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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성유리의 말이 끝나자 박한빈은 잡고 있던 손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처음 말했을 때는 홧김에 한 말이라도 칠 수 있어도 두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 보니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언니, 지금 뭐라고 했어?”

성유정은 입가에서는 벌써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애써 놀란 척을 하며 물었다.

“어떻게 이혼이란 말을 이렇게 경솔하게 해? 언니랑 형부...”

성유정을 상대하기도 귀찮았던 성유리는 침대에 앉아있는 김난희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린 김난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 이거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며칠 전 박한빈과 똑같은 반응에 옅은 웃음을 흘린 성유리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진심입니다.”

성유리는 마침내 다시 박한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더는 감정도 속박도 없는 사인데, 같이 살면서 서로를 증오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헤어지는 게 낫죠.”

“안돼!”

김난희가 뭐라 하기도 전에 김서영이 들어오면서 소리쳤다.

성유리가 어르신을 잘 달래서 점수를 따길 바랐던 김서영은 들어오자마자 들은 황당한 소리에 소리부터 질렀다.

“결혼 같은 대사를 어떻게 그렇게 대충 결정해? 이건 두 집안이 20년 전부터 약속했던 결혼이야. 네가...”

“진짜 이혼할 거야?”

김서영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이 말을 끊으며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김서영이 아니라 성유리를 향한 질문이었다.

“응, 할 거야.”

“그래, 그럼 후회하지마.”

“서류는 언제 낼 거야?”

평온한 둘의 대화를 보던 김서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소리쳤다.

“박한빈!”

“사모님.”

김서영의 외침에 대답한 건 박한빈이 아니라 성유리였다.

“이 년 동안 저 보살펴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하지만 오늘 이 결정은... 저도 오랫동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에요.”

“전에 그렇게 말씀하셨죠, 결혼이랑 감정은 다 오랫동안 정성 들여 가꿔야 하는 거라고. 근데 전 이미...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안 맞는 건 그냥 평생 안 맞는 것 같아요.”

“기대 저버려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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