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는 서정원이 일러둔 대로 물건들을 꺼내놓았다."왜들 이렇게 급해. 그럼 나도 그냥 여기서 연락 돌릴게. 빨리 모이면 더 좋잖아."그들은 각자 곳곳에 전화를 걸며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제일 먼저 연락했던 청소업체가 가장 빨리 도착했고 최성운은 오후 내로 정리를 마칠 것을 다시 한번 부탁했다.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집 같은 집으로 만들기 위해 청소업체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집 안팎에서 정리를 시작했다.이런 북적거림이야말로 사람 사는 게 아닐까 싶었다. 집 대문을 열 때 철이 녹슬어 듣기 싫게 나는 소리
"우리가 뭘 어떻게 해요. 여자라면 다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야 하는데. 연채린도 예외 없죠. 훌륭한 가수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사람이고 자기의 사생활이 있는데, 저희는 그냥 축하하고 이해해야죠.""연채린이 우리의 축하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댓글이나 많이 달아 놓죠. 나중에 댓글 봐서 복귀할 수도 있잖아요."네티즌들이 토론할 때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인터넷에 댓글을 달았다. 물론 다른 의견을 가진 네티즌들도 있었다. 하지만 연채린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욕설을 맞고, 축하하는 댓글이 많아지고 있다. 결국 인터넷은 온통 응
"아직 건강하신데,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건 별문제가 없을 거예요. 저는 그냥 제 사업에 집중하겠습니다."최건국은 최성운의 말을 듣고 눈을 부릅떴다. 이미 후계자를 생각했는데 이 기회를 날릴 생각이 없었다. "내가 계속 회사 일에 신경 쓰는 걸 보고 싶니? 그리고, 내가 언제 회사를 주겠다고 했니, 그저 잠시 나를 도우라는 거지."최건국은 필살기를 꺼냈다. 어떻게 해서든 최성운에게 회사를 맡길 생각이다. 그러고 나서 회사 사람들의 반응과 최성운이 회사의 파악 상황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가장
"알겠어요. 가서 일 보세요. 오늘 밤이 아마 마지막으로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저녁일 거예요. 내일이면 또 정신없이 바쁠 거예요.""회사를 처음으로 인수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단계는 필수죠. 게다가 아버님 회사라 더욱 신경 써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해요."최성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모르는 사람의 회사였으면, 그는 바로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 회사이기 때문에 더욱 거절할 수 없었다. 심지어 최건국이 마음을 먹고 결정함 일이라 거절을 해도 소용이 없다. "회사 일은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요. 아이들은 당신이 좀 신
"제가 돌아가지 않는 것은 업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집에 가면 모르는 것들을 조사하는 게 사무실 컴퓨터로 조사하는 것보다 불편하기 때문에 여기 남아 있는 거예요."매니저는 최성운의 말을 듣고 몇 마디 더 했지만, 최성운에게 거절당했다. 매니저는 홀로 집에 가야만 했다. 최성운은 앉아서 계속 자료를 뒤집고 보았다. 보고서를 일일이 보는 것이 가장 번거로운 일이다. 회사의 데이터는 부서별, 업무별로 제각각 나뉘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짧은 시간에 그걸 다 확인하고 파악하려면, 그야말로 매우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수
지금 이 장면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장면이다. "여기 와서 좀 쉬세요. 가사도우미들도 있으니, 별문제 없을 거예요."최미자는 서정원의 말을 듣고 웃으며 다가앉았다. "애들이 우리 애보다도 장난기가 넘치네. 이렇게 같이 뛰면서 놀아주니까 땀까지 나네. 평소에 어떻게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니. 상상도 못 하겠다."서정원은 전혀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가사도우미도 있고, 그리고 서정원에게는 행복한 일상이니, 피곤함이라곤 일도 느끼지 않는다. "오늘 두 아이가 같이 나와서 그
이진숙은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으니,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을 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렇게 정신이 나는 게 신기했다. 만약 서정원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벌써 짜증이 났을 것이다. 오히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정신 상태가 더 좋아진 것 같았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 난 내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지. 난 그냥 네가 최성운이랑 잘 지내길 바란다.""다른 소원은 없다. 다른 소원은 이미 중요하지 않아 졌어. 네가 말한 것처럼 다 지나간 일이니까…"이진숙이 이렇게 말하는
최미자는 서정원이 최승철과 같은 곳에서 묘지를 정한다고 하는 것을 보고, 서정원이 진짜 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꽤 큰 규모로 이진숙의 마지막 길을 보내려고 했다. 서정원이 아까 말한 거랑 달리 묘지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다. 이건 그냥 규모가 아닌 초고급 규모다. 장례식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준비할 예정이니, 합해서 한 일억은 써야 한다. 이 묘지만으로도 몇천만 원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것들도 다 합치면, 절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이 들 거다. 이건 보통 사람들은 접할 수 없는 대접이다. 가장 호화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