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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작가: 송진
성유정은 분노와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성유리를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했지만 성유리는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성유리의 차분한 모습과 비교하면 성유정은 날뛰는 어릿광대처럼 보였다.

안색이 더 나빠진 성유정이 뭐라고 말하려 하자 성유리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너라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볼 거야.”

“무슨 뜻이야? 뭘 하라는 거야?”

“너를 보호하는 그분이 죽어가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어?”

성유리가 천천히 말했다.

성유정은 저도 모르게 반박하려고 했지만 입가에 맴도는 말을 삼켜버렸다.

성유리가 말한 사람은 당연히 윤청하였다.

지난 몇 년 동안 비록 성시원이 성씨 가문의 주인 노릇을 했지만 성유리와 성유정 사이의 일에서는 줄곧 윤청하의 태도가 더 중요했다. 성시원은 줄곧 윤청하의 뜻에 따라 두 사람을 대했다.

그런데 지금 윤청하가 곧 죽게 되었고 이는 성유정의... 유일한 우세였다.

여기까지 생각한 성유정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진 채 다시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야? 아빠는 너의 말을 믿지 않을 거야. 아빠는...”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아빠의 딸이라는 것은 사실이니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

성유리의 말을 들은 성유정은 잠자코 있었다.

성유리는 멍해진 성유정을 보며 귀띔했다.

“진무열이 곧 퇴원할 거지? 너희는 약혼한 지 꽤 됐는데 이참에 정식으로 결혼하게 되면 아마 기뻐할 거야.”

‘그 사람?’

성유정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성유리가 옆을 지나갈 때야 문득 깨달았다.

“장난해? 그 사람은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어! 하지만 이건 내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야.”

성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유정은 성시원이 대뜸 허락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진씨 가문에서도 다른 의견이 없자 그녀와 진무열의 결혼식은 이렇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맞춤 웨딩드레스도 없었고 로맨틱한 세기의 결혼식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심지어 결혼식장도 임시로 만들어져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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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지은은 구렁이 담 넘듯이 능글맞게 핸드폰을 꺼내더니 성유리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셔터를 눌렀다.성유리는 셔터가 눌리는 소리가 들리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홍지은과의 거리를 더 넓혔다.“아, 맞다. 어젯밤 제가 했던 말은 다 진심이었어.”홍지은은 원하던 두 사람의 사진을 찍고 난 뒤,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으며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전에... 내가 너무 어려서 철이 안 들었나 봐. 게다가 그때는 나랑 유정 씨 사이가 꽤 괜찮았잖아?”“나는 단순한 사람이라 유정 씨가 뭐라고 하면 그 말을 다 믿었어. 근데 누가 알기나 했겠어? 유정 씨가 그렇게 나쁜 *이라는 걸.”“뭐가 어떻게 됐든 내가 유리 너한테 큰 상처를 준 건 맞아. 그래서 진심으로 정중하게 사과하고 싶어. 정말... 미안해.”홍지은은 몸을 일으키더니 성유리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려고 허리를 굽혔다.그녀의 행동에 성유리는 행여나 임산부인 홍지은이 자기 배에 머리를 부딪힐까 봐 두려워 얼른 막았다.“이미 다 지나간 일이에요.”홍지은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막고자 성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말? 이 말은 나를 용서한다는 말이야?”성유리의 대답에 홍지은은 잔뜩 흥분하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진짜 잘 됐다! 사실 전부터 알고 있었어. 유리 네가 유정 씨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걸. 친구로 삼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것도 알았어.”“필경 우리야말로 진짜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 아니겠어? 한 사람 성격이 어떤지, 인성이 어떤지는 사실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거지.”“네가 진짜 성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아니야? 그러니까 사실 우리 둘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어야 해.”홍지은은 성유리에게 계속해서 “미끼”를 던졌다. 마치 그녀가 물기를 기다리는 어부처럼.성유리가 아무리 자기 손을 빼내려고 애를 써도 홍지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원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던 성유리기에 더는 홍지은을 마주할 힘이 없어졌다.그 순간, 다행히도 박한빈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박...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5화

    박한빈은 성유리가 보내는 무언의 “나무람”을 못 본 척하며 온도계를 다시 손에 넣었다.“음, 확실히 열은 없네. 그냥 감기 초기 증상인가 봐.”박한빈은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뒤돌아 바로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그때, 아래층에 있던 도우미 한 명이 올라와 박한빈에게 말했다.“박 대표님, 손님 한 분이 오셨습니다.”박한빈은 그 말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누군데요?”“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분 성이 홍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사모님과 친구 사이라고 하시던데...”박한빈은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힐끔 쳐다봤고 그녀는 금세 찾아온 손님의 정체를 알아차렸다.“홍지은 씨?”“홍지은이 누구야?”박한빈의 물음에도 성유리는 침묵했다. 그러다 그녀의 눈빛을 발견한 순간, 그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그는 홍지은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제야 떠올랐다. 그녀는 바로 전에 성유정이랑 잘 어울려 다니던 친구였다.이런 일은 이미 박한빈과 성유리 사이에서 잊힌 지 오래였기에 그는 홍지은이 이런 방식으로 다시 나타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홍지은 씨가 왜 너를 찾아온 거지?”박한빈은 얼른 화제를 돌리며 성유리에게 물었다.“저도 몰라요.”“그럼 그냥 가라고 하자.”박한빈은 금세 결정을 내렸다.‘괜히 그때 일이 생각나게 하면 안 돼. 아니면 또 화낼 테니까.’그는 도우미에게 찾아온 손님을 떠나보내는 말을 했지만 돌아온 도우미는 많이 난감해하며 말했다.“그게... 손님께서 떠나기를 거부하십니다. 무조건 사모님을 만나 봬야 한다면서...”“게다가 임산부인 것 같습니다.”도우미의 말에 성유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고민하다 결국 한번 만나기로 결정했다.“제가 가볼게요.”“아니면 내가 갈까?”만약 예전 같았으면 박한빈은 바로 내려가 손님을 내보냈겠지만 행여나 전에 일들에 연루될까 아무런 행동도, 선택도 쉽사리 내리지 못했다.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묻는 박한빈의 말에도 그녀는 침묵했고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바로 걸음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4화

    홍지은과의 우연한 만남은 성유리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만약 오늘 하늘이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성유리가 급히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가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은 마주치지도 않았을 것이다.전에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는 하늘이기에 성유리는 아이가 작은 병에 걸리기만 해도 극도로 긴장됐다.다행히 오늘 의사가 그저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것뿐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성유리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그러던 중, 홍지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밥이나 먹을까?”성유리는 그녀의 제안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필경 두 사람 사이는 함께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홍지은은 눈치가 없는 건지 계속 성유리에게 말했다.“전에는 내가 잘못했지. 근데 그거 다 성유정한테 속은 거야. 나도 나중에 알아차렸어. 그때... 너한테 못 할 짓을 했다는 걸.”“그래서 정식으로 너한테 사과하고 싶었어.”홍지은의 사과의 말을 들은 성유리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요.”성유리는 마땅히 거절할 변명이 떠오르지 않아 대충 얼버무렸다.“제가 요즘 많이 바빠서요.”“그냥 밥 한 끼 먹는데 그렇게 오래 안 걸리잖아.”홍지은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성유리를 난감하게 만드는 말을 내뱉었다.“아니면... 내가 그렇게 싫어? 밥도 같이 먹기 싫을 정도로?”“아니요. 너무 멀리 가셨네요.”성유리가 차분한 말투로 그녀의 말에 대답을 이어 나갔다.“전 홍지은 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을 싫어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같이 밥 한 끼 먹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정말 없기 때문에.”“다른 일 없으시면 먼저 끊을게요.”말을 마친 성유리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는데 다행히 홍지은에게서 두 번째 전화가 걸려 오지 않았다.성유리는 핸드폰을 무음모드로 바꿔놓고 하늘이의 옆에 살며시 다가가 누웠다.이미 오랜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잠에 든 적이 없는 성유리지만 아이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3화

    신영지는 홍지은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대답을 이어갔다.“그리고 오늘은 그저 평범하게 다 같이 차나 마시며 간단한 일상 대화를 나누는 날이에요. 이렇게 진지한 대화를 나눌 장소가 아니고.”“그럼 저희 다시 날 잡고 얘기 나눌까요?”홍지은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며 신영지에게 물었다.“연락처가 어떻게 되세요? 통화가 불편하시면 문자라도...”신영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하려는 찰나, 옆에 있던 사람이 먼저 말했다.“아이고. 곧 사진 찍는데 두 분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나누세요? 저기 키 크신 분, 뒤에 분 막으셨어요. 뒤로 가서 서세요.”그 사람이 말한 키 큰 분은 바로 홍지은이었다.그녀의 표정은 살짝 굳어있었지만 옆에 사람들이 하나둘 재촉하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사진은 금방 찍었는데 홍지은은 자신의 얼굴이 다른 사람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표정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러나 당연하게도 홍지은의 상태가 어떤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신영지는 홍지은에게 연락처를 주지도 않았고 캐톡 친구를 추가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사진을 다 찍고 나서 바로 자리를 떴다.그녀가 떠나자 다른 사람들도 급한 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고 그로 인해 며칠간 할 말을 준비한 홍지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모임 장소인 찻집에서 나온 홍지은은 남편이 이미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때? 신영지 씨는 봤어? 말은 걸었고?”딱 봐도 야윈 남자가 홍지은에게 다가와 문을 열어주며 묻자 그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말하긴 뭘 말해? 오늘 모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알아?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말도 안 걸어준다고.”“그래? 그럼 어떡하지? 공장 일... 마땅한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정말 끝이야.”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홍지은에게 계속 물었다.“넌 다른 생각을 해볼 생각도 안 하는 거야?”“내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는데?”홍지은은 남자의 말에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다.“네가 남자잖아!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2화

    “성유리.”뒤에서 들려오는 부름 소리에 성유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봤다.상대방은 빠르게 그녀 쪽으로 다가왔고 체구보다 큰 치마를 입고 있음에도 살이 전보다 더 쪘다는 게 한눈에 알렸다.“정말 유리 맞네? 난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상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성유리는 그녀와 친구라 하기에도 애매한 사이였기에 차분히 대답했다.“오랜만이네요. 홍지은 씨.”“확실히 오랜만이긴 하지.”홍지은은 성유리를 아래위로 쭉 훑어보며 말했다.“전에 다른 사람들이 유리 네가 돌아왔다고 말은 했었어. 근데 네가 여러 모임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아 난 그 사람들이 거짓말한다고 생각했지.”성유리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홍지은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그러니까 박한빈 씨가 결국 너를 선택한 거지? 정말 의외네. 사람들 다 박한빈 씨가 너랑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렇게 서로 감정이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네.”“홍지은 씨?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가요?”성유리는 옛날얘기를 자꾸 꺼내는 것이 싫어 홍지은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그리고 그때, 유치원 안에서 누군가 급히 달려 나오더니 성유리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이쪽으로 모실게요.”“감사합니다.”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홍지은을 힐끔 쳐다봤는데 마치 다른 일이 더 있냐고 묻는 것 같았다.홍지은은 성유리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과 사방을 번갈아 가며 둘러보다 억지로 미소 지으며 입을 뗐다.“일은 무슨. 그냥 갑자기 너를 봐서... 인사하러 온 거야.”“네.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성유리는 짧은 대답을 마치고는 바로 뒤돌아섰고 홍지은은 제 자리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표정이 점점 더 굳어졌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홍지은은 핸드폰이 울리고 나서야 다른 일이 있다는 게 떠올라 얼른 차에 올라탔다.오늘 모임은 미르시의 신영지가 주최한 것이다.얼굴을 자주 보이는 사람은 거의 다 큰 인물들이 아니었고 홍지은은 그중에서도 나이가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1화

    “이거 다 실버 포레스트로 가져가서 화분과 흙을 새로 갈아주고 싶고요. 그래도 돼요?”성유리는 또박또박 말하며 박한빈과 시종일관 눈을 맞췄고 진지하게 그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하던 박한빈이 대답했다.“응. 그래도 돼.”“네. 그럼 우리 날 잡고 이사 가요. 하늘이도 우리랑 같이 가는 거로 하고요. 어머님께서 그동안 하늘이 보살피느라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성유리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박한빈이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왜 그렇게 보세요?”아무런 대답도 없이 뚫어져라 자신만 쳐다보고 있는 박한빈을 본 성유리가 의아함을 느껴 물었다.결국, 망설이던 박한빈은 솔직하게 묻기를 선택했다.“오늘 어디 갔다 왔어?”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성유리의 표정도 살짝 굳어졌다.박한빈은 그녀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성유리가 입을 열었다.“다 알고 계셨네요. 맞아요?”“...”“오늘 하나 씨한테 다녀왔어요. 그리고... 하나 씨 부모님도 만났고요.”성유리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그분들이 저한테 먼저 말을 걸었어요.”“뭐라고 했는데?”박한빈은 사하나 부모님의 태도를 직접 봤기에 그들이 성유리한테 못된 말을 내뱉어도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두 사람의 악의는 박한빈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그는 그 악의들을 성유리가 맞닥뜨리지 않기를 희망했다.이제 겨우 회복이 돼가는 성유리가 걱정되지만 않았다면 박한빈은 지금 당장 사씨 저택으로 쳐들어갔을 것이다.그들이 목숨값을 원한다면 박한빈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도 있다. 성유리만 무사하다면 말이다.만약 유가족들이 끝까지 놓아주지 않고 버틴다면...박한빈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성유리가 계속 말했다.“두 분이... 저를 용서한 것 같아요.”갑작스러운 말에 박한빈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마치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박한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쳐다봤고 그녀 역시 그를 보고 있었다.“그게 무슨 뜻이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0화

    성유리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조용히 쳐다볼 뿐이었다.류수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이해를 전혀 못 했다는 듯 의아했고 괴이하기도 했다.한편, 성유리를 가만히 바라보던 류수미는 시선을 돌리며 계속 말했다.“저번에 김서영 씨가 한 말... 다 맞는 말이더라. 이번 일엔... 유리 네 책임이 하나도 없어.”“너를 너무 몰아붙인 거랑 독한 말을 퍼부은 거에 대해선 우리가 사과할게.”“염치없지만 용서해 줘. 나한텐... 딸이 하나 한 명이었어. 금이야 옥이야 지금까지 키웠는데 이렇게 빨리 가버릴 줄은 몰랐네.”“떠나기 전에도 유서 한 장 남기지 못한 우리 딸이... 너무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류수미는 울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성유리 또한 눈시울이 붉어졌다.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성유리는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목소리를 되찾았다.그리고는 공손하게 두 사람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그리고 사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늘 드리고 싶었어요. 하나 씨한테도.”“제 딸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하고 싶어요.”“아무리 보상해도 보상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아요. 필경 제가 무슨 짓을 하든 하나 씨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하지만...”성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류수미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줬다.전에 하얗고 부드럽던 류수미의 손은 이제 주름이 잡혀 한눈에 봐도 나이 든 사람 손 같아 보였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성유리에게 류수미가 울먹이며 말했다.“그럼 잘 살아.”“김서영 씨가 그날 했던 말처럼 넌 잘 살아. 우리 하나 몫까지.”...박한빈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도우미에게 물었다.“성유리 오늘 어디 갔습니까?”그의 안색은 어두워져 있었고 목소리는 무척 날카로웠다.도우미는 박한빈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마 사하나 씨한테 다녀온 것 같아요.”박한빈은 아무 말도 없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59화

    그는 그저 조용히 성유리를 품에 끌어안았고 그렇게 밤 내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박한빈은 어느 때보다 더 자신의 마음과 성유리의 마음이 가까이 붙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성유리가 다시 사하나의 부모님을 봤을 때는 청명절이 다가올 무렵이었다.사민혁과 류슈미가 자신을 마주치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성유리는 특별히 청명절 전날에 사하나를 찾아갔다.하늘이도 함께.아이는 이미 한 달째 유치원에 다니던 상황이었고 생각보다 더 잘 적응해 갔다.지금껏 하늘이는 죽음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기에 사하나의 영정사진을 마주하자 많이 의아해했다.마치 전에 늘 자기랑 나가 놀던 이모가, 늘 치마나 선물을 사주던 이모가 왜 이곳에 누워있는지 몰라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성유리는 준비한 꽃다발을 사하나의 무덤 앞에 내려놓았다.그녀는 사하나에게 할 말을 미리 준비했었다. 심지어 행여 잊어버리고 못 한 말들이 있을까 봐 메모지에 며칠 전부터 적어두기까지 했다.하지만 막상 사하나의 무덤을 마주 서고 나니 목이 꽉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메모지에 적어둔 익숙한 글자들을 몇 번이나 봐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멍하니 사하나의 사진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 성유리는 잔뜩 굳은 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사하나의 부모님은 먼발치에서 성유리와 하늘이를 보고 있었는데 그들 또한 오늘 두 사람이 찾아올 줄은 몰랐던 눈치였다.성유리는 무의식 간에 하늘이를 자신의 뒤로 숨겼지만 이런 행동이 류수미와 사민혁을 더 화나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능적인 모성애로 그런 행동을 해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성유리의 예상과는 달리 항상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사하나의 부모님은 오늘따라 유달리 조용했다.심지어는 왜 이곳에 찾아왔냐고 따져 묻지도 않았고 뚜벅뚜벅 두 사람이 서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그들의 반응에 성유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단 한 가지는 똑바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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