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철은 단상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오늘 기자회견은 여기서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운성 그룹의 대표는 여전히 최성운 대표입니다. 그리고 오늘부로 임동석은 운성 그룹의 부대표직에서 물러나 앞으로도 절대 부대표직에 다시 오를 리 없을 겁니다. 이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칩니다.”최승철은 이미 충분히 사람들 앞에서 임동석의 체면을 지켜주었다.여하간에 임동석은 그가 직접 키운 수양아들이었고, 결국 그를 해치려 할 줄은 몰랐다.한편으로는 그를 동정하기는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을 해치려 한 임동석에 분노를 느꼈
“왜?”심준호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너와 최성운은 계약 관계라고 하지 않았어? 너도 걔를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 곧 걔랑 파혼하겠다고 했잖아. 혹시 걔가 너한테 협박이라도 해?”잔뜩 흥분한 심준호의 모습에 서정원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왜 그렇게 생각한 거죠? 정말 누군가가 절 협박할 수 있을 거라 봐요?”“그럼 왜...”심준호의 표정이 점차 변하더니 이내 속상함과 슬픔이 언뜻 보였다.확실히 서정원에겐 협박이 통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최성운 또한 마찬가지였다.그러니까... 서정원이 최성운
백유란은 당장 달려가 서정원과 심준호를 떼 놓을 생각이었지만 손윤서가 그녀를 막았다.“뭐 하려고?”손윤서는 당연히 서정원과 심준호가 사귀길 바랐고, 서정원이 먼저 최성운과 헤어져 주길 원했다.설령 그렇게 안 되더라도 서정원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최성운이 알게 된다면 당연히 그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었다.백유란은 눈을 부릅뜨고 서정원을 노려보고 있었고 서정원이 심준호의 차에 올라타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있었다.“왜 그래, 아직도 톱스타 심준호를 갖고 싶은 거야?”백유란이 화를 참지 못하고 씩씩대는 모습에 손윤서의
“심준호 씨, 이러지 마요.”서정원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심준호에게 말했다.“사실, 제가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었으면 준호 씨가 당연히 먼저 저를 축복해 주고 응원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진정한 사랑...그녀의 말을 들은 심준호는 씁쓸한 감정이 몰려왔다.그는 서정원을 2년 동안이나 쫓아다녔다. 2년 동안이나. 그러나 서정원과 최성운은 기껏해야 한 달 만에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그의 짝사랑은 그렇게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몇 분간 침묵이 이어졌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심준호는 다시 평소와 같은 표정
서정원은 스위치를 켰다. 그리고 핸드백을 내려놓으려던 순간, 최성운이 그녀보다 거대한 몸집으로 그녀를 덮쳐 바닥에 쿵 하고 넘어지게 되었다.풍겨오는 지독한 술 냄새에 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렸다.“최성운 씨, 지금 뭐 하는 거죠?”눈앞의 남자는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원 씨, 심준호랑 도대체 뭘 하러 갔던 거예요?”서정원은 웃음을 보였다.“내가 말했잖아요. 친구가 부탁한 사인을 가지러 간다고.”‘하, 사인?'‘정말 내가 바보로 보이는 건가?'최성운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차갑게 식은
혀가 얽고 얽히는 다소 거친 키스에 서정원의 얼굴도 화끈 달아올랐다.그의 뜨거운 숨길이 서정원의 숨소리와 겹쳤고 그의 뜨거운 입술은 서정원의 입술과 부딪치고 있어 마치 끈적이는 액체가 질척이는 느낌에 서정원의 숨소리가 다소 거칠어졌다.거실의 온도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서정원의 두 눈도 점점 몽롱해졌다.그 순간, 그녀는 나직하게 말하는 최성운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정원 씨, 우리 결혼해요.”서정원은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뭐라고요?”최성운은 그윽한 두 눈으로 미소를 살짝 지으며 애틋하게 말했다.“정원 씨,
청혼?임창원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바로 눈치챘다.대표님은 아마도 서정원 씨에게 청혼할 생각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도 어떻게 청혼을 해야 로맨틱한 청혼이 되는지 알지 못했다.임창원이 바로 소리를 질렀다.“대표님, 전 솔로예요... 전 그런 일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요!”“됐어요, 이만 나가보세요.”최성운은 다소 귀찮다는 어투로 말하면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보아하니 이 일엔 그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았다.이틀 뒤.하루 동안 바삐 보낸 서정원은 퇴근하려던 차에 최성운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일 끝났어요? 그럼
“제가 접은 거예요.”최성운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정원을 보았다.“여기에 있는 종이학은 제가 하나하나 직접 접은 거예요, 어때요. 맘에 들어요?”마음에 들긴 하지만, 다만...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소 어이가 없다는 눈길로 최성운을 힐끔 쳐다보았다.“최성운 씨, 그렇게 할 일 없었어요?”최성운은 손을 뻗어 그녀의 미간을 문지르며 다소 속상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로맨틱한 거 원한다고 하지 않았어요?”‘로맨틱이라...’그녀는 그저 말만 그렇게 했을 뿐이었지만 최성운이 정말로 해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