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고, 분주하게 응급처치 하는 가희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곧이어 구급차가 도착했고, 초조한 얼굴의 우준서도 함께 뛰어왔다. 아무리 구급차가 제때 도착했다 해도, 민주 뱃속의 태아는 겨우 3개월이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불안정한 상태였고, 결국 아이는 지키지 못했다. 수술실에서 나온 민주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여자의 핏기 없는 얼굴을 본 가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가희가 다가가려던 순간, 준서가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남자의
“내일은 예나 생일 파티가 있어. 너도 같이 참석해.” 가희는 반사적으로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감정 없는 윤호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한 실장, 아직 SR그룹에서 퇴사한 게 아니잖아? 그렇다면 아직 SR그룹의 직원이고.” 그 한마디가 가희의 모든 퇴로를 막아버렸다. ‘이 사람, 정말 단 한 순간도 내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구나.’ 가희는 입술을 깨물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저녁, 가희는 정해진 시간에 파티 장소에 도착했다. ‘역시, 장예나다운 생일 파티네.’ 예
준서의 자금이 유입된 후, NP그룹의 사업이 연이어 무너졌다. 가희는 몰래 조사에 나섰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비록 준서의 수법이 정교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있었다. 즉, NP그룹과 비교했을 때, 협력업체들 입장에서는 성진건설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하지만 가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우준서가 한씨 가문에 얼마나 깊은 원한을 품었길래,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걸까?’ 과거, 그녀는 준서를 진짜 친오빠처럼 생각하며 따랐다. 하지만 지금, 준서는 등을 곧게 펴고, 차가운 눈빛으
가희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이런 말이 정말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다니...’ 그녀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하려 했다. ‘이윤호, SR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 최근 A 국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 ‘이윤호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하지만, 가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서해수의 싸늘한 목소리가 그녀를 막아섰다. “가희야, 요즘 우리 집안 사업이 자금난에 빠졌어. 너도 우리 집안의 일원이니, 한씨 가문이 널 키워준 대가를 갚을 때가 된 거지.” 그 한마디에, 가희의
사흘도 채 되지 않아, 가희는 수소문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 연락했고, 빌릴 수 있는 돈은 다 빌려 보았다. 하지만 겨우 2,000만 원. 수술비의 일부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가희에게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서해수를 다시 찾아가 부탁하려 했지만, 그녀는 가희를 깡그리 무시했고, 한동건은 냉랭하게 말했다.“우리 집안이 너를 이만큼이나 키웠는데,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나.”한동건이 말하는 ‘쓸모’란, 윤호의 연인으로 가희를 파는 일이었다.가희는 휴대폰을 꼭 쥔 채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
“오빠, 한 실장님 그냥 몸이 좀 안 좋으신 것뿐이에요. 우리가...”“놔.”남자의 목소리는 냉혹했다. 예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조용히 윤호의 팔을 쥔 손을 풀었다.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그녀의 손이 풀리는 순간, 윤호는 가희를 품에 안고 성큼성큼 걸어 밖으로 나갔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예나에게 쏠렸다. 동정이 섞인 눈빛이었다.강해연이 다가와 예나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예나 언니, 윤호 오빠도 그냥 순간적으로 저 여자의 진짜 모습을 못 본 거겠죠. 내 생각엔, 한가희 그 여자가 언니보다 나을 게
예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는 망설임 없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섰다.안에 있던 몇몇 여자들은 예나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모두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예나는 천천히 다가가 한 여자 어깨 위에 걸쳐진 스카프를 손끝으로 가볍게 스치며 미소를 지었다.그 움직임은 우아하고 매혹적이었지만, 그 안에는 묘한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언니... 저...”예나는 부드럽게 웃었다.“괜찮아. 파티도 거의 끝나가는데, 나가서 놀지 그래?”여자들은 서로를 흘낏 보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려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서둘러
민주는 천천히 다가오며 창백한 얼굴로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여보, 무슨 일이야? 왜 병원에 있는 거지? 어디 아픈 거야?”윤호의 눈빛은 더욱 냉소적으로 변했다. 준서는 응급실 쪽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윤호가 준서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우 대표님, 아내분이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네요. 아내에게 직접 당신의 외도를 목격하게 하고 싶나요? 아니면, 당신 아내에게 당신이 왜 자기와 결혼했는지 낱낱이 밝혀줄까요?”준서의 몸이 굳어졌다. 윤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병실로 가서 서류에 서명했다. 그가 서명을 마치
가희는 창백한 얼굴로 이정의 뒤를 따라 걸었다. 막다른 길목에 다다랐을 때, 가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이정은 가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었다.“한가희 씨지요? 나도 가희 씨 알아요.”가희는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나를 안다는 건, 아마도 최근의 뜨거운 실시간 검색어 때문이겠지.’ 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정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도 눈앞에 있는 여성을 알아봤다. 소이정, 과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었다. 다만,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B 국으로 떠났
“아가, 엄마는 오늘 술 안 마실 거야. 엄마가 널 지켜줄게.”하지만, 가희는 바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셀레나가 있는 룸의 문을 열자, 중심에 앉아 있던 장예나가 가희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가희는 본능적으로 셀레나를 경계하고, 본능적으로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셀레나가 가희의 손목을 붙잡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여기 앉아. 다들 몰랐겠지만, 이 사람이 내 새 매니저야. 꽤 유능하다고.”예나는 가희의 옆자리를 내주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한 실장님, 이렇게 또 만나네요. 정말 우연
“너...”셀레나가 여전히 당황하며 몸부림치는 동안, 가희는 망설임 없이 옆에 있던 바늘과 실을 집어 들었다. 가희는 빠른 손놀림으로 실밥이 풀린 셀레나의 드레스를 즉석에서 꿰매기 시작했다.셀레나는 숨이 막히는 듯 분노했다. 순간적으로 손을 들어 가희를 때리려 했지만, 가희는 셀레나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고는 그대로 무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시간 없어요.”셀레나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저항할 틈도 없이 가희에게 떠밀리듯 런웨이 위로 올라갔다.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셀레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이 드레스가 스
셀레나는 자신이 분노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문 앞에 서 있던 강지섭이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셀레나 얼굴에서 이런 표정을 보다니, 참 보기 드문 광경이네.”셀레나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바꾸고, 아부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이런 우연이 있나요?”지섭은 소파에 앉아 가희가 작성한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남자의 눈에 순간적으로 감탄의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웃었다.“우연은 아니고. 가희 씨 보러 온 거야. 첫날이라 혹시나
가희는 몸이 거의 회복되자, 퇴원 후 바로 셀레나의 작업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은 이미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가희는 노트북을 들고 셀레나의 대기실로 들어섰다. 셀레나는 대기실로 들어오는 가희를 무심하게 쳐다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신입이야? 와서 옷 정리 좀 해.”가희는 꿈쩍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저는 셀레나 씨 매니저입니다. 이런 일은 제 업무가 아닙니다.”‘흥.’셀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희를 압도하는 기세로 다가왔다.여자는 키가 180cm 정도 되었고, 하이힐을 신은 상태에서 가희를 아래로
“예나와의 결혼은 할머니의 유언입니다. 전 그 뜻을 어길 생각이 없습니다. 한가희와 관련된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겁니다.”윤호는 자신이 가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오직 물질적 지원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희를 아내로 맞이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그는 말을 마치고 망설임 없이 자리를 떠났다.이영국은 윤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그는 혈압약을 삼키고 나서야 가슴이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가슴을 가만히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나 젊었을 때
윤호는 가희의 턱을 거칠게 잡으며 눈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손아귀는 점점 더 강하게 조여졌다.“한가희,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 최근에 지섭이 모델을 구하는 일이 있다던데, 너는 거기 가서 지원 업무 해.”윤호는 눈을 감았다. 그는 가희가 외부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지섭의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가희를 계속 집안에만 가둬둔다면, 결국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가희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가희의 감정 없는 얼굴을 보며, 윤호의 가슴속에서는 불같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
예나는 눈물을 흘리며 점점 더 흐느꼈다.“오빠, 혹시 인터넷에 뜬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그게 내가 조작한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일은 정말 나랑 아무 상관 없어요!”그녀는 오늘 가희와 준서의 스캔들이 터진 걸 보고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이미 이영국이 윤호에게 결혼을 서두르라고 압박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그런 스캔들이 터진다면 누가 봐도 자신이 꾸민 일이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나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윤호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떼어내며 냉랭하게 말했다.“그딴 거 신경 안 써. 예나야,
준서의 눈앞에서 셔터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졌다. 핏방울이 번진 그의 얼굴 위로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가 계속해서 빛났다. 진민주는 숨을 헐떡이며 현장으로 뛰어왔다. 민주의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이를 악물고 현장에 있는 모든 기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이 사람들, 단 한 명도 그냥 보내지 마.”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곧바로 의사들에게 준서를 응급실로 옮기라고 지시했다.그 후, 그녀는 거침없이 가희의 병실로 향하며, 병실 문 앞에서 강지섭과 마주쳤다. 지섭은 민주를 보자마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