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서정원의 회사는 ‘전과사’다.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서정원은 조 과장의 말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소 지은 얼굴로 조 과장에게 말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한 번 겪어봤으니 다시 저지르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시고 문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 서류는 명심해서 검토하고 직원들한테 전달할게요. 따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마 과장은 마른기침을 했다. 서정원의 태도가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더군다나 어떤 일은 서정원에게 얘기해서 되는 것
젊은 사람은 늙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영원한 젊음을 선택할 것이다.서정원도 결혼하기 전에는 이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완전히 다른 생각이 들었다.띵.이때 서정원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최미자가 건 전화였다.“여보세요.”“정원 씨, 요즘 바빠? 아이들을 못 본 지 한참 되어서 말이야. 만날 수 있을까 해서 전화했어.”최미자의 목소리를 듣고 서정원은 미소를 지었다. 이 집안에서 진심으로 아이들을 걱정해 주는 사람은 최성운의 아버지를 제외하고 최미자밖에 없었다.“저
서정원은 이런 잔소리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아이들이 이런 사상을 당연하게 여길 때면 그녀의 잔소리도 성공한 것이다.이것이야말로 정확한 교육 방식이 아닐까? 아이들이 다 자란 다음 잔소리하는 것은 통하지도 않을 것이다.후에 교육하려면 더 많은 정성이 필요했다. 이게 바로 서정원이 지금부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고집하는 이유이다.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맡기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처럼 인내심 있게 정확한 가치관을 세워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장난감은 놀 때도 그녀는 교육을 놓치지 않
김 감독은 더 나은 담판을 위해 리스트를 대충 훑어봤다. 역시 본 보람이 있는지 눈에 들어보는 다른 배우가 있었다.그는 마음에 드는 배우를 전부 캐스팅하고 싶었다. 그러나 투자자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제작비는 이미 정해져 있고 캐스팅이 너무 많은 돈을 써서는 안 된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원래 정해 놓은 가격을 크게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세 명의 배우를 선택했다.“이 세 명에 대해 알고 싶어요. 만약 가능하다면 이 세 명 중에서 고르고 싶네요. 요즘 환경이 좋지 않아서 예산이 높지 않다는 점은 미리 알아주셨으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요. 하지만 계약하기 전에 할 얘기가 있어요. 저희는 계약서를 만들 때 특별히 제시하는 조항이 있어요. 연예인의 이미지와 위약금에 관한 조항이에요.”제작진이 말했다. 서정원은 계약을 하려면 원래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도 제시할 조항이 있었으니 말이다.그러나 고정도 아닌 게스트로 나가는 예능에 이런 조항을 얘기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고정으로 나가는 톱스타만이 얘기가 나온 적 있기 때문이다.제작진이 콕 집어서 게스트까지 계약서를 작성하려는 걸 보면 요즘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해성시, 해성역.흰 티에 청바지를 입은 여성이 캐리어를 끌고 걸어 나왔다.그녀의 모습은 아주 청아하고 수려하였고 살짝 웨이브 진 머릿결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한 쌍의 크고 촉촉한 맑은 두 눈과 높은 콧대, 그리고 앵두 같은 입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리 그녀가 민낯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만들었다.“안녕하세요, 서정원 씨 맞으시죠? 전 최씨 가문에서 보낸 기사입니다.”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기사를 따라 차에 올라탔고 온몸 가득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차는 서서히 해성역을
서정원은 그 방이 주인 있는 방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그저 욕실에 놓인 남성용품들을 보면서 최씨 가문의 사람들이 일부러 갖다 놓은 것으로 생각했다.‘여긴 정말 이상한 곳이야.’하지만 이곳에서 딱 3개월만 버티면 되는 일이었다. 그녀와 할아버지가 한 내기는 최씨 가문에서 3개월 동안 살면서 만약 3개월이 지나도 최성운에게 아무런 감정도 생기지 않으면 이 약혼은 없던 일로 하는 것이었다.서정원은 샤워를 한 후 사용인이 가져다준 저녁 밥을 먹었다. 온 하루 힘들게만 느껴졌던 그녀는 그렇게 잠이 들어버렸다.깊은 밤, 최성운이
서정원은 배시시 웃어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최지연은 약이 바짝 올랐다.“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 주제에, 내가 말하는데 난 절대 네가 우리 오빠와 결혼하지 못하게 만들 거야!”그녀가 말하자마자 최성운이 방 안에서 나왔다.최지연은 순간 잔뜩 기가 눌렸다.“오빠.”최성운의 어두운 표정을 본 그녀는 그가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최지연은 앞으로 더는 그런 장난을 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서정원은 사용인들에게 자신의 방으로 안내받은 후 짐을 정리하고 나서야 그제야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식탁엔 이진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