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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Author: 송진
에릭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입속으로 뭐라고 계속 중얼거리는 듯했지만 성유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굳이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려 연회장 안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귀를 찢을 듯한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들떠있었다. 하지만 성유리는 알고 있었다.

원래 이들의 축하 파티는 이런 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모든 건, 박한빈이 성유리를 이곳에 적응시키고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이 사실을 모르는 것도, 처음 알게 된 것도 아니었지만 다시금 깨닫게 되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리고 문득, 며칠 전 연정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것은 그녀와 박한빈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연정우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연정우가 말한 과거들 중, 진실은 얼마이며 거짓은 얼마나 될까?

성유리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웠고 과거의 선택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박한빈의 감정을 믿고 싶었다.

그렇게 믿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지금의 자신이 마치 허상처럼 느껴졌다.

박한빈과의 관계조차 마치 보이지 않는 얇은 막이 가로막고 있는 듯했다.

정작 그녀 자신도 자신의 본모습을 완전히 들여다볼 수 없는데 하물며 박한빈이 온전히 알 수 있을 리가 있을까?

성유리는 손에 든 샴페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달콤한 맛과 함께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그녀는 빈 잔을 내려놓으며,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가기로 했다.

이곳은 에릭이 통째로 빌린 사적인 공간이었다.

주변에는 수시로 순찰을 도는 경호원들이 있어 안전은 보장된 곳이었다.

그래서 성유리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곳에서 연정우와 딱 마주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총구는 성유리의 허리에 거의 닿아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성유리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연정우를 바라보았다.

그 반응이 오히려 연정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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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어? 성유리, 당장 손 놔!”연정우는 필사적으로 핸들을 되찾으려 했다.하지만 성유리는 마치 먹이를 물고 절대 놓지 않으려는 맹수처럼 손아귀에 힘을 주어 핸들을 꽉 붙잡았다.차의 속도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광란의 질주를 이어갔다.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지속되었을까?아마도 몇십 초 정도였을 것이다.그렇지만 연정우에게는 단지 한순간처럼 느껴졌다.왜냐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정면에서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오는 차가 보였기 때문이었다.연정우는 더 이상 총을 찾을 겨를도 없었다.그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다.그러나 그 찰나, 두 대의 차량이 엄청난 속도로 충돌했다.쾅!굉음이 울려 퍼졌고 차체가 한순간 공중으로 떠오른 후, 격렬한 충격과 함께 다시 도로로 떨어졌다.연정우는 크게 뜬 눈으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성유리였다.그녀는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마치 처음부터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던 사람처럼.성유리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연정우가 정말로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는 걸.그가 그녀를 납치한 진짜 이유가 박한빈을 협박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걸.연정우는 생각했다.비록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성유리와 단둘이 대화를 나눌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그녀가 자신을 배신하고 함정에 빠뜨린 것에 대한 감정도 이제는 조금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그냥 단순히 한 번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고.하지만 성유리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단 한 마디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그를 죽음으로 끌어들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연정우는 그녀에게 별다른 원망을 느끼지 못했다.오히려 어딘가 후련한 기분마저 들었다.그때 연정우는 불현듯 자신과 성유리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그날, 성유리는 박한빈과 함께 연회에 참석했었다.그리고 연정우는 그 연회장에서 질식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도망치듯이 정원으로 나왔었다.그는 당시 명문대 교수였고 외할아버지는 존경받는 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859화

    에릭이 다시 묻기 위해 입을 열려던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생님, 아내 분이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아요.”박한빈은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이내 검은 머리에 커다란 눈을 가진 여자아이가 그들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방금 뒤쪽에 있는 화단 쪽에서 아내 분이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걸 봤어요. 제 착각이 아니라면... 그 남자는 전에 마피 쪽에 있던 연정우 씨였던 것 같은데요?”연정우라는 이름이 나오자 박한빈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그리고 즉시 소녀 앞으로 다가섰다.“그들이 어디로 갔지?”“그건 잘 모르겠지만 대신 차 번호를 기억해 뒀어요. 필요하세요?”“어디 있는데?”박한빈이 다급하게 소리치자 소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천 달러요, 선생님.”박한빈은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하지만 고민할 것도 없이 즉시 자신의 카드를 그녀에게 건넸다.“번호!”소녀는 카드에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박한빈이 누군지 생각해 보면 이 정도 돈을 떼먹을 사람은 아닐 터였다.결국 소녀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었다.박한빈은 주저 없이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았다.“선생님, 그건 제 휴대폰이에요!”소녀가 깜짝 놀라 소리치며 따라붙으려 했지만 에릭이 가로막았다.“넌 누구야?”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더니 순식간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에릭 씨.”에릭은 대답하지 않은 채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넌 이곳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소녀는 오해하지 말라는 듯 손을 들어 보이며 가슴팍의 직원 명찰을 가리켰다.“저는 그냥 아르바이트생이에요. 서빙하러 들어온 거랍니다.”에릭은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조용히 말했다.“그럼 이제 네가 해고됐다는 걸 알려 주지.”...한편, 성유리는 연정우의 차 안에 있었다.그가 어디로 차를 몰고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아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858화

    “에릭 씨!”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에릭은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며 울적한 기분을 달래고 있었다.이번 ‘전쟁’에서 그들은 승리했으니 그는 상당한 보상을 손에 넣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아마도 박한빈이 억지로 그를 이 판에 끌어들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이제 단순한 승패로는 에릭의 감정을 자극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몰랐다.처음에는 그래도 기대감이 있었다.연정우라는 상대는 꽤 까다로운 인물이었고 엄청난 위기를 초래하며 심지어 그들을 완전히 박살 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그랬다면 정말 볼만한 구경거리였을 것이다.그러나 정작 모든 일이 지나치게 순조롭게 끝나 버렸다.별다른 기복도 없이.이건 정말 따분했다.오늘 밤의 축하 파티도 마찬가지였다.박한빈이 꼭 성유리를 이 연회에 참석시키겠다고 고집했기 때문이었다.그녀도 이번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니 승리의 일부는 성유리의 몫이라는 말과 함께.그래서 오늘 밤의 축하는 유난히 ‘건전’했다.아니, ‘심심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에릭은 한숨을 쉬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샴페인 잔에 던져 넣었다.한 잔에 5만 달러가 넘는 술이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그리고 뒤쪽에서 자신을 부른 사람에게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뭐죠?”“로얀이라는 분이 데리고 오신 동반자가 누군가에게 끌려갔습니다.”상대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하자 에릭의 눈이 가늘어졌다.“뭐라고요?”“아까 경호원들이 순찰 중에 봤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초대장을 가지고 있어서 특별히 의심하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 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그래서...”“그래서 지금 그 사람은?”“이미 끌려갔습니다.”에릭은 보고한 사람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그러다 몇 걸음 가지도 않아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멈춰 섰다.에릭은 다시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데려간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습니까?”“방금 CCTV를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마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857화

    에릭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입속으로 뭐라고 계속 중얼거리는 듯했지만 성유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굳이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대신 고개를 돌려 연회장 안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귀를 찢을 듯한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들떠있었다. 하지만 성유리는 알고 있었다.원래 이들의 축하 파티는 이런 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이 모든 건, 박한빈이 성유리를 이곳에 적응시키고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이 사실을 모르는 것도, 처음 알게 된 것도 아니었지만 다시금 깨닫게 되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언짢아졌다.그리고 문득, 며칠 전 연정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것은 그녀와 박한빈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였다.물론, 연정우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보장도 없었다.연정우가 말한 과거들 중, 진실은 얼마이며 거짓은 얼마나 될까?성유리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웠고 과거의 선택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박한빈의 감정을 믿고 싶었다.그렇게 믿고 싶을 때도 있었다.하지만 때때로 지금의 자신이 마치 허상처럼 느껴졌다.박한빈과의 관계조차 마치 보이지 않는 얇은 막이 가로막고 있는 듯했다.정작 그녀 자신도 자신의 본모습을 완전히 들여다볼 수 없는데 하물며 박한빈이 온전히 알 수 있을 리가 있을까?성유리는 손에 든 샴페인을 단숨에 들이켰다.달콤한 맛과 함께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그녀는 빈 잔을 내려놓으며,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가기로 했다.이곳은 에릭이 통째로 빌린 사적인 공간이었다.주변에는 수시로 순찰을 도는 경호원들이 있어 안전은 보장된 곳이었다.그래서 성유리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이곳에서 연정우와 딱 마주치게 된 것이다.그리고 그의 총구는 성유리의 허리에 거의 닿아 있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성유리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연정우를 바라보았다.그 반응이 오히려 연정우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856화

    연정우는 그곳에 머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곧장 자신의 거처로 향하려고 차를 몰았다.그는 성유리를 데리고 무작정 떠날 생각이었다.성유리에게 여권이 없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지금 분명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고 있을 테니까.하지만 어떻게든 그녀를 보호할 것이다. 설령 정처 없이 떠돌게 되더라도 괜찮으니 그저 두 사람만 함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비록 허름한 지붕 아래일지라도, 한 줄기 불빛만 있다면 그곳이 곧 그들의 집이 될 테니까.그렇지만 연정우가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집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얼마 전 성유리가 가져왔던 짐들이 전부 사라져 있었고 테이블과 바닥도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그 모습을 본 연정우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고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현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것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터져 나오는 웃음이었다. 그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이성을 놓고 웃었다.도대체 왜 성유리가 자신을 기다릴 거라고 생각했을까? 성유리가 어떻게 기다려줄 수 있단 말인가?그러니까 결국 처음의 판단이 맞았다. 이 모든 것은 애초부터 짜인 각본이었다.처음부터, 박한빈이 계획한 덫이었고 연정우는 한 치 앞도 모르는 바보였다.분명 의심도 했었고 일이 그렇게 간단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연정우는 그 함정에 기꺼이 몸을 던졌다.심지어 성유리가 밤늦게 건네준 차 한 잔에도 감동을 받았을 정도였다.지금 자신의 목숨이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상황인데도, 눈 깜빡할 순간이면 누군가 들이닥쳐 죠지처럼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연정우는 여전히 성유리가 생각했다.오직 성유리를 데리고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결과는?연정우는 또다시 속은 것이다.성유리는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진심을 다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은 철저한 이용과 기만이었다.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오직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855화

    “*발, 내가 미쳤지! 네 말을 믿은 내가 병신이야. 지금 당장 여기서 죽어버려!”죠지는 연정우에게 더 이상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쾅!총성이 터지는 순간, 연정우는 깨달았다.박한빈은 애초에 그를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마피를 삼키고 자신을 빈털터리로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한빈은 자신을 반드시 죽이려 하고 있었다.도대체 왜?아마도 박한빈이 죠지에게 무언가를 말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를 배신자로 만들고 마피를 배반한 장본인이라 믿게 만들었을 것이다.이제 죠지에게는 물러설 길이 없었다.그러니 여기서 자신을 쏴 죽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박한빈이 원한 것은 단순한 몰락이 아니라 연정우의 죽음이었다.순식간에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그리고 다음 순간, 연정우는 반사적으로 총구를 붙잡고 강하게 비틀었다.탁!총알이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죠지는 지체 없이 다시 공격하려 했지만 연정우는 죠지의 손목을 틀어쥐고, 총구의 방향을 억지로 돌렸다.쾅!다시 울린 총성.그 순간, 죠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의 커다란 눈알은 마치 튀어나올 듯했고 그 안에는 지금 벌어지는 일을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가득 차 있었다.그리고 연정우의 모습이 비친 죠지의 동공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흐려졌다.하얀 얼굴엔 새빨간 피가 튀어 선명한 대비를 이뤘고 죠지의 가슴에는 구멍이 뻥 뚫려버렸다.죠지의 숨소리는 점점 희미해졌고 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마침내, 억지로 버티고 서 있던 죠지는 연정우의 품속으로 쓰러졌다.연정우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러나 죠지의 몸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낀 순간, 그는 비명을 지르며 죠지를 밀쳐냈다.쿵!죠지의 시체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크게 뜨인 채였다.마치 죽기 직전까지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은 듯한 표정으로.연정우는 발까지 헛디디며 몇 걸음 물러섰다.그제야 그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854화

    연정우는 며칠 전 저택에서 열린 축하 파티를 떠올렸다.그날, 죠지는 그를 사람들 앞에 세웠다.샴페인이 잔잔히 흔들리는 사이 그는 모두의 찬사와 인정을 받았다.그 순간, 그는 확신했다.과거에 자신을 의심하고 반대했던 이들이라도 그날 밤만큼은 모두 입을 다물었으리라고.그래서 죠지는 1차 목표가 달성되자마자 연정우를 위한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연정우의 성과를 모두에게 공개해야만 그들 역시 기꺼이 자금을 맡길 테니까.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사실, 부르노 측이 최고점에 도달한 후에도 추가 투자를 계속하자 죠지는 연정우에게 위험 신호를 보냈다.그러나 시장은 변덕스러운 법이니 몇 초의 망설임도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그래서 연정우는 주저하지 않았다.그는 박한빈 또한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렇다면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연정우에게 필요한 건 단 하나. 완벽한 승리였다.이번만큼은 꼭 박한빈을 꺾을 것이라는 일념 하나로 모든 걸 걸었다.그렇지만 연정우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박한빈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젠 펀드가 아니라 진짜 목표는 마피 전체를 삼키는 것이라는 사실을.생각해 보면 이와 비슷한 상황이 과거에도 있었다.그때도 연정우는 자신의 회사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다.설령 패배하더라도 사씨 가문이 뒤를 받쳐주기에 완전히 망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박한빈이 노린 것은 단순한 한 회사가 아니었다.그는 사씨 그룹 전체를 원했다.마치 지금처럼.박한빈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젠 펀드가 아니라 마피 전체와 부르노 일당까지 모두 포함된 거대한 판이었다.아니, 사실 저들은 인간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짐승들이라고 해야 옳았다.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이익뿐.감정도, 인간성도,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자들이었다.마치 초원에서 먹잇감을 쫓는 맹수처럼 일단 상대의 목덜미를 물었다면 절대 놓아주지 않는 자들.결국, 마피는 끝장났다.연정우의 휴대전화가 계속해서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853화

    그러니 아무리 표정 관리를 잘하는 성유리라도 그 말을 듣고 나서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한참 후에야, 성유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정말... 그랬어요?”“박한빈 씨가 이런 이야기를 너한테 했을 리가 없지.”연정우는 쓴웃음을 지었다.“그 사람은 절대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지 못해. 그렇게 더러운 과거를 들추고 싶겠어? 그래서 말인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행복한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 거지?”“걱정 마. 이번에는 나도 반드시 박한빈 씨를 무너뜨릴 거니까.”“그리고 그때가 되면 네 여권도 찾아줄 테니까 너도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어.”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고 성유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진지했다.사실 연정우는 성유리가 떠나지 않길 바랐다.박한빈과의 ‘싸움’에서 승리는 물론 원했다.하지만 만약 승리의 순간에 성유리가 자기 곁에 있어 준다면 그것보다 더 완벽한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최상의 자리에 올라서면 그때는 누군가가 불을 밝혀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그리고 연정우는 그 누군가가 성유리이기를 바랐다.“고마워요.”그러나 성유리의 대답은 단순했다.연정우가 바랐던 대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지금 당장은 성유리가 자기편에 서 있기만 해도 충분했으니 말이다.“됐어. 이제 자러 가.”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며칠만 기다려. 좋은 소식만 들려줄 테니까.”“네.”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몇 걸음 걷다가 문득 멈춰 서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연정우를 바라보았다.“그런데... 만약 연정우 씨가 진다면요?”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진지했다.연정우는 순간 성유리가 자신을 걱정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나중에야 알았다.그녀는 단지 경고를 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승리가 그렇게 쉽게 주어질 리가 없었다.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하지 않나.높이 올라갈수록 추락할 때의 충격은 더욱 처참할 것이라는 사실은 어린아이도 잘 안다.그러나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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