린을 향한 마음도 동요하기 시작했다.반면 서윤정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임아린을 향한 진명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눈물은 남자를 상대로 한 최고의 무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임아린이 서럽게 울며 애원하는데 진명이 무슨 수로 당해내겠는가.‘만약 진명이 허락해 버린다면 어떡하지?’“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 경고하는데 이건 저랑 진명의 약혼식이에요. 아린 씨를 환영하는 사람은 없으니 이만 가주세요. 안 그러면 쫓아내 버릴 줄 알아요!”서윤정은 분노에 차서 윽박질렀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임아린을 빨리 쫓아낼 생각밖에 없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진짜로 진명을 빼앗길지도 몰랐다.“저를 쫓아낸다고요? 그럼 어디 한 번 쫓아내 봐요! 저는 진명이 저를 받아줄 때까지 단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 테니까요!”임아린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버텨봐요!”서윤정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 그녀는 고민 없이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더니 무시무시한 위세로 임아린을 공격했다.서윤정은 선천중기에 도달했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원래부터 강한 실력에 분노까지 더해지니 그 위력은 상상이상이었다.쾅!서윤정보다 레벨이 낮았던 임아린은 그녀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임아린은 전혀 방어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서윤정의 공격을 그대로 맞아버렸다.풋!임아린은 피를 토하며 밀려나갔고 줄이 끊어난 연처럼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진명을 잃은 슬픔에 비해 이 정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진명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언니도 그만하고 이만 돌아가자...”하소정은 눈가가 빨개진 채로 설득을 했다. 그녀는 이미 진명에게 완전히 살망하고 말았다.“안돼, 그냥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임아린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하소정에게 자신을 부축해달라고 했다.“진명아, 내가 진짜 잘못했어. 제발 나를 용서해 주고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면 안 돼?”임아린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진명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기대로 가득했다.“나는...”진명은 복잡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그는 이미 임아린에 대한 감정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임아린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사과는 그의 마음을 움직이고 묻어둔 감정을 다시 끌어내는데 충분했다.진명은 마음이 약해졌고 임아린의 애원을 받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서윤정과 서씨 가문 또한 외면할 수가 없었기에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서씨 가문은 진명에게 엄청난 은혜를 베풀었다. 고아인 그가 오늘날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서씨 가문의 덕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주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서윤정 또한 진명이 가장 나락에 있을 때 함께 있어줬고 힘든 상황을 걸어오는 과정에서 외롭지 않게 해줬다. 서윤정은 그에게 최고의 도움을 줬다고 할 수도 있었다.만약 지금 서윤정을 배신하고 임아린을 선택한다면 서씨 가문에게 큰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서윤정의 감정도 배신하게 된다.진명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위인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감정적인 동반자는 임아린이었지만 이성적인 동반자는 여전히 서윤정이었다.잠깐의 침묵이 끝난 후, 진명은 드디어 감정을 이겨내고 이성을 선택했다.“아린아, 미안해.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 네가 원한다면 친구로 지내면서 도움을 줄 수는 있어. 하지만 그 이상은 안될 것 같아...”진명은 심호흡을 하며 또다시 임아린의 고백을 거
임아린은 절망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손에서는 무언가 반짝이더니 어느새 예리한 비수를 들고 자신의 심장을 향해 서슴없이 찔렀다.“언니, 안돼...!”이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하소정과 한희정 역시 임아린이 죽을 결심을 했을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은 넋을 잃은 채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진명은 물론 임아린의 계획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먼 관계로 미처 막아낼 수는 없었다.푹!비수가 심장에 꽂히고 피가 밖으로 흘러나오며 임아린의 옷을 적셨다.“언니, 미쳤어?”“아린아,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뒤늦게 정신을 차린 하소정과 한희정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목소리마저 떨렸다.“어떻게 이럴 수가...”진명은 마치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나가 하소정의 품에서 임아린을 끌어안았다.“헐...”“임아린이 진명을 위해 죽었다고...?”...하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던 어르신들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젊은 도련님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영혼을 뺏긴 표정으로 있었다.임아린의 선택은 모든 사람들을 들끓게 만들었다.“아린아, 너 왜 그래... 제발 일어나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줘...”피로 물들어진 임아린을 보고 진명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다.“크윽... 진명아, 잘 지내...”간만에 느끼는 따뜻한 온기에 임아린은 피를 약간 토해내며 마지막 힘을 다해 얼굴을 붉혔다.“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진명은 분노에 휩싸여 소리를 지르면서도 눈물을 끊임없이 흘렸다.남자는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가슴이 찢어지게 고통스러운 순간을 겪어본 적 없는 게 분명했다.“울지 마, 이게 다 내 탓이야...”임아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약혼식에서 다시 한번 고백을 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임아린은 이미 이렇게 할 작정이었다. 비록 진명을 붙잡지 못하기는 했지만 최선의 노력
임아린은 씁쓸한 미소를 짓기는 했지만 아주 후련한 해방감을 느꼈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죽음이 최선의 해방이었을 지도 모른다.“아, 아니야. 내가 아직 너를 사랑하는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네가 나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진명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었다.임아린을 곧 잃게 될 것이라는 공포에 질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성을 내쳐버리고 자신의 진심을 호소했다.지금의 상황 앞에서 이성 따위는 추호의 쓸모도 없었다.“고, 고마워... 죽기 전에라도 네 진심을 알게 돼서 너무 좋아.”임아린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렇게 기뻐본 적이 없었다.비록 진명과 다시 만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자신을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지금 곧 세상을 떠나게 될지라도 행복에 겨워 떠나게 될 것이다.“아, 아니야. 넌 죽지 않을 거야. 내가 그렇게 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진명은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말했다. 그는 눈가가 빨개진 채로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진명아, 난 이제 글렀어. 그래도 네 품에서 죽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내가 진짜 잘해줄게.”임아린은 진명의 품에 기대서 한쪽 손을 들어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힘 없이 툭 떨어졌고 눈도 스르륵 감겼다.임아린은 그렇게 완전히 생기를 잃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진명은 머릿속이 창백해졌다. 그는 영혼이라도 뺏긴 것처럼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절망에 빠지기 전에 그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순간 정신을 차렸다.진명은 진씨 가문의 조상에게서 엄청난 의술을 물려받았고 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만약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임아린이 완전히 죽어가기 전에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지도 몰랐다.진명은 정신을 다잡고 바로 은침 몇 대를 꺼
진명은 임아린이 아직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임아린의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다.진명은 임아린을 안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가장 중간에 앉아있는 서씨 어르신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어르신, 죄송합니다. 지금은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니 약혼식을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임아린은 이미 죽었다. 우리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은 사람을 굳이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나?”서씨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아니요, 아직 안 죽었어요. 제가 꼭 살릴 겁니다!”진명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약혼식을 취소하고 가겠다는 말이냐?”객석에 있는 서씨 일가는 서씨 어르신을 포함해 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이번 약혼식은 아주 화려했고 강성시의 대부분 거물이 다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만약 진명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약혼식을 취소해버린다면 서씨 가문의 체면이 바닥에 떨어져서 모두의 우스개 거리가 될 것이다.이는 가문의 명성이 달려있는 문제이기에 서씨 가문은 허락을 할 수가 없었다.“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도 말 못 할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니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진명은 자신의 선택이 서씨 가문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서씨 일가를 향해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했다.“네가 떠난다면 윤정이는 어떡하라는 말이냐?”서씨 어르신은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진명의 선택은 서씨 가문 뿐만 아니라 서윤정도 엄청난 타격을 받게 할 것이다. 서씨 가문은 이를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그건...”진명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머리를 돌려 서윤정을 바라봤다.“윤정 씨, 미안해요. 저도 일부러는 아니었어요...”진명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 일은 진명에게도 엄청난 고통을 줬다. 그는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서씨 가문과 서윤정이
“만약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난 널 평생 미워할 거야!”서윤정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진명이 아무런 대답을 못할 때부터 그녀는 이미 그의 답을 알고 있었다.“미안해요, 제가 윤정 씨를 실망시켰네요...”진명은 기분이 아주 씁쓸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머리도 돌리지 않고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안돼요! 가지 마요!”이때 서준호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달려와 진명의 앞길을 막았다.“아직 할 말이 남아 있어?”진명이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우리 윤정이한테 이런 짓을 해요? 방금 휴게실에서 한 말은 다 잊었어요? 진명 씨가 자신이 한 말 한마디도 지키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서준호가 소리를 질렀다.“미안한데 일부러는 아니었어.”진명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찌 됐든 상관없고 저는 윤정이를 울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던 제 말을 지킬게요.”서준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고 강한 기운이 진명을 향해 몰려왔다.“너는 나를 이길 수 없을 거야.”진명은 한숨을 쉬며 손을 들어 서준호를 무대 아래로 밀어냈다. 하지만 그는 상처 하나 남기지 않았다.“그래, 준호는 너를 이길 수 없어. 그렇다고 해서 우리 서씨 일가가 전부 이길 수 없는 건 아니야.”서윤정의 아버지인 서유신은 화난 표정으로 책상을 쾅 소리 나게 내리쳤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씨 가문의 고수들이 소리 없이 나타나 진명을 막아섰다.“네가 감히 내 딸을 내쳤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우리 마음에 들기 전에는 나가지 못할 줄 알아!”서유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아저씨, 제가 진짜 잘못했어요. 아니면 제가 명정 그룹 이사장 직을 서씨 가문에게 넘겨줄게요. 이걸로 윤정 씨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단약을 만들 일이 있을 때마다 제가 꼭 찾아올게요. 저는 제 한 평생을 이용해서 이번에 저지른 죄를 갚을 거예요. 서씨 가문에서 어떤 조건을 내걸던 다 만족시킬 수 있어요.”진명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는
“아버지, 그건 안 되죠….”서유신이 화들짝 놀라며 어르신을 말렸다.그는 가문의 다른 원로들과 다르게 이익을 쫓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딸인 서윤정이 진명에게 큰 상처를 입었는데 아버지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람 감정이라는 게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진명은 뜻을 굳힌 것 같으니 보내줘!”서씨 어르신은 아들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다.명정 그룹은 진명의 근본이 되는 회사였다. 그 동안 회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피땀을 들이부었는지 어르신도 잘 알고 있었다.그런 진명이 아무 조건 없이 회사를 내놓겠다고 했을 때는 그가 이미 떠날 마음을 굳혔다는 것을 설명했다.그러니 서씨 가문에서 말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렇지만….”서유신은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은 표정이었다.아버지의 뜻은 이해하지만 이번 진명의 처사는 너무했다. 아버지가 왜 이렇게 쉽게 진명을 보내주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내 말에 토 달지 말아! 진명은 네 엄마의 병을 고쳐준 은인이야! 우리 가문은 진명에게 빚이 있다고! 그러니 오늘 일은 여기까지만 하자! 이제 서로 빚진 거 없을 테니!”어르신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매사 공정한 사람이었다 진명이 아내의 목숨을 살려줬으니 그도 오늘 일만 가지고 진명을 공격할 수 없었다. 어르신은 은혜를 원수로 갚고 진명을 가문에서 쫓아낸 임씨 가문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가주인 어르신이 결정을 내렸으니 다른 사람들도 감히 그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들은 분분히 뒤로 물러섰다.“어르신, 고맙습니다.”진명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나한테 고마워할 것 없네! 우리 가문이 자네한테 진 빚, 오늘부로 청산되었네. 그러니 이 문을 나가면 앞으로 우리와 자네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거야. 잘 살펴가시게! 가자!”어르신이 차갑게 말한 뒤, 뒤돌아섰다.진명이 약혼식을 취소하면서 서씨 가문의 체면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비
“이태준 씨, 또 당신이네요? 뭐 하자는 거죠?”진명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점점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진명 이놈 순정파였잖아? 서윤정과 약혼하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손을 쓰기도 전에 임아린이 나 대신 약혼을 망쳐놨네?”이태준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이미 사전에 채씨 가문과 연맹을 맺고 진명과 서씨 가문에 대적하기로 했지만 실력이 상당한 서씨 가문은 그렇게 건드리기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만약 정면충돌이 일어난다면 채씨 가문과 손을 잡아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그런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진명이 약혼식을 취소하면서 서씨 가문과 등을 돌렸으니 그에게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서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잃었으니 진명을 제거하려면 누워서 떡 먹기 아닌가!“이태준 씨, 원하는 게 뭐죠?”진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뭐일 것 같니? 넌 몇 번이나 우리 가문이 하려는 일을 방해했었지.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 지금 당장 너랑 임아린을 저승으로 보내주지!”이태준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 실력으로 그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진명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지금의 그는 예전의 진명이 아니었다. 아무리 서씨 가문이 등을 돌렸다고 해도 이태준의 손에 쉽게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다!“이놈 참 웃기는 놈일세! 진명, 저번에 임씨 본가에서 서씨 영감이 나서지 않았으면 넌 진작 내 손에 죽었어! 이제 서씨 가문도 너한테 등을 돌렸는데 누가 나서서 너를 구해줄 것 같아?”이태준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진명을 바라보았다.“이태준 씨, 그만하시죠!”“북왕, 사회에서 꽤 명망도 높은 사람이 왜 이렇게 약자를 괴롭히는 일에 재미 들렸는지 몰라? 수치심도 없어?”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남왕 김진성이 수하들을 데리고 이태준의 앞을 가로막았다.“김진성? 지금 진명 저 놈의 편을 들겠다고 나선 건가?”이태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진명이 남왕과 꽤 친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 서씨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