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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9화

Author: 조십일
‘아...’

한열은 복잡한 마음에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지경이었다.

‘저 미친 여자가 왜 날 좋아해?’

문자에 답장하는 신하리를 쳐다보던 한열은 고개를 들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재빨리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창에 비춘 심각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에 멍해진 한열은 순간 어쩌면 신하리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씨 가문 유전자가 대단하긴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든 한열이 저도 모르게 몸을 바로하고 턱을 살짝 들었다. 신하리 쪽에서 보면 그의 옆라인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화보를 찍고 수많은 무대에 오르면 그는 자신이 어떤 각도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가장 멋지게 보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문자를 마친 신하리는 휴대폰을 한쪽에 놓고 고개를 돌려 한열을 쳐다보았다.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 그를 본 신하리가 멈칫 하더니 물었다.

“허리에 줄자라도 넣은 거야? 안 굽혀져?”

윤명훈이 풉,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열은 윤명훈보다 10살이나 어렸다. 그러니 윤명훈에게 한열은 그저 유치한 아이 같았다. 도도한 척 하고 허세를 부리는 건 그 또래 남자아이들에겐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특히 한열처럼 잘생기기까지 한 사람이라면 나르시시즘이 있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윤명훈 역시 신하리처럼 한열에게 불평하고 싶을 때가 있긴 했었다. 하지만 누군가 이렇게 한열 앞에서 대놓고 면박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신하리 씨, 그야말로 용사시네요.’

한열이 움찔하며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신하리를 노려보았다.

“연예계에 이렇게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신하리 씨를 때린 사람이 없었어요?”

신하리가 전혀 타격 없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 너 대신 맞았잖아.”

그 말 한 마디는 또다시 한열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는 입을 꾹 닫고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한열을 신하리를 데리고 자신의 담당 주치의에게 찾아갔다. 주치의의 이름은 서동훈이었다. 그는 신하리를 데리고 온 한열을 의외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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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열은 신하리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열애를 인정했을 당시, 신하리는 할 얘기가 있어 한열을 찾아갔고 우연히 그의 가족들과 마주쳤다. 한현진과 송민준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한열과 신하리의 연애가 가짜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니 신하리를 만난 그들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기어코 함께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비록 신하리는 한열 앞에선 막무가내였지만 어른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친근한 호칭으로 어른들 마음에 꽃을 피웠다. 심지어 줄곧 연예인을 싫어하던 그의 아버지조차도 눈빛으로 얘기했다. ‘너 이 자식, 어디서 이렇게 예쁜 여자 친구를 만난 거야?’그날 신하리의 모습에 심지어 한열 스스로도 그동안 자신이 너무 복수심 어린 눈빛으로 신하리를 바라보고 있어 너무 극단적으로 사람을 판단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식사 자리가 끝난 후 차에 올라탄 신하리가 그에게 물었다. “마마보이인 줄은 몰랐네. 생선도 아주머니께서 일일이 가시를 발라줘야 하다니.”한열이 평생 제일 혐오하는 단어가 바로 마마보이였다. 그 일은 중학교 1학년이던 어느 날 아침, 그의 어머니가 학교에 우유를 가져다주면서 시작되었다.그날 아침 한열은 낮잠을 잔 탓에 아침도 먹지 못한 채 다급하게 등교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배고플 아들이 걱정되어 일부러 학교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하연희는 160cm로 그리 큰 키는 아니었다. 남편인 한준웅이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어쩐지 아이의 키는 엄마의 유전자에 달린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런 이유로 하연희는 늘 한열이 키가 크지 않을까 걱정이었고 한열을 위해 준비한 식단 중 우유는 언제나 필수였다. 하지만 한열은 우유를 좋아하지 않았고 하연희는 한열이 우유를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번 그가 다 마실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았다. 아침을 가져다 준 날도 마찬가지였다. 우유를 깨끗하게 비운 한열을 본 하연희는 습관처럼 아들을 품에 안았고 그 모습을 마침 입이 가벼운 친구가 보게 된 것이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99화

    ‘아...’한열은 복잡한 마음에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지경이었다. ‘저 미친 여자가 왜 날 좋아해?’문자에 답장하는 신하리를 쳐다보던 한열은 고개를 들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재빨리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창에 비춘 심각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에 멍해진 한열은 순간 어쩌면 신하리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씨 가문 유전자가 대단하긴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든 한열이 저도 모르게 몸을 바로하고 턱을 살짝 들었다. 신하리 쪽에서 보면 그의 옆라인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화보를 찍고 수많은 무대에 오르면 그는 자신이 어떤 각도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가장 멋지게 보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문자를 마친 신하리는 휴대폰을 한쪽에 놓고 고개를 돌려 한열을 쳐다보았다.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 그를 본 신하리가 멈칫 하더니 물었다. “허리에 줄자라도 넣은 거야? 안 굽혀져?”윤명훈이 풉,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열은 윤명훈보다 10살이나 어렸다. 그러니 윤명훈에게 한열은 그저 유치한 아이 같았다. 도도한 척 하고 허세를 부리는 건 그 또래 남자아이들에겐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특히 한열처럼 잘생기기까지 한 사람이라면 나르시시즘이 있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윤명훈 역시 신하리처럼 한열에게 불평하고 싶을 때가 있긴 했었다. 하지만 누군가 이렇게 한열 앞에서 대놓고 면박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신하리 씨, 그야말로 용사시네요.’한열이 움찔하며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신하리를 노려보았다. “연예계에 이렇게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신하리 씨를 때린 사람이 없었어요?”신하리가 전혀 타격 없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 너 대신 맞았잖아.”그 말 한 마디는 또다시 한열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는 입을 꾹 닫고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한열을 신하리를 데리고 자신의 담당 주치의에게 찾아갔다. 주치의의 이름은 서동훈이었다. 그는 신하리를 데리고 온 한열을 의외라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98화

    한열은 그제야 번뜩 정신을 차렸다. ‘못생긴 표정 연기니, 연예인병이니 하더니 이 미친 여자가 그냥 날 놀리려고 하는 얘기였어.’한열은 수치스러운 표정으로 신하리의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 요리조리 피하던 신하리가 조심하지 않아 뒤통수를 유리에 부딪쳤다. 몰려오는 아픔에 신하리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고 한열은 재빨리 휴대폰을 빼앗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신하리의 신음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신하리의 휴대폰을 손에 쥔 한열은 창백해진 신하리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괜찮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신하리가 조금 전 저지른 악행을 떠올리고는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장난 좀 그만해요. 제가 또 당할 것 같아요?”신하리는 말없이 티슈로 상처를 꾹 눌렀다. 그녀가 손을 떼자 티슈가 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한열이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왜 피가 이렇게 많이...”신하리가 상처를 누르며 한열을 힐끔 쳐다보았다. “사납게 굴 땐 언제고, 이제야 무서워?”한열: ...한열이 바득 이를 갈았다. “조용히 좀 해요.”‘이 미친 여자는 아프지도 않은 거야?’한열이 속도를 올리라며 윤명훈을 재촉했다. 심각한 표정의 한열을 본 신하리가 참지 못하고 또 그를 놀렸다. “내가 그렇게 걱정돼?”한열이 신하리를 노려보았다. “누가 걱정한다고 그래요! 전 신하리 씨가 제 차에서 죽을까 봐 이러는 거예요.”신하리가 피식 소리 내 웃었다. 눈을 감은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걱정 마. 원래 나쁜 놈들이 더 오래 사는 법이야. 난 아직 900년쯤은 더 살 수 있어.”나른한 신하리의 모습을 보던 한열이 입술을 달싹였다. 어쩐 일인지 신하리의 말에 반박하지 않은 한열은 그저 계속 그녀의 뒤통수를 힐끔거렸다. 그의 눈빛에 담긴 걱정스러운 마음은 쉽게 감춰지지도 않았다. “대체 지울 거야, 말 거야?”신하리가 나지막이 물었다. “안 지울 거면 휴대폰 돌려줘.”생각에 잠겼던 한열이 불퉁하게 말했다. “비밀번호도 모르는데 어떻게 지워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97화

    “결국 사람들이 혐오하는 건 자격 없는 배우뿐이거든요. 만약 여전히 그걸 모른 채 그저 학력으로 시청자들의 입을 막을 생각이라면 아무리 고학력자라고 해도 시청자의 눈엔 그저 학력만 높은 무능력한 인간일 뿐이에요.”“배우는 아이돌과 달라. 팬들이 널 좋아할지 아닐지는 80%는 네 얼굴에 달렸어. 외모가 마음에 들어야 너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테니까. 많은 드라마에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것도 너희가 잘생겼거나 예쁘기 때문이야. 그래야 팬들의 환상을 만족시킬 수 있으니까. 하지만 배우는 굳이 잘생기거나 예쁠 필요가 없어. 배우는 그저 캐릭터를 위해 있는 사람에 불과하니까. 심지어 어떤 작품에서는 시청자에게 네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을 때도 있어. 하지만 넌 그럼에도 여전히 네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이 널 기억하게 해야 해. 그게 바로 배우이라는 직업의 매력이야.”“너에게 유명한 감독님들 소개해줄 순 있어. 하지만 네가 여전히 아이돌 때처럼 팬들 눈에 비친 네 모습이나 이미지를 신경 쓰면서 연예인 병을 고치지 못한다면 내가 떠먹여줘도 넌 받아먹지도 못할 거야. 내 말 이해했어?”신하리는 남녀를 불문하고 수많은 신인 배우들과 작업을 했었다. 연기력이 안 좋은 건 사실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신하리도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카메라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아마추어였었고 감독에게 욕을 먹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누구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는 법이니까. 만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선 신하리의 뒤에는 그 누구 못지않게 고생하고 견뎌온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부분 신인 배우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건 바로 연기를 간단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들은 연출과 대본에 많은 정력을 쏟는 것보다 오히려 카메라에 비춰지는 자신의 외모에 더 신경을 썼다. 아직 인기가 없는 배우도 그랬고, 인기가 있는 배우는 심지어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팬들을 위한 드라마에서는 그런대로 봐줄 수는 있어도 정극에선 그 정도 연기력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96화

    멈칫하던 한열이 신하리와 눈이 마주치자 발끈하며 귓불이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누구더러 멍텅구리라는 거예요! 저도 되갚아 인 거 알아요.”신하리가 눈을 깜박이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너 조금 전엔 분명 되갑아라고 했어.”한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적 없어요.”“그랬어.”“아니라고요!”“맞다니까! 매니저님도 옆에서 들으셨어.”신하리가 말하며 윤명훈을 향해 살짝 턱짓을 했다. “그렇죠, 매니저님?”유치한 두 사람 사이의 언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던 윤명훈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무슨 얘길 하시는 거예요? 잘 못 들었어요.”신하리가 쯧, 혀를 찼다. “어쩐지 요즘 신인들 중에 멍텅구리가 많더라니. 전부 매니저님들께서 오냐오냐 해주셔서 그래요.”한열은 순간 신하리를 차 밖으로 차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윤명훈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열이가 국어에 좀 약해요. 다른 건 꽤 잘했어요.”한열 대신 변명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씨 가문은 공부를 잘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공영선은 퇴직 전엔 선생님이었다. 아들인 한준웅과 딸 한아람 모두 타고난 유전자를 물려받았고 송씨 가문의 남매 역시 학창시절부터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한열의 동생은 더 말 할 것도 없었다.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계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한열은 그의 사촌형이나 사촌 누나, 심지어 동생에게 비교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성적이 나쁜 편도 아니었다. 그는 당시 가족 몰래 연극영화과에 지원했고 일단 합격한 뒤 가족들에게 알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열은 시도조차 하기 전에 한준웅에게 그 계획을 들키고 말았고 그의 핍박에 어쩔 수 없이 고담의대에 원서를 넣어야 했다. 국내 TOP 5에 의대 중 하나인 고담의대에 합격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열의 성적으론 충분했다. 국어 성적은 겨우 1등급을 받은 정도였음에도 10등이라는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니 다른 영역의 성적이 얼마나 높았을 지는 보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95화

    남자의 말에 신하리가 대답했다.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인사는 너무 빠른 것 같아요.”남자가 말을 이었다. “너도 이젠 어린 나이 아니잖아. 아버지와 아주머니께서도 계속 네 결혼 때문에 걱정이 많으셔. 특히 아주머니는 흰머리까지 많아지셨어. 만나는 사람도 생겼으니 빨이 집에 데려와 인사 드려야지. 그래야 아주머니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거야.”입술을 짓이기던 신하리가 말을 이었다. “이제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게다가 요리는 저보다 몇 살이나 어리고 아직 한창 일에 집중해야 되는 시기라 저희는 최근 몇 년 사이엔 결혼 생각 없어요. 그러니까 굳이 이렇게 일찍 집에 인사드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몇 년 후 열이도 배우로 자리 잡고 저희도 여전히 좋은 감정으로 잘 만나고 있어서 열이가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그땐 얘기하지 않으셔도 저희가 먼저 인사드리러 갈 거예요.”신하리는 남자가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계속 말을 이었다. “다른 일 없으면 먼저 끊을게요. 열이가 요즘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많거든요. 요즘엔 또 말도 안 되는 루머에 시달리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시간 내서 옆에 있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주 가족 모임엔 참석하지 않을 거라고 두 분께 전해주세요.”말을 마친 신하리가 전화를 뚝 끊었다. 전화가 끊기기 바로 직전, 신하리는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둔탁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인 것 같았다. 물론 신하리는 처음 듣는 소리는 아니었다. 심지어 그 모습을 두 눈으로 수없이도 봐왔었다. 전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떨렸지만 이젠 그녀의 마음에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힘들었던 일도, 영원히 지나지 않을 것 같던 일도 결국은 시간이 모두 해결해 주었다. 생각에 잠겼던 신하리가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열이 고개를 갸우뚱한 채 이상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었다. 신하리는 조금 전 자신이 꼬집었던 한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94화

    ‘이렇게 뻔뻔한 여자였어?’‘사랑하긴 개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들어 안 도와주면 죽어버리겠다는 표정으로 사정하지만 않았어도 난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거라고.’신하리의 이런 뻔뻔한 거짓말은 한열도, 수화기 너머의 남자도 믿지 않았다. 남자는 심지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괜히 볼멘소리하지 마. 네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온 가족이 다 알아.”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신하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얼마나 세게 휴대폰을 꽉 움켜쥔 건지 손톱마저도 조금 하얗게 질려있었다. 시선을 내린 신하리가 실소를 터뜨렸다. “하도 시간이 오래 되어서 잊으셨나보네요.”“뭘?”신하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제 첫사랑은 남자였어요. 처음 좋아했던 사람도 남자였고요.”신하리의 옆에 앉아있던 한열은 그녀의 통화소리가 워낙 컸던 탓에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한열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신하리를 힐끔 쳐다보며 생각했다.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있어. 좋아하는 사람이 남자지, 그럼 여자겠어?’하지만 한열과 달리 윤명훈은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마음에 폭풍이 몰아쳤다. ‘설마 신하리에 대한 루머가 사실이었다는 거야?’수화기 너머의 남자가 풋, 소리 내 웃었다. “장난하지 마.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넌 키스신도 한 번 찍은 적 없어. 너희 바닥에서야 그런 널 도도하다고 하겠지만 난 알아. 넌 남자와 스킨십조차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심지어 숨결만 느껴져도 본능적으로 구역질을 하잖아. 그런 네가 남자친구를 사귀어?”이를 악문 신하리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주연이 얘기 안 해요?”“뭘?”“그날 제작발표회에서 제가 주연이 보는 앞에서 제 남자친구와 키스한 거.”...상대방이 말이 없자 신하리가 말을 이었다. “주연이 안 믿을 것 같아서 보여준 거예요. 맞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살짝 만지는 것도 전 역겨워요. 주연도 같은 생각이었겠죠.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잘 아니까. 저도 열이를 만나고 나서야 알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93화

    한열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하리는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의 말에 속상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 분명했다.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를 위해 돌을 막아줬을 리가 없었다. 그런 마음에 아니라면, 그에게 장난을 치며 관심을 끌었을 리가 없었다. ‘조금 전 내가 너무 상처 되는 말을 하긴 했어.’여전히 고민하는 한열의 귓가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한열이 멍한 표정으로 옆을 바라보았다. 신하리가 배를 끌어안은 채 폭소하고 있었다. 눈물까지 찔끔 흘린 그녀는 웃느라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똥강아지, 너 솔직하게 얘기해. 태어나서 한 번도 연애해 본 적 없지?”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잇는 신하리의 얼굴엔 슬픔이라곤 전혀 없이 온통 장난기뿐이었다. 그제야 또라이 같은 여자에게 농락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한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윤명훈도 운전석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티베탄 마스티프는 사촌 누나 앞에서만 순한 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한열을 길들이는 사람이 있다니. 역시 뛰는 놈 위에는 나는 놈이 있는 법이었다. 수치와 분노를 동시에 느낌 한열이 바득 이를 갈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신하리를 물어버릴 것처럼 말했다. “제가 사귀었던 사람은 신하리 씨가 손가락 다 사용해도 부족할 거예요!”“소꿉놀이 같은 연애 말하는 거야?”신하리가 야유 섞인 말투로 한열을 놀렸다. “설마 첫 키스 상대가 나였던 거 아냐?”순간 뜨끔한 한열의 몸이 어색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저 한열을 놀리려던 신하리는 그의 반응에 당황하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정말 나야?!”한열이 창피함을 못 이겨 버럭 화를 냈다. “아니거든요!”하지만 한열은 거짓말엔 너무 소질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신하리에게 이렇게 빨리 모태 솔로라는 사실을 들켰을 리도 없었을 것이다. 거짓말이 소용없다는 것을 인식한 한열이 자포자기하며 말했다. “제가 신하리 씨와 전에 했던 건 첫키스 아녜요. 제가 일부러 신하리 씨 기분 더럽게 하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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