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아린은 씁쓸한 미소를 짓기는 했지만 아주 후련한 해방감을 느꼈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죽음이 최선의 해방이었을 지도 모른다.“아, 아니야. 내가 아직 너를 사랑하는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네가 나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진명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었다.임아린을 곧 잃게 될 것이라는 공포에 질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성을 내쳐버리고 자신의 진심을 호소했다.지금의 상황 앞에서 이성 따위는 추호의 쓸모도 없었다.“고, 고마워... 죽기 전에라도 네 진심을 알게 돼서 너무 좋아.”임아린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렇게 기뻐본 적이 없었다.비록 진명과 다시 만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자신을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지금 곧 세상을 떠나게 될지라도 행복에 겨워 떠나게 될 것이다.“아, 아니야. 넌 죽지 않을 거야. 내가 그렇게 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진명은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말했다. 그는 눈가가 빨개진 채로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진명아, 난 이제 글렀어. 그래도 네 품에서 죽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내가 진짜 잘해줄게.”임아린은 진명의 품에 기대서 한쪽 손을 들어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힘 없이 툭 떨어졌고 눈도 스르륵 감겼다.임아린은 그렇게 완전히 생기를 잃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진명은 머릿속이 창백해졌다. 그는 영혼이라도 뺏긴 것처럼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절망에 빠지기 전에 그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순간 정신을 차렸다.진명은 진씨 가문의 조상에게서 엄청난 의술을 물려받았고 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만약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임아린이 완전히 죽어가기 전에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지도 몰랐다.진명은 정신을 다잡고 바로 은침 몇 대를 꺼
진명은 임아린이 아직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임아린의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다.진명은 임아린을 안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가장 중간에 앉아있는 서씨 어르신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어르신, 죄송합니다. 지금은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니 약혼식을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임아린은 이미 죽었다. 우리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은 사람을 굳이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나?”서씨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아니요, 아직 안 죽었어요. 제가 꼭 살릴 겁니다!”진명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약혼식을 취소하고 가겠다는 말이냐?”객석에 있는 서씨 일가는 서씨 어르신을 포함해 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이번 약혼식은 아주 화려했고 강성시의 대부분 거물이 다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만약 진명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약혼식을 취소해버린다면 서씨 가문의 체면이 바닥에 떨어져서 모두의 우스개 거리가 될 것이다.이는 가문의 명성이 달려있는 문제이기에 서씨 가문은 허락을 할 수가 없었다.“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도 말 못 할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니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진명은 자신의 선택이 서씨 가문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서씨 일가를 향해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했다.“네가 떠난다면 윤정이는 어떡하라는 말이냐?”서씨 어르신은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진명의 선택은 서씨 가문 뿐만 아니라 서윤정도 엄청난 타격을 받게 할 것이다. 서씨 가문은 이를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그건...”진명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머리를 돌려 서윤정을 바라봤다.“윤정 씨, 미안해요. 저도 일부러는 아니었어요...”진명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 일은 진명에게도 엄청난 고통을 줬다. 그는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서씨 가문과 서윤정이
“만약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난 널 평생 미워할 거야!”서윤정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진명이 아무런 대답을 못할 때부터 그녀는 이미 그의 답을 알고 있었다.“미안해요, 제가 윤정 씨를 실망시켰네요...”진명은 기분이 아주 씁쓸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머리도 돌리지 않고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안돼요! 가지 마요!”이때 서준호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달려와 진명의 앞길을 막았다.“아직 할 말이 남아 있어?”진명이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우리 윤정이한테 이런 짓을 해요? 방금 휴게실에서 한 말은 다 잊었어요? 진명 씨가 자신이 한 말 한마디도 지키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서준호가 소리를 질렀다.“미안한데 일부러는 아니었어.”진명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찌 됐든 상관없고 저는 윤정이를 울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던 제 말을 지킬게요.”서준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고 강한 기운이 진명을 향해 몰려왔다.“너는 나를 이길 수 없을 거야.”진명은 한숨을 쉬며 손을 들어 서준호를 무대 아래로 밀어냈다. 하지만 그는 상처 하나 남기지 않았다.“그래, 준호는 너를 이길 수 없어. 그렇다고 해서 우리 서씨 일가가 전부 이길 수 없는 건 아니야.”서윤정의 아버지인 서유신은 화난 표정으로 책상을 쾅 소리 나게 내리쳤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씨 가문의 고수들이 소리 없이 나타나 진명을 막아섰다.“네가 감히 내 딸을 내쳤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우리 마음에 들기 전에는 나가지 못할 줄 알아!”서유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아저씨, 제가 진짜 잘못했어요. 아니면 제가 명정 그룹 이사장 직을 서씨 가문에게 넘겨줄게요. 이걸로 윤정 씨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단약을 만들 일이 있을 때마다 제가 꼭 찾아올게요. 저는 제 한 평생을 이용해서 이번에 저지른 죄를 갚을 거예요. 서씨 가문에서 어떤 조건을 내걸던 다 만족시킬 수 있어요.”진명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는
“아버지, 그건 안 되죠….”서유신이 화들짝 놀라며 어르신을 말렸다.그는 가문의 다른 원로들과 다르게 이익을 쫓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딸인 서윤정이 진명에게 큰 상처를 입었는데 아버지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람 감정이라는 게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진명은 뜻을 굳힌 것 같으니 보내줘!”서씨 어르신은 아들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다.명정 그룹은 진명의 근본이 되는 회사였다. 그 동안 회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피땀을 들이부었는지 어르신도 잘 알고 있었다.그런 진명이 아무 조건 없이 회사를 내놓겠다고 했을 때는 그가 이미 떠날 마음을 굳혔다는 것을 설명했다.그러니 서씨 가문에서 말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렇지만….”서유신은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은 표정이었다.아버지의 뜻은 이해하지만 이번 진명의 처사는 너무했다. 아버지가 왜 이렇게 쉽게 진명을 보내주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내 말에 토 달지 말아! 진명은 네 엄마의 병을 고쳐준 은인이야! 우리 가문은 진명에게 빚이 있다고! 그러니 오늘 일은 여기까지만 하자! 이제 서로 빚진 거 없을 테니!”어르신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매사 공정한 사람이었다 진명이 아내의 목숨을 살려줬으니 그도 오늘 일만 가지고 진명을 공격할 수 없었다. 어르신은 은혜를 원수로 갚고 진명을 가문에서 쫓아낸 임씨 가문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가주인 어르신이 결정을 내렸으니 다른 사람들도 감히 그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들은 분분히 뒤로 물러섰다.“어르신, 고맙습니다.”진명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나한테 고마워할 것 없네! 우리 가문이 자네한테 진 빚, 오늘부로 청산되었네. 그러니 이 문을 나가면 앞으로 우리와 자네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거야. 잘 살펴가시게! 가자!”어르신이 차갑게 말한 뒤, 뒤돌아섰다.진명이 약혼식을 취소하면서 서씨 가문의 체면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비
“이태준 씨, 또 당신이네요? 뭐 하자는 거죠?”진명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점점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진명 이놈 순정파였잖아? 서윤정과 약혼하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손을 쓰기도 전에 임아린이 나 대신 약혼을 망쳐놨네?”이태준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이미 사전에 채씨 가문과 연맹을 맺고 진명과 서씨 가문에 대적하기로 했지만 실력이 상당한 서씨 가문은 그렇게 건드리기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만약 정면충돌이 일어난다면 채씨 가문과 손을 잡아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그런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진명이 약혼식을 취소하면서 서씨 가문과 등을 돌렸으니 그에게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서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잃었으니 진명을 제거하려면 누워서 떡 먹기 아닌가!“이태준 씨, 원하는 게 뭐죠?”진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뭐일 것 같니? 넌 몇 번이나 우리 가문이 하려는 일을 방해했었지.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 지금 당장 너랑 임아린을 저승으로 보내주지!”이태준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 실력으로 그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진명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지금의 그는 예전의 진명이 아니었다. 아무리 서씨 가문이 등을 돌렸다고 해도 이태준의 손에 쉽게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다!“이놈 참 웃기는 놈일세! 진명, 저번에 임씨 본가에서 서씨 영감이 나서지 않았으면 넌 진작 내 손에 죽었어! 이제 서씨 가문도 너한테 등을 돌렸는데 누가 나서서 너를 구해줄 것 같아?”이태준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진명을 바라보았다.“이태준 씨, 그만하시죠!”“북왕, 사회에서 꽤 명망도 높은 사람이 왜 이렇게 약자를 괴롭히는 일에 재미 들렸는지 몰라? 수치심도 없어?”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남왕 김진성이 수하들을 데리고 이태준의 앞을 가로막았다.“김진성? 지금 진명 저 놈의 편을 들겠다고 나선 건가?”이태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진명이 남왕과 꽤 친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 서씨 가
“주제도 모르는 놈! 그렇게 죽겠다고 덤비는데 소원을 이뤄줘야지!”이태준은 피식 비웃으며 주먹에 내력을 끌어 모으고 김진성을 향해 휘둘렀다. 한방에 김진성을 보내버릴 생각이었다.“좋아!”김진성은 이태준의 맹렬한 공세를 피하지도 않고 주먹으로 받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김진성 저 사람 이제 끝장이야….”“듣자 하니 북왕은 며칠 전에 이미 전왕경을 돌파했다던데!”“남왕은 고작 반보 전왕경이잖아. 무슨 자신감으로 북왕을 도발한 거야?”“누가 아니래? 이태준 한 주먹이면 김진성은 나가떨어질 것 같은데….”사람들은 분분히 고개를 흔들며 김진성에게 연민의 눈빛을 보냈다.반보 전왕경과 전왕경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아무도 김진성이 북왕의 공격을 받아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물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이태준도 똑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그래서 김진성을 벌레 보듯이 바라보았다. 그의 입장에서는 김진성의 행위가 가소롭기 그지없었다.쾅!커다란 마찰음과 함께 김진성과 이태준의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쳤다.김진성은 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태준이 중심을 잡지 못하며 몇걸음 물러섰다.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치더니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흘렀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비볐다.전왕경을 돌파한 이태준이 김진성을 쓰러뜨리기는커녕 그의 공격에 밀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은 믿을 수 없었다!너무 불가사의한 일이었다.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최근 김진성의 진명의 도움을 받아 전왕경 돌파를 끝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둘 다 전왕의 경지에 도달했기에 원래대로라면 실력이 비등비등했겠지만, 이태준이 너무 상대를 얕잡아본 덕분에 전력을 다하지 않아서 밀린 것이었다.진명은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이었다. 일부러 김진성을 도와 전왕경을 돌파하게 만들어 준 것도 사실은 김진성을 이용해
그들 중 재능을 타고났다고 칭찬받은 사람들도 오랜 시간을 투자했지만 뛰어넘을 수 없는 경지였다.그런데 나이도 어린 김진성과 이태준이 같은 시기에 전왕경을 돌파했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그들은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났다.“김진성, 반보 전왕경에서 멈췄던 네가 어떻게 갑자기 전왕경까지 돌파한 거지? 도대체 뭘 한 거야!”이태준이 음침한 표정으로 물었다.그와 김진성은 오랜 라이벌이었다. 그래서 상대의 실력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신했다. 오랜 시간 준비하지 않으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였다!이태준 자신이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지극히 우연이었다. 김진성에게 같은 행운이 닥쳤을 리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돌파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차피 다 알게 될 텐데 솔직히 알려주지. 내가 돌파를 할 수 있었던 건 진명 덕분이야!”김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현장은 무슨 충격적인 소식이라도 들은 것처럼 들끓기 시작했다.“저게 무슨 소리야?”“진명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고?”“미… 믿을 수 없어!”김진성의 충격적인 발언에 구경꾼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사람들은 전왕경을 돌파한 무인을 초강자라고 부른다. 그들에게는 가문을 이끌 수 있는 방대한 힘이 있다.강성 전체를 놓고 봐도 전왕경까지 돌파한 무인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니 누군가가 무인을 도와 돌파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발언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현장이 들끓기 시작했다.평범한 가문은 평생 돈과 시간을 끌어다 써도 초강자를 육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그런 가문의 원로급 인사들은 전왕경 돌파가 그들의 가장 큰 소원이었고 오랜 꿈이었다.김진성과 이태준이 어린 나이에 높은 경지에 올랐다고 시기하고 질투하던 그들은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진명이 김진성을 도와 전왕경 돌파를 가능하게 해줬다면 그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노인들의 가슴은 다시 설렘으로 벅찼다. 그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명을 바라보았다. 그들
박씨 가문은 또 어떤가.박씨 어르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잔뜩 상기된 얼굴로 진명을 바라보았다.“진명 저놈 대단한 놈일세! 전왕경을 초월한 강자를 육성할 수 있다니! 내 저놈을 너무 얕잡아 봤어!”박씨 어르신의 표정이 점차 안정을 되찾더니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강성 4대 가문 중, 임씨 가문을 제외한 가문들은 가문에 전왕경을 돌파한 초강자가 두 명씩은 버티고 있었다. 서로 실력이 상당하니 아무도 상대를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박씨 가문에서 진명을 회유하고 초강자를 몇 명 더 육성해 낸다면 앞으로 박씨 가문은 강성에서 왕으로 군림할 것이다!이건 어르신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반면 채씨 가문.“아버지, 진명 저 자식 정말 무서운 능력을 가지고 있네요!”“저놈을 제거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채윤성이 흔들리는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알아. 오늘 저놈을 제거해야만 해!”음침한 채씨 어르신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그는 임현식이나 박씨 어르신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진명은 채씨 가문과 사이도 좋지 않은데 그를 품으려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채윤성이 암살에 실패한 뒤로 이미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기에 오늘 그를 제거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들이 위험했다.진명이 강할수록 채씨 가문의 위협은 커지니 제거하고 싶은 건 당연했다.이태준도 썩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와 동등한 위치까지 오른 김진성이 진명을 보호하고 나섰으니 혼자 진명을 제거하기엔 역부족이었다.그는 임씨 가문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백정에게 눈빛을 보냈다.그러자 백정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임현식에게 말했다.“삼촌 우리가 나서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아린이가 가문에서 나갔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이고 유환이 누나잖아요. 그런 애가 진명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어요. 진명이 그 애를 죽인 거죠. 그러니 이 원수를 갚아야 하지 않겠어요?”“네 말이 맞다. 저놈은 죽어야 마땅해….”임현식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임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