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옥 장공주는 소란석과 정영수의 퇴장에 약간 불안한 마음을 느꼈다. 그들은 돌아왔을 때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지만 정영수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궁중 연회에서 몇 번씩 정영수를 불러 내면 쉽게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서경은 현재 내란이 일어나려 하고 냉옥 장공주는 이제 더이상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 이번에 공정한 해결을 요구하는 것도 삼황제의 황위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달래기 위해서였다.남강 전쟁에 나가 정의를 위해 싸웠을 때 이미 많은 군사들이 희생되었다. 게다가 사국에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어 국고는 비어버렸기에 더는 민심을 잃는 전쟁은 감당할 수 없었다. 전쟁을 벌이려면 최소 5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궁거문고 연주가 울리고 무희들이 엄청난 기예를 선보이고 있었지만 모두 속마음을 숨긴 채 거짓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몰래 살펴볼 뿐이었다. 연회가 끝났을 땐 이미 해시중으로 숙청제는 취기가 잔뜩 오른 상태였고 냉옥 장공주는 사절을 이끌고 퇴장 의례를 마쳤다. 술에 취한 숙청제는 궁인들의 부축을 받아 후궁으로 돌아갔다.오늘 밤의 연회는 모두 평화로웠고, 내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어떻게 전쟁의 연료가 될지, 그가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사여묵의 사심이 마음에 들었다. 사여묵이야말로 진정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가 맘에 들었다. "대공무사"라며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하도 위선적이라 그는 절대 믿지 않았다. 요구가 없는 사람이 더 두려운 법이다. 본성을 어긴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진정한 충신, 애국적인 순수한 신하가 있을 수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소 대장군은 정말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다. 그는 말로만 하지 않고 실제로 평생을 걸어 행동으로 실천해 왔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쉽게 변하는 법, 그는 이미 연주에 조사를 보냈는데, 현재까지도 연주에서 문제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옹현에도 사람을 보냈다. 옹현의 사온의 봉지로 만약
해시중의 어가에는 마차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몽동이는 앞에서 마차를 몰았는데 이제는 이 일에 꽤 능숙해진 것 같았다. 어쨌든 그는 이제 마차가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이때 시만자가 송석석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오늘 정말 힘들었다며 푸념하기 시작했다. "너희는 안에서 맛있는 걸 먹고 마셨겠지만 우리는 밖에서 찬 바람이나 맞으며 기다렸다. 다행히 보주가 구운 오리와 과자를 준비해 주고 또 배려 깊게 차를 황피 물주머니에 담아 왔으니 말이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 배고파서 쓰러져 버렸을 것이다."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시만자 아씨를 굶게 두다니 정말 미안하구나. 일이 끝나면 내 너를 위해 잔치를 열어주겠다."시만자는 그제야 인상을 펴고 밝게 웃었다."역시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너밖에 없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마음껏 쓸 수 있는 건 아마도 돈 뿐일 것이다."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쓰는 걸 좋아했고 외부 사람들에게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만약 동정심이 생기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줄곧 아깝지 않게 돈을 썼다.송석석은 머리를 비스듬히 기울인 뒤 그녀의 머리와 맞대었다. 두 여인은 몽동이가 있으니 별문제 없을 것이라 믿어 외부 소음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회왕부.서재 안에는 어두운 불빛이 하나 켜져 있었다. 그 불빛은 그가 풍상에 쓸려온 얼굴을 비추고 있었는데 평소의 나약하고 소극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위험한 눈빛만 번쩍였다. 오늘 밤의 행동에서는 한 점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두 나라가 반드시 전쟁을 벌여야만 그들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남강 전쟁에서 그들이 이미 기회를 놓쳤기에 이번에는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숙청제는 그들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자존심과 명예를 둘 다 취할 수 없었다. 아무리 반역자라고 하더라도 승자가 왕이 되는 법, 이후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권력이 있는 자가 결정한다.과거 삼 형제는 명예를 너무 중시하여 그 좋은 기회를 놓쳤고 황자까지 희생시켰다.이제 성공적인 역
회왕비는 문밖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떠났다. 그녀는 왕야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회왕부에는 몇 명의 낯선 사람들이 왔는데 그들은 왕비인 그녀조차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 마주쳐도 못 본 척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고요한 밤에 갑자기 말굽 소리가 들렸지만, 청석판 거리에는 아무도 다니지 않았다.진성의 밤은 동서성 및 강변 쪽에서만 번화했으며 그곳의 소음과 웃음소리가 남성까지 전해지지는 않았다.바로 그때 갑자기 말이 울부짖으며 멈추더니 공기 속에 이상한 떨림이 느껴졌다.몽동이는 채찍을 들고 허리에는 긴 칼을 찼다. 마차의 풍등은 먼 곳까지 비추지 못했고, 달이 구름 속에 숨어있는 탓에 주변은 어둠에 휩싸여 오싹할 정도로 음침했다.몽동이는 눈을 감고 공기 속의 변화를 귀 기울여 들으며 귀를 미세하게 움직였다.송석석도 채찍을 쥐고 있었는데 긴 채찍은 마치 붉은 뱀처럼 그녀의 발치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시만자는 검을 움켜잡으며, 검집을 살짝 튕기면 검이 쑥 빠져나오게 단단히 준비를 했다. 어둠 속에서 수십 명의 그림자가 조용히 내려앉았는데 발밑에는 먼지조차 닿지 않아 그들의 경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몽동이는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전투력을 발휘했다. 그는 마치 천둥 같은 힘으로 채찍을 휘두르며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손에 쥐고 경공을 펼쳐 구름을 타듯 날아가면서 칼을 뽑아 그 사람을 향해 내리쳤다.암살자는 치명적인 일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피했지만 긴 칼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피 냄새가 코를 찔러 암살자의 살육 본능을 자극했다.마차 안에서 두 사람은 창을 부수고 뛰쳐나왔다. 긴 채찍은 민첩하게 뱀처럼 휘어지더니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을 곧바로 밀어냈다.시만자는 보검을 뽑아 꽃처럼 휘두르고는, 송석석의 채찍을 밟고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능숙하게 방어막을 형성하며 암살자들을 단숨에 밖으로 밀어냈다.검은 옷과 가면을 쓴 정영수도 긴 칼을 들고 있었다. 그는 팔도장인 모든 무
심지어 그는 송석석이 어떻게 피했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저 긴 칼이 공중에서 빗나갔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그대로 서 있었다. 마치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마차의 풍등이 어두운 빛을 발산하며 송석석의 얼굴을 비췄는데, 차가운 바람 속에서 서리가 내린 듯 차가워 보였다. 송석석이 그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순간적으로 그의 피부를 스쳐 지나가며 오싹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오싹함은 단지 기분 뿐만이 아니라 통증까지 전해지게 했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송석석의 채찍이 공중에서 그를 정확히 내려 찍어버렸다. 순간 채찍 끝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며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이 떨어져 나갔다. 그는 몸을 돌려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얼굴을 재빨리 가렸다.그는 벽 위로 올라가 몸을 돌렸는데, 그때 붉은 채찍은 마치 독사처럼 왼쪽 사사의 목을 감아 버렸다. 송석석은 힘을 주어 채찍을 당기며 그를 오른쪽으로 날려버리고는 몸을 한 바퀴 돌리며 그의 사사를 마차 앞으로 끌고갔다.곧 사사의 손에 들려 있던 무기는 손을 벗어났고 무기가 떨어지기 전 송석석은 발끝으로 그것을 날려 보냈다. 칼은 공중을 가르며 비행했고 그녀는 그 사사를 끌고 빠르게 공중으로 뛰어올라 칼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그러자 그 칼은 또 다른 사사의 배꼽을 정확히 찔렀다.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난 탓에 정영수는 가까운 거리에서 이 장면을 직접 목격했지만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다.그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진정으로 강한 것은 송석석이지, 자신들이 아니라는 사실을.그는 이를 악물고 칼을 휘두르며 채찍을 끊으려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사는 정말 죽게 될 것이다. 송석석은 채찍을 휘두르며 사람을 공중으로 던졌는데 그 속도는 정영수를 다시금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는 방향을 급히 바꾸어 사사를 실수로라도 다치지 않게 하려고 했다.하지만 방향을 바꾼 순간 그의 큰 칼엔 피가 묻었고 사사의 머리는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송석
냉옥 장공주는 회동관에 돌아왔지만 수란석과 정영수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그녀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으며 무언가 일이 틀어졌음을 직감했다.수란석은 그녀의 작은 외삼촌으로, 수가에서 가장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이었다.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나치게 용감하고 호전적이며 성급하고 무모했다."양안을 불러라!" 그녀는 여관에게 명령했다. "당장!"양안은 내각 대학사이자 수란석의 처남이다. 두 사람은 상국에 오는 내내 함께 세밀히 논의했기에 양안은 그가 오늘 밤정영수와 함께 무엇을 하러 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양안은 방으로 돌아가 소식을 기다렸다.그는 이번 작전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계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가 떠날 때 수란석이 이미 계획을 반쯤 성공시킨 것을 보고는 북명왕을 데려갔다.북명왕을 속여 데려가기만 하면 송석석을 잡는 것은 매우 쉬웠다. 이번 외출에는 단지 마차 한 대와 하녀 두 명, 그리고 북명왕 부부만 있었으므로, 북명왕이 수란석에 의해 데려가졌다면 송석석이 아무리 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어도 정영수와 회왕이 보낸 사사들 앞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이 작전은 확실히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양학사, 장공주께서 부르십니다." 문밖에서 향병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양안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이번 일은 냉옥 장공주에게 숨기려 했지만, 이미 실행에 옮겨졌고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았으므로 이제는 알려야 했다. 장공주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고 그저 상국의 적절한 설명을 원했다. 또한, 전쟁이 있어야만 진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며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어떻게 새 경계선을 정하고 사과와 배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향병을 따라 장공주가 머무는 별실로 향했다. 등불 아래의 장공주의 얼굴은 굳어 있었는데 오늘 밤 궁중 연회 때의 온화한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수란석과 정영수는 어디 간 게요? 지금 무엇을 몰래 꾸미고 있는 것이오?" 그가 예의를 차리
양안은 승리가 확실해졌다는 것과 황제의 명령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생겨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장공주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자신의 나라에 대해 비하하는 발언은 옳지 않습니다. 저희는 두 가지 준비를 했습니다. 그들이 물러나기를 원하면 당연히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만, 만약 그들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결국 전쟁을 해야 할 것입니다. 북명왕비를 잡는 것 역시 이방이 선태자에게 했던 방식과 똑같은 것입니다. 만약 두 군이 전쟁을 벌이면 북명왕비는 성릉관 전장에서 포로로 나타날 것이고 소가는 그대로 물러날 것입니다. 이는 수란키 대장군이 선태자를 위해 체결했던 그 부끄러운 조약처럼 될 것입니다."장공주는 이를 듣고 격노했다. "어리석기 그지없소! 그때 수란키 대장군이 그렇게 한 이유는 이방이 우리나라의 태자를 잡았기 때문이오. 당시 황제의 병세가 위중하고 내란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국본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나라가 뒤집어질 수도 있었소. 그런데 북명왕비와 태자를 어떻게 비교될 수 있단 말이오? 나는 그대들이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하오. 내 말이 틀렸소? 그대들은 송석석에 대해 알고 있소? 소가의 장군에 대해 알고 있소? 소가군에 대해서는 아냐는 말이오!"양안은 송석석이 대단하다는 말을 그다지 믿지 않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송회안 대장군이고 그녀도 남강 전장에서 싸운 경험이 있지만, 결국 여성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영수와 회왕의 사사들이 그들을 도와줄 테니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물론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무작정 나선 것이 아닙니다. 철저히 준비한 계획이 있단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북명왕비는 반드시 우리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가둬둘 장소도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선 회왕부에 두었다가 기회가 오면 진성을 떠나도록 할 것입니다. 협상이 실패하면 우리는 안전하게 서경으로 돌아가면 되면 정식으로 전쟁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장공주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서경으로 돌아가면 전쟁을 선포한단 말이오? 그럼 우리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도 왕경루는 아직 불빛이 켜져 있었지만 입구에는 "영업 종료"라는 글자가 적힌 양각등 두 개가 걸려 있었다.3층의 별실은 원래 차를 마시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술 한 주전자와 몇 가지 안주가 놓여 있었다.사여묵는 호위와 함께 오지 않았고 수란석도 단 한 명의 하인만 데리고 왔는데 하인은 문 앞에 서 있었다.술은 이미 절반을 마셨고 두 사람은 내일 있을 협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누구도 핵심적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수란석은 그를 이곳에 묶어두려는 의도가 명확했기에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의 작전은 이미 끝났기에 반드시 잡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반면, 사여묵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내일의 협상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웃을 뿐이었다. 그들은 북명왕이 아주 대처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했지만 막상 수란석은 단 몇 마디만으로 그를 속일 수 있었다.그렇다고 경계를 푸는 것은 아니었다. 내일의 협상은 상국이 매우 중요하게 여길 것이고, 자기들이 불리하다는 걸 알기에 자국의 조건을 탐색하려 할 것이다.그가 웃긴다고 생각한 것은 북명왕은 마치 광대처럼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그는 북명왕의 오만함이 참을 수 없어 웃으며 말했다."왕야께서는 전쟁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허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황제께서 왕야에게 군권을 넘길까요? 제가 알기로는 귀국의 황제는 왕야를 두려워하시기에 다시 군을 맡길 리가 없습니다."사여묵은 담담히 대답했다."그건 상황을 보고 결정할 문제지 폐하의 뜻에만 의존하는 건 아닙니다.""상황요?" 수란석은 여전히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만약 상황이 그렇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진다면 왕야는 군을 이끌고 나가서 과연 전세를 돌릴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다만...""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한 번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사여묵의 눈빛에 담긴 자신감은 수란석의 걱정을 일으켰지만 그들이 이미 선수를 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수란석은 미친 듯이 계단을 내려갔다.1층에는 몇 명의 호위 복을 입은 사람들이 계산대 근처에 서서 보고하러 온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들어왔을 땐 주인장과 하인밖에 없었는데 대체 어떻게 들어온건지 궁금했다. 보고하러 온 사람은 왕정이었는데, 그는 세 명의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수란석을 보자 그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수 대인, 서경은 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 감히 송 대감에게 암살 시도를 하다니요?"수란석은 송석석이 보이지 않자 어쩌면 이것이 덫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함부로 말씀하지 마십시오."십여 명을 이끌고 고작 세 명을 상대하는 일이니 정영수가 절대로 실패할 리는 없었다. 게다가 정영수는 무공이 매우 높아 만약 그들이 미리 대비했다면 최소한 붙잡힐 일은 없을 것이다. 송석석은 이미 잡혀갔고 그들은 그것을 서경에서 했다고 추측하여 이곳에서 그를 속이려는 게 분명했다. 그는 더욱 분노하며 사여묵을 향해 돌아서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북명왕, 무슨 뜻입니까? 이렇게 연극을 꾸며서 우리를 모함하려는 겁니까? 내일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으려는 겁니까? 너무 비열하지 않습니까?"사여묵은 그에게 대꾸하지 않고 왕정에게 눈짓하며 말했다."왕비가 다쳤다고 했소? 그럼 괜찮은 건가?""큰 상처는 나지 않았고, 팔을 다치고 지금 약왕당에서 치료 중입니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대리사로 갈 예정입니다."사여묵은 왕비가 정말로 다쳤다는 말에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서경의 정영수가 한 짓이라고 확신하는게요?"왕정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확실합니다. 정영수 외에도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십여 명 있었습니다. 송 대감이 몇 명을 처치했고 나머지는 모두 대리사로 잡혀갔습니다. 그들의 입속에는 독이 있었지만 송 대감이 모두 제거했습니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우리를 음해하려 한다면 내일 협상은 필요 없습니다."
송석석이 태후에게 말했다. "단신의께서 궁에 들어오신다면 분명 최선을 다해 치료하실 겁니다."넋이 나간 채 있던 태후의 눈에서 이내 눈물이 쏟아졌다. "최선을 다해도 생명을 구하는 것은 어려울 테니, 그저 조금만 더 오래 살게 해주어 국본의 큰 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태후의 눈물을 보자 송석석도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 모친께 듣기로, 태후는 강인한 성품을 가진 여성이라 큰 일에도 눈물 한 방울 쉽게 흘리지 않으신다고 하였다.송석석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했다. 하지만 이내 지금 태후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것임을 깨달았다.같은 시간, 사여묵은 약왕당에 가서 단신의를 만났다.오늘 궁에 호출된 후, 염선생이 약왕당에 가서 단신의에게 이 일을 바로 알렸기에 단신의는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는 이번에 제자를 데려오지 않고 혼자서 사여묵을 따라나섰다.청작과 홍작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단신의는 그들을 엄하게 꾸짖으며 돌려보냈다.마차 안에서 사여묵은 단신의에게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단신의는 약상자를 열어 이것저것 살펴보며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진짜 머리가 잘리게 된다면 그것 또한 제 선택입니다.""그럴 일 없을 겁니다." 그러자 사여묵이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모시고 온 것이니, 가실 때 또한 반드시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것입니다."단신의는 약상자를 잠근 후, 마차의 부드러운 방석에 기대어 앉았는데, 그의 눈빛은 어두웠으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보이지 않았다.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단신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이름은 운지입니다. 세 살에 약방를 외우고 다섯 살에 모든 약초를 다 알았으며, 열여섯에 출사하여 스물다섯에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 자야 말로 진정한 신의였지요."사여묵은 등을 곧게 펴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의관은 어진 마음을 가져야 하며, 병을 치료할 때 신분을 가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의 눈에는 장사꾼
송석석이 무릎을 꿇고 있던 순간이 비록 아주 잠깐이었지만, 마치 한 세기가 지나간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숙청제의 미묘한 한숨과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 녀석아, 어쩌다 이렇게 버럭 화를 내는 거냐?"숙청제의 말에 송석석의 마음이 조금 놓였다.처음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렇게 말을 쏟아낸 것이었고, 그 뒤의 말들은 약간의 도박과도 같았다.그녀의 마음속에도 두려움이 가득했다. 생명이 거의 다한 황제가 잔혹해지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가 그 질문을 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증명해 보이려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직 이렇게 버럭 화를 내는 것만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행동한 것이었다."일어나라." 숙청제의 목소리는 이미 훨씬 부드러워졌고, 앙상하고 누런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너는 여전히 어릴 적 그대로 입에 발린 말을 절대 못 참는구나. 그냥 한마디 물어봤을 뿐인데 하늘을 뒤엎을 듯이 짐을 꾸짖어 대는 거 하고는. 정말 네게는 당해낼 수가 없구나."송석석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너 말이다, 죽어가는 사람과 언쟁하여 어디에 쓰려고 그러느냐? 하늘에 올라가 네 둘째 오라버니에게 네가 짐을 괴롭혔다고 말할까 봐 걱정되지는 않느냐? 어렸을 때 너 또한 짐에게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 그리고 지금도 짐은 네 형님이다."송석석은 고개를 돌렸다.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이제 와서 형님이라 하다니……"왕비님, 일어나십시오." 오 대반이 곁에서 가볍게 몸을 일으키는 시늉을 하자, 송석석이 일어나고는 몸을 돌려 눈물을 닦았다.반면, 숙청제는 여전히 고통을 참지 못해, 손을 들어 그녀에게 물러나라고 손짓한 뒤, 우원정을 불러들였다.잠시 후 들려오는 고통의 신음소리에 송석석은 한동안 멈춰 서 있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는 황제에 대한 감정이 복잡했다. 때로는 군주이자 형님 같았고, 때로는 그렇게
송석석은 부친을 끌어들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황제가 무엇을 말하든 부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기에 부친의 충군애국을 계속 강조하며 답해야 할 질문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것은 황제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듣고 있습니다."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고통으로 인해 숙청제는 예전처럼 우회적으로 묻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는 사여묵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일 테지. 만약 짐이 죽으면 그가 섭정왕이 되어 어린 황제를 죽이고 스스로 왕위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송석석의 마음은 세차게 가라앉았고, 분노가 눈에 가득 차올랐다. 남강에서 막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그가 이렇게 노골적인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되었다. 그녀는 사여묵을 대신해 억울함을 느끼며 차갑고 빠른 말투로 말했다. "폐하, 저는 그와 부부가 된지 겨우 삼 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 세상에서 그를 가장 잘 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의 형님이신 폐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는 그가 그런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화낼 필요 없다. 짐은 상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다. 너는 신하로서 네 부친과 마찬가지로…...""폐하!" 송석석은 바로 그의 말을 끊었다. 불경을 저지르는 것이든 아니든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제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저 자신을 대변하는 것이지, 제 부친과는 관계없습니다. 부친은 이미 남강 전장에서 전사하셨고, 그의 공로는 후세 사람들이 평가할 것입니다."숙청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송석석,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느냐? 너와 네 부친이 한 일이 서로 다르다고 말하려는 것이냐?"오 대반이 깜짝 놀라 급히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폐하, 진정하십시오. 화를 내시면 안 됩니다." 송석석이 벌떡 일어나 단호히 말했다. "그렇다면 폐하께서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계신지 아십니까? 이 질문은
몇일 전, 숙청제는 오 대반을 약왕당에 보내 단신의의 행방을 묻게 했다. 그러자 약왕당에 있던 이들은 단신의가 이미 성을 떠나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전했다.오 대반이 돌아와 위 사실을 보고하였고, 숙청제는 단번에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바마마께서 당시 민간 명의를 처형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단신의가 궁으로 들어와 치료하기를 꺼리는 것이 분명했다.그는 단신의를 궁으로 불러오기 위해 사람을 보낼까 생각했다. 천하에 왕의 땅이 아닌 곳은 없는 법이기에 그가 어디 있든지 간에 반드시 그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데려온다 해도 소용이 없었다.숙청제는 단신의를 부를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송석석이었다.그러나 그의 병세는 계속 비밀에 부쳐져 있었고, 그는 조정의 문무백관들이 이를 너무 일찍 알아차리지 않기를 원했다. 특히, 사여묵에게는 더욱 알리고 싶지 않았다.사여묵은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뒤 막 돌아온 덕분에 민심이 하늘을 치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병세를 미리 알고 준비하여 계획을 세운다면, 성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사람은 결국 육신을 지닌 존재일 뿐, 병의 고통에 시달리며 그는 더 이상 예전처럼 이성적일 수 없게 되었다.그는 그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고통을 완화하고 싶을 뿐이었다.단신의는 그런 그의 마지막 희망이었다.사여묵은 송석석과 함께 궁에 들어갔는데, 오랜만에 황제를 다시 보게 된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그는 몹시 말라 뺨이 움푹 들어갈 정도였으며, 얼굴은 창백하고 누렇게 질려 있었다. 삼월의 추운 날씨임에도 그의 이마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옆에는 방금 갈아입은 옷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도 젖어 있었다.궁 안은 태의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 또한 매우 지쳐 보였다. 아마도 근래 줄곧 황제 곁을 지킨 듯했다.숙청제는 침상에 기대어 앉아 허리 뒤에 부드러운 방석을 받치고 있었다. 목이 머리를 잘 지탱하지 못해 흔들렸
다음 날, 공로 축하연은 취소되었다. 궁에서는 황제가 갑자기 풍한에 걸려 기침이 심하다고 전해왔다.비록 축하연은 열리지 않았지만 공적에 대한 상훈은 곧바로 내려졌다.방천허는 남강군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정이품 정국장군으로 진위하였다.제린과 다른 무장들은 정삼품과 종삼품 무관으로 진위하여 여전히 남강에 주둔하게 되었다. 동시에 남강에 장군부를 세우는 비용 또한 지급된 덕분에 가족을 모두 데리고 갈 수 있었다.전사한 장병들에게는 일률적으로 위로금이 지급되었고, 부상당한 장병들에게는 십 량의 은하가 지급되었다.모든 이들의 공로가 명확하게 정해진 가운데, 유독 사여묵의 공로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에게는 우선 천 금과 오십 필의 비단과 옷감이 상으로 주어졌으며, 여전히 대리시경에 임명되었다.상 지급에 관한 명령에서는 북명왕 사여묵의 노고와 공을 확실히 인정하며, 상국을 위해 큰 공을 세운 것을 칭찬했다.칭찬은 매우 화려했지만 다소 공허한 느낌이었고, 사실 천 금보다 실질적이지도 않았다.사여묵도 그것을 딱히 바라지 않았다. 그는 그저 친왕으로서 조정과 백성의 은혜를 받으며 자라왔기에 그에 따른 책임을 다했을 뿐이었다.황제의 이 풍한은 두 번의 아침 조회를 연속으로 결석하게 만들었고, 사여묵이 궁에 들어가 알현을 요청했지만 소집되지 못했다.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모두 황제의 병세에 대한 소식을 파악하려 했지만, 어떤 병에 걸렸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이 중병이라고 거의 확신했다.황제가 풍한에 걸린 이후로 태의들은 모두 궁에 상주하여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3월 13일, 약왕당의 청작이 사여묵의 재진을 위해 방문해서 단신의의 말을 전했다.“사부께서 말씀하시길, 만약 폐하께서 사부를 청해오라 명하신다면, 그저 승낙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사여묵의 상처는 이미 완전히 치유되었기에 더 이상 단신의가 직접 올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이 두 번 모두 청작이 왔던 것이다.옆에서 청작의 말을 들은 송석석이 놀라며 물었다. “폐하께
그는 송석석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결코 측비나 첩을 맞이할 생각이 없소. 낭자에게 두 마음을 품고 있지 않다는 말이오. 항상 나를 믿어야 하오.”송석석은 애틋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믿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당시 어찌 그렇게 단호히 거절했겠습니까?”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고 믿었으며, 이는 그들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감정의 파란이 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폐하의 병은 단신의의 진찰을 받았소?” 사여묵이 물었다.송석석은 그의 품에서 살짝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받지 않았습니다. 폐하께서 직접 그를 언급하지 않으셨기에 감히 누군가 그를 추천하지도 못했습니다. 태후께서도 언급하지 않으셨습니다.”사여묵은 살짝 한숨을 쉬며 말했다. “폐하는 마치 십 년은 더 늙은 것 같았소. 처음 폐하를 봤을 때, 마음속으로 정말 깜짝 놀랐소.”송석석은 가끔 황제를 봐왔기 때문에 그가 갑자기 십 년을 더 먹은 것처럼 보인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확실히 초췌했고, 그 눈동자마저 흐릿했다.송석석이 말했다. “육부상서와 허어사가 단신의를 추천하지 않은 것은 폐하께서 궁을 나서서 황실에 왔을 때 비밀리에 단신의를 찾아온 것이라고 변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육부는 더 이상 추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목 승상마저 추천하지 않은 건 의아합니다.”목 승상은 모든 일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사여묵은 갑자기 예전 일을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예전에 폐하께서 병중이셨을 때, 목 승상이 민간의 유명한 의사를 불러 입궁시켰소. 그러나 폐하는 병세가 다시 악화되자 분노하시어 그 명의를 처형시켰소. 아마 목 승상은 그래서 더 이상 추천하지 않은 것일 거요.”송석석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그렇소. 듣기로는 그 명의가 단 백부의 친구라고 하던데.”사여묵은 놀라 말을 잠시 멈추었다. “모후께서도 단 백부와 그 명의의 관계를
상처를 치료받고 난 후, 송석석은 단신의와 그의 제자를 직접 배웅했다.단신의는 낮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주의를 주었다.“내력을 다시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싸움도 되도록 피하게 하고. 상처 입은 곳이 단전인데다가 내력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로 무리하게 급히 돌아왔으니…… 진맥할 때도 기를 모아 몸을 보호하려 하더군. 정말 큰일 날 뻔하였다. 지금 그는 깨지기 쉬운 계란처럼 아주 연약한 상태이기에 누군가 그의 목숨을 노리면 쉽게 해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매우 조심해야 한다, 알겠냐?”“그리고 그의 이러한 상황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거다. 지금 이 상황에서 사람의 마음은 가장 믿을 수 없으니 말이다.”송석석은 단 백부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를 표하며, 그가 말한 대로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다짐했다.같은 시각, 황실에서는 염선생이 사람들을 모두 물러가게 하고, 왕야가 충분히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긴 여정에 피로가 많이 쌓여 있었고, 게다가 추운 날씨 속에서 오랫동안 전투를 치르며 눈으로 배를 채워 위장이 상했으니 이제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회복해야 했다.염선생도 더 이상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 밤은 그들 부부만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송석석은 사여묵을 부축하여 함께 혜 태비의 방으로 갔다. 그들은 정중하게 머리를 숙이며 문안 인사를 올렸다.단신의를 청했다는 소식을 들은 혜 태비는 고 씨 유모를 보내 상황을 물어보았고, 사여묵이 위장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그 외에는 별다른 상황은 알지 못했다.혜 태비는 수척해진 아들을 보며 마음이 아파져,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얘야, 이제 남강은 가고 싶은 자들이 가게 하고, 싸우고 싶은 자들이 싸우게 해라. 너는 이제 그곳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안정된 삶을 살아야지. 아니면 아이라도 낳는 것이 어떻겠냐? 그래야 더 이상 싸우며 죽고 살고 하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혜 태비는 그가 싸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충성하는 것임을
그들은 단신의를 따라 내실에 들어섰다. 발이 내려지자 단신의는 그들을 향해 진지하고 엄숙하게 말했다. “밤일은 금지입니다.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까?”사여묵은 귀가 붉어진 채 말문을 열었다. “그…… 그렇게 심각하지 않습니다.”단신의는 여전히 엄숙한 표정으로 단호히 말했다. “반드시 금지해야 합니다.”송석석의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상황이 그녀가 예상한 것보다 혹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단신의는 계속 말을 덧붙였다. “밖에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도 많아 믿을 수 없는 이들도 있을지 몰라서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 병에도 걸렸으니, 한기가 오장육부에 들어가 큰 손상을 입힌 모양입니다. 몸에 내력이 없었다면 상한을 이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내력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결국 내력을 쓰게 된 셈입니다. 지금 원기와 내력이 많이 소진되어 있으니, 신경 써서 회복하지 않으면 무공은 다 잃게 될 것이며 수명도 단축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린 것도 다 부드럽게 표현한 것입니다.”“그렇게 심각한가요?” 송석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당황한 표정으로 단신의를 바라보았다. “몸을 회복하면 괜찮아질까요…?”“천천히 잘 돌보거라. 며칠 뒤에 다시 진맥하러 오겠다.” 단신의는 특히나 엄숙하게 당부했다. “이 일을 너무 많은 사람에게 알리지 마십시오. 지금은 내력을 거의 쓰지 못하는 상태이기에, 일부 사람들이 이 기회를 노릴지도 모릅니다.”사여묵은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어 숨기려고 했으나, 단신의가 다 말해버려 숨길 수 없어졌기에 지금은 그저 송석석을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별일 아니오. 단 백부의 말을 잘 들으면 곧 좋아질 거요.”송석석은 안타까운 마음에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조금 괜찮아지자 조심히 그에게 물었다. “상처가 어디에요?”“하복부 단전에 있다.” 단신의가 대신 대답했다. “단전은 본래 내력을 쓸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그때는
그들이 막 황실에 도착하자, 곧이어 폭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가 몰려나와 그를 둘러싸고 맞이했다. 국공부의 진복과 황 마마, 심지어는 서우도 왔다.사여묵은 두 손으로 서우를 번쩍 들어 어깨 위에 올려 태우고 위풍당당하게 본채로 들어갔다.서우는 너무나 기뻐하며 두 손으로 그의 이마를 잡았다. 서우의 웃음은 귀 뒤까지 번졌고, 눈에는 고모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가득했다.본채에 들어가자 사여묵은 서우를 내려놓고 먼저 그의 학습 상황을 물었다. 궁에서 대황자의 학습을 도우며 태후와 태부의 칭찬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들은 사여묵은 연속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그의 근면과 노력을 칭찬했다.서우는 고모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약간 부끄러워하면서도 기쁨이 가득한 모습이었다.송석석의 눈빛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혜 태비는 원래 아들이 와서 절을 하며 안부를 전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 나와 그를 맞이했다. 이렇게나 수척해진 아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차려진 음식은 매우 풍성했다. 그러나 혜 태비는 그들과 함께 먹지 않고 그들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사여묵은 배가 고팠지만 가벼운 음식만 먹었고, 그와 멀리 떨어져 있는 두부만 몇 번 떠먹었다.송석석이 그에게 준 고기 요리는 조금만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았다. 그리고는 두세 번 위를 움켜쥐는 동작을 보였다.이를 눈치챈 송석석은 눈물이 금방 눈가로 차올랐고, 곧바로 나가 사람을 청해 단신의를 부르도록 했다.모두가 이를 알아채고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사여묵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송석석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일 아니오. 그러니 단 백부 또한 부를 필요 없소. 위장은 천천히 돌보면 곧 나아질 것이오."염선생이 말했다. "그래도 진찰은 한 번 받아보십시오. 그래야 모두 안심할 것입니다."그러자 시만자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타목에 있을 때 위장이 상하신 겁니까? 먹을 것도 마