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건 안 되죠….”서유신이 화들짝 놀라며 어르신을 말렸다.그는 가문의 다른 원로들과 다르게 이익을 쫓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딸인 서윤정이 진명에게 큰 상처를 입었는데 아버지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람 감정이라는 게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진명은 뜻을 굳힌 것 같으니 보내줘!”서씨 어르신은 아들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다.명정 그룹은 진명의 근본이 되는 회사였다. 그 동안 회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피땀을 들이부었는지 어르신도 잘 알고 있었다.그런 진명이 아무 조건 없이 회사를 내놓겠다고 했을 때는 그가 이미 떠날 마음을 굳혔다는 것을 설명했다.그러니 서씨 가문에서 말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렇지만….”서유신은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은 표정이었다.아버지의 뜻은 이해하지만 이번 진명의 처사는 너무했다. 아버지가 왜 이렇게 쉽게 진명을 보내주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내 말에 토 달지 말아! 진명은 네 엄마의 병을 고쳐준 은인이야! 우리 가문은 진명에게 빚이 있다고! 그러니 오늘 일은 여기까지만 하자! 이제 서로 빚진 거 없을 테니!”어르신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매사 공정한 사람이었다 진명이 아내의 목숨을 살려줬으니 그도 오늘 일만 가지고 진명을 공격할 수 없었다. 어르신은 은혜를 원수로 갚고 진명을 가문에서 쫓아낸 임씨 가문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가주인 어르신이 결정을 내렸으니 다른 사람들도 감히 그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들은 분분히 뒤로 물러섰다.“어르신, 고맙습니다.”진명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나한테 고마워할 것 없네! 우리 가문이 자네한테 진 빚, 오늘부로 청산되었네. 그러니 이 문을 나가면 앞으로 우리와 자네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거야. 잘 살펴가시게! 가자!”어르신이 차갑게 말한 뒤, 뒤돌아섰다.진명이 약혼식을 취소하면서 서씨 가문의 체면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비
“이태준 씨, 또 당신이네요? 뭐 하자는 거죠?”진명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점점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진명 이놈 순정파였잖아? 서윤정과 약혼하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손을 쓰기도 전에 임아린이 나 대신 약혼을 망쳐놨네?”이태준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이미 사전에 채씨 가문과 연맹을 맺고 진명과 서씨 가문에 대적하기로 했지만 실력이 상당한 서씨 가문은 그렇게 건드리기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만약 정면충돌이 일어난다면 채씨 가문과 손을 잡아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그런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진명이 약혼식을 취소하면서 서씨 가문과 등을 돌렸으니 그에게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서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잃었으니 진명을 제거하려면 누워서 떡 먹기 아닌가!“이태준 씨, 원하는 게 뭐죠?”진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뭐일 것 같니? 넌 몇 번이나 우리 가문이 하려는 일을 방해했었지.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 지금 당장 너랑 임아린을 저승으로 보내주지!”이태준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 실력으로 그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진명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지금의 그는 예전의 진명이 아니었다. 아무리 서씨 가문이 등을 돌렸다고 해도 이태준의 손에 쉽게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다!“이놈 참 웃기는 놈일세! 진명, 저번에 임씨 본가에서 서씨 영감이 나서지 않았으면 넌 진작 내 손에 죽었어! 이제 서씨 가문도 너한테 등을 돌렸는데 누가 나서서 너를 구해줄 것 같아?”이태준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진명을 바라보았다.“이태준 씨, 그만하시죠!”“북왕, 사회에서 꽤 명망도 높은 사람이 왜 이렇게 약자를 괴롭히는 일에 재미 들렸는지 몰라? 수치심도 없어?”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남왕 김진성이 수하들을 데리고 이태준의 앞을 가로막았다.“김진성? 지금 진명 저 놈의 편을 들겠다고 나선 건가?”이태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진명이 남왕과 꽤 친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 서씨 가
“주제도 모르는 놈! 그렇게 죽겠다고 덤비는데 소원을 이뤄줘야지!”이태준은 피식 비웃으며 주먹에 내력을 끌어 모으고 김진성을 향해 휘둘렀다. 한방에 김진성을 보내버릴 생각이었다.“좋아!”김진성은 이태준의 맹렬한 공세를 피하지도 않고 주먹으로 받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김진성 저 사람 이제 끝장이야….”“듣자 하니 북왕은 며칠 전에 이미 전왕경을 돌파했다던데!”“남왕은 고작 반보 전왕경이잖아. 무슨 자신감으로 북왕을 도발한 거야?”“누가 아니래? 이태준 한 주먹이면 김진성은 나가떨어질 것 같은데….”사람들은 분분히 고개를 흔들며 김진성에게 연민의 눈빛을 보냈다.반보 전왕경과 전왕경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아무도 김진성이 북왕의 공격을 받아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물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이태준도 똑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그래서 김진성을 벌레 보듯이 바라보았다. 그의 입장에서는 김진성의 행위가 가소롭기 그지없었다.쾅!커다란 마찰음과 함께 김진성과 이태준의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쳤다.김진성은 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태준이 중심을 잡지 못하며 몇걸음 물러섰다.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치더니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흘렀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비볐다.전왕경을 돌파한 이태준이 김진성을 쓰러뜨리기는커녕 그의 공격에 밀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은 믿을 수 없었다!너무 불가사의한 일이었다.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최근 김진성의 진명의 도움을 받아 전왕경 돌파를 끝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둘 다 전왕의 경지에 도달했기에 원래대로라면 실력이 비등비등했겠지만, 이태준이 너무 상대를 얕잡아본 덕분에 전력을 다하지 않아서 밀린 것이었다.진명은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이었다. 일부러 김진성을 도와 전왕경을 돌파하게 만들어 준 것도 사실은 김진성을 이용해
그들 중 재능을 타고났다고 칭찬받은 사람들도 오랜 시간을 투자했지만 뛰어넘을 수 없는 경지였다.그런데 나이도 어린 김진성과 이태준이 같은 시기에 전왕경을 돌파했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그들은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났다.“김진성, 반보 전왕경에서 멈췄던 네가 어떻게 갑자기 전왕경까지 돌파한 거지? 도대체 뭘 한 거야!”이태준이 음침한 표정으로 물었다.그와 김진성은 오랜 라이벌이었다. 그래서 상대의 실력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신했다. 오랜 시간 준비하지 않으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였다!이태준 자신이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지극히 우연이었다. 김진성에게 같은 행운이 닥쳤을 리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돌파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차피 다 알게 될 텐데 솔직히 알려주지. 내가 돌파를 할 수 있었던 건 진명 덕분이야!”김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현장은 무슨 충격적인 소식이라도 들은 것처럼 들끓기 시작했다.“저게 무슨 소리야?”“진명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고?”“미… 믿을 수 없어!”김진성의 충격적인 발언에 구경꾼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사람들은 전왕경을 돌파한 무인을 초강자라고 부른다. 그들에게는 가문을 이끌 수 있는 방대한 힘이 있다.강성 전체를 놓고 봐도 전왕경까지 돌파한 무인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니 누군가가 무인을 도와 돌파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발언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현장이 들끓기 시작했다.평범한 가문은 평생 돈과 시간을 끌어다 써도 초강자를 육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그런 가문의 원로급 인사들은 전왕경 돌파가 그들의 가장 큰 소원이었고 오랜 꿈이었다.김진성과 이태준이 어린 나이에 높은 경지에 올랐다고 시기하고 질투하던 그들은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진명이 김진성을 도와 전왕경 돌파를 가능하게 해줬다면 그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노인들의 가슴은 다시 설렘으로 벅찼다. 그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명을 바라보았다. 그들
박씨 가문은 또 어떤가.박씨 어르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잔뜩 상기된 얼굴로 진명을 바라보았다.“진명 저놈 대단한 놈일세! 전왕경을 초월한 강자를 육성할 수 있다니! 내 저놈을 너무 얕잡아 봤어!”박씨 어르신의 표정이 점차 안정을 되찾더니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강성 4대 가문 중, 임씨 가문을 제외한 가문들은 가문에 전왕경을 돌파한 초강자가 두 명씩은 버티고 있었다. 서로 실력이 상당하니 아무도 상대를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박씨 가문에서 진명을 회유하고 초강자를 몇 명 더 육성해 낸다면 앞으로 박씨 가문은 강성에서 왕으로 군림할 것이다!이건 어르신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반면 채씨 가문.“아버지, 진명 저 자식 정말 무서운 능력을 가지고 있네요!”“저놈을 제거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채윤성이 흔들리는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알아. 오늘 저놈을 제거해야만 해!”음침한 채씨 어르신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그는 임현식이나 박씨 어르신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진명은 채씨 가문과 사이도 좋지 않은데 그를 품으려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채윤성이 암살에 실패한 뒤로 이미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기에 오늘 그를 제거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들이 위험했다.진명이 강할수록 채씨 가문의 위협은 커지니 제거하고 싶은 건 당연했다.이태준도 썩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와 동등한 위치까지 오른 김진성이 진명을 보호하고 나섰으니 혼자 진명을 제거하기엔 역부족이었다.그는 임씨 가문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백정에게 눈빛을 보냈다.그러자 백정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임현식에게 말했다.“삼촌 우리가 나서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아린이가 가문에서 나갔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이고 유환이 누나잖아요. 그런 애가 진명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어요. 진명이 그 애를 죽인 거죠. 그러니 이 원수를 갚아야 하지 않겠어요?”“네 말이 맞다. 저놈은 죽어야 마땅해….”임현식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임아린
“저놈 능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죽은 아린이를 살릴 수는 없어!”임현식이 냉랭하게 말했다.‘아린이가 죽는 모습을 내 눈으로 봤는데 네 놈의 그 간사한 발언으로 나를 속일 수는 없지!’“그건 모르죠! 혹시라도 진명이 언니를 살릴 수 있다면….”하소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진명이 임아린을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만약은 없어! 죽은 사람을 살리는 비술은 세상에 없어. 진명 저 놈은 오늘 제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야!”임현식이 살기를 번뜩이며 말했다.사실 겉으로는 당당하게 말했지만 결국 진명에게 시비를 걸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사실 그는 속으로 이미 계획을 세워두었다. 진명이 무인의 전왕경 돌파를 도울 수 있다면 이 기회에 그를 생포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진명을 협박해서 그가 가문을 위해 일하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그러면 임씨 가문은 다시 절정기를 누릴 수도 있었다.“하지만….”하소정은 여전히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임현식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명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하소정, 그만해.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인 인간이야. 아무리 말해봐야 소용없어!”진명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들은 가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회사를 판 임아린을 핍박해서 결국 그녀가 가문을 떠나게 만들었다.임아린이 비관적인 선택을 한 이유 중에는 가족들에게 실망한 이유가 컸다.그래서 진명은 임현식을 포함한 임씨 가문 사람들을 좋게 볼 수 없었다.“네 놈이 죽음을 자처하는 구나!”임현식은 버럭 화를 내더니 손에 온 기력을 끌어 모아 맹렬한 기세로 진명에게 손을 뻗었다.그는 일단 진명을 생포할 작정이었다.진명은 뒤로 재빨리 몸을 피하며 임현식의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실력 차이가 상당해서 아무리 피해도 그의 손바닥을 피할 수 없었다.“진 선생, 내가 도우러 왔어요!”위급한 순간에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정우와 그의 가문 무인들이 진명을 에워쌌다.그가 손짓하
한때 정우는 종사지경을 돌파하려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적 있었다. 그때 진명이 나타나서 그를 구해줬고 그가 종사지경까지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이익과 상관없이 정우는 이 은혜를 줄곧 기억하고 있었다.“좋아. 이건 자네가 자초한 거야! 외부 세력인 정씨 가문이 몇 번이나 강성의 싸움에 간섭했어. 오만을 떨어도 정도가 있어야지! 강성 세력들이 정씨 가문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오지랖을 부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이태준이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며칠 전, 임씨 가문 저택에서 그는 정우에게 2000억이라는 거금을 배상한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정우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건 결국 서씨 어르신의 등장 때문이었다.지금 진명은 이미 서씨 가문과 등을 돌린 상황이니 더 이상 정우에게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언제 되갚아 주나 기다렸는데 때마침 나서주네!’“이태준 당신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을걸요?”정우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래? 그럼 어디 두고 보자!”이태준은 음산한 미소를 짓더니 채씨 가문과 박씨 가문을 향해 소리쳤다.“어르신들도 보고만 있지 말고 빨리 나오셔야죠!”이태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채씨 어르신이 부하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왔다.한편 박기태는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진명을 쏘아보고 있었다.“할아버지, 채씨네도 나서는데 우리도 빨리 나가죠! 이번에야 말로 진명 그 자식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예요!”박기태가 살기로 가득 찬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임아린은 그가 오랜 시간 짝사랑한 여신이었다. 진명이 서윤정과 약혼하면 그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그런데 임아린이 진명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박기태 입장에서는 진명이 임아린을 죽인 거나 다름없었다. “급할 거 없다! 어부지리라고 들어봤어? 상황을 조금만 더 지켜보자!”박씨 어르신이 담담하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한편, 이태준은 박씨 가문에서 미동도 하지 않자 미간을
“젠장! 어떻게 채씨 가문은 이럴 때만 적극적이야?”진명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만큼 상황은 좋지 않았다.채씨 가문 역시 강성의 4대 가문 중 하나로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 전왕경을 돌파한 초강자가 두 명이나 되고 나머지 사람들도 최소 반보 전왕경을 돌파한 자들이었다. 진명은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오늘은 빠져나가기 힘들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진명뿐이 아니었다. 김진성과 정우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채씨 가문의 존재는 그들에게도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이대로 가다가 그들은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 뻔했다.하지만 진명에게 큰 빚을 졌기에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김진성, 정우,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갔을 텐데 왜 굳이 지옥 길에 뛰어들려는지 이해할 수 없단 말이야! 눈치도 없이 끼지 말아야 할 싸움에 끼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이태준이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진성은 그의 오랜 숙적이었고 정우는 진원단 사건으로 그와 원수지간이 되었으니 오늘은 두 사람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나한테 맞선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북왕, 서론이 너무 길어! 일단 진명 저놈부터 제거하고 보자고!”채씨 어르신이 살기 어린 눈을 번뜩이며 주먹에 힘을 실었다. 그러고는 맹렬한 공세로 진명을 향해 휘둘렀다.전에는 진명의 배후에 서씨 가문이 있었기에 그를 제거하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서씨 가문과 등을 돌린 마당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전왕 중기의 실력으로 진명 하나 제거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진명, 일단 내가 막고 있을 테니 자네는 먼저 가!”김진성은 비장한 표정으로 채씨 어르신의 급소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를 쓰러뜨릴 수는 없겠지만 진명을 향한 공격이라도 막아보려는 생각이었다.“김진성, 네 상대는 나야!”이태준이 냉랭한 미소를 짓더니 김진성의 공격을 막아냈다.한편, 정우가 모셔온 노인도 진명을 구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임현식이 그의 앞을 막았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