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걸, 너 당장 이거 놔!”“내가 경고하는 데.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너와 결혼하는 일은 없을 거야!”임아린은 격하게 몸부림을 치면서 다른 한편으로 소리를 질렀다.이영걸은 임아린의 턱을 붙잡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임아린, 나도 네가 눈이 높다는 거 알아.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그렇지만 괜찮아. 너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네 몸 하나라도 충분하니까!”“얼른 임아린을 데리고 가!”이영걸은 손을 휙 저었다. 그러자 두 명의 이 씨 가문의 고수들은 바로 그 뜻을 알아채고 임아린을 강제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그 모습을 본 임정휘와 나머지 사람들도 절망감을 느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얼른 달려가 말리고 싶었지만 이경수와 몇몇 이 씨 가문의 고수들은 모두 강대한 기세를 뿜고 있었기에 그들은 가까이 접근하기조차도 어려웠고 더욱 끼어들어 말릴 수도 없었다.“그만!”바로 이때 박기태가 몇몇 부하들과 함께 저벅저벅 들어왔다.“박 도련님, 당신이군요!”“여기엔 어쩐 일로?”이영걸은 깜짝 놀랐고 다소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박기태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두 명의 이 씨 가문의 고수들이 임아린의 팔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본 그는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이영걸 씨, 감히 임아린 씨에게 이런 무례를 저지르다니요! 얼른 당신의 사람들한테 그 손 놓으라고 하세요!”“박 도련님,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겁니까?”“임정휘 씨가 전에 이미 임 씨 가문을 대표하여 저희 이 씨 가문과의 혼인을 약속하셨습니다. 이 사실을 강성 시의 모든 대가문 세력들이 다 알고 계실 텐데요.”“임아린은 이미 저의 약혼녀가 되었고 제가 그녀를 어떻게 대하든 이건 도련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 텐데요?”이영걸은 불편해진 심기로 말했다.“약혼녀라고요? 정말 뻔뻔하게도 그 입에서 약혼녀라는 소리가 나오다니요!”“이영걸 씨, 이 바닥에서 제가 임아린 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제가 긴 시간 동안 줄곧 임아린 씨만 쫓아다닌
임아린이 더는 임 씨 가문의 사람이 아닌 이상 그는 마음 놓고 임아린에게 대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성공할 확률도 높았기에 이영걸이 비열한 수법으로 임아린을 가로채는 걸 마냥 지켜볼 리가 없었다.“박기태 씨, 여자가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명색이 친구 사이인데 진짜 여자 때문에 얼굴 붉히며 싸울 거예요?”이영걸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그건 내가 물어보고 싶은 말이에요, 이영걸 씨. 정말 나랑 심지어 우리 가문과 적이 되고 싶어요?”박기태는 서늘한 눈빛으로 물었다.“이...!”박기태의 협박에 이영걸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비록 그의 집안은 4대 가문 중 하나인 박 씨 가문에 비교했을 때 실력이 떨어지긴 했으나 아버지인 이태준이 이미 알게 모르게 임 씨 가문을 장악하고 있었다.따라서 임 씨 가문의 지지만 얻는다면 박 씨 가문은 물론 박기태 따위를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하지만 아버지의 원대한 계획을 떠올리면 망설이기 마련이었다.현재 그들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진명이며, 이태준의 다음 계획은 진명과 서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다.물론 진명과 서씨 가문이 만만한 존재는 아닌지라 이태준이 진명과 서씨 가문을 몰락시키기 위해서는 아마도 채 씨 가문과 박 씨 가문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만약 이 시점에서 박기태와 원수지간이 된다면 아버지와 집안 전체에 좋은 점은 없었다.“말이 좀 심하군요. 명색이 친구 사이인데 제가 어찌 여자 때문에 박기태 씨와 적이 될 수 있겠어요? 임아린을 그렇게 좋아한다면 박기태 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기꺼이 양보해줄게요. 둘이 잘해봐요.”이영걸이 호탕하게 웃었다.그는 박기태와 달랐다. 박기태는 임아린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또한 어떻게든 임아린과 사귀려고 안달 난 사람이다.반면, 그는 단지 임아린의 미모에 혹했을 뿐, 그에게 임아린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게다가 세상에 널린 게 예쁜 여자들이며, 더 나아가 임아린 때문에 박기태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까지 없었다. 차라리 박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귀인이다. 현재 임아린 부녀가 곤경에 처한 만큼 도움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이번에 그가 찾아온 목적은 다름 아니라 이 틈을 타서 임아린에게 아첨하여 그녀의 환심을 사는 것이었다.게다가 그는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했다. 방금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임아린을 도와 곤경에서 벗어나 주게 했으니 과거의 안 좋았던 이미지가 쇄신되는 건 물론 임아린도 박기태를 다시 보게 되었다.“저희를 도와줄 건가요?”깜짝 놀란 임정휘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박 씨 가문은 강성시 4대 가문 중 하나로서 세력은 물론 저력까지 아주 탄탄했다. 만약 박기태와 박 씨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부녀가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거나 가문 전체를 수중에 넣는 데 훨씬 쉬워진다.“네! 아저씨,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게요.”박기태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진짜요? 정말 다행이에요. 박기태 씨가 나랑 아린을 도와 임 씨 가문에 다시 발을 들이게 할 수만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임정휘는 기쁜 마음에 큰소리로 웃었다.사실 그는 박기태가 임아린에게 잘 보이기 위해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만약 예전이라면 박기태처럼 소문이 파다한 바람둥이는 안중에도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우선 이 지경까지 몰락한 부녀는 든든한 뒷배와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고, 또한 겸손하고 예의 바른 박기태가 이영걸보다는 몇백 배 나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기태는 성의까지 갖췄고, 적어도 이영걸처럼 막무가내로 횡포를 부리면서 비열한 수법까지 동원해 사람을 납치하지는 않았다.다시 말해서 박기태는 바람둥이라는 타이틀만 빼고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물론 제일 중요한 점은 박기태가 그의 딸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만약 임아린이 박기태와 함께한다면 앞으로 임아린을 잘 대해줄 게 뻔했다.딸아이의 행복과 가문의 권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임정휘는 저도 모르게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박기태를 보면 볼수록
“어쨌거나 지금 찾아가서 확실하게 물어볼게요. 혹시 아직 설득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임아린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뒤돌아서 성큼성큼 걸어갔다.“안 돼, 가지 마! 진명은 이미 떠난 사람이야. 인생을 살아가면서 앞을 바라봐야지, 현재로서는 박기태가 최선의 선택이야.”임정휘는 휠체어를 돌리면서 다급히 임아린을 가로막았다.사실 그가 임아린을 만류한 이유는 진명과 서윤정의 약혼 사실을 제외하고도 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박기태가 있었기 때문이다.비록 진명도 능력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력이 없는 고아에 불과할 뿐, 진명이 임아린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들 그가 가문으로 복귀하는 데 큰 도움은 안 되었다.하지만 박기태는 달랐다. 만약 임아린이 박기태의 마음을 받아준다면 박 씨 가문의 저력으로 자신을 도와 임 씨 가문의 실권을 되찾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아빠는 예전에 가족의 이익을 지키려고 저랑 진명 사이에 억지로 개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잖아요. 결국 전 진명한테 몇 번이고 상처를 줬는데, 지금도 자기 이익을 위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겠다는 건가요?”임정휘의 의도를 한눈에 간파한 임아린이 싸늘하게 말했다.당시 그녀는 너무 어리석은 나머지 아버지의 영향을 쉽게 받았고, 따라서 진명에게 누명을 씌우고 상처 주는 일을 되풀이했다.하지만 진명이 그녀에게 모든 걸 바친 지금 임아린도 드디어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임정휘가 아무리 훼방을 놓아도 그녀의 마음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너...!”임정휘의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딱히 반박하지는 못했다.그는 임아린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만약 그가 중간에서 방해만 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임아린과 진명이 헤어지는 일도 없었다. 더군다나 상황이 이 지경까지 악화하지 않았다.이 모든 건 그의 잘못이었다. 임아린과 자신을 해친 건 다름 아닌 그였다.“아저씨, 됐어요. 아린이가 진명을 찾아가고 싶다면 보내주세요. 나중에 현실을 깨닫고 나면 분명 마음이 바뀔 거예요.”
그의 가장 큰 라이벌은 바로 진명이다. 따라서 진명과 임아린이 다시 만나지 못하는 한 빈틈을 공략하여 임아린의 마음을 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를 떠올리자 그는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서씨 가문의 저택.방 안에 있는 진명은 한쪽 팔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임씨 가문 저택에서 이미 잠룡단 한 알을 먹은 탓에 기력이 제일 약할 때인지라 온몸에 힘이 별로 없었다.서윤정은 한창 침대 옆에서 진명을 살뜰히 케어해 주고 있었다. 서윤정은 기운을 회복하는 보신탕을 손에 든 채 진명에게 먹여주면서 어여쁜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사람은 모름지기 경사스러운 일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동안 애타게 진명을 기다린 만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드디어 소원을 이룬 그녀는 진명과 함께하게 되었다.따라서 그녀가 속으로 얼마나 기뻐할지는 가히 짐작이 갔다.임씨 가문 저택에서 돌아온 이후로 그녀는 한시도 멈추지 않고 싱글벙글 웃었다.이때,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밖에서 경호원이 재빨리 걸어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서윤정 씨. 밖에 임아린이라고 하는 여자가 찾아 왔는데 진명 씨를 만나고 싶다고 하네요.”경호원이 말했다.“임아린이 여긴 왜 왔대요?”서윤정은 깜짝 놀랐고, 얼굴에 웃음기가 금세 사라졌다.“그건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경호원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돌려보내요. 진명이 몸이 안 좋으니 만날 시간이 없다고 전해줘요.”서윤정이 쌀쌀맞게 말했다.비록 임아린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임아린이 이 시점에서 진명을 찾아 왔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네.”그녀의 말에 경호원이 뒤돌아서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입을 연 진명 때문에 걸음을 멈추었다.“잠깐만! 윤정 씨, 어찌 됐든 손님인데 한번 만나 봅시다.”진명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두 손으로 간신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진명아, 임아린이 너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벌써 잊었어? 끝도 없이
“괜찮아, 조금 다쳤을 뿐이야.”진명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비록 임아린과 그다지 좋게 헤어진 건 아니지만 한희정 그리고 하소정과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라 두 여자를 늘 좋은 친구로 여겼다.자신을 걱정하는 한희정과 하소정 때문에 그는 괜스레 마음이 뭉클했다.“진명아, 미안해. 나만 아니면 네가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임아린이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아니야. 다 내가 원해서 그랬던 건데, 뭐.”진명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사랑이란 원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늘 베푸는 것이다. 그가 임아린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이유도 자신이 좋아서 그랬을 뿐, 남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래서 무슨 이유로 날 찾아 왔어?”진명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그동안 임아린을 다정하게 부르던 호칭마저 바꿨다.이제 임아린을 향한 마음을 접고 서윤정과의 약혼을 앞둔 이상 그녀와 선을 긋고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자신을 부르는 진명의 생소한 호칭을 듣자 임아린은 가슴이 미어졌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명에게 몇 번이고 상처만 주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의 관계가 이 지경까지 전락할 일은 없었을 텐데!“진명아, 다 내 탓이야. 전에 헤어지자고 했던 일이든 우리 집에 있었던 일이든 결국 내가 널 오해했기 때문이야. 너한테 사과하려고 일부러 찾아 왔어. 혹시... 날 용서해줄 수 있어?”임아린은 입술을 꼭 깨물며 진명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진명은 이내 알아차렸다. 어쩌면 임아린이 이제 와서 사건의 진상을 알아냈을 수도 있고, 또는 마침내 모든 걸 깨닫고 그를 믿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갔는데 용서하고 안 하고가 어디 있어? 내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믿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진명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그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씁쓸하면서도 뿌듯하기도 했다.당시 임 씨 가문에서 쫓겨난 순간부터 그는 꾸준히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애
이 순간 흔들리는 마음은 도무지 진정이 안 되었다. 굳건했던 신념 또한 저도 모르게 약간 동요했다.“진명아, 대답하면 안 돼.”서윤정은 창백한 얼굴로 진명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그녀는 임아린에 대한 진명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라 진명이 벌써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진명은 그녀를 떠나 임아린의 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컸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가슴이 미어져 기분이 점점 바닥을 쳤다.속상해하는 서윤정의 표정을 본 진명은 마치 찬물을 머리에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만약 예전 같았으면 그는 아마 임아린의 재결합 제안을 받아들였을 테지만, 서윤정과 약혼하기로 약속한 지금, 심지어 방금 서윤정에게 맹세까지 했으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만약 이 시점에서 파혼한다면 서윤정에게 큰 상처를 줄 게 뻔했다.자기가 원하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면 안 되는 법이다.그는 당시 임아린과 헤어지면서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그대로 타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뼈아픈 경험이었다.본인도 견디기 힘든 고통을 차마 서윤정도 느끼게 상처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게다가 임아린의 거듭된 불신과 그동안 받은 상처 때문에 그는 이미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반면 서윤정은 그가 가장 외로웠던 시기에 줄곧 곁에서 자신을 위해 묵묵히 많은 것을 희생했다.만약 서윤정을 버리고 임아린과 재결합을 한다면 그는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을 것이다.한참이 지나서야 내내 침묵을 지키던 진명이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미안하지만 난 너랑 다시 만날 수 없어.”진명은 고개를 저으며 임아린의 재결합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마치 시한폭탄 같은 그의 대답에 임아린과 서윤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특히 서윤정은 진명이 임아린과 다시 만날 거로 확신했으나 그가 자신을 위해 임아린을 거절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지금 이 순간, 감격과 기쁨으로 가득한 그녀의 마음은 가히 짐작이 갔다.“그래, 다행이야! 진명아, 난 널 정말 사랑해!”서윤정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감격
깜짝 놀란 진명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진명 씨는 당연히 모르겠죠. 지난번에 언니가 진명 씨와 다시 만나려고 명정 그룹에 찾아갔는데 그만 서윤정의 속임수에 넘어가서 진명 씨가 이미 서윤정과 사귀는 줄 착각했어요.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바로 서윤정이에요. 만약 그녀가 중간에서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언니도 서윤정의 영향을 받아 진명 씨에게 거듭 상처를 주는 일이 없었을 텐데...”하소정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해주었다.이에 진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윤정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윤정 씨, 소정이 말한 게 사실이에요?”“난...”서윤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내 입맛 벙긋했을 뿐, 말문이 턱 막혔다.어찌 됐든 그녀가 저지른 일인 지라 하소정이 딱히 거짓말을 한 게 아니기에 그녀도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죠?”진명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서윤정의 반응을 통해 그는 하소정의 말이 사실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진명아, 미안해. 일부러 속이려고 한 건 아닌데... 단지 네가 너무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야.”서윤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급한 나머지 당장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았다.“하...”진명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저도 모르게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자신을 향한 서윤정의 마음은 잘 알고 있는지라 자신과 사귀려고 떳떳하지 못한 속임수를 쓰더라도 나름 이해가 갔다.따지고 보면 결국은 임아린의 불신 때문에 비롯된 일이니 임아린이 그를 믿었다면 서윤정의 그런 어설픈 꼼수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적어도 한 번쯤은 해명할 기회를 줘야 했지만, 임아린은 딱히 그러지 않았다.“진명아, 난 정말 너 없이는 못살아...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서윤정은 진명의 손을 꼭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진명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로 인해 자칫 진명이 떠나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됐어요.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사람이라면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